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148화 (148/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48화

51. 요리 대결(3)

공지되었던 방송 시간에 맞춰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다.

방송이 열리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속속 채팅방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1등이닷.

-오오. 시작한다!

-라이브 방송 오랜만이네.

“안녕하세요. ‘균숙자네 퓨이’ 채널 구독자 여러분!”

화면에 처음 등장한 손보미의 모습이 보이자, 채팅창에 궁금증을 표하는 시청자가 늘어났다.

-누구?

-여기 균숙자 채널 아닌가?

-목소리도 좋고 예쁘다.

“저는 남자친구인 연우 PD를 위해 오늘 임시로 진행을 맡게 된 손보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오. 연우 PD 여자친구라고?

-연우 PD를 죽이자!

-맨날 하라는 영상편집은 안 하고 연애하느라 바빴구만.

-커플지옥! 솔로천국!

-보미 누나가 아깝다.

그녀의 소개와 함께 잠시 채팅창은 오연우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손보미는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반응에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진행을 계속 이어나갔다.

“지금 시청하고 계신 분들 오늘 뭐 하는 날인지는 다 아시죠?”

-천하제일 무술대회?

-전국노래자랑?

-쇼미더머니?

“오늘은 바로 균숙자 님이 개최하는 제1회 호수 물고기 요리 대회입니다. 먼저 오늘의 개최자이자 심사위원인 균숙자 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녀의 소개와 함께 화면에는 나와 내 품에 안김 퓨이를 비추기 시작했다.

“네. 반갑습니다. 균숙자입니다.”

“오늘 이렇게 요리 대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호수에서 가끔 고기를 잡아 먹방 영상을 찍었는데, 귀한 재료에 비해 저나 연우 PD의 실력이 너무 하찮아서 불편해하시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건 ㅇㅈ이지. 솔직히 재료가 너무 아까웠어.

-저번 영상에서 생선 살을 통째로 라면에 넣어버리는 걸 보고 내가 화딱지가 나서.

“그래서 오늘 우리 채널을 시청해주시는 분들에게 제대로 된 요리를 보여드리려고 이런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그렇군요.”

“아! 그리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정말 방송에 내보내지 못할 정도로 맛없는 음식은 저나 연우 PD의 입으로 짬 처리되니 아이들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대회의 개최자이신 균숙자 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이제 오늘 대회에 참가해주실 두 분의 요리사님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방송 화면은 이제 살짝 긴장한 표정의 유현성을 비추기 시작했다.

“자. 첫 번째로 고급 한정식 전문점을 운영하시고 직접 주방을 책임지고 계시는 유현성 주방장님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유현성이라고 합니다.”

“잠시 유현성 주방장님의 경력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손보미는 빠르게 유현성의 경력을 읽어나갔다.

한 번쯤은 들어본 유명 호텔들과 권위 있는 한식요리대회에서 대통령상 수상 경력까지.

-아니. 처음부터 끝판대장 등장하네.

-균숙자 채널 캐스팅 능력 실화냐?

“경력이 굉장히 화려하신데 오늘 이 대회에 참가하신 계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균숙자 채널에서 영상으로 새로운 재료를 보게 됐고, 직접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영상을 보셨다면 개인적으로 균숙자 님과 연우 PD의 요리 실력을 평가해주신다면?”

“으음. 요리사에게 식자재를 소중히 다루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두 분은 아직 그런 마음가짐이 부족한 것 같으니, 몇 개월 동안 식자재를 다듬는 잡일을 해보시는 게…….”

-ㅋㅋㅋㅋㅋㅋㅋㅋ

-균숙자, 연우 PD 잡일행 결정!

-다음 컨텐츠는 저분 밑에서 요리사의 마음가짐을 배우는 거로 해보죠.

-주방장님 진지해서 더 웃겨 ㅋㅋㅋㅋ

“네. 유현성 주방장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면 다음으로 두 번째 참가자,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오너셰프. 콜린 스미스입니다.”

이번에는 화면이 콜린을 비추기 시작하고. 그는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과장된 제스처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안녕하세요. 콜린 스미스입니다. 콜린이라고 불러주세요.”

-나 저 사람 요리 방송에서 나오던 사람 아님?

-와아! 저분이 여기에 출현하네. 실제로 레스토랑에서 본적있는데 엄청 유쾌하고 재미있음.

-한국말 무지 잘하네.

“콜린 셰프님도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SNS를 즐겨 하는데 최근에 균숙자 채널의 영상이 화제가 돼서 먼저 연락을 하게 됐어요.”

“한국말을 굉장히 잘하시는데, 한국에 오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미국에서 한국으로 온 지 7년 됐습니다. 가게를 오픈한 것은 5년 정도.”

“그럼 오늘 대회에 참가하는 각오 한 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유현성 셰프님도 대단한 경력의 실력자이지만. 절대 밀리지 않고 한국 전통의 이탈리안 요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미친 ㅋㅋㅋ 한국 전통 이탈리아 요리 ㅋㅋㅋ

-미국인이 한국식으로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 이 무슨 끔찍한 혼종인가?

-제사상에 피자, 파스타 올라갈 기세!!

“네에. 콜린 셰프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대회에 참가하시는 두 분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대회에 두 명 밖에 안 나오네.

-무조건 준우승은 확정?

-2등도 잘한 거야!

“다음으로 두 요리사분의 요리를 심사해주실 심사위원분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오늘 요리에 사용될 재료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신 낚시꾼 정대훈 님입니다.”

“반갑습니다. 정대훈이라고 합니다.”

“오늘 요리 대회에 사용할 물고기를 직접 잡으셨다고 들었는데. 평소에 이곳으로 자주 낚시하러 오시나요?”

“네. 자주옵니다. 제가 여기저기 낚시하러 많이 돌아다녔는데 여기만 한 곳이 없거든요.”

