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균열에 산다 184화
61. 불타오르는 너튜브(2)
'균숙자네 퓨이' 채널에는 아주 오랜만에 정식으로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채널 구독자 여러분들, 연우 PD입니다.
-내일 오후 5시. 아주 오랜만에 균숙자님과 함께하는 라이브 방송이 있을 예정입니다.
-중요한 이벤트에 대한 발표도 있을 예정이니, 많은 분께서 라이브 방송에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올라오는 라이브 방송 공지에 곧바로 사람들의 반응이 달렸다.
-오오! 라이브 방송!!
-드디어 균숙자님 돌아오셨나? 최근에 새로운 컨텐츠 영상이 안 올라와서 굉장히 심심했는데.
-어휴. 나는 지지난 주부터 모렛 조각 영상만 올라오길래, ASMR 채널로 전환한 줄 알았음.
-ㅋㅋㅋㅋㅋ
-중요 이벤트가 뭔지는 모르겠고. 빨리 내일이 와서 귀여운 아이들 얼굴이나 봤으면 좋겠네. 예전 영상 재탕하는 것도 지겹다.
채널의 많은 구독자가 오랜만의 라이브 방송을 환영하면서도, 최근에 부실하게 올라왔던 영상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그중에 몇몇은 아주 강한 비판과 함께 악의적인 험담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도 공백기 동안 내내 기다렸던 사람이 더 많았던 탓인지. 라이브 방송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
채널에 공지했던 라이브 방송 시간.
미리 방송 준비를 끝마친 오연우가
마지막 점검을 했고, 나는 오랜만의 라이브 방송이라 들떠있는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형, 이제 방송 시작할게요."
"알았어."
오연우가 방송을 시작하자 테이블 위에 올려둔 노트북에 나와 아이들의 모습이 비쳤다.
오랜만에 라이브 방송이라 약간 어색함이 느껴졌지만, 적응할 겨를도 없이 많은 사람이 라이브 방송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1등인가
-ㅎㅇ
-너무 오랜만이에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착석!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모두 오랜만입니다."
"안녕!"
"안녕하세요."
"퓨이!"
“후모!"
내 인사를 시작으로 티아, 이엘, 퓨이, 모렛까지.
시작하자마자 방송을 찾아준 많은 사람에게 인사를 전했다.
아주 오랫동안 너튜브 채널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와 아이들을 기억해주고 라이브 방송을 찾아와 줬다는 사실에 약간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방송 화면, 음향을 확인하면서 간단한 근황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놨다.
-뭐 하시느라고 이렇게 늦게 돌아오신 거예요?
-정말로 채널 망하는 줄.
원망 섞인 사람들의 반응에 나는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일이 바빠서. 하고 있던 일을 조금 확장하느라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균숙자님, 너튜브가 본업 아니었음?
-아님. 예전에도 본업이 따로 있다고 밝히셨음.
-채널을 이 정도 키우셨으면 본업으로 삼으셔도 되지 않습니까?
[딩딩딩 ₩5,000원 후원]
-균숙자님. 앞으로 영상 광고도 꾸준히 보고. 재탕, 삼탕까지 돌릴 테니까 너튜브에 올인하시면 안될까요?
“딩딩딩님 5,000 원 후원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본업도 함께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쉽게 그만둘 수가 없네요. 대신 최대한 너튜브에도 신경쓸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액귀액귀 ₩1,000원 후원]
-오랜만에 저 대신 퓨이 천 원어치 쓰다듬어 주세요.
[강선웅 ₩5,000원 후원]
-그래서 중요 이벤트는 뭡니까?
[kim0714 ₩5,000 후원]
-혹시 저번에 못 먹어봤던 엘프차 이벤트 한 번 더?
[지나가는김씨 ₩2,500원 후원]
- 아이들 어떻게 지냈는지 말 좀 해줘요.
