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185화 (185/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85화

61. 불타오르는 너튜브(3)

-팬 미팅?!

-진짜? 진짜로 퓨이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거야?

팬 미팅.

유명한 연예인이나, 인기 많은 운동선수가 응원해 주는 팬들과 직접 만나고 교류를 하는 이벤트.

최근에는 너튜브에서도 많은 유명 인사가 나오면서 너튜브 출연자가 팬 미팅을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균숙자네 퓨이' 채널에서도 초창기에 퓨이가 등장했을 때부터 꼭 한 번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고, 이런 요청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하지만 균열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묶여 있던 아이들이다 보니, 팬 미팅같이 특수한 이벤트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최근에 균열을 벗어나 저쪽 세상으로도 넘어갈 수 있게 되었고, 최근에 채널 운영에 소홀했던 점에서 오연우가 제시한 팬 미팅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흥분한 사람들이 미친 듯이 채팅창을 올려대자, 살짝 당황한 오연우가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꺼냈다.

“아직 완벽하게 계획이 다 정해진 건 아닙니다. 많은 분을 모시려면 장소도 구해야 하고, 아직 날짜도 정해진 게 아니라서."

-몇 명까지 갈 수 있나요?

-가면 퓨이를 직접 만져보는 거 가능?

-혹시 티아 공주님과 이엘의 노래를 라이브로 해주실 수 있나요?

-으아아. 빨리 날짜 말해줘. 그날 회사고 뭐고 무조건 쉴 테니까!!

오연우의 노력이 무색하게 채팅창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나는 일단 폭주하는 질문들과 반응을 넘기면서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한 계획은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방금 연우 PD가 말한 대로 최대한 많은 분과 만날 수 있는 팬 미팅을 진행할 생각인데. 아직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조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뭔데요?

-??

“사실 오늘 라이브 방송에서 정말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 두 번째 계획입니다. 팬 미팅이라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고,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분 중에 몇 분을 뽑아서 집으로 초대를 할 생각입니다."

-??????

-초대?

-그럼 두 번째 계획이 팬 미팅보다도 더 좋은 거잖아.

-어...... 이거 실화냐? 정말로 영상 속에 나오는 저곳에 가볼 수 있다고?

이어지는 내 계획에 사람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 진짜로 이곳으로 모셔서 아이들과 언덕으로 소풍도 가고, 같이 놀다가 맛있는 저녁도 대접해 드릴 생각입니다."

채팅창에는 벌써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상상에 빠져들어 모두 행복한 꿈을 꾸는 듯했다.

하지만..….

“대신 집이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라서. 너무 많은 분을 초대하기는 힘들고, 딱 열분, 열 분만 이곳으로 모실 계획입니다."

- 열 명??

-아니. 너무 적은 거 아니에요? 열 명이라니.

-으헝헝. 균숙자님. 좀만 더 늘려 주세요.

초대받을 수 있는 인원의 숫자가 알려지자 채팅창에는 너무 적다는 반응으로 도배되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많은 분이 초대되면 생각했던 계획을 함께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딱 열 분. 더 늘릴 생각은 없습니다."

- 아아아......

-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간다.

꼭 가고 말 거야!

-균숙자님, 열 명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그냥 무작위로? 아니면 지원 면접이라도 보는 건가?

내 단호한 대답에 사람들은 아쉬워 하면서도 어떻게든 초대 인원에 들기 위해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일단 간단히 생각한 계획을 말씀드리면, 아침에 일찍 약속 장소에서 이곳으로 넘어와 아이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면서 만남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언덕으로 소풍을 떠날 겁니다."

한참 그날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낚시하는아저씨 ₩1,000 후원]

-혹시 초대받으면 호수에서 낚시 가능합니까?

"아. 낚시! 혹시 초대받으신 분중에 호수에서 낚시를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따로 일정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아마 요리 대결 때 등장했던 낚시꾼 아재가 도와주실 수 있을 겁니다."

[낚시하는아저씨 ₩10,000 후원]

-오케이, 콜!

