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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130화 (130/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30화

44. 새 권능(3)

새로이 소환된 녀석들에게 각각

검사 모렛, 마법사 모렛, 궁사 모렛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조금 대충 지어준 것 같았지만, 본인들은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이 세 녀석은 모렛이 평소에 먹는 맥주양의 몇 배나 되는 양을 마셔댔다.

냉장고에 들어 있던 맥주를 다 마시고 아쉬운 표정으로 축 처지는 녀석들이 불쌍해서, 중간에 균열 밖 편의점에서 맥주를 더 사와야 할 정도였다.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도 전부 마시고 난 뒤에야 녀석들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 녀석 앞에 산처럼 쌓인 빈 맥주캔을 보고 나와 임진혁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어휴.”

“대단하다. 대단해.”

“쿠모!”

대단하다는 말에 녀석들은 마치 칭찬을 들은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쿠모. 쿠모.”

“……?”

“세진. 이제 시킬 일이 없으면 돌아가겠데.”

“여기 계속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돌아가겠다는 녀석들의 말에 내가 의문을 표했다.

“일꾼인 모렛이랑은 달리. 이 녀석들은 병사들이라 소환된 것만으로도 계속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거든.”

“아아…….”

“쿠모!”

“나중에 다시 필요할 때 불러달래.”

“알았어. 오늘 수고했어 친구들.”

“쿠모! 쿠모!”

세 병사는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빛과 함께 사라졌다.

“거참. 대단한 능력이네.”

“그런가요?”

“물론이지. 저 친구들 세 명이 힘을 합치면 웬만한 각성자들 보다 강할 것 같은데. 그런 친구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거잖아.”

“흐음. 듣고 보니 그렇네요.”

비록 임진혁과 대결에서 지기는 했어도 호각으로 싸웠던 검사 모렛.

거기다 아직 실력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마법사 모렛과 궁사 모렛의 힘까지 합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다.

이런 전력을 맥주만 제공해 주면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니. 무조건 남는 장사였다.

‘앞으로 균열 전투에서 많은 도움이 되겠어.’

덩치는 크지만 귀여운 세 친구를 떠올리며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잠깐! 근데 어떻게 티아의 추종자가 늘어난 거지?’

나는 그동안 생각하지 않고 있던, 갑자기 늘어난 추종자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번에는 방송 활동을 하면서 추종자가 많이 늘어났었는데, 최근에는 딱히 방송 활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광고 때문에 불렀던 노래 덕분인가?’

* * *

“아아. 이 미친놈들.”

민초현은 민티단 팬카페를 어지럽히는 어그로꾼들을 정리하면서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최근에 팬카페에 가입하는 유입이 많다 보니, 이상한 정신병자 같은 놈들이 많이 들어와 버렸다.

가입한 사람들이 많아져 팬카페가 북적이는 모습은 정말 보기가 좋았지만, 저런 악의적인 몇몇 사람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몇몇 팬카페 이용자들은 차라리 사람들이 많이 없을 때가 좋았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초현은 사람들의 아쉬운 반응들을 보며 책임감을 느끼고, 밤늦게까지 팬카페를 둘러보며 관리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깨끗해지는 팬카페의 상태를 보면서 뿌듯한 감정이 몰려왔다.

밤늦게까지 팬카페를 관리하다 보니 어느덧 아침이 밝아왔다.

‘조금 무리했나? 그래도 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컴퓨터를 종료하고 지친 몸을 일으키는데.

-♩∼♬∼♪

책상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이 울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간에 뭐지?’

아직 이른 아침 시간을 생각하며 의아한 표정을 짓던 민초현은 휴대폰 화면에 표시된 이름을 확인했다.

민초현이 소속된 길드에서 온 연락이었다.

불길한 예감에 잠시 고민했지만, 후환이 두려워서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여보세요?”

-초현아. 일어났냐?

“저. 일어난 게 아니라.”

-다름이 아니라. 오늘 균열에 들어가야 하는 인원에 빵꾸가 나서. 네가 오늘 좀 나와줘야겠다.

“예? 저 오늘 쉬는 날인데…….”

-쉬는 날인 거 나도 알지. 추가보수는 두둑하게 챙겨줄 테니까. 오늘 한번 나와줘. 알았지?

“아니! 저…….”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나중에 보자!

민초현은 다급하게 말을 꺼내려 했지만, 상대방은 자신의 할 말만 끝내고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멍한 표정으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는 것밖에는 없었다.

