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146화 (146/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46화

51. 요리 대결(1)

강유환 회장에게 치료제를 전달하고 집으로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실장에게서 회장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치료제의 대가는 아니지만, 소정의 수고비와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해 왔다.

나도 어린 시절에 받았던 은혜가 있기에 보상은 필요 없다고 했는데 비서실장은 전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조만간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말과 함께 통화는 종료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계좌에 많지 않다고 말하기 힘든 수고비가 입금되었다.

‘쩝. 스케일이 다르네.’

유일한 티머시 증후군의 치료제의 대가로는 그다지 큰 액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수고비로 받기에는 조금 과한 금액이었다.

아무튼.

그 뒤로는 평안한 일상이 계속되었다.

3개월 동안 나를 괴롭혔던 골렘의 핵 문제도 해결되었고, 위험했던 아주머니의 병도 치료해 줬다.

골렘 균열의 사원에서 얻은 최상급 마정석 광산, 새로 얻은 균열 관리자의 능력, 골렘의 핵과 이론서 등등.

해야 할 일은 대단히 많았지만, 모두 미뤄두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소소한 일상을 즐겼다.

“형. 예전에 약속한 거 안 잊어먹으셨죠?”

“아…….”

생각해 보니 미룰 수 없는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나는 다짜고짜 집으로 쳐들어와 생글생글 웃고 있는 오연우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는 연락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형이랑 같이 일한 지가 얼만데. 다 방법이 있죠. 한동안 바쁘셔서 영상 못 찍었으니까. 오늘은 영상 열심히 찍으실 거죠?”

“……으응.”

오연우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박력에 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최근에 골렘 균열과 치료제 문제로 굉장히 바빠서 너튜브 영상을 찍지 못했었는데.

다행히 이제는 채널 관리에 능숙해진 오연우가 비축했던 영상을 잘 풀어 공백이 없게 만들어줬다.

최근에는 모렛의 조각 영상이라던가, 티아와 이엘의 노래 영상이 채널의 인기를 끌고 있었다.

티아와 이엘은 저번에 제작했던 광고 음악으로 음원 1위까지 휩쓸면서, 본격적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까지는 티아와 이엘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가볍게 부르는 영상들을 업로드하는 정도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수많은 제작자와 연예 기획사의 연락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편 모렛의 조각 영상은 이전에 우리 가족의 나무 조각을 만든 뒤로 꾸준히 영상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요즘은 사람들에게 의뢰를 받아서 조각을 만들어주는 컨텐츠로 이어졌다.

신혼부부를 위한 조각, 부모님의 결혼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조각,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을 위한 조각 등등.

수없이 많은 조각 의뢰를 채널을 통해 보내면 모렛은 쉬지 않고 나무 조각을 만들어나갔다.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들어진 조각들은 무료로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채널 구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조각 영상들은 그 길이가 길어서 조회수는 아주 높지 않아도 매니아 층이 형성돼서 긴 영상도 끝까지 봐주는 구독자가 많았다.

이런 영상 컨텐츠 덕분에, 내가 바쁜 사이에 채널의 영상 업로드 휴식기가 없이 꾸준하게 영상이 업로드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영상을 찍을 건데?”

“흐음. 생각해 둔 게 몇 가지 있는데. 오랜만에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방이나 찍어볼까요?”

오연우는 호수 물고기 먹방을 제안했다.

낚시 영상은 별로 인기가 없어도, 직접 잡은 물고기 요리와 먹방은 꽤 인기가 많았다.

특히 우리 집 앞 호수에는 이쪽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물고기들 덕분에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다.

“괜찮지. 그럼 낚시 준비를 해볼까.”

* * *

낚시채비를 갖춘 나와 오연우는 호숫가로 향했다.

내가 낚시 장비를 세팅하는 사이 오연우는 촬영 장비를 셋팅 했고, 우리는 금방 호수에 낚싯줄을 드리웠다.

“오랜만에 낚시하는 것 같네.”

나는 오랜만에 하는 낚시의 설렘에 흐뭇한 표정으로 수면을 바라봤다.

“저는 도대체 무슨 재미로 낚시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는 거랑 다름없는 것 같은데.”

“그냥 하는 거지. 이렇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아무 생각 없이 찌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싹 비워지는 느낌이랄까.”

오연우는 벌써부터 지루한 표정으로 짓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낚시의 즐거움을 함께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이제 아주머니도 괜찮으니까. 다음에 대훈 아저씨랑 같이 낚시하러 와야겠다.’

아주머니의 몸 상태가 좋아진 덕분에 낚시하자고 부른다면 아저씨는 아마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오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오연우의 표정이 지루함을 넘어 고통스러움으로 변해갈 때쯤.

수면에 떠 있던 찌가 움찔하며 수면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낚싯대를 순간 낚아채듯이 들어 올렸다.

-턱!

“어엇?!”

바늘은 제대로 걸린 것 같았는데, 손에서 느껴지는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평소에는 느껴보지 못한 아주 묵직한 손맛이었다.

팽팽하게 이어진 낚싯줄과 부러질 듯 휘어진 낚싯대에 내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루한 얼굴을 하고 있던 오연우도 내 심상치 않은 모습에 반응했다.

“야! 보고만 있지 말고 같이 잡아봐!”

“어. 어. 알았어요.”

내 다급한 외침에 오연우도 낚싯대에 달라붙었다.

오연우까지 달라붙어서야 겨우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고, 조금씩 힘 싸움을 해가며 낚싯줄을 당겨왔다.

바늘에 걸린 이 엄청난 놈은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끈질기게 힘 싸움을 계속했다.

