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179화 (179/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79화

59. 길드의 첫걸음(5)

- 신생 길드 아르킨(Arquen) 길드가 드레이크를 잡아냈다!

- 길드가 창단된 지 반년, 아니,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길드가, 그것도 첫 번째 도전에서 큰 부상자 없이 해냈다!

- 새로운 전설의 시작? 업계 관계자들 모두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중.

우리가 바위산 둥지 균열에서 드레이크를 잡아냈다는 소식은 정말 금방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사실 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뜨거웠지만, 목격담과 증언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거대한 드레이크를 직접 해체하느라 개고생한 길드원들이 피로에 지쳐 해산하고 각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인터넷에는 이미 인터넷 기사가 올라오는 중이었다.

- 이거 진짜임?

- ㄹㅇ 오피셜임. 업계 관계자들은 벌써 다 확인함.

- 길드의 첫 균열 시도에서 드레이크를 잡을 수 있다고? 길드원들을 어떻게 짰길래?

이미 각성자 커뮤니티에서도 아르킨길드의 소식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듣기로는 오성 길드에서 탈퇴한 인원들이 포함되어 있다던데?

-에이. 그럼 경력자들이 모여서 만든 길드니까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네.

- 위에 댓글 단 놈 멍청이냐? 드레이크가 와이번이랑 비슷한 줄 아는 새끼네?

-새롭게 사람이 모이면 다시 합을 맞추고, 각자의 역할을 조율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거기다 첫 시도에 사상자 없이 드레이크를 잡아냈다? 말도 안 되는 일임.

아르킨 길드가 워낙 믿기 힘든 일을 해낸 탓에.

일각에서는 꽤 그럴듯한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거 거대 길드에서 의도적으로 밀어주는 거 아님? 왜 그놈들 문어발식 운영하려고 몰래 작은 길드 만들어서 밀어주고 그러잖음.

-이게 맞는 말이지. 듣보 신생 길드가 갑자기 드레이크를 잡는 게 말이 되냐?

-그건 아닌 것 같음. 미래그룹 쪽이랑 연관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차라리 미래 그룹 쪽이 더 설득력 있지 않음?

-오오. 그럼 미래 그룹도 드디어 자체적으로 길드를 만드는 건가?

-미래 그룹이 후원해 주는 길드면, 완전 대박인 길드네? X발. 나도 가입할래.

인터넷에서는 진실과 거짓이 복잡하게 뒤얽혀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그 결과.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아르킨 길드에 관한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그것도 하루 이틀 사이에 벌어진 현상.

이렇게 세상이 혜성처럼 등장한 신생 길드에 이목이 쏠려 있을 때. 이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르킨 길드의 사람들은 시체 처리 작업의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각자의 집에 쓰러져 있었다.

***

조용한 카페에 나란히 앉아 있는 나와 서율희.

둘 다 깔끔한 차림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으음.”

“세진 씨. 너무 표정이 굳어 있는 데. 긴장 좀 푸세요."

서율희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모습을 지적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한 손을 들어 얼굴을 매만졌다.

"그런가요? 이런 일은 처음이다 보니.”

“앞으로 계속 생길 수 있는 일이에요. 길드장을 하기로 하셨으면 각오 단단히 하셔야 할거예요."

“어휴……”

앞으로 계속 있을 거란 이야기에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내 한숨 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안경을 쓴 여성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서율희 조장님, 아차! 이제는 부길드장님이시죠."

“네. 오랜만에 뵙네요. 이지윤 기자님.”

이지윤 기자라 불린 여성은 서율희와 꽤 친분이 두터운지, 아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혹시 이쪽에 계신 분이...…?"

“네. 맞아요. 제가 몸담은 아르킨 길드의 길드장님이세요."

“아아. 처음 인사드릴게요. 각성자 관련 잡지에 기사를 올리고 있는 이지윤 기자라고 합니다. 뵙게 돼서 영광이에요."

“반갑습니다. 아르킨 길드의 길드장, 전세진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나와 인사를 나누며 능숙하게 품속에서 명함을 꺼내 내게 내밀었고, 나는 어색하게 새로 만든 명함 한 장을 꺼내 그녀와 교환했다.

“아유, 정말 감사해요. 이렇게 취재에 응해주셔서. 아무래도 인터뷰 요청한 곳이 정말 많았을 텐데."

“아뇨. 괜찮습니다. 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잘 모르는 게 많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호호호.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부탁하는 모양새로 나오자 이지윤 기자는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확실히 프로 기자다 보니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진지하고 꼼꼼한

질문이 이어졌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에 균열에 들어갔던 인원이 9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신생 길드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적은 인원인데. 혹시 적은 인원을 유지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길드 인원에 대한 질문에서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원래 생각하고 있던 것을 진솔하게 대답했다.

