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235화 (235/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235화

76. 뜻밖의 초대(2)

우발적으로 일어난 엘프 마을로의 초대.

이미 '균숙자네 퓨이' 채널의 커뮤니티 게시판은 물론, 인터넷 여러 사이트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마치 지난번 초대 팬 미팅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중이었다.

바쁜 와중에 신경 써야 할 일이 늘어나서 곤욕스럽긴 했지만, 일단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설렁설렁 준비할 수는 없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부터 정하기 시작했다.

“몇 명이나 초대해야 할까?"

“저번 팬 미팅 때 10명을 초대했었으니까. 최소한 그것보다는 많아야 하지 않을까요?"

"흐음..….”

나는 지난번 팬 미팅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개인적으로는 딱 10명 정도가 초대받은 사람들과 서로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너무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서 괜찮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오연우의 생각은 좀 다른 듯했다.

"솔직히 저번에 10명에 못 뽑혀서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았거든요. 이번에는 최대한 많이 초대해 드리고 싶은데. 형은 어떠세요?"

"그것도 그렇긴 하네."

확실히 신청했던 사람들에 비해 초대받았던 사람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오죽했으면 많은 돈을 주고 초대권을 구매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였으니.

오연우에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 나는 최대한 많은 분을 초대할 생각으로 계획을 짜보기 시작했다.

"30명 정도?"

"에엑? 30명밖에 초대 안 하시게요? 저희는 100명도 상관없는데.”

내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피렌느가 불쑥 튀어나와 대답했다.

100명을 초대해도 괜찮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마을에 사는 엘프가 100명이 안 되는데, 손님으로 100명이나 초대한다고요?”

“헤헤. 그렇긴 하네요. 그러면 50명?"

"50명이라..….”

100 명 만큼 비현실적이지는 않아도,

50명이라는 숫자 역시 적지 않게 느껴졌다.

고민을 하는 나와는 다르게 오연우는 50명을 초대하는 데에 찬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저는 괜찮을 것 같은데요. 물론 마을의 엘프분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겠지만요.”

“저도 준비하는 거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오연우와 피렌느는 일찌감치 찬성 의사를 드러냈다.

나는 말 없이 조용히 듣고 있던

시르엘에게 의견을 구했다.

“시르엘은 어떻게 생각해요?"

"으음. 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시간만 충분하다면 50명의 손님 정도는 충분히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마을의 엘프분들이 너무 힘들어하시지 않을까요?"

“물론 준비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거기다 세진 님이 초대한 손님이라면 모두 기쁜 마음으로 준비해 줄 거에요."

차분한 말을 끝으로 싱긋 웃는 시르엘.

그녀의 모습에 나는 걱정은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겨났다.

"좋아요. 그럼 초대하는 인원은 50 명으로 하죠."

가장 중요했던 초대 인원이 정해지자 나머지 사항은 쉽게 정해지기 시작했다.

“지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뽑아야 하지? 그냥 저번처럼 우리가 대충 뽑으면 되나?"

“이번에는 뽑는 걸 라이브 방송으로 확실하게 보여드리죠. 저번에도 인원을 고르는 과정에서도 문제를 제기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오연우는 골치가 아팠던 지난 팬 미팅 준비 때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많은 사람이 지원하는 일이다 보니 문제도 많았고 불만도 많았었다.

귀찮기는 해도 오연우의 말처럼 확실히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너튜브 채널 게시판을 통해 공지하고 지난번처럼 지원을 받되, 추첨 과정은 라이브 방송으로 모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 외에 일정과 세부적인 계획은 시르엘과 피렌느를 통해 마을의 엘프들과 함께 협의해 나가도록 결정했다.

"방금 채널 게시판에 공지 올렸어요.

헉! 벌써 지원하는 사람이 100 명이 넘었는데요?"

오연우는 노트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지원자 숫자를 확인하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옆에 붙어서 그걸 구경하던 피렌느는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으으. 벌써 기대된다. 뭘 하면 초대받은 분들이 재미있어할까?"

벌써 신난 그녀의 모습을 나와 시르엘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엘프 마을로 외부인을 초대한다는 계획이 엘프들에게 알려졌다.

가장 걱정을 했던 장로회에서는 생각보다 굉장히 쉽게 허락이 떨어졌다.

그들은 나에게 아주 짧은 전언만 보냈을 뿐이었다.

-새로운 엘프 마을의 전세진 장로에게 이 모든 일의 권한을 넘기겠다.

한마디로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말이었다.

나중에 이 상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듣기로는.

오르트 장로와 루나르엘이 적극적으로 이 계획에 찬성하며 다른 장로들을 설득했고, 다른 장로들 역시 최근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터라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외부인이 마을에 방문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와 대비를 신경 써 달라는 당부가 덧붙여 있을 뿐이었다.

한편 새로운 엘프 마을의 구성원들 역시 이번 계획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미 새로운 세상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전해 듣고, 간접적인 체험을 해본 엘프들이었기에 걱정보다는 피렌느와 비슷하게 기대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예외적으로 엘디르만 많은 걱정을 했는데.

“혹시 무기를 숨겨서 들어오면 어떻게 합니까?"

“사전에 철저한 검문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50명…… 최소한 10명의 경비대원을 준비시켜 놓겠습니다.”

그는 마치 적을 맞이하는 것처럼 신경을 날카로웠고, 그런 엘디르를 진정시키기 위해 가장 많은 설명을 해줘야 했다.

초대받은 50명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거란 것과 애초에 무기를 가져오는 사람도 없을 거란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그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고.

