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119화 (119/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19화

41. 두 번째 도전(4)

방안에서 핀테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곳 던전에서 제가 마련한 모든 단계를 돌파하시면 던전을 클리어하실 수 있습니다.

-파티원 한 명이라도 포기하거나, 진행 불능 상태가 되면 던전 클리어는 실패하게 됩니다.

-각 단계에 뛰어난 실력을 보여줄수록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들어왔던 통로 반대편에 새로운 통로가 개방되었다.

-새로 개방된 통로를 빠져나가시면 바로 도전이 시작됩니다.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핀테일의 설명이 끝나고, 방 안에는 잠시 적막이 흘렀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깨고 말을 꺼낸 사람은 임진혁이었다.

“그럼 들어가 보죠.”

임진혁이 앞장서서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고, 나머지 일행도 그를 뒤따랐다.

약간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통로를 따라 도착한 곳은 조금 전에 있었던 곳보다 훨씬 넓은 방이었다.

일행이 모두 넓은 방 안으로 들왔을 때.

-드르르륵!

둔중한 소리를 내며 걸어왔던 통로가 막혀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핀테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첫 번째는 매우 간단한 도전입니다.

-쏟아지는 괴물들을 모두 처치하고 살아남으십시오.

-포기하거나, 진행 불능 상태가 되면 도전은 곧바로 종료됩니다.

핀테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방안을 둘러싸고 있던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벽 너머 공간에서는 괴물들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르르르.

-키익. 킥!

“모두 진형 유지하세요!”

서율희의 외침과 동시에 아저씨와 임진혁이 앞으로 나섰고, 나와 정 씨 남매도 각자 무기를 들어 올리며 전투를 준비했다.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어둠 속에서 개의 머리를 개진 코볼트 무리가 몰려나왔다.

갑옷과 무기를 갖춘 녀석들은 천천히 우리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바람의 가호.

[‘바람의 가호’ 효과를 받습니다.]

[회피율, 공격속도, 이동속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선우의 버프가 먼저 발동되고, 녀석들이 더 가까워지기 전에 아윤과 내가 공격을 시작했다.

-에너지 볼트

-파지지직!

아티팩트로 만들어 낸 나의 전격 구체와 아윤의 매서운 화살이 코볼트를 향해 쏘아졌다.

-콰직!

-끼에엑!

화살은 코볼트 한 마리의 머리를 꿰뚫어 버렸고, 에너지 볼트에 맞은 코볼트 들은 괴성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다가 쓰러졌다.

동료가 공격을 당하자 흥분한 녀석들이 동시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최전방의 아저씨가 방패로 녀석들의 전진을 막아내고, 그 옆에서 임진혁의 매서운 공격이 시작되었다.

임진혁은 무기를 들지 않은 맨손이었지만, 매서운 붉은 기운을 흩뿌리면서 코볼트들을 한 마리씩 제압해 나갔다.

그 뒤에서 선우는 바람을 일으켜서, 서율희는 촉수를 소환해 놈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나와 아윤은 안정적인 위치에서 계속 마법과 화살을 놈들에게 퍼부었다.

견고한 진형을 유지한 채 코볼트들을 거의 다 쓰러뜨렸을 때.

-그워어억!

뒤쪽에서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트롤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

다 떨어진 가죽 갑옷을 입고, 거대한 몽둥이를 든 트롤들은 곧장 우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피하세요!”

임진혁의 외침과 동시에 트롤의 거대한 몽둥이가 아저씨를 향해 날아들었고, 아저씨는 살짝 몸을 비틀어 그 공격을 피해냈다.

“남아 있는 코볼트 먼저 정리해야 해요.”

서율희는 두 개의 촉수를 이용해 트롤 한 마리의 움직임을 봉쇄하며 외쳤다.

“이 녀석은 내가 맡을게!”

아저씨는 나머지 트롤의 공격을 능숙하게 방패로 쳐내며 놈의 시선을 끌었다.

그 사이 나머지 일행이 남아 있는 코볼트의 정리하고.

-매직 미사일

-파아앗!

3발의 빛나는 매직 미사일이 생성되어, 곧바로 아저씨를 공격하던 트롤의 가슴팍을 관통했다.

-크어억!

트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리는 순간, 임진혁이 달려들어 강렬한 붉은 기운을 트롤의 머리에 폭사시켰다.

-콰직!

섬뜩한 소리와 함께 트롤의 머리가 터져나가고, 비틀거리던 트롤의 몸은 그대로 땅 위에 쓰러졌다.

