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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172화 (172/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72화

58. 만들다(2)

"안녕! 얘들아."

“안녕하세요.”

"퓨이!"

정씨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도착하자 아이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마중을 나갔다.

“세진아, 이거 받아라. 집들이 선물이다."

"에엑! 이건 뭐에요?"

“공기 청정기 하나 사 왔다. 이쪽 공기가 숲보다 훨씬 안 좋은데 공기 청정기라도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휴지나 한 통 사주시지 뭘 이런 것까지......”

"이놈아, 애들 때문에 사 온 거니까. 신경 쓰지 마라."

확실히 아이들이 이쪽 세상으로 넘 어왔을 때, 이쪽의 공기가 숲속의 깨끗한 공기에 비해서 너무 혼탁해 힘들어하기도 했다.

공기 청정기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아저씨가 이렇게 집들이 선물로 사 오니 부담스러우면서도 굉장히 고마웠다.

아저씨는 내가 꾸물거리자 직접 공기 청정기를 설치하기 위해 나섰고,

아이들은 새로운 물건을 보면서 호기심을 드러냈다.

“아저씨. 이거 뭐에요?"

"여기 공기가 숲속에 있던 것처럼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기계야."

"와! 정말요?"

"퓨이!"

질이 좋지 않은 공기 때문에 가장

힘들어했던 이엘이 눈을 반짝이며 공기 청정기를 바라봤다.

"하하. 당연히 진짜지. 어때? 아저씨 대단하지?"

"네. 최고예요!"

"퓨이! 퓨이!"

“으하하하!”

아이들이 기뻐하는 반응을 보며 아저씨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본 아주머니는 약간 민망한 듯 중얼거렸다.

“저 사람도 참. 갈수록 어린애 같아진다니까."

“하하하.”

“그보다 세진아. 나보고 음식 준비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네. 매번 너무 신세만 지는 것 같아서. 그리고 이번에는 단출하게 하려고요."

“그렇게 생각 안 해도 되는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고."

“다음에 부탁드릴 일이 있으면 그 때 꼭 부탁드릴게요."

"약속했다?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는 거야."

아주머니는 이번 집들이에도 음식을 준비하지 못한 것을 내심 아쉬워 하셨지만.

다음에는 부탁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웃으며 넘어갔다.

아저씨가 설치를 끝내고 공기 청정 기를 가동하자, 친절한 안내음과 함께 바람이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정말 숲속 공기처럼 상쾌한 바람이라며, 신나서 공기 청정기 주변을 막 뛰어다녔다.

내가 봤을 때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 아이들의 분위기를 망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 정씨 남매도 도착하고, 창고에서 수제 맥주를 잔뜩 꺼내온 임진혁과 모렛도 집에 도착했다.

신지아도 초대했었는데 내가 부탁한 골렘 부품 제작과 연구소 일로 매우 바빠서 참석할 수 없다고,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몇 번이고 보냈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오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아쉬웠다.

오연우는 여자친구와 짧은 여행을 떠난 상태라 아쉽게도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저번에 여자친구를 빼놓고 놀이동산을 다녀온 후폭풍이라나 뭐라나. 위에 두 사람을 제외한 집들이에 초대된 사람들은 모두 모인 것 같았다.

"조금 이르지만, 저녁 주문할까요? 모일 사람들은 다 모인 것 같은데."

"아! 잠깐만. 세진아. 좀만 기다려 봐.”

"......?"

“내가 오성 길드 사람들도 좀 불렀거든."

"네? 서율희 씨랑 그분들요?”

내가 당황하는 모습에도 아저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집들이에 집주인 모르게 손님을 초대하는 게 어딨어요?"

내가 불퉁한 표정을 지으니 아저씨는 마치 애들 달래는 것처럼 나를 달래줬다.

"괜찮아. 어차피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균열에서 전투도 함께 한 사이인데."

“그렇긴 한데……”

진짜로 이사를 한 것도 아니고, 집들이의 의미보다는 새집에서 작은 모임을 하는 정도로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음식을 준비하기보다는 배달 음식만 시켜놓고 소소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쩝. 그분들까지 오는데 배달 음식만 시켜놔도 될지 모르겠네요.”

“그럼 지금이라도 내가 음식 준비 할까?"

내 염려스러운 말에 아주머니가 눈을 빛내며 당장이라도 주방으로 뛰쳐들어갈 것 같은 모습을 보이셨다.

“당신은 가만히 있어. 세진아, 걱정하지 마. 그것도 다 이야기해 놨으니까. 그냥 원래 하려던 대로 진행하면 돼."

아저씨는 다 괜찮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나는 조금 찜찜하기는 했지만 편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저씨의 말대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이미 저번에 집에 한 번 초대한 경험도 있으니.

시간이 조금 지나고.

-띵동!

오성 길드의 인원들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율희 씨.”

나는 서율희를 필두로 윤동현, 김유미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세 사람 모두 손에는 각자가 준비한 집들이 선물이 들려 있었다.

세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와 미리 도착해 있던 사람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각자 준비한 선물들을 나에게 전했는데.

서율희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도자기 식기 세트를 준비해 왔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선물이라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윤동현은 저번에 약속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자신이 만든 수제 맥주와 예쁜 벽시계를 사 왔다.

아저씨와 모렛이 눈을 빛낸 것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었다.