민초현은 다시 전화를 걸어 오늘 일을 거절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괜히 길드의 부탁을 거절했다가 나중에 불이익을 받게 될 것 같아, 쉽게 휴대폰으로 손이 가지 않았다.

한참을 멍하게 서 있던 민초현은 초췌한 얼굴을 한 채, 느릿느릿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 * *

“초현아. 미안하다. 조금만 힘내.”

오늘 다짜고짜 민초현을 불러냈던 길드의 선배는

마치 좀비같은 얼굴의 민초현이 안쓰러웠는지 미안한 표정으로 격려의 말을 건넸다.

“네. 괜찮아요. 선배님.”

그는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지만, 생기 없는 얼굴 때문인지 오히려 더욱 기괴하게 보일 뿐이었다.

“전방에 괴물 발견!”

“모두 전투 준비!!”

최악인 그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전투는 계속 되었고, 민초현은 이를 악물고 눈앞의 괴물을 향해 마법을 발사했다.

-끄르륵!

리자드맨이라 불리는 괴물들은 민초현의 마법에 적중당하고 괴성을 질렀다.

피곤함 때문에 주변을 살필 새도 없이 마법만 계속 날려보냈다.

그때.

“초현아. 위험해!”

뒤쪽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오고.

민초현은 순간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여 바닥을 굴렀다.

방금 그가 있던 공간에는 날카로운 리자드맨의 창이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아…… 실수했다.’

민초현은 극도의 피곤함으로 제대로 전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신의 원래 포지션 보다 훨씬 전방으로 나와 있는 상태였다.

그 때문에 리자드맨 한 마리가 그를 노리고 달려든 것이다.

-크륵!

쓰러져 있는 민초현에게 리자드맨의 무자비한 창 공격이 이어졌다.

그는 반격할 시간도 없이 몸을 데굴데굴 굴려 괴물의 공격을 피했다.

다급한 마음에 몸을 굴리다 보니, 그는 가파른 내리막길로 몸을 굴렸고.

자연스럽게 내리막길을 따라 엄청난 속도로 아래쪽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초현아!!”

위쪽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점점 벌써 멀게 느껴지고.

민초현은 온몸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과 함께 숨이 멎을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크헉!”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몸을 웅크렸다.

겨우 아픔이 조금 가라앉고, 눈을 떠 고개를 들었다.

가파른 오르막길 위쪽에는 아직 싸우는 소리가 한창이었다.

천천히 일어나려고 했으나.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겨우 상체만 일으킬 수 있었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힘으로 일행과 합류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거기다 그가 떨어진 곳은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일행이 여기까지 돌아오려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불안한 상황에 얼굴을 찌푸리던 민초현의 귀에 절망적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르르륵.

-크륵. 끄극!

주변에서 리자드맨의 낮은 울음소리와 함께, 열 마리에 가까운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젠장!”

민초현은 다급히 마법을 시전했다.

-화르르륵!

커다란 불덩이가 그의 머리 위에 떠 오르고.

리자드맨들은 불덩이의 뜨거운 열기에 잠시 몸을 움찔거렸다.

‘그래. 제발 더는 다가오지 마라.’

그들의 모습에 민초현은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크르륵.

가장 덩치가 큰 리자드맨 한 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머지 리자드맨들도 그를 따라 민초현을 향해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했다.

“아…….”

민초현은 절망적인 상황에 무거운 탄식을 터뜨렸다.

괴물들과 민초현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그는 허탈한 미소와 함께 짧은 후회를 했다.

‘그 망할 전화를 받는 게 아니었어.’

그리고 머리 위에 불덩이를 가장 가까운 리자드맨에게 쏘아 보냈다.

-콰아앙!

폭발음과 함께 리자드맨 하나가 쓰러졌다.

-크워어억!

동료 하나가 쓰러지자 나머지 리자드맨들이 흥분해 흉포한 소리를 내질렀다.

민초현을 향해 다가오는 놈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그는 죽음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 엉뚱한 생각을 떠올렸다.

‘아…… 내가 없으면 팬카페는 누가 관리하지?’

그와 동시에 그의 손등에 문양이 환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 * *

[아라스티아 공주의 추종자가 위험에 처했습니다.]

[지금 당장 구원을 하러 가시겠습니까?]

“뭐. 뭐야?”

나는 갑자기 눈앞에 떠오른 알람에 깜짝 놀랐다.

“세진! 큰일 났어. 내 추종자가 위험해!”

“으응?”

그리고 티아도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는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어 허둥지둥했다.

“잠깐만. 지금 누가 위험하다는 거야?”

“내 추종자. 이럴 시간 없어. 빨리 가야 한다고!!”