낚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채팅창에는 은근히 많은 낚시꾼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언덕에서 점심을 먹은 뒤에는 여러 가지 이벤트들이 있을 겁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설명해 드리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재미있게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지난 요리 대결에 두 주인공. 유현성 주방장님과 콜린 셰프님이 직접

준비해 주시는 저녁 식사가 있을 겁니다. 두 분께서 무조건 참여해 요리를 만들어 주시겠다고 이미 약속을 받아놨습니다."

-일정 미쳤다. 나 벌써 군침 도는데.

-아아아. 일정만 들어도 미치도록 가고 싶다.

-두 분 가게에서 모두 요리 먹어 봤는데. 진짜 엄청 맛있음.

"저녁 식사 뒤에는 간단한 기념사진 촬영과 기념품 증정을 끝으로 일정을 종료할 예정입니다."

[mingming2 ₩1,000 후원]

-그래서 제일 중요한 그 열 명은 어떻게 선정할 건데요?

[너튜브지박령 ₩1,000 후원]

- 저 지금 취준생인데, 스펙 개쩝니다. 지원서 받아서 스펙으로 결정합시다.

[SY Lee ₩1,000 후원]

-이 정도면 경쟁률 엄청날 것 같은데. 공정하게 뽑으려면 시험이라도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낚시하는아저씨 ₩1,000 후원]

-초대권 열 장 걸고, 경매 진행합시다. 지금 은행에 적금 통장 깨러 갈 겁니다.

-미친. 저 아저씨 진짜 돈으로 해결할 기세네.

-근데 나도 돈을 써서라도 가고 싶긴 하다. 하필 월급 받은 지 얼마 안 돼서 통장이 좀 빵빵하거든.

초대를 받을 열 명을 선정하는 방식에 있어서, 채팅창과 후원으로 수많은 의견이 쏟아졌다.

"일단 연우 PD와 의견을 나눠본 결과, 채널 구독자분들에게 신청을 받아서 무작위로 뽑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조만간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 공지가 올라갈 텐데. 거기에 일정을 확인해 주시고 신청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무작위로 뽑는 게 제일 공정하지.

-제발!! 앞으로 재수 없어도 좋으니까. 여기에 내 모든 행운을 쏟고 싶다.

-나는 이런 거 절대 당첨 안 되던데ㅜㅜ

-경쟁률 엄청나겠지? 오늘부터 새벽기도 들어간다.

초대 인원 선정에 대해서 대충 이 야기가 정리될 때쯤.

-삐이이익!! 삐이이익!!

어디선가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세이가 깨어났구나.'

방송에 들어가기 전에 내 품에서 잠든 것을 확인하고 침대에 올려두었었는데, 일어나자마자 나와 퓨이가 주변에 없으니 저렇게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워낙 큰 소리라 울음소리는 그대로 마이크를 통해 방송으로 흘러나갔다.

갑자기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시청 자들은 어리둥절한 반응들.

-이거 무슨 소리래?

-이렇게 크게 들릴 정도면 집에서 들리는 것 같은데.

-우리 집에서 키우는 새가 낯선 사람 보면 저렇게 움 ㅋㅋㅋ

-진짜 새소리인가?

한편.

세이가 내는 울음소리라는 것을 바로 깨달은 퓨이는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이 몸을 들썩거렸다. 아마도 내 허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퓨이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여 줬고, 퓨이는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곧 바로 방송 화면에서 사라져 세이를 돌보러 뛰쳐나갔다.

-퓨이 어디 감?

-엄청 급하게 가던데. 저 울음소리 때문인가?

사람들이 울음소리와 퓨이의 이상한 행동에 의문을 표하는 동안. 나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

"크흠. 지금도 아주 많은 분이 방송 봐주고 계시는데,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이렇게 일찍 가요?

-좀만 더 방송해 주지.

-오늘 방송은 좀 짧네요.

-ㅂㅂ

“아까 말씀드린 이벤트는 연우 PD 가 잘 정리해서 공지사항으로 올려 드릴 테니. 많은 분이 신청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신청하면 안 돼!

-솔직히 오늘 방송 본 사람들. 어디에 떠들고 다니지 말자. 괜히 경쟁률만 올라가.

-그래. 조용히 우리끼리만 신청하자.

-망했네. 지금 커뮤니티에 글 올라 왔음.

