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149화 (149/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49화

51. 요리 대결(4)

유현성이 만들어 낸 요리는 두 가지.

하나는 뽀얀 국물의 맑은탕 요리와 나머지 하나는 양념이 올려진 생선찜 요리였다.

-으어어. 나도 먹어보고 싶다.

-나 진짜 생선 요리 좋아하는데. 미치겠네.

-에휴. 나는 라면이나 끓여야지.

시청자들의 부러운 넘치는 반응과 함께.

요리를 맞이한 나는 먼저 숟가락으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맑은탕 국물을 떠먹어보았다.

-후. 후. 후릅.

“으음.”

분명 별다른 향신료나 양념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맑은탕에서는 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사골을 끓여낸 것처럼 진하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거기다 부가적으로 들어간 재료들이 생선 육수의 담백한 맛을 헤치지 않고,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줘서 그 감칠맛이 선명하게 입안에서 맴돌았다.

만족스럽게 맑은탕 국물을 맛본 뒤, 다음으로 젓가락을 들어 생선찜 요리로 향했다.

젓가락으로 살짝 생선찜을 집어 들었는데, 부들부들한 생선 살코기가 거부감없이 젓가락에 딸려왔다.

양념이 제대로 스며든 껍질부분과 살코기 부분을 동시에 집어 들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우물우물.

“와아…….”

생선찜을 입안에 넣고 씹자마자 저절로 터져 나오는 탄성.

적절하게 배어든 양념과 부들부들한 생선 살코기가 입안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껍질에서는 조금이라도 비린 맛이 날만한데.

생선으로 만든 요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비린 맛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짭조름하게 양념이 배어 있는 껍질 부분이 계속 젓가락질을 하게 만드는 중독적인 맛이었다.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의 맑은탕.

부들부들한 살코기와 맛깔나는 양념의 생선찜.

두 요리 모두 젓가락과 숟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심사위원님들아?

-너무 먹기만 하는데.

-얼마나 맛있으면…….

유현성의 요리를 받아든 심사위원 모두 음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손보미가 적절한 타이밍에 심사 진행을 시작했다.

“자. 충분히 요리를 맛보신 것 같으니. 낚시꾼 정대훈 님부터 음식의 시식 평을 들어보겠습니다.”

“…….”

“정대훈 님?”

대훈 아저씨는 앞에 놓인 요리들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진행하고 있던 손보미를 손짓으로 불렀다.

그녀는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아저씨의 손짓에 따라 가까이 다가갔다.

아저씨는 가까이 다가온 손보미의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뭐지? 음식이 뭐가 잘못됐나?

“아. 정대훈 님의 시식 평은 잠시 미루고. 티아 님과 이엘 님의 시식 평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방송의 화면이 움직여 티아와 이엘을 비추기 시작했다.

“두 분은 유현성 주방장님의 요리 어떠셨나요?”

“맛있어요.”

“맛있어.”

해맑게 웃으며 맛있다고 말하는 두 소녀의 시식 평에,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유현성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직설적이고 확실한 감상이긴 했지만, 두 소녀의 너무 짧고 단순한 감상에 손보미가 되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맛있다고 느끼셨나요?”

“으음. 생선 비린내도 안 나고. 양념도 맛있었어요.”

“나도 비린내가 안 나서 좋았는데. 살짝 심심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어.”

“그렇군요. 아! 두 분의 시식 평에 이어서 정대훈 님의 시식 평을 다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엘과 티아의 시식 평이 끝나고 다시 방송 화면은 아저씨를 비추기 시작했다.

화면에 잡힌 아저씨는 조금 전까지는 없던 종이컵으로 뭔가를 마시고 있었다.

-크으으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시원한 소리를 내뱉는 아저씨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이게 어떤 상황인지 단박에 이해했다.

-이거는 빼도 박도 못 하네.

-아저씨. 저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지었던 거야? ㅋㅋㅋ

-아아. 낚시꾼이면 저거 빠지면 안 되지. 아재가 잘 캐치했네.

-솔직히 저 맛있는 요리에 이슬이 빠질 수 있나?

