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128화 (128/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28화

44. 새 권능(1)

‘민티단’ 팬카페 사이트를 운영 중인 민초현은.

최근에 굉장히 바빠졌다.

민티단의 존재 이유.

티아 공주님이 가수로 데뷔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덩달아 팬카페인 민티단 사이트도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 노래가 공개되었을 때.

민티단 사이에서는 노래가 나오자마자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팬카페 내에서는 ‘숲속 이야기’로 도배되다시피 계속 화제를 이어나갔고.

많은 민티단원들이 실시간으로 ‘숲속 이야기’를 들으며, 노래가 음원 순위를 올리는 데 큰 일조를 했다.

원래부터 조금씩 회원 수를 늘리고 있었지만.

이번에 ‘숲속 이야기’ 노래 덕분에 갑자기 가입하는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많은 민티 단원들은 새로이 가입한 단원들을 환영했다.

하지만 꼭 좋은 사람들만 팬카페를 찾아오는 게 아니었기에, 운영을 맡은 민초현이 자연스레 할 일이 많아졌다.

제대로 된 회원 활동을 하지 않는 회원들을 정리하고, 나쁜 목적을 가지고 팬카페에 가입해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회원을 내보냈다.

특히.

민트 초코, 혹은 티아 공주님에 대한 악의적인 비난이나, 모욕은 경고 없이 곧바로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

최근에 회원 수가 늘어나면서.

팬카페에 들어갈 광고나, 혹은 카페 운영권 자체를 넘기라는 제의가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팬카페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아무런 대가 없이 팬카페의 운영자 역할을 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워 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민초현은 최대한 이 팬카페가 많은 단원에게 기쁨을 공유하고,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원했다.

그래서 운영자 권한을 넘기라는 제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광고도 엄격한 선별 끝에, 추천해 줄 만한 민트 초코 제품만 광고릋ㄹ 넣었다.

이런 민초현의 노력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민티단 팬카페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에구구. 겨우 등업 신청 다 처리했네.”

최근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정회원 등업 신청을 겨우 다 처리한 민초현은 기지개를 켰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꼼꼼하게 확인해 부적격한 사람들을 엄격하게 걸러냈다.

뿌듯한 마음으로 기지개를 켜던 민초현은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헉! 벌써 시간이…….”

민초현은 생각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지나가 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곧바로 그는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은 그가 속한 길드에서 균열에 들어가는 날이었다.

“장비. 장비. 옷. 옷.”

급하게 장비와 옷을 챙기느라 그는 몰랐지만.

그의 손등에서 신비한 문양이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 * *

아르엘과 이엘은 태블릿 PC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침대에 앉아, 이엘이 나오는 ‘숲속 이야기’ 영상을 보며 노래를 감상했다.

아르엘은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노래를 듣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고.

옆에 있던 이엘도 그런 아르엘의 반응을 살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노래의 감상이 끝나고.

“대단하네 이엘. 정말 잘했어.”

아르엘은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이엘을 쓰다듬어주었다.

이엘은 엄마의 손길에 쑥스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세진 님. 이엘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뇨. 당연히 들려드려야죠.”

“그리고 이렇게 귀환 물건까지 선물로 주시고.”

아르엘이 태블릿 PC를 만지작거리며 감사를 표하자, 나는 오히려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이엘이 노래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구매한 겁니다. 이엘이 꼭 아르엘 님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런가요? 이렇게 귀한 물건을 이엘이 구할 수 있는 건가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르엘은 태블릿 PC를 이엘이 구매했다는 말에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에게 되물었다.

“이엘이 노래로 번 수익은 따로 모아두고 있으니. 혹시 필요하신 물건이 있으시면 말해주세요. 바로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너무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엘이 벌어들인 돈이니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르엘은 내 설명에도 조심스러운 표정을 했다.

우리나라의 화폐 개념까지 설명할 수 없어서, 이엘이 벌어들인 돈의 가치를 설명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이엘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 아시면, 오히려 더 놀랄지도…….’

‘숲속 이야기’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물밀 듯이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단 광고 계약금과 추가 인센티브가 지급됐고.

노래가 수많은 음원 사이트를 정복하면서, 엄청난 음원 수입을 얻었다.

그 외에도 또 다른 광고 제의, 방송 출연 요청, 인터뷰 요청 등등.

돈을 더 벌 수 있는 일들이 넘쳐났지만.

거의 모든 요청을 다 거절했다.

아무리 돈이 많을수록 좋아도.

아직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관심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이미 광고, 음원 수입만으로 아이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돈이 들어왔기 때문에 더 욕심부릴 필요가 없었다.

이엘은 아르엘에게 태블릿 PC를 선물하고, 티아는 얼마 전에 축하 파티를 열어 성대하게 돈을 사용했다.

물론 그렇게 사용해도 아직 아이들이 벌어들인 수입에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했다.

보호자로서 일단 아이들의 돈을 맡아두고 있지만, 언젠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때를 위해서 따로 통장을 만들고 차곡차곡 수입을 쌓아놓았다.

“세진 님.”

“네?”

“혹시 여기 이 물건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는 것처럼, 저랑 이엘의 모습도 만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아. 물론이죠.”

