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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181화 (181/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81화

60. 예상치 못한 결과(2)

-쩌적. 툭. 툭.

커다란 드레이크 알에 금이 점점 퍼져나가더니. 마치 붕괴하는 건물처럼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금방 타원형의 알 형태를 무너뜨리고, 수많은 껍질의 파편만 바닥에 쌓여갔다.

알 안에서는 끈적하고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왔고, 약간 비릿한 향기가 났다. 그리고.

바닥에 쌓인 파편들 아래에서 뭔가 꿈틀꿈틀 움직임을 보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움직임에 나와 퓨이는 잔뜩 긴장하고 그 움직임을 주시했다.

정체불명의 존재는 몇 번 움직임을

보이더니.

-들썩 들썩.

-삐이이. 삐이익.

알의 파편 아래에서 애처로운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는 듯한 소리였다.

"퓨이! 퓨이!"

가장 먼저 퓨이가 그 울음소리에 반응해 알의 파편을 향해 뛰쳐나갔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퓨이의 뒤를 따랐다.

-삐이익. 삐익.

“퓨이, 퓨이."

나와 퓨이가 재빨리 알의 파편을 걷어내자.

그 아래에는 새하얀 몸체의 새끼

드레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알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크기였다.

비록 괴수지만.

생명 탄생의 현장을 목격한 나는 기이한 흥분감과 생명의 신비함을 엿본 것 같은 희열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연약한 새끼 드레이크의 울음소리 덕분에 오래가지 못했다.

-삐익. 삐익.

나는 울음소리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녀석의 몸을 들어 올렸다.

단단하고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우리에게 강력한 불을 내뿜던 드레이크와는 달리.

이 새끼 드레이크는 말랑말랑한 피부를 가지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연약했다.

-삐이익. 삐익……

점점 힘을 잃어가는 울음소리.

이런 쪽에 전혀 지식은 없어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품 안에 이 녀석은 지금 죽어가는 중이었다.

'어떻게 하지? 동물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그런데 새끼 괴수도 동물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나?'

당황한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는 사이, 퓨이가 꼬리로 내 다리를 잡아당기며 소리를 냈다.

"퓨이! 퓨이!"

"으응? 이 녀석을 보여달라고?”

"퓨이!"

나는 일단 퓨이의 요구대로 몸을 낮춰 품 안의 새끼 드레이크를 퓨이에게 내보였다.

퓨이는 새끼 드레이크에게 바짝 다가서더니 직접 드레이크를 핥아주기 시작했다.

아직 투명한 점액질에 휩싸여 있던 녀석은 퓨이 덕분에 깔끔해졌다.

퓨이의 노력 덕분일까?

시종일관 불안한 울음소리를 내던 녀석은 처음으로 편안한 모습으로 가만히 퓨이의 보살핌을 받았다.

"허허……”

나는 내 품속에서 이루어지는 신기한 상황에 가만히 허탈한 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새끼 드레이크의 불안하고 애처로운 울음소리는 멈췄지만.

녀석은 아직도 몸을 벌벌 떨면서

꿈틀거렸다.

“이 녀석. 추워서 그런 건가?”

내가 느끼기에는 서늘한 정도인 새벽공기.

지금 막 태어난 새끼 드레이크에게는 이 정도 온도도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녀석을 품 안에 안고, 급히 퓨이와 함께 집 안으로 돌아갔다.

일단 깨끗하고 포근한 담요를 몇 장 가져와 녀석을 감싸줬다.

그래도 녀석은 부족한지 계속 몸을 벌벌 떨었다.

퓨이는 새끼 드레이크를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알을 부화시켰을 때와

마찬가지로 꼬리 끝에서 뜨거운 불덩이를 만들어냈다.

-화륵!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자 드레이크의 떨림이 조금 잦아들었다.

이 모습을 본 나와 퓨이는 기뻐하며, 서로 번갈아 불덩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나와 퓨이가 불덩이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둘 다 금방 탈진해 더는 열기를 만들어 낼 수 없었다.

- 삐이이…...

새끼 드레이크는 불규칙한 숨을 헐떡이면서, 마지막으로 쥐어짜내듯 울음소리를 냈다.

이제는 몸을 떨지도 않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축 늘어져 버렸다.

죽어가는 새끼 드레이크를 보면서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퓨이 역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내 팔을 잡아당겼다.

“퓨이, 퓨이."

"으으음. 어떻게 해야지."

급박한 상황에 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나는 뭔가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며 품 안의 새끼

드레이크를 바라보다가, 결심한 표정으로 장착한 아티팩트를 열어 마정석을 꺼냈다.

그리고 집어 든 마정석에 집중해 불꽃의 문양을 반응시키기 시작했다.

단순히 마정석에 문양을 새기는 작업이 아니라, 말 그대로 마정석의 마력을 직접적으로 문양에 반응시켰다.

아주 오래전 처음 문양의 힘을 발견했을 때, 섣불리 이런 행동을 했다가 크게 위험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 다시 그 행동을 시작했다.

-우우웅!

마정석의 마력이 진동음과 함께 불꽃의 문양(Nar)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고.

곧이어 내 손에 쥐어진 마정석에서 진한 불꽃의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손에 화상을 입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마력을 컨트롤 하면서, 새끼 드레이크가 불꽃의 마력을 받을 수 있게 조절했다.

-삐이익. 삐익!

녀석은 뜨거운 기운에 금방 반응을 보이며 조금씩 기운을 되찾았다.

뜨거운 기운을 느끼며 손안의 마정석을 컨트롤하느라 진땀을 빼면서도. 품 안에서 느껴지는 녀석의 움직임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퓨이도 조금 안심했는지 편안한 모습으로 내 곁에 앉아 새끼 드레이크를 살폈다.