“정대훈 님. 요리 어떠셨나요?”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또 낚시를 자주 다니면서 생선 요리도 많이 먹었는데. 지금 이 요리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오오. 조금만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신다면?”

“보통 생선으로 맑은 국물을 내려면 비린내를 잘 잡기가 힘든데, 이 요리에서는 비린내가 하나도 안 납니다. 거기다 국물에서 생선 육수 맛이 완전 제대로 느껴지고요.”

흥분한 아저씨는 멈추지 않고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 생선찜도 완벽합니다. 양념의 간도 적절하고, 생선 살도 적당히 부들부들하니 좋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의 요리를 집사람에게 두 번 미안한 맛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

-?

“아내에게 두 번 미안한 맛이요?”

“네. 이 맛있는 걸 혼자 먹어서 미안하고, 또 이 음식 때문에 오늘 술을 참기 힘들 것 같아서 미안해지는. 그런 맛입니다.”

-캬아!

-낚시꾼 아재 표현력 무엇?

-이 와중에 집사람에게 점수를 따는 당신은 도대체.

-진짜 아재 대표라 할 만하다.

요리 못지않은 아저씨의 맛깔나는 표현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훈 아저씨의 극찬에 유현성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고, 반면 콜린은 여유롭던 표정에서 살짝 긴장한 기색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말 최고의 극찬이 나왔습니다. 정대훈 님의 시식 평이었고. 다음은 균숙자님과 퓨이님의 시식 평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방송 화면이 나와 퓨이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균숙자님 먼저 이야기 나눠볼까요? 유현성 주방장님의 요리, 어떠셨나요?”

손보미의 질문에 나는 미리 생각해 뒀던 감상을 이야기했다.

“으음. 저도 두 가지 요리. 너무 맛있게 먹었고요. 정말 저와 연우PD가 저번 영상에서 했던 행동을 다시 번 반성하게 만드는 요리인 것 같습니다.”

-끄덕끄덕.

-인정 또 인정.

내 시식 평이 끝나고 다음은 퓨이의 차례였다.

퓨이는 스케치북에 미리 적어놓은 시식 평을 들어 보였다.

“퓨이!”

[생선찜의 부드러운 생선 살과 양념의 조화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향신료나, 자극적인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깊은 생선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맑은 국물이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퓨이님까지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시식 평이었습니다. 그러면 바로 다음으로 콜린 셰프님의 요리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유현성의 요리가 대체로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와중에, 콜린이 준비한 요리를 맛볼 시간이 되었다.

앞서 유현성의 요리가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아 살짝 긴장한 기색을 보이던 콜린은, 어느새 여유로운 표정으로 심사위원들에게 직접 음식을 내놓기 시작했다.

콜린도 두 가지의 요리를 준비했는데.

하나는 생선살을 이용한 생선 스테이크, 또 하나는 생선 파스타였다.

-와아. 여기도 장난 아니네.

-생선 파스타 맛있으려나?

-다른 건 모르겠고. 생선 스테이크는 딱 봐도 대박이네. 개꿀맛일 듯.

요리가 방송 화면에 잡히자마자, 다시 채팅창은 기대감과 배고픔을 호소하는 글로 넘쳐 흘렀다.

나는 먼저 포크를 이용해 파스타의 면을 들어 한 입 먹어보았다.

‘으음?’

평소에 파스타를 많이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콜린이 준비한 파스타의 맛은 굉장히 신선했다.

파스타 역시 유현성의 요리와 마찬가지로 비린내는 하나도 나지 않았고, 오히려 파스타에 들어간 바질이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

생선의 맛있는 기름 맛이 파스타 면과 마늘, 버섯에 골고루 스며들어 전체적으로 풍미를 끌어올렸다.

기름지지만 절대 느끼하거나 거북하지 않고 담백하고 깔끔한 느낌이 들어 정말 좋았다.

파스타의 시식을 끝내고 다음으로 생선 스테이크.

칼과 포크를 이용해 스테이크를 자르니, 아주 부드럽게 생선살이 잘려나갔다.

달콤한 향이 올라오는 소스를 살짝 찍어 생선 스테이크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겉바! 속촉!

처음 씹을 때, 노릇하게 익혀진 생선 껍질 부분의 바삭한 식감이 느껴지고.