-아. 진짜 어떤 색휘가 퍼뜨리고 다니는 거야. 경쟁률만 올라가겠네.

벌써 예민해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짧은 라이브 방송은 종료됐다. 오연우가 방송 뒷정리를 하는 사이.

나와 아이들은 아직도 서러운 듯 울고 있는 세이에게로 달려갔다.

***

라이브 방송을 통해 초대 이벤트를 공개한 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의 신청이 쏟아졌다.

나와 오연우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뜨거운 반응이었다.

거기다 신청을 하기 위해 구독을 신청하는 사람도 덩달아 늘어서.

한동안 신경을 쓰지 못해 주춤했던 채널의 성장세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신청 기간이 끝나고.

오연우가 만든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신청자 중에서 무작위로 10명의 사람을 선별했다.

- 꺄아아악!! 나 뽑힘. 오늘 문자 왔음. 메일이나 휴대폰 메시지로 그 날 참석할 수 있는지 확정해 달래.

-나도 뽑혔음. 아직도 얼떨떨함. 오늘 저녁에 그날 입을 옷 쇼핑하러 나갈 예정임. ㅎㅎ

-ㅊㅊ

-으아앙 ㅜㅜ 나만 운 없어!!!

-솔직히 예상은 했지만. 떨어지니까 씁쓸하네.

-균숙자님. 제발 2차 이벤트도 있다고 해줘요.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뽑힌 사람들의 인증이 이어지면서.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되었다.

뽑힌 10명의 사람에게는 개별적으로 연락을 보내, 그날 일정에 다 참여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지던 중.

게시판을 이용하는 구독자의 제보를 통해 굉장히 불미스러운 정황이 포착되었다.

-지금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퓨이네 균숙자' 채널 이벤트 초대권이라고 올라왔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는데. 채널 운영자님께서 한번 확인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이 제보를 가장 먼저 확인한 오연우는 제보한 중고거래 사이트를 찾아 사실을 확인했는데.

구독자가 제보한 대로 정말 이벤트 내용의 게시물이 초대권을 판다는 존재했다.

그것도 하나의 게시물이 발견된 것이 아니라 다수.

오연우와 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해당 사이트에 게시물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고.

채널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이런 판매 게시물을 발견하면 절대 구매하지 말고, 채널에 제보해 달라는 공지글을 작성해야 했다.

초대권을 판다는 대부분의 게시물이 초대받지도 못했으면서 거짓으로 초대권을 팔고 있었는데.

충격적이게도 한 판매자는 진짜로 우리에게 초대를 받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수많은 중복 신청을 통해 초대권을 2장이나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당장 그 초대권 두 장을 박탈하려 했지만, 일이 복잡하게도 그 짧은 시간에 누가 초대권 한장을 돈을 주고 사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초대권을 구입하는 금액으로 500만 원이나 지급한 상황.

초대권을 판매한 판매자는 오히려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아니. 내가 받은 초대권인데. 내가 팔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 초대권을 산 사람도 돈 주고 갈수 있으니까 서로 좋은 거 아니에요?

나와 오연우는 초대권 판매자의 뻔뻔한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확실히 법을 어긴 것도 아니니 초대권을 취소하는 것밖에는 해결책이 없었다.

문제는 500만 원을 주고 초대권을

구매하신 분인데.

오히려 그분은 우리와 연락을 통해

정중하게 사과 인사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참여해 보고 싶은 마음에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돈을 지급했습니다. 정말 '균숙자네 퓨이' 채널을 좋아하는 구독자인데 폐를 끼치고 말았네요.”

그는 목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굉장히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바람에 나와 오연우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우리는 사전에 제대로 공지를 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하고.

500만 원을 주고 초대권을 구입한

구매자를 이벤트에 초대하기로 했다.

취소한 2장의 초대권의 주인은 다시 정하기로 채널 게시판을 통해 공지했다.

이번에는 라이브 방송으로 이벤트를 발표한 뒤에 구독을 신청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벤트 참여자를 선정했다.

이렇게 우여곡절이 조금 있었지만.

이벤트를 함께할 11명의 인원 선정이 완료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망의 이벤트 날 아침이 밝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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