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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136화 (136/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36화

47. 파티 결성(1)

거실에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자리가 부족했고.

부엌에 있는 식탁 의자를 가지고 와서 앉을 자리를 추가로 마련했다.

아무래도 처음 온 손님인 오성 길드 조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나는 식탁 의자에 앉았다.

내가 식탁 의자에 앉자마자 근처에 있던 신지아가 재빨리 내 옆자리를 차지했다.

별일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로 찾아오는 그녀의 모습이 엄청 귀엽게 느껴졌다.

그렇게 신지아의 행동에 살짝 기분 좋음을 느끼고 있을 때.

남은 내 옆자리에 누군가가 털썩 자리에 앉았다.

‘응?’

자리의 주인을 확인한 나는 살짝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직 남은 자리도 많은데 굳이 내 옆자리로 찾아온 서율희의 행동이 약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오히려 당당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왜요? 여기 앉으면 안 되나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그녀는 싱긋 웃어 보였다.

-쿡!

“아앗!”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살짝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려보니, 신지아가 살짝 살벌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나의 억울함을 풀 시간도 없이.

서율희가 신지아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 신지아 씨라고 하셨죠?”

“네. 서율희 씨. 세진 씨랑 많이 친하신가 봐요?”

“그렇게 친한 건 아니고. 균열에서 몇 번 도움을 받은 사이죠. 저번에는 제 생명을 구해주신 은인이기도 하고. 그렇죠? 세진 씨?”

“아니. 뭐 생명의 은인까지야.”

또 한 번 환하게 웃으며 나를 추켜세우자, 나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쿡! 쿡! 쿡!

그 모습을 본 신지아는 아까보다 더 강한 힘으로 내 옆구리를 찔러댔다.

‘으윽!’

나는 속으로 비명을 삼키며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내가 두 여자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때, 나머지 사람들은 이쪽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다.

“저도 세진 씨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가요?”

“네. 저번에 제가 지내던 곳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서 갈 곳이 없어졌을 때 함께 지내기도 했어요.”

“…….”

“어엇?”

신지아의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에

이쪽을 바라보던 사람들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아까부터 싱긋이 웃고 있던 서율희도 그녀의 발언을 듣고 살짝 표정이 흐트러질 정도였다.

나는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을 느끼고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아저씨. 도와줘요!’

‘흐음.’

내 눈빛을 알아챈 아저씨는 이 상황을 조금 더 즐기고 싶은지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절박한 내 표정을 끝까지 무시할 수 없었는지 차분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세진이한테 신세를 안 진 사람은 없지. 그러니까 이렇게 모인 거고.”

아저씨의 차분한 말에 내 양옆에 앉은 신지아와 서율희 모두 살벌했던 기세를 낮췄다.

“뭐. 대충 서로 자기소개는 끝난 것 같고. 본격적으로 오늘 모인 목적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오늘 모인 목적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는 아저씨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대충 분위기가 정리됐다고 생각했는지 내 쪽으로 눈빛을 보냈다.

나는 고마움을 담아 아저씨에게 눈짓을 보내고.

둘러앉아 있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일단 오늘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대충은 다 아실 거라고 생각하는 데. 오늘 이렇게 많은 분이 보이게 된 이유는 골렘 균열의 거대 골렘을 공략하기 위함입니다.”

내가 말한 대로 이미 일행들이 오늘 모인 목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떄문에, 거대 골렘 이야기에도 모두 차분한 모습으로 내 이야기를 경청했다.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거대 골렘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아마 쉽지 않은 일이 될 겁니다.”

내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서율희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네?”

“혹시 이번에 일에 참여하는 인원은 이게 전부인가요?”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흐음. 아무래도 참여 인원이 너무 적은 것 같은데요.”

나를 포함한 정 씨 가족 파티 넷, 서율희가 데려온 오성 길드 조원까지 셋, 그리고 임진혁을 포함해 총 여덟 명.

아티팩트 지원을 맡을 신지아는 균열에 들어가지 않으니 인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마 셋 정도는 더 추가될 것 같습니다.”

“그럼 11명. 보통 균열에 들어가는 인원이 15명에서 20명인 걸 생각하면 많이 부족하네요.”

서율희는 오늘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냉정하게 전력을 평가했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저와 한번은 같이 균열에서 전투를 함께하신 분들인데.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은 전력이라고 생각해요.”

“…….”

“하지만 골렘 균열을 클리어하는 게 목적이라면 무난한 파티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거대 골렘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특히 화력!”

부정적인 의견에 사람들의 표정은 어두워졌지만, 서율희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 화력을 담당하고 계신 분들을 비하할 의도는 없어요. 솔직히 거대 골렘을 상대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제 저주 마법이나 공격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 할거고요.”

화력이 부족할 거라는 서율희의 의견.

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듯 침묵을 유지했다.

“가능하면 화력을 보충해 줄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화력이라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으니까.”

화력을 보충해야 한다는 말에 신지아가 자신 있는 태도로 나섰다.

“어떻게 해결하신다는 거죠?”

“저랑 세진 씨가 만들어 낼 아티팩트로 화력은 충분히 메꿀 수 있을 거예요.”

“지아 씨.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아티팩트 마법으로는 거대 골렘에게 피해를 주기 어렵…… 아!”

신지아의 말을 반박하려던 서율희는 뭔가를 깨달은 듯, 중간에 말을 멈췄다.

그리고 뭔가를 떠올린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아티팩트라면 가능할지도…….”

“조장님. 무슨 이야기에요? 그 아티팩트라니.”