직접 뜨거운 기운을 만들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정석의 마력이 금방 소모되었다. 아티팩트를 많이 사용한 탓에 마정석에는 남아 있던 마력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삐익! 삐익!

뜨거운 기운이 사라지자 드레이크는 다시 울음을 내기 시작했다.

마치 어미 새에게 먹이를 재촉하는 아기 새와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방에서 마력이 가득한 마정석 하나를 다시 꺼내왔다.

그 마정석으로 새끼 드레이크에게 다시 열기를 전해주자, 녀석은 편안히 내 품에 몸을 맡기고 고롱거리기 시작했다.

-그르르릉. 그르르릉.

"허헛. 이 녀석 봐라.”

"퓨이! 퓨이!"

애교를 부리는 것 같은 녀석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살짝 어이가 없으면서도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퓨이도 그 모습이 신기한지 옆에서 따라 웃었다.

이제는 많이 안정된 것 같은 새끼 드레이크.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한결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편안해진 새끼 드레이크의 모습에 긴장이 풀렸는지, 조금씩 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새벽에 뛰어나왔던 상황에, 긴 시간 마정석의 마력을 컨트롤 하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상황을 유지한 지 몇 시간쯤 흘렀을 때.

나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살짝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 결과.

마정석에 가득한 마력들이 자제력을 잃고 폭주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나는.

심상치 않은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 번쩍 정신을 되찾았다.

거의 본능적으로 다시 마력의 흐름을 원래대로 되돌리려 집중했다.

완전히 폭주하는 상황은 겨우 막았지만, 이미 마정석 내부의 상황은 엄청난 마력이 날뛰는 상황.

“이런 미친……”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욕을 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 규칙마저 잊어버리고 험한 말을 내뱉을 정도로 상황이 매우 급했다.

당황하는 내 모습에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퓨이도 일어나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퓨이는 살짝 멍한 눈으로 주위를 살피더니 금방이라도 폭주할 것 같은 마정석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휘익. 툭!

"어엇! 퓨이야! 안돼!"

퓨이는 갑자기 꼬리를 움직여 내 손에 있던 마정석을 집어 들더니.

-덥석!

곧바로 그 마정석을 입속으로 집어 넣었다.

나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혼비백산한 표정을 하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퓨이야. 큰일 나. 뱉어야 해. 얼른!"

“우물우물. 퓨우우우."

퓨이는 마치 맛있는 알사탕이라도 먹는 것처럼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마정석을 우물거렸다.

아. 물론 굉장히 귀여운 모습이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빵빵한 퓨이의 볼을 붙잡고 얼른 입속에서 마정석을 빼내려 노력했다.

"퓨이야! 안돼! 진짜 큰일 난다고.”

"퓨이?"

"어…… 어?!"

내가 억지로 퓨이의 입을 열었을 때는 이미 입안에서 마정석이 사라진 뒤였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 삐이익. 삐이익.

그 사이.

소란으로 인해 방치되어 있던 새끼

드레이크가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련의 상황들로 내가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울음소리에 반응한 퓨이가 곧바로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퓨우우……”

퓨이의 몸에서 아까 마정석이 뿜어내던 불꽃의 기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컨트롤 할 때 보다 더욱 안정적이고 강렬한 기운이었다.

새끼 드레이크는 퓨이가 내뿜는 기운에 반응에 몸을 꿈틀거렸고, 퓨이는 정말 제 자식을 품듯이 녀석을 꼬옥 끌어안았다.

“퓨우우, 퓨우우."

-그르르릉. 그르르릉.

슬라임과 새끼 드레이크가 내뱉은 편안한 숨소리에 터질 듯 긴장했던 내 마음이 스르륵 녹아내렸다.

"하아아.…… 나도 모르겠다.”

나는 둘을 같이 담요에 감싸 안아 들고, 소파에 기대앉아 조용히 잠이 들었다.

***

-네엣? 드레이크 알을 팔지 못할 것 같다고요?

“네. 그렇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율희 씨."

드레이크 알을 팔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서율희는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 아아. 벌써 계약까지 다 끝마쳤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그게 율희씨."

아쉬움이 가득한 서율희의 질문에 나는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시선을 움직여 다정한 두 존재로 향했다.

"퓨이! 퓨이!"

-뀨우우우. 뀨웃!

퓨이의 옆에 착 달라붙어 애교를 떨고 있는 새끼 드레이크.

저 귀여운 모습을 보고 그 누가 광폭한 드레이크의 자식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너무 귀엽다. 얘는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후모, 후모.”

“용이니까 이름에 용이 들어가면 좋지 않을까요?”

지금 아이들의 관심도 온통 새끼 드레이크에게로 향해 있었다.

아.

물론 나도 저 작고 귀여운 생명체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릴 때가 있기도 하지만.

-세진 씨? 세진 씨?

"아.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말했었죠?"

-정말 무슨 일 있나요? 드레이크의 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어요.

걱정이 잔뜩 들어간 그녀의 물음에 나는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사진으로 보내 드릴게요."

-네?

서율희는 사진으로 보내준다는 말에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퓨이와 새끼 드레이크가 아 주 귀엽게 찍힌 사진을 그녀에게 보내주자.

-흠흠. 일단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알겠어요.

“네. 그렇게 됐습니다."

-그리고 위험한 요소가 있을지도 모르니, 부길드장의 권한으로 당장 직접 살펴봐야 할 것 같네요.

약간은 궁색한 변명과 함께 직접 새끼 드레이크를 살피겠다는 그녀.

나는 대충 그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렇게 하세요."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통화가 종료되고.

나는 사이좋게 붙어 있는 새끼 드레이크와 퓨이를 바라보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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