외부인들이 마을을 구경하는 내내 엘디르가 붙어 있는 것으로 이야기는 대충 정리되었다.

이렇게 엘프들이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동안.

나와 오연우도 바쁘게 여러가지 준비를 이어나갔다.

저번 팬 미팅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엘프 마을의 초대도 엄청나게 많은 관심을 이끌었다.

그 결과 참가 신청을 받는다는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의 지원이 쏟아졌다.

딱 3일 동안 지원을 받았는데 수 천에 가까운 숫자가 신청을 해왔다. 최대한 많이 초대해 보겠다고 생각했지만, 신청자와 비교해 50명이라는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다.

"허어…… 이러면 저번 팬 미팅 때 신청했던 사람보다 훨씬 많네.”

"그러게요."

“이번에도 불만이 엄청 쏟아지겠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그렇다고 이 많은 사람을 다 불러올 수도 없는 일이니."

초대받지 못할 많은 사람이 실망할 거라는 사실이 안타까웠지만, 오연우의 말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와 오연우는 마음을 다지고, 50명의 초대 인원을 정하기 위해 신청한 사람들을 차례대로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신청이 완료되고, 미리 공지했던 초대 인원을 정하는 날짜가 되었다.

갖가지 논란을 없어기 위해, 오연우가 건의했던 대로 무작위 추첨을 라이브 방송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라이브 방송에는 나와 오연우 그리고 피렌느가 엘프 대표로 참석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옷! 피렌느 님이 출연했다!

-아아아. 매일 칙칙한 연우 PD랑

균숙자만 나올 때보다 훨씬 좋다.

-언니 너무 예뻐욧!!

피렌느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창의 반응을 보고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헤헤.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저희 마을에 오실 준비하고 계시죠? 저도 설레는 마음으로 여러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제발 초대해 주세요! 정말 언제든지 가겠습니다!

-으아. 제발! 제발! 저번 팬 미팅 때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꼭!!

-10 명보다는 늘었지만 50명도 너무 적은 것 같다. 조금만 더 초대해 주지…….

-경쟁률 대충 봐도 100:1 가까울 것 같음.

이미 워낙 신청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 추첨을 진행하지도 않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었다.

그런 반응이 아쉽기는 했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시청자들에게 추첨 과정을 먼저 설명했다.

“일단 오늘 방송은 후원을 막아놨습니다. 그리고 라이브 방송하는 동안 추첨 종료와 동시에 방송도 종료 될 예정이고, 너튜브 게시판에 당첨된 신청자분들을 정리해서 올려드리겠습니다."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자세한 과정 설명과 더불어 주의사항도 잊지 않았다.

“참고로 당첨이 되고 난 이후에 보내드리는 초대권을 타인에게 양도하시면 안 됩니다. 당연히 돈을 받고 판매하시는 것도 안 되고요. 적발될 시에는 곧바로 초대권을 취소할 방침이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좋은 기회를 왜 돈 받고 파는 지 모르겠네.

-솔직히 파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되기는 하지만, 누군가 돈 받고 판다고 하면 약간 솔깃할 것 같기는 하다.

-ㅇㅈ

추첨 과정과 주의사항 설명을 끝내고, 나와 오연우는 곧바로 추첨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여기 신청자들을 차례대로 정리해

번호를 부여해 놨습니다. 그리고 임의의 숫자를 뽑아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딱 50분을 이 자리에서 선정하겠습니다."

-으으. 떨린다. 떨려!

-제발 걸려라. 제발!

추첨을 진행하는 우리도. 방송에 참여해 채팅을 치고 있는 시청자들도 긴장한 상태.

"자. 그럼 첫 번째로 엘프 마을에 초대받을 분은...…”

첫 번째로 숫자가 정해짐과 동시에 해당 숫자 번호에 지정된 신청자의 정보가 띄워졌다.

"'냠냐미'라는 아이디를 사용하시는 강X환 님."

-우오옷! 내가 첫 번째로 당첨되다니!!!

-ㅊㅊㅊㅊ

-ㅊㅊ

-으으. 부럽다. 얼마나 좋을까?

첫 번째에 이어서 계속 추첨을 이어나갔다.

“두 번째는 '상어맛아이스크림' 아이디에 신X인 님.”

"그리고 '일년동안야근' 정X현 님."

"......"

"......"

빠르게 진행한 덕분에 1시간이 넘지 않는 시간이 걸려 50명의 초대 인원을 모두 정할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당첨자들은 채팅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꼭 참석할게요!

-올초 운세에 큰 행운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네.

-벌써 너무 기대된다. 가면 퓨이도 만날 수 있겠죠?

한편 당첨되지 못한 대다수 사람은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아아. 이번에도 또 탈락인가?

-좀만 더 뽑아줘요 ㅜㅜㅜㅜ

-나만 맨날 운 없어 진짜 ㅜㅜ

"당첨되신 분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방금 당첨되신 분들은 보내주신 연락처로 개별 연락 드릴 거고요. 답신이 없거나, 잘못된 연락처일 경우 초대가 취소될 수 있으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당첨되지 못하신 분들도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테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또 기회가 있겠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음을 기약해야겠네.

-제발 다음에는 인원 좀 늘려주세요.

그렇게 많은 사람의 아쉬움과 몇몇 사람의 기쁨을 남긴 채, 추첨 방송은 종료되었다.

저번 팬 미팅 때와는 다르게 철저하게 준비한 덕인지.

초대권을 보내는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예정했던 계획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꿈에 그리며

기다리던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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