“아. 그거라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서율희의 중얼거림을 들은 김유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아티팩트에 대해 물었고.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눈치챈 윤동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지아 씨. 예전에 오성 길드에 테스트를 맡겼던 그 아티팩트를 말하는 건가요?”

“아뇨.”

“그럼?”

“그때보다 더 강한 녀석들로 준비할 거예요.”

“……?!”

* * *

그 뒤로 거대 골렘을 상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작전과 논의가 이어졌다.

가장 경험이 많은 서율희를 중심으로 작전 논의가 이루어졌고, 아저씨와 윤동현이 부가적으로 의견을 냈다.

그리고 골렘 균열에 들어가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끼리 임시로 새로운 파티를 구성해야 했는데.

파티의 리더를 내가 맡게 되었다.

리더를 정하는 과정에서 나는 아저씨나 서율희가 맡기를 원했지만.

“뭔 소리냐? 당연히 네가 맡아야지.”

“당연히 세진 씨가 맡아야죠.”

“어휴. 오빠도 참…….”

괜한 소리를 꺼냈다가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타박을 받아야 했다.

리더를 정하는 일은 쉽게 결정됐고.

그 이외에도 조금 복잡한 문제들이 남아 있었다.

특히 골렘 균열에 들어갈 수 있는 허가를 받는 일이 꽤 난제였다.

골렘 균열이 C등급 균열일지라도.

균열 관리센터에서 아무런 검증도 되지 않은 파티에게 덥석 균열 제거 일을 맡길 리가 없었다.

물론 파티원 개개인을 따져봤을 때, 무시할 수 없는 경력과 실력을 갖춘 인원들이지만.

절차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에 오성 길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될 문제였다.

오성 길드의 보장만 있다면 복잡한 절차를 꽤 생략할 수 있었을 테니까.

“이건 제가 한번 해결해 볼게요.”

골렘 균열 입장 허가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한 번 나서보겠다고 선언했다.

균열관리 센터의 최동호 팀장에게 한 번 부탁해 볼 생각이었다.

‘그래도 아스타나 약초를 기부한 게 얼마인데. 한 번쯤은 편의를 봐주겠지?’

긴 논의 끝에 대략적인 이야기들이 모두 마무리되고.

“그럼 대충 끝난 건가?”

“네. 그런 것 같네요.”

아저씨의 말에 서율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우리는 먼저 일어나 볼게.”

“아저씨. 벌써 가시게요?”

“혼자 있는 집사람이 걱정돼서.”

평소 같았으면 같이 낚시를 하자고 하거나, 캔맥주라도 한 잔 같이하자고 했을 아저씨인데.

힘 빠진 미소로 아주머니를 걱정하는 모습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정 씨 가족이 먼저 떠나고.

서율희와 오성 길드 조원들도 떠날 준비를 했다.

“오늘 수고하셨어요. 율희 씨.”

“아직 저희 보수에 대해서는 안정한 거 알고 계시죠? 나중에 톡톡히 받아낼 테 거에요.”

“네. 각오하고 있겠습니다.”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엄포를 놓는 서율희의 행동에 나는 잔잔한 미소로 응답했다.

“저기…….”

“네?”

눈치를 살피던 김유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애들이랑 같이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저 너튜브 채널 엄청 팬이거든요. 제발!”

진심이 느껴지는 그녀의 간절한 표정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얘들아. 이리 와봐.”

-조르르르.

내 부름에 어미 새를 찾는 병아리처럼 나타난 아이들.

“여기 있는 언니가 같이 사진 찍고 싶다는데. 한 번만 같이 찍어줄래?”

“응. 알았어.”

“퓨이!”

“후모!”

김유미는 간절한 부탁대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서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흠흠. 세진 씨. 저도…….”

김유미의 사진 촬영이 끝나자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동현도 조심스럽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그 뒤에 서율희도 대기하고 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 사람들 애들이랑 같이 사진 찍는 걸 보상으로 걸어도 거대 골렘이랑 전투하겠는데?’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감상하는 세 사람을 보며 나는 잠시 엉뚱한 생각을 했다.

오성 길드의 세 사람이 떠나가고.

마지막으로 남은 신지아는 내가 직접 균열 밖까지 마중을 나가줬다.

“오랜만에 아이들이랑 만났는데. 중요한 이야기 때문에 같이 놀지도 못했네요.”

“다음에 또 오면 되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움을 표하는 그녀를 내가 위로했다.

“그건 그렇고.”

“……?”

“서율희 씨랑 많이 친한 것 같던데? 언제 그렇게 친밀한 관계가 된 거죠?”

“꿀꺽.”

마치 범인을 조사하는 형사처럼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질문을 던지는 그녀.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한 나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그렇게 친밀한 사이는 아니에요. 정말 몇 번 균열 같이 들어간 것 말고는 많이 보지도 못한 사이에요.”

“흐응? 분명 눈빛이 심상치 않았는데.”

그녀는 내 말을 믿지 못하는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살짝 억울한 마음에 짓궂은 미소로 질문했다.

“지아 씨. 설마 질투하시는 거예요?”

신지아는 장난스러운 내 질문에 지지 않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

“질투하는 거 맞아요.”

그리고 내 옆구리를 강하게 쿡! 찔렀다.

“그러니까 처신 똑바로 하고 다니라고요.”

“아악!”

그녀는 고통스러워하는 날 내버려 두고 휑하니 걸어갔다.

“으으. 잠깐만요. 지아 씨.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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