-커스 오브 페인(Curse of Pain)

촉수로 트롤의 움직임을 막으며 서율희의 저주 마법이 시전됐다.

붉은 기운에 휩싸인 트롤은 고통스러워하며 촉수를 벗어나려 했다.

-사냥꾼의 눈.

-쐐에에엑!

아윤의 마지막 화살이 심장을 꿰뚫으며 트롤을 고통에서 해방해 주었다.

두 마리의 트롤과 모든 코볼트를 처치하고 나자, 방 안에는 다시 핀테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축하합니다. 첫 번째 도전을 통과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개의 금화를 지급합니다.

-몸은 좀 풀리셨습니까? 다음 도전을 위한 통로를 개방하겠습니다.

축하 메시지와 함께 새로운 통로가 개방되었다.

첫 번째 도전을 무사히 마친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로의 안위를 확인했다.

“다친 사람 없지?”

“네. 괜찮아요.”

“저도 괜찮습니다.”

다행히 일행 모두 아무런 상처 없이 첫 번째 도전을 성공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도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요.”

서율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첫 번째 도전의 감상을 말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의 말에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

“잠시만요. 아저씨.”

“……?”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 아저씨를 잠시 멈추게 하고, 방안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저번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여기에도 어딘가에…….’

갑자기 벽을 살피는 내 행동에 일행은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 벽을 더듬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끝에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곳을 발견하고, 그곳을 힘줘서 꾹 눌렀다.

-그륵. 드르르르륵.

비밀장치를 누르자 벽면 쪽에 새로운 공간이 개방되었다.

이 광경을 본 일행은 모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오오!”

“오빠. 그건 뭐예요?”

나는 말 없이 비밀 공간에 숨겨진 상자를 열었다.

[‘빛나는 금화×100’를 획득했습니다.]

100개의 금화를 추가로 획득.

첫 번째 도전에서 총 200개의 금화를 얻게 되었다.

“형. 비밀 공간이 이는 줄 어떻게 알았어요?”

“저번에 왔을 때도 이런 공간이 꼭 있었거든.”

금화가 부족해 아르키트 회로 이론서를 놔두고 떠나야 했던, 그때의 눈물겨운 상황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꼭 사고 만다.’

기분 좋게 첫 번째 방에서 200개의 금화를 획득한 일행은 다음 도전을 위해 통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다시 어두컴컴한 통로를 빠져나와 도착한 곳은 아까보다 훨씬 넓고 큰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이상한 장치들로 가득했는데, 일행 모두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것 같은 장치들이었다.

“형. 이거 설마 그거 아니에요?”

“어…… 그거 맞는 것 같은데?”

옛날 TV 예능 프로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장애물과 방해하는 장치를 피해, 걷기도 어려운 길을 최대한 빨리 통과해 골인 지점에 도착하는 경기.

-두 번째 도전은 장애물 경기입니다.

-도전 인원은 단 1명.

-제한시간 3분 안에 도착하면 성공, 실패할 때마다 금화 50개를 잃게 됩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니 신중하게 도전 인원을 뽑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핀테일의 설명이 끝나고.

일행은 모두 약간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오빠. 원래 던전이 이런 거야?”

“…….”

아윤의 질문에 나 역시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나도 처음에 ‘핀테일 던전’에 들어왔을 때는 비슷한 반응이었으니까.

당황스러운 것은 일단 접어두고.

일행은 눈 앞에 펼쳐진 장애물 코스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갖가지 난해한 코스들과 수많은 방해 장치들로 가득한 코스를 보니, 어지간한 운동신경 가지고는 엄두도 못 낼 것 같았다.

몇몇 코스는 잘못 지나가면 크게 다칠 정도로 흉험해 보였다.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을 때.

“제가 한번 해봐도 되겠습니까?”

임진혁이 일행 앞으로 나섰다.

“형. 괜찮겠어요?”

“뭐, 한번 해보는 거지.”

내 걱정스러운 물음에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다른 일행 중에 딱히 나설만한 사람도 없었기에.

결국은 임진혁이 어려운 장애물 코스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가 출발점에 서자 도착지점 벽면에 시간을 나타내는 커다란 숫자가 떠올랐다.

[03:00]

골인 지점과 눈앞의 첫 번째 코스를 확인한 임진혁은 호흡을 한번 가다듬고, 빠르게 출발선을 뛰쳐나갔다.

“형. 파이팅!”

“힘내요. 진혁 오빠!”