-으으. 부럽다. 나도 저기서 낚시하고 싶다!!

-아재요. 낚시썰 좀 풀어봐요.

“많은 시청자분이 부럽다는 반응이 많은데. 균숙자 님과는 어떤 관계 신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뭐. 세…… 저 친구는 제 아들이나 다름없죠. 가족만큼 가까운 사이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오늘 요리를 심사하시는 기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면?”

“제가 프로 낚시꾼은 아니지만. 전국의 수많은 아재 낚시꾼을 대변해서 낚시한 뒤에 먹었을 때 가장 어울릴 것 같은 요리에 높은 점수를 주겠습니다.”

-아재 유쾌한 것 보소.

-낚시꾼 아재 파이팅!

“네. 정대훈 님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요즘 굉장히 유명한 분들이죠. 티아 님과 이엘 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

티아와 이엘이 화면에 등장하자 주변이 화사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채팅창에 격렬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오오옷! 나왔다!

-티아! 티아!

-이엘! 이엘!

-꺄아아. 너무 귀여워. 너무 사랑스러워!

노래 발표 이후, 유명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실감하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등장하자마자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뜨거운데요. 혹시 오늘 두 분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요?”

“으음. 준비를 못 했는데…….”

“오늘 음식이 맛있으면 한 번 생각해볼게.”

이엘은 살짝 부담스러운지 라이브 요청에 말끝을 흐렸고, 티아는 당당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오늘 음식을 평가하시는 두 분의 기준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어…… 저는 그냥 맛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엘은 그냥 맛있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엘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이엘이 맛있으면 그게 정답이다!

“나는 공주의 품위와 우아함에 어울리는 요리였으면 좋겠어.”

-찬양하라. 티아 공주님!

-민티단은 영원하다!

-뭐야. 이 사람들. 무서워…….

“네. 귀여운 두 분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마지막 심사위원을 만나보실건데요. 균숙자 님과 퓨이 님입니다.”

마지막으로 나와 내 품에 안겨있는 퓨이가 화면에 잡혔다.

“균숙자 님의 이야기는 아까 들어봤으니까. 퓨이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퓨이!”

“퓨이 님이 또 너튜브에서 맛 평가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아아. 퓨이가 또 맛 평가 하나는 기가 막히지.

-맛 평가 맛집!

-세젤귀 퓨이!

“퓨이님의 맛 평가 기준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퓨이! 퓨이!”

퓨이는 내 품에서 벗어나.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된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슥슥슥.

-번쩍.

[깔끔한 재료의 손질, 적절한 조리 방법, 청결함은 기본!]

[오늘 주된 요리 재료의 맛을 얼마나 잘 살렸는가?]

[다른 재료와의 어울림이 완성도 높은가?]

“퓨이!”

퓨이는 어떤 위엄이 느껴지는 글귀들을 내보이며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엄격. 근엄. 진지!

-퓨이 진지한 것 봐. 근데 왤케 귀엽냐 ㅋㅋㅋ

-역시 퓨이는 다르다.

“네. 퓨이 심사위원님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잘 봤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본격적인 요리 대회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요리 재료 나와주세요.”

“후모!”

모렛이 자기보다 훨씬 큰 아이스박스를 가지고 뒤뚱거리면서 등장했다. 그리고 두 요리사에게 다가가 차례로 아이스박스 속 물고기를 건네주었다.

잡자마자 피를 빼서 신선하게 유지된 두 마리의 물고기였다.

각각의 물고기의 상태를 확인한 요리사들을 고개를 끄덕여 각자의 재료가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자. 지금부터 제1회 호수 물고기 요리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입니다.”

손보미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와 함께 두 명의 요리사는 신속하게 물고기의 손질을 시작했다.

화면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요리 장면을 비추기 시작했다.

-슥슥슥슥슥!

-슥슥슥슥슥!

숙련된 두 사람의 칼질이 물고기를 지나갈 때마다 요리에 불필요한 부분이 스르륵 잘려나갔고.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비늘, 아가미, 뼈가 제거되고 두툼한 생선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 역시 다르긴 다르다.

-속도 봐. 벌써 손질이 끝났어.

-저번에 균숙자랑 연우 PD는 진짜 이분들한테 혼나야 한다. 이렇게 좋은 요리 재료를…….

물고기의 손질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각자 준비한 재료 손질과 동시에 조리를 위한 불을 올리기 시작했다.

-팔팔팔!

-치이이익!

물이 끓고, 팬이 달궈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주변에는 침이 고이고, 코가 벌렁 이게 만드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 자리에 있는 심사위원, 진행자는 말할 것도 없었고, 화면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군침을 삼키기 시작했다.

-아아. 배고프다.

-너무 맛있겠다. 소리만 들어도 너무 맛있을 것 같아.

-내가 미쳤지.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시청자들은 고문이나 다름없는 화면 공격에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오연우는 그런 시청자들을 더욱 괴롭히려는 모양인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뛰면서 생생한 요리 과정을 실감 나게 전달했다.

거의 1시간이 빠르게 지났을 때쯤.

“끝났습니다.”

유현성이 음식을 완성하고, 그릇에 옮기는 것까지 끝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도 끝났어요.”

콜린 역시 요리를 완성했다.

“자! 두 요리사분 모두 1시간 이내에 요리를 끝마쳤습니다. 유현성 주방장님이 요리를 먼저 끝마치셨으니, 첫 번째로 심사위원분들의 시식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두구두구두구.

-기대된다.

-어떤 요리가 나올까?

유현성은 직접 요리가 담긴 쟁반을 들고 심사위원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와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접시들을 하나씩 올려놓았다.

은은하고 맛있는 냄새가 퍼져 나오자, 음식을 보기 전부터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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