쏟아지는 사람들의 질문에 여느 때처럼 오연우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아. 이벤트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알려드릴 거고요. 아무래도 아이들 이야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본격적인 방송에 앞서 한 명씩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게요.”
가장 먼저 티아가 화면 중앙에 나섰다.
"안녕! 오랜만이야."
-티아 공주님!!!
-민티단은 영원하다!
-공주님과 이엘님의 노래 '숲속 이야기' 매일 듣고 있습니다. 제발 신곡 자비 좀...
오연우는 자연스럽게 인터뷰처럼 티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티아 공주님. 한동안 영상을 만들지 못한 사이에 무슨 일을 하셨나요?"
“으음. 그냥 평소처럼 지냈어. 근데 여기 있는 사람이 너무 바빠서 우리랑 많이 안 놀아줘서 조금 심심했어."
-아니! 티아 공주님을 심심하게
만들다니!!
-균숙자님은 반성하세요.
“다른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특별한 일? 최근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서…… 아! 이건 말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티아는 오연우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답하려다.
아차 하는 표정과 함께 내 눈치를 보며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뭐야? 뭐야?
-새로운 식구? 아. 균숙자 또 시작이네.
-뭐 숨기는 게 있는 건가.
채팅창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오연우는 황급히 티아와 이야기를 마치고, 퓨이를 화면 중앙으로 데려왔다.
"자! 이제는 퓨이와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퓨이!"
-꺄악! 퓨이 등장!
-짜릿해 늘 새로워 귀여운 게 최고야.
-퓨이 넘 오랜만이다 ㅜㅜ
다행히 채팅창의 이상한 분위기는 퓨이의 귀여움으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퓨이는 최근에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퓨이. 퓨이."
미리 준비해 둔 스케치북에 글씨를 빠르게 적어 화면에 들어 보였다.
[최근에 스승님께 마법을 배웠어요.]
−???
-으응? 마법?
스케치북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채팅창에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퓨이는 사람들의 반응을 의식했는지 곧바로 스케치북을 놓고 마법을 사용해 보였다.
“퓨우우우. 퓨이!"
-화르륵!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퓨이의 꼬리 끝에서는 환하게 불타오르는 불덩이가 생겨났고.
직접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이거 CG 아니지? 진짜로 퓨이가
마법을 사용한 거지?
-뭐야, 슬라임이 원래 마법을 쓸 수 있나?
-예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퓨이는 인생 2회차 슬라임이라니까.
"퓨이!"
스승님께 직접 배운 마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사실이 즐거운지, 퓨이는 방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음으로는 모렛.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최근까지 영상에 나왔었죠."
“후모!”
-최근 동영상 최대주주.
-ASMR 영상계의 신성!
-모렛 작업 영상은 이제 그만……
“모렛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후모. 후모.”
모렛의 질문은 내가 나서서 대신 대답했다.
"모렛은 최근에 수제 맥주를 만드느라, 바빴어요."
"아아, 수제 맥주. 저도 먹어봤는데 정말 대단했죠. 진짜 맥줏집에서 사 먹는 것보다 맛있었어요."
“후모!"
직접 그 수제 맥주를 맛봤던 오연우는 감탄을 터뜨렸고, 모렛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제 맥주?
-아, 또 술 생각나게 만드네.
- 먹어보고 싶다. 모렛이 만든 수제 맥주.
“지금 방송을 시청하고 계신 분중에도 맛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은데. 맥주가 좀 남아있나요?"
“지금은 남아있는 게 없어요. 자주 방문하시는 분 중에 귀신같은 분이 계셔서……”
“후모……”
"아아, 그분?"
모렛은 텅텅 비어버린 맥주 창고를
생각해냈는지 풀이 죽은 표정을 했다.
“그래도 모렛이 다시 맥주를 만들고 있으니. 금방 맥주 창고를 채울 수 있을 겁니다."
“네. 다음에 완성되면 지금 시청하고 계신 분들도 한 번 맛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이엘의 차례네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긴 귀를 파르르 떨면서, 화면에 엘프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아유. 이엘은 왜 이렇게 계속 예뻐지는 거야.