나는 곧바로 태블릿 PC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두 엘프 모녀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자. 여기.”

“어머. 정말 신기한 물건이네요.”

내가 찍어준 사진을 보고 아르엘이 감탄하고 있는 와중에 내 눈앞에 갑자기 알람이 떠올랐다.

[아라스티아 공주의 추종자가 500명을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권능이 개방됩니다.]

[공주의 추종자들에게 문양이 강화됩니다.]

[이제 추종자들 사이에 새로운 효과가 생겨납니다.]

[현재 추종자 숫자 501명]

[다음 권능 개방 필요 추종자 2,000명]

“응?”

* * *

알람을 확인한 나는 황급히 엘프 모녀의 집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는 티아 역시 나와 같이 새로운 알람을 확인한 상태였다.

“세진. 이것 봐봐. 내 새로운 권능이야.”

티아는 내 눈앞에 그녀의 능력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기계공학 병사 소환]

-아르키트 왕국의 기계공학으로 만들어진 일꾼을 영구적으로 소환합니다.

-E등급 마석 30개, D등급 마석 15개

-나무 톱니바퀴 10개, 고철 톱니바퀴 3개

-Ondo(바위) 문양이 새겨진 마정석 3개.

-중급 기계공학 핵 3개 필요.

저번에 모렛을 소환했을 때와 비슷해 보이는 능력이었다.

‘기계공학 병사라…….’

예전에 티아가 이런 비슷한 능력을 처음 얻었을 때.

소환을 위해 필요한 엄청 비싼 재료들을 보고 망설였던 기억이 났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렛 쪽으로 향했다.

“후모?”

모렛은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울음소리를 냈다.

티아의 능력을 사용해 모렛을 소환했고.

모렛은 이미 충분히 비싼 재료 이상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었다.

‘애초에 지금 사는 이 집도 모렛이 만들어 준 거고.’

지난 기억들을 되짚어보면 비싼 재료들을 사용해 모렛을 소환했던 일은 굉장히 잘한 판단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티아가 얻은 새로운 권능을 보았을 때, 비용이 훨씬 더 비싸졌지만 망설임보다는 기대감이 먼저 생겨났다.

권능을 사용하기 위한 재료들을 살펴보다가.

가장 마지막에 있는 재료를 확인하고 나는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중급 기계공학 핵 3개.

원래라면 가지고 있지 않아야 할 재료.

‘이번에도 우연인 걸까?’

그런데 나는 중급 기계공학 핵 3개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핀테일 던전을 나오면서 이 중급 기계공학 핵 3개를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금화를 소비하기 위해 사용했던 뽑기 기계.

나는 뽑기 기계를 3번 사용해, 마지막 뽑기에서 이 중급 기계공학 핵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이 물건을 뽑았을 때.

어디에 사용될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핀테일은 알 수 없는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우연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일들이 필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골렘 핵, 핀테일 던전, 아르키트 회로 이론서,

티아의 새로운 권능 그리고 중급 기계공학 핵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이 사건들을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세진?”

“어, 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해?”

“아냐. 아무것도.”

나는 티아의 부름을 듣고 깊은 고민에서 빠져나왔다.

‘일단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나중에 알 수 있겠지.’

핀테일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고 나는 티아의 새로운 권능에 대해 집중했다.

* * *

티아가 새로운 권능을 얻은 다음 날.

나는 곧바로 권능을 사용하기 위한 재료를 준비했다.

마석은 원래 가지고 있던 것들이 있었고, 톱니바퀴는 모렛을 통해 추가로 만들어 냈다.

Ondo(바위) 문양이 새겨진 마정석 3개는 ‘빛나는 마정석 원석’을 사용해 내가 직접 만들었다.

정말 순식간에 모여진 재료들을 보며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티아. 부탁해.”

“알았어. 그럼 시작한다.”

모여진 재료를 확인한 티아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곧이어 티아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퓨이.”

“후모.”

“와아…….”

“애들아. 잠시 조용.”

나는 옆에서 구경하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면서 새하얀 빛에 휩싸인 티아를 응시했다.

앞에 놓여 있던 재료들이 빛에 반응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우우우웅.

빛을 받은 재료들은 하나의 커다란 빛 덩어리를 만들어 냈고, 잠시 후 커다란 빛 덩어리는 다시 3개의 빛 덩어리로 갈라졌다.

-두근! 두근!

3개의 빛 덩어리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은 진동음이 흘러나오고.

그에 맞춰 번쩍 뜬 티아의 눈동자에서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Yatalan!”

-파아아앗!!!

티아의 외침과 함께 빛 덩어리는 사방으로 빛을 폭사했다.

강렬하게 뻗어 나오는 빛에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들었던 손을 내려 원래 재료들이 있던 곳을 바라봤다.

“성공했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기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티아.

그리고…….

“으응?”

“쿠모?”

어딘가 익숙한 커다란 3개의 털 뭉치가 보였고.

나는 자연스럽게 모렛의 이름을 불렀다.

“모렛?”

“후모?”

“쿠모! 쿠모!”

내 부름에 모렛의 울음이 뒤쪽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털 뭉치도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확히는 모렛을 닮은 커다란 3개의 털 뭉치가 내 말에 반응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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