“어어. 알았어.”

티아의 성화에 떠밀려 고개를 끄덕였고.

[추종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어. 어어?”

나와 티아는 그대로 알 수 없는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파아아앗!!

정신을 차렸을 때는 주변 모습은 집이 아니라 야외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어? 당신들은?”

쓰러져 있는 누군가가 멍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사람이 위험하다는 추종자?’

-크르르륵!

쓰러져 있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이, 주변에서 들려오는 괴물들의 낮은 울음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려야 했다.

울음소리가 들려온 곳에서는 리자드맨들이 사방에서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다.

‘이런! 이럴 줄 알았으면 아티팩트라도 챙겨오는 건데.’

맨몸인 상태에 당황하고 있을 때, 티아가 힘차게 외쳤다.

“얘들아. 도와줘!!”

외침과 함께 눈앞에서 강렬한 세 개의 빛이 생겨났고, 그 안에서 모렛과 닮은 병사들이 튀어나왔다.

“쿠모!!”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나타난 녀석들은 곧바로 우리를 지키듯 주변을 둘러쌌다.

그들의 등장에 리자드맨도 살짝 당황하는 기색과 함께 움직임을 멈췄다.

“쿠모. 쿠모.”

검사 모렛이 살짝 뒤돌아봤다.

아마 명령을 내려달라는 것 같았다.

“저 나쁜 녀석들을 혼내줘!”

“쿠모!”

티아의 부탁에 검사 모렛이 용맹하게 뛰쳐나갔고, 궁사 모렛과 마법사 모렛이 그 뒤를 따랐다.

-크워어억!

리자드맨들도 지지 않으려는 듯 거친 울음 소리와 함께 병사 모렛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쿠모!!”

-꽈앙!

-키엑!

가장 먼저 달려든 리자드맨을 검사 모렛이 방패로 날려버렸다.

그에 멈추지 않고 뒤따르는 리자드맨을 향해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푸슝!

-화르륵!

-꿰엑!

뒤에서 궁사 모렛과 마법사 모렛의 지원 공격이 이어졌고, 리자드맨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나는 병사 모렛들의 용맹한 싸움을 넋 놓고 지켜보다, 정신을 차리고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괜, 괜찮습니다.”

쓰러져 있던 사람은 내 물음에 이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그러고 그는 내 옆으로 다가온 티아를 발견하고는 두 눈이 찢어질 정도로 크게 뜨고 외쳤다.

“티아 공주님?!”

“헤헤. 안녕?”

“어떻게…… 티아 공주님이 여기에.”

“위험한 것 같이 보여서. 도와주러 왔어.”

“네엣?”

티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의 빛나는 손등을 가리켰다.

“이게 대체 어떻게…….”

[아라스티아 공주의 추종자 ‘민초현’이 ‘열혈 추종자’ 승격됩니다.]

[공주의 열혈 추종자에게 새로운 효과가 생겨납니다.]

[현재 열혈 추종자 숫자 1명]

[현재 추종자 숫자 509명]

새롭게 떠오르는 알람을 확인한 나는,

눈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 ‘민초현’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쿠모!”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병사 모렛들은 순식간에 리자드맨들을 정리하고 우리 쪽으로 돌아왔다.

늠름한 모습에 나는 털을 쓰다듬어 주며 칭찬을 해줬다.

“잘했어.”

“쿠모. 쿠모.”

녀석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 칭찬에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민초현! 어딨어? 초현아!”

“대답해! 민초현!”

그때 멀리서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쓰러져 있던 민초현의 표정에 살짝 미소가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우리의 몸에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추종자를 구해냈으니 아마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민초현도 우리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다급하게 외쳤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티아 공주님.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헤헤. 나도 만나서 좋았어. 나중에 또 만나. 안녕!”

“그…… 병사님들도 감사합니다.”

“쿠모!”

민초현의 짧은 인사를 끝으로 우리는 빛에 휩싸여 그곳에서 모습을 감췄다.

* * *

“초현아. 괜찮아?”

“선배님. 저 괜찮아요.”

선배님이라 불린 사람은 민초현을 발견하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와 그의 상태를 살폈다.

다리를 심하게 다쳤지만, 나머지는 멀쩡한 그의 모습을 보고 약간 안심한 듯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주변에 쌓여 있는 리자드맨의 시체들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어? 이거 전부 네가 한 거야?”

“아뇨. 공주님이 도와주셨어요.”

“……??”

뜬금없는 말에 그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민초현은 그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고, 환한 미소와 함께 자신의 손등에 새겨진 빛나는 문양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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