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낚싯줄을 감아올렸다.

정말 내 낚시 인생에 최고라고 부를만한 승부 끝에. 이 엄청난 놈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와!”

옆에서 지켜보던 오연우도 범상치 않은 녀석의 모습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나는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누르면서 조심스럽게 녀석을 물 밖으로 건져 올렸다.

거대한 몸집에 비늘에서 신비한 푸른빛이 맴도는 물고기였다.

“이거 한 1m는 되겠는데요?”

오연우는 거대한 녀석의 모습에 호들갑을 떨며 과장했다.

“1m는 절대 아니고, 한 80㎝ 정도는 되겠다.”

“으어. 원래 호수에서 이런 물고기가 잡히나? 이런 녀석들은 바다에서나 나오는 거 아닌가?”

물 밖으로 나왔는데도 꼬리 힘에 바닥이 팰 정도로 엄청난 힘을 보여주는 물고기.

오연우는 멍하니 녀석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촬영 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영상을 확인하러 달려갔다.

“캬! 형. 영상 제대로 찍혔어요.”

카메라의 되돌려본 오연우는 촬영된 영상이 마음에 드는지 엄지를 들어 보였다.

“연우야. 나 사진 한 장만 찍어줘라.”

나는 거대한 물고기의 꼬리를 잡아 들어 올리며 낚시 잡지 표지에 나올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오연우가 내 휴대폰을 받아 사진을 찍어줬고.

나는 그 사진을 바로 아저씨에게 전송했다.

-뭐야? 그거?

-네가 잡은 거야? 호수에서 잡았어?

-아오. 나랑 같이 갔어야지!

아저씨는 전송한 사진을 보자마자 엄청난 관심과 함께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는 그런 아저씨의 반응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형. 오늘은 이걸로 끝내도 될 거 같은데요.”

“그러게. 딱 한 마리 잡았는데 그걸 대박으로 잡았네.”

오늘 입질은 많이 보지 못했지만.

낚시 인생의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기분 좋게 장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고급 한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현성은 점심 영업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20년째 주방을 이끌어온 유현성은 그날따라 허무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해야 할까?

음식점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의 음식점은 정, 재계 유명 인사들이 자주 방문할 정도로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그는 요리사로서 심각한 권태를 느끼는 중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열심히 일하지만 뭔가 발전도 없고, 보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주방에서 요리를 만드는 기계가 된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몸의 피로보다 마음의 피로를 느끼며 멍하니 앉아 있는 그의 눈에 식당 직원 두 명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 저걸 저렇게 손질해 버리네.”

“아까워라. 재료가 아깝다. 재료가.”

“근데 신기하긴 하다. 저런 물고기가 호수에서 잡힐 수 있나?”

“이쪽 세계가 아니니까. 가능하겠지?”

흥미를 느낀 유현성은 조심스럽게 직원 두 명이 있는 쪽으로 다가섰다.

“뭘 그렇게 봐?”

“헉!”

“주방장님?!”

두 명은 유현성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보고 있던 휴대폰을 뒤로 숨겼다.

“쉬는 시간인데 뭘 그렇게 놀라? 재미있는 거면 나도 같이 보자고.”

슬쩍 눈치를 보던 직원은 숨겼던 휴대폰을 슬그머니 앞으로 내보였다.

휴대폰 화면에서는 너튜브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는데.

영상에서는 남자 두 명이 굉장히 어설프게 물고기를 손질하는 중이었다.

‘흐음?’

그냥 어설픈 물고기 손질 영상이었다면 유현성의 시선을 끌지 못했겠지만, 영상에 나오는 처음 보는 물고기가 그의 흥미를 끌었다.

“이건 무슨 물고기지? 처음 보는데.”

“아. 이 채널의 주인이 균열에서 사는데. 거기서 잡은 물고기입니다.”

“균열에서 잡은 물고기?”

“네.”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던 유현성은 다시 화면 속 물고기를 집중해서 바라봤다.

확실히 지금껏 본적 없는 종류의 물고기였다.

‘균열에서 잡은 물고기라.‘

권태롭던 유현성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 * *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콜린 스미스.

특이하게 미국인이면서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우고, 한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오너 쉐프다.

아무래도 레스토랑의 주 고객층이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이다 보니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데.

최근 화제가 되는 한 동영상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호수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아서, 손수 요리를 하고 맛있게 먹는 영상.

지극히 평범한 영상의 내용이었지만, 특이한 장소와 재료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균열이라는 독특한 곳에서 잡은 호수 물고기가 그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영상에 등장하는 두 남자는 요리에 능숙하지 못한지 살짝 엉망으로 재료를 사용했다.

생선 살이 다 뭉개지도록 손질을 한다든가, 굉장히 귀해 보이는 재료를 라면에 냅다 넣어버린다든가 등등.

콜린이 보기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이 계속 연출되었다.

영상 후반부에는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먹방을 진행하는데, 모두 한결같이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직접 음식을 만든 두 사람도 기대 이상의 맛에 놀라는 표정을 보였다.

그 반응을 본 사람들은.

-아으. 저 아까운 걸 라면에 넣어버리네.

-근데 맛있어 보인다.

-저런 재료면 어디에 넣어도 맛있을 듯.

-야이씨. 제대로 된 요리 좀 보여줘라. 저번에도 그렇고 요리 실력이 너무 아쉽다.

-그러게. 애들도 맛있게 먹는 것 같아 좋기는 한데. 재료가 너무 아까운 듯.

모두 재료에 비해 요리 실력이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쉽게 볼 수 없는 재료인 만큼, 제대로 된 요리 실력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콜린은 영상 댓글로 달린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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