우리의 응원을 들으며 그가 도착한 첫 번째는 기다란 통나무들이 세워져 있는 구덩이를 빠져나가는 코스였다.

임진혁은 거침없이 한 발로 통나무를 하나씩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찌나 빠른지 마치 평범한 길을 뛰어가는 것 같았다.

구덩이 끝까지 거의 도착했을 때.

-퍼석!

마지막으로 밟은 통나무가 순식간에 부서지며 임진혁의 신형이 기우뚱 기울었다.

“아앗!”

위험해 보이는 광경에 지켜보던 일행 사이에서 뾰족한 비명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당사자인 임진혁은 오히려 차분한 얼굴을 하고, 반대쪽 발로 옆 나무 기둥을 박차더니 순식간에 균형을 잡고 솟구쳐 올랐다.

신속하게 균형을 잡은 그는 빠른 속도로 다음 코스를 향해 나아갔다.

다음 코스는 암벽 등반이었다.

높은 벽 곳곳에 솟아 나온 바위를 밟고 올라가는 코스인 것 같았는데.

임진혁은 바위 따위는 무시해 버리고, 손에 붉은 기운을 두르더니 암벽에 손을 박아넣으며 빠르게 암벽 정상까지 올라가 버렸다.

과격하지만 신속한 돌파였다.

세 번째 코스는 얇은 외나무다리에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철퇴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통과를 방해하고 있었다.

거기다 중간중간에 뾰족한 창까지 튀어나와 쉽사리 움직이기 힘들어 보였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코스를 임진혁은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진입하더니, 정말 아슬아슬하게 철퇴와 창을 피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정말 보고 있는 나를 포함한 일행들의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아찔한 곡예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세 번째 코스를 막 통과했을 때.

벽에 표시된 커다란 숫자는 [00:32]를 나타내고 있었다.

마지막 코스를 남겨두고.

남은 시간은 30여 초 정도.

슬쩍 시간을 확인한 임진혁은 더욱 속도를 높여 마지막 코스로 진입했다.

마지막 코스는 엄청난 길이의 점프 구간이었다.

족히 5m는 더 될 것 같은 길이의 점프를 성공시켜야만 했다.

임진혁의 온몸에 붉은 기운이 치솟더니 엄청난 높이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굉장히 여유롭게 마지막 점프 구간을 통과해 마지막 골인 지점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 남은 시간은 [00:07].

-삐삑!

-축하합니다. 두 번째 도전을 통과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개의 금화를 지급합니다.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한 번에 통과하셨습니다. 뛰어난 실력의 보상으로 100개의 금화를 추가로 지급합니다.

“와아. 장난이 아닌데.”

“진혁 형. 정말 대단해요!”

“오빠. 진짜 멋있어요.”

아저씨부터 남매까지 임진혁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서율희도 살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골인 지점의 임진혁은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멀리 떨어진 우리를 향해 손을 들어 흔들어 보였다.

이렇게 두 번째 도전은 임진혁의 눈부신 활약으로 추가 보상까지 얻으며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 * *

두 번째 도전까지 순조롭게 끝낸 우리는 다음 도전을 향해 나아갔다.

생각보다 순조로운 던전의 진행에 일행은 기세등등해 있는 상태였다.

나 역시 살짝 들뜬 마음으로 다음 도전 장소에 발을 들여다 놓았는데.

“이건?!”

도전 장소에 놓여 있는 것들을 보고 순식간에 다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일행 역시 그것들을 보고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핀테일의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이번 방의 도전을 알려드리기 전에 모두 준비된 의자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원을 이뤄 서로를 마주 보는 형태로 배치된 6개의 의자.

나는 대충 이번 방의 도전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챘지만, 거부할 수 없었기에 일단 의자에 앉았다.

나머지 일행도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하나둘,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모든 일행이 의자에 앉자 곧바로 핀테일의 설명이 이어졌다.

-세 번째 도전은 진실 게임입니다.

-제가 드리는 3가지 질문에 모든 도전자가 각자의 대답을 적고, 질문에 해당할 것 같은 사람을 지목하면 됩니다.

-거짓말을 하거나, 지목이 틀렸을 경우 50개의 금화를 빼앗겠습니다.

-질문에 올바른 사람을 지목할 때 때마다 100개의 금화를 보상으로 드리겠습니다.

뭔가 이상한 도전에 일행은 당황했지만, 핀테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질문을 이어나갔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자신이 첫 키스를 했던 나이를 적고, 가장 첫 키스를 빨리했을 것 같은 사람을 지목하십시오.

순간 모든 일행은 대략 정신이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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