"딱히 인원을 적게 유지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원래 길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가깝고 믿을 만한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서."

“그럼 앞으로 인원을 늘리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벌써 인터넷에는 아르킨 길드에 가입하고 싶다는 각성자들로 넘쳐나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만, 인원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녀는 꼼꼼하게 질문을 던지면서 내가 말하는 내용을 엄청나게 빠른 타자 속도로 노트북에 기록했다.

“많은 분이 신생 길드에서 어떻게 드레이크를 잡을 수 있었는지 궁금해 하시는데. 비결이 있다면 알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때 드레이크와의 전투 상황을 조금 상세하게 묘사 해 주신다면?"

"으음.”

드레이크를 잡을 수 있는 비결을 질문에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사실 9명이라는 인원으로 드레이크를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첫 번째로 골렘의 활약.

두 번째로는 아주머니의 생각보다 뛰어났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둘 다 인터뷰에 대답하기 어려운 화제라는 점이었다.

골렘은 아직 많은 사람에게 밝히기에는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고, 아주머니는 과거에 티머시 증후군을 앓다가 완치되었다는 점에서 언론에 노출된다면 귀찮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나는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대답을 내놓았다.

“음. 가장 큰 비결은 여기 있는 서율희 부길드장의 철저한 준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길드에 있을 때부터 많은 경험을 쌓았고, 또 그 경험을 살려서 이번 균열에서도 큰 활약을 해줬던 것 같습니다."

가장 무난한 서율희를 이용해 이지윤 기자의 질문에 대답을 해줬다.

서율희도 내 대답이 무난하다고 생각했는지 내 쪽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반면 이지윤 기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무난하면서 지루한 대답이어서 조금은 실망한 눈치였다. 그래도 최대한 겉으로 티를 내지 않으며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이건 조금 실례가 될 수 있는 질문인데. 제 개인적으로도 엄청 궁금한 부분이라서, 혹시 괜찮으시면 두 분께 한 번 여쭤봐도 될까요?"

이지윤은 약간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와 서율희를 바라봤다.

“네. 괜찮습니다.”

“저도 상관없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답하기 곤란하시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혹시 두 분의 관계가 단순히 길드장과 부길드장의 관계가 아니라 좀 더 긴밀한 관계인가요?"

"......?"

"......"

처음에 나는 그녀가 던진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서율희는 단박에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인터뷰 내내 침착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서율희 씨는 오성 길드에서 나온 이유가 아르킨 길드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어서요. 근데 오성 길드에 계실 때부터 두 분이 꽤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아..….”

“업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으음…… 두 분이 연인 관계가 아닌지?"

나는 한발 늦게 질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곁눈질로 옆자리의 서율희를 슬쩍 살피니,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나는 괜한 오해를 일으켜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진지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제가 서율희 씨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연인 관계라는 소문은 헛소문입니다."

"아. 그런가요?"

이지윤은 오히려 칼 같은 내 태도가 의심된다는 눈길을 보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말을 이어나갔다.

“네. 거기다 저는 이미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

"예?"

내가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밝히자 뜬금없이 옆에 있던 서율희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세진 씨?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으시다고요?"

“어…… 네. 그런데요?”

“저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셨잖아요?"

"예??"

마치 서운한 일을 당한 것 같은 그녀의 태도에, 이번에는 내가 당황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는 눈앞에 이지윤 기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표정 관리를 했다.

그녀는 이미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와 서율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흠. 아무튼, 그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

“네. 길드장님의 말씀은 잘 들었어요. 민감한 질문이었는데 대답해 주셔서 감사해요."

***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릴게요.”

"아뇨. 원래는 길드 건물로 모셨어야 했는데, 다음에 길드 건물이 다 정리되면 한번 초대하겠습니다.”

“어머,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길드장님. 율희 씨도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네. 기자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이지윤 기자는 기사가 완성되면 다시 연락해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먼저 떠나갔다.

“.......”

“.......”

그녀가 떠난 뒤, 단둘이 서 있는 나와 서율희 사이에는 왠지 모를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뭐라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서율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아 씨죠?"

"예?"

“지금 만나고 계시는 분. 신지아 씨 맞죠?"

“......."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무언의 긍정을 표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서율희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으음.”

나도 눈치가 있어서 대충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는 이해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는 대책이 서지 않았다.

계속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다가.

이번에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아직 포기 안 할 거예요."

"......"

“물론 길드 일을 함께하기 불편할 정도로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을게요. 대신 그 외에는 제 마음대로 할 거니까. 각오하고 있으세요.”

"쩝......."

서율희는 당당하게 선전포고를 하고 먼저 걸어나갔다.

나는 거침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한발 늦게 그녀를 뒤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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