-보기만 해도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엘이 등장하자마자 화면이 환해지는 것 같은 분위기에 채팅창도 덩달아 훈훈해졌다.
“이엘은 최근에 어떻게 지냈죠?"
"어....… 저도 비슷해요. 최근까지 아빠가 바빠서, 함께 많은 시간을 못 보내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아빠???
-방금 이엘이 균숙자님을 보고 아빠라고 한 거 맞지? 오빠라고 한 거 아니지?
-오빠라고 불러도 좀 위험한 상황이긴 한데. 갑자기 아빠? 설마 균숙자
네 이놈?!?!
나에 대한 이엘의 전혀 달라진 호칭에 채팅창은 수많은 물음표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아. 이걸 놓치고 있었구나.'
아르엘이 세상을 떠나고, 이엘이 힘들어하는 동안에는 방송을 자제했기 때문에, 지금 이엘이 어떤 상황인지 시청자들에게 알린 적이 없었다.
이엘이 아빠라고 부르는 상황이 나에게는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시청자들은 처음 이 상황을 겪은 덕분에 채팅창은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 오연우를 시켜 간식을 가져온다는 핑계로 잠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이엘에게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 나갔다.
“.…… 이렇게 해서 이엘이 저를 아빠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혹시 보시는 시청자분들께서는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아...... 그런 사정이......
-ㅠㅠㅠㅠㅠ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엘은 이제 괜찮나요? 우리 이엘 불쌍해서 어떻게 해.
[mingming2 ₩10,000 후원]
-아까 채팅창에 개소리해서 죄송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정을 이해한 많은 사람이 늦었지만, 아르엘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갑자기 슬퍼지는 채팅창 분위기에, 나는 일부러 최대한 밝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엘은 이제 괜찮습니다. 방송에 함께 나올 정도로 괜찮아졌으니까, 여러분들도 평소처럼 즐겁게 방송 봐주시고 응원해주세요."
-ㅇㅇㅇㅇㅇㅇㅇ
-알았어. 우리만 믿으라구.
-야. 진짜 선 넘지 마라.
-일부러 눈치 없는 채팅 치는 새끼들은 평생 재수 없을 거다.
“네. 그럼 여러분만 믿겠습니다.”
잠시 후.
밝은 표정을 한 아이들이 간식과 함께 화면으로 복귀했다.
시청자들은 내가 부탁했던 대로 평소와 같은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아이들을 맞아줬다.
오연우는 잠시 시청자 숫자를 확인 하더니 슬쩍 나에게 눈빛을 보냈다.
"자. 이제 어느 정도 시청자분들도 모인 것 같고, 슬슬 미리 공지드렸던 내용에 대해서 말해볼까 합니다.”
-이벤트?
-어떤 이벤트 일지. 두근두근! 콩닥콩닥!
-오랜만에 복귀하는 이벤트인데. 뭔가 깜짝 놀랄 만한 게 나오겠죠? 기대하고 있습니다.
- 나는 엘프 차만 줘도 행복할 듯. 제발 엘프 차 이벤트 한 번만 더 해줘요.
사람들은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며 채팅창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이번에 꽤 오랫동안 너튜브 채널을 신경 쓰지 못했는데. 많은 분이 아직 저희를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셔서 조금 감동했습니다.”
-크흠. 뭘 쑥스럽게.
-우리끼리 창피하게.
내가 진지하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자 오히려 시청자들이 쑥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보답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분이 원해왔던 이벤트를 하려고 합니다.”
- ???
-뭐야! 빨리 말해줘. 나 숨넘어간다!!
-그 이벤트는…... 60초 후에 발표
하겠습니다.
귀엽게 느껴지는 채팅창 반응을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음에 내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에 채팅창은 폭발적인 기세로 글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여러분과 저희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 팬 미팅을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