김유미는 아주 예쁜 수정 구슬에 조명이 흘러나오는 오르골과 아이들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내게 건넸다.

영롱한 수정 구슬에 태엽을 감으면

감성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오르골은 단박에 아이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이렇게 세 사람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받은 뒤에 바로 저녁 식사를 주문했다.

“먹고 싶은 거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치킨!"

“생선 초밥 어때요?"

"피자! 스파게티!"

“형, 족발이랑 보쌈이요."

나는 자유분방한 사람들의 의견을 최대한 총합해서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고, 사람들은 거실에 모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음식들을 즐기기 시작했다.

“언니, 이것 봐요. 숲속 공기가 흘러나오는 물건이에요."

“어머. 그래? 이엘은 이게 마음에 드니?"

“네. 정말 좋아요."

이엘은 서율희에게 오늘 설치한 공기 청정기를 보여주며 자랑을 했고, 서율희는 그런 이엘이 너무 귀엽다는 표정을 지었다.

"와. 이거 정말 제대로 만들어졌는 데요? 다음에 또 만드실 때 저도 한번 불러주시죠."

"그럴까요?"

"후모!"

윤동현과 임진혁 그리고 모렛은 서로 가져온 수제 맥주를 조금씩 맛보며 진지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물론 아저씨는 옆에 붙어서 몰래 맥주를 빼먹었다.

아주머니와 아윤은 벌써 배가 부른지 티아와 이를 각자 무릎 위에 올려두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중이었고.

의외로 김유미와 선우가 이야기가 잘 통하는지 서로 즐겁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대충 배달 음식만 준비한 자리라 조금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모두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각자 즐겁게 지내고 있을 때.

-띵동!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뭐지? 아직 배달음식이 도착 안 한게 있나?'

정체 모를 방문객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제가 나가볼게요.”

나는 대충 슬리퍼를 신고 현관문으로 나가 손님을 확인했다.

"......."

그리고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 잠시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뭐하냐. 냉큼 문을 열지 않고.”

“……어떻게 오신 거예요?"

"왜? 그냥 돌아갈까?"

“아, 아뇨. 들어오세요."

내가 대문을 열자 강유환 회장은 빙긋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엇. 강 형님. 왜 이렇게 늦게 오셨습니까?"

“허허. 나 같은 늙은이가 일찍 와서 뭐하겠나. 젊은 사람들끼리 노는 게 좋지."

“허!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죠.”

아저씨는 반갑게 강유환 회장과 인사를 나누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를 해주기 시작했다.

“이분은 강유환 형님.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인데, 여기 세진이랑 인연이 깊은 분이시지."

이미 아이들과 임진혁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처음 얼굴을 보는 사이였는데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가 흘러갔다.

서율희만 약간 미심쩍은 표정으로 강유환 회장을 살필 뿐, 나머지는 아저씨의 소개대로 그냥 평범한 사장님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강유환 회장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손에 선물을 한가득 가지고 왔는데.

거의 다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이미 저번에도 이런 선물들로 점수를 딴 적이 있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강유환 회장의 선물을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거 가지고 재미있게 놀아라.”

그는 아이들의 감사 인사에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아주머니와 정씨 남매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 갔고.

거실에는 나와 아저씨, 임진혁, 오성 길드 사람들과 강유환 회장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남은 인원들 사이에서는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면서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도 뭔가 이상한 분위기의 흐름을 눈치채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 하나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와중에 아저씨가 헛기침과 함께 먼저 입을 열었다.

"크흠. 이제 다 모인 것 같으니까. 본격적으로 오늘 모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네?”

이해하지 못할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는 아저씨의 모습에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세진아. 사실은 오늘 우리가 여기에 모인 건 집들이 때문이 아니야."

"그게 무슨……?"

그때, 김유미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그래도 집들이 선물은 정말로 고민해서 고른...… 아앗! 왜 그래요, 부조장님."

살짝 눈치 없는 김유미의 개입은 옆에 있던 윤동현에 의해 차단되고. 이번에는 서율희가 입을 열었다.

"세진 씨."

"......"

“얼마 전에 저를 포함해 여기 있는

두 사람도 오성 길드에서 탈퇴했어요.”

"......?!"

“정말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기로 정했어요. 여기 있는 두 사람도 물론 마찬가지고요."

나는 서율희의 발언에 깜짝 놀라다가 점점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감을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가장 큰 원인으로 예상되는 사람.

아저씨에게로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너도 대충 눈치챈 것 같으니까 말할게. 사실 여기 모인 사람들 전부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있었어."

"설마 형도요?"

나는 조금 배신감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임진혁을 바라봤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미안해.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일이 이렇게 돼버렸네.”

“하하하.”

내가 넋 나간 듯 웃음을 흘리는 사이에도 아저씨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최근에 네가 너무 바빠서 이야기 할 타이밍을 못 잡았는데. 오늘 집들이 핑계로 이렇게 다 모여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

"하아. 말씀해 보세요."

아저씨는 잠시 주변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듯 눈빛을 마주치고, 마지막으로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우리는 길드를 만들기로 이미 합의를 했다. 개인적으로 복잡한 문제들도 다 해결했고, 남아 있는 것은 딱 하나."

"......"

"세진아. 네가 우리 길드를 이끌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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