바로 뒤이어 안쪽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생선살 부분을 맛볼 수 있었다.

정말 돼지고기나 소고기 못지않은 기름진 육즙과 적절하게 익혀져 퍼석하지 않고 부드러운 생선 살.

거기다 새콤달콤한 소스 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가 이루어졌다.

“자. 이번에도 낚시꾼 정대훈 님부터 시식 평을 들어보겠습니다. 정대훈 님. 콜린 셰프님의 요리 어떠신가요?”

“으음. 솔직히 이런 파스타나 스테이크 요리를 거의 처음 먹어본 것이나 다름없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어떤 면에서 괜찮으셨나요?”

“아무래도 이런 음식을 보면 느끼하거나 기름지다는 편견이 있는데. 아재가 먹기에도 전혀 그런 느낌은 없고. 오히려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깔끔한 편이라 좋았습니다.”

아저씨의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는 시식 평이 나왔지만.

-아재 아까 음식이랑 다르게 텐션 어진 것 보소.

-확실히 낚시꾼 아재한테 파스타랑 스테이크는 안 어울리지.

-이건 어쩔 수가 없네.

아까 유현성의 요리와는 다르게 조금 점잖은 반응에 시청자들의 안타까운 채팅이 올라왔다.

아저씨의 시식 평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티아와 이엘의 시식 평으로 이어졌다.

“자. 다음으로는 티아 님과 이엘 님의 시식 평 들어보도록 할게요. 두 분. 콜린 셰프님의 요리 어떠셨나요?”

“정말 좋았어.”

“저도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아까 아저씨의 반응이 앞선 요리와 안 좋은 쪽으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면, 티아와 이엘은 좋은 쪽으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둘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음식의 감상을 재잘대기 시작했다.

“이 스테이크 요리의 소스가 새콤달콤하게 너무 좋았고. 파스타도 정말 맛있었어.”

“저도 생선으로 만든 요리 같지 않게 상큼한 맛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들뜬 표정으로 음식의 좋았던 점을 설명하는 귀여운 두 소녀.

요리를 만든 콜린뿐만 아니라,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 역시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짓게 했다.

-에구구. 애들 귀여운 것 좀 봐.

-저런 표정을 볼 수 있으면, 아무리 비싸도 매일 맛있는 음식 사줄 것 같다.

-아아. 나도 저런 딸이 있었으면.

-그래. 나는 못 먹어도 좋으니까. 티아랑 이엘은 맛있는 거 많이 먹어.

티아와 이엘의 기분 좋은 시식 평이 끝나고.

나와 퓨이의 시식 평으로 이어졌다.

“티아 님과 이엘 님은 콜린 셰프님의 요리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셨는데. 다음은 균숙자님과 퓨이님의 시식 평 들어보겠습니다.”

“으음. 저도 이탈리아 요리는 많이 못 먹어봤는데. 정말 한국 사람의 입맛에 거부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요리였습니다. 아까 한국 전통 이탈리안 요리를 보여준다고 하셨는데 전혀 빈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역시 한국 전통 이탈리안 셰프!

-콜린! 콜린!

다음으로 퓨이의 시식 평이 이어졌다.

“퓨이!”

[스테이크, 파스타 요리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

[스테이크는 알맞게 익혀져 부드러운 생선살과 육즙이 일품이었고,]

[파스타는 생선의 감칠맛이 전체적으로 알맞게 배어들어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퓨이님의 시식 평까지 들어봤습니다. 이것으로 두 요리사님이 준비한 요리를 모두 맛봤는데요. 이제 최종 심사만이 남아 있습니다.”

화면에는 유현성과 콜린의 모습이 잠시 비쳤다.

두 사람 모두 담담한 표정으로 마지막 결과를 기다리는 듯했다.

-솔직히 막상막하다.

-낚시꾼 아재는 누구 뽑을지 알 것 같은데.

-티아랑 이엘도 거의 결정 난 것 같고.

-두근두근!

“낚시꾼 정대훈 님이 한 표, 티아 님과 이엘 님이 한 표. 마지막으로 균숙자님과 퓨이님이 한 표. 이렇게 총 세 표로 최종 승부를 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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