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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115화 (115/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15화

40. 컨텐츠 만들기(2)

낚시채비를 갖춰 호숫가에 도착한 우리.

나는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방송으로 촬영하는 일은 저번이 마지막이었지만.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호숫가로 나와 낚싯대를 드리웠었다.

처음 여기서 낚시를 시작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꽤 능숙해진 솜씨로 낚시 준비를 끝마쳤다.

내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캐스팅을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오연우가 옆자리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형은 낚시 정말 좋아하시나 보네요.”

“왜?”

“표정이 벌써 신나 보이는데요.”

“그래?”

오연우는 아무래도 낚시의 재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쪽인 것 같았다.

“근데 잘 잡히긴 하는 거죠. 애초에 물고기를 못 잡으면 영상 못 올려요.”

“걱정하지 마. 물고기는 금방금방 잡히니까. 그래도 저번에 대훈 아저씨가 잡아 온 녀석만큼은 커야 하지 않겠냐?”

“너무 작으면 또 영상이 안 살아나니까요.”

오연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미끼를 던진 지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 찌가 수면 아래로 쑥 끌려갔다.

시선을 놓치고 있지 않았던 나는 급하게 낚싯대를 낚아채 올리면서 줄을 팽팽하게 당겼다.

“오오. 걸렸다.”

옆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은 무시한 채, 나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낚싯대를 부여잡고 수면 아래에 있는 녀석과 힘 싸움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처음 힘 있게 줄을 당겨 묵직한 느낌을 주던 느낌과는 다르게,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은 낚싯줄에 매달려 질질 끌려왔다.

낚싯줄에 걸려온 녀석은 내 예상보다 훨씬 작은 녀석이었다.

“이건 너무 작다.”

“그러게요.”

옆에서 기대감에 살짝 들떠 있던 오연우도 맥이 빠졌는지 김샌 표정을 지었다.

나는 물고기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낚싯바늘을 빼서 다시 호숫가에 방생해 줬다.

그리고 다시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됐다.

* * *

다행히 나는 해가 산 쪽으로 가까워지려 할 때쯤, 저번에 아저씨가 잡았던 종류의 물고기 두 마리를 챙길 수 있었다.

크기도 정당해 요리해 먹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나는 긴 시간 동안 재미있게 즐겼지만, 가만히 카메라만 잡고 있던 오연우는 좀이 쑤셨는지 낚시가 끝나자마자 해방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비 정리를 마친 우리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일단 부엌에서 대충 씻어낸 물고기 두 마리를 도마 위에 올려두었다.

“이걸로 무슨 요리를 해보죠?”

“하나는 저번처럼 구이로 해 먹고, 하나는 매운탕을 끓여볼까?”

“오오. 매운탕 괜찮겠네요.”

요리 메뉴를 정한 우리는 매운탕은 내가, 구이는 오연우가 준비하기로 했다.

“형. 근데 매운탕 끓여보셨어요?”

“아니. 너튜브 보고 따라 할 생각이었는데.”

“그럼 무슨 생각으로 매운탕을 하신다고…….”

“뭐. 어떻게든 되겠지.”

물고기를 잡는 실력은 일취월장했지만, 매번 잡아서 풀어주기만 했지 요리를 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두 마리의 물고기의 비늘을 칼로 떼어내고, 배를 따서 내장을 제거해 줬다.

비늘을 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지만, 내장을 제거하는 일은 잘 몰라서 그냥 최대한 깨끗하게 씻어내려 노력했다.

구이로 만들 녀석에게는 칼집을 살짝 내주고, 매운탕에 들어갈 녀석은 대충 큼직하게 사 등분 해줬다.

마당에 나무로 불을 피워 숯불을 만들고, 물고기를 기다란 막대에 꽂아 소금만 뿌려 구워내기 시작했다.

마당의 구이요리는 오연우에게 맡기고, 나는 매운탕을 끓이기 위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대충 휴대폰으로 너튜브에서 검색해 나온 영상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오연우가 미리 세팅해 놓은 카메라에 잘 찍히도록 냄비에 물을 올렸다.

아까 미리 손질해 놓은 생선을 물에 넣고 팔팔 끓을 때까지 기다렸다.

물이 끓고 난 뒤에는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간을 맞추고.

무와 양파, 호박, 대파, 청양고추 등을 넣고 끓어냈다. 쑥갓이나 깻잎을 넣으면 좋다고 하는데 집에 없어서 생략했다.

마지막으로 고춧가루와 소금 조금으로 대충 간을 맞추고 맛을 봤다.

“으응?”

생각보다 맛있었다.

너무 대충 끓어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비린내도 안 나고, 구수하고 칼칼한 국물에 생선의 진한 맛이 잘 우러나왔다.

‘내가 요리에 소질이 있나?’

솔직히 맛이 없을 것 같아서, 부엌 찬장에 있는 라면 스프를 꺼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게 매운탕이 끓여졌다.

그때 오연우도 완성된 생선구이를 가지고 부엌으로 돌아왔다. 생선구이에서도 고소한 냄새가 솔솔 흘러나왔다.

“형. 다 했어요?”

“응. 맛 한번 볼래?”

별 기대 없는 표정으로 매운탕 냄비로 다가온 오연우는 맛을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는데.”

“그치? 맛있지?”

“형. 혹시 라면 스프 넣었어요?”

“아냐. 안 넣었어. 기본양념만 사용했어.”

“진짜요? 우와. 근데 어떻게 이렇게 감칠맛이 나지? 비린내도 전혀 안 나고.”

나도 민물 매운탕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민물고기 특유의 흙 맛과 비린 맛 때문에 꽤 거부감이 들었었다.

거기다 너튜브를 보고 처음 따라 하는 매운탕이라 걱정을 했는데 전혀 흙 맛이나 비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와 오연우가 매운탕 맛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통로를 통해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왔다.

“세진. 우리 왔어!”

“퓨이!”

“아저씨. 맛있는 냄새가 나요.”

나무 아저씨가 있는 곳에 놀러 갔던 아이들이 저녁때에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이들을 맞아주면서 바로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미리 전기밥솥에 올려둔 밥과 반찬, 매운탕과 생선구이를 식탁 위에 올렸다.

“잠깐. 모렛은?”

“밖에서 뭔가 만들고 있던데요?”

집 밖을 가리키는 이엘의 손가락을 따라 나는 현관문 밖으로 나섰다.

모렛은 날이 어두워지고 있는데도, 아까 나무를 조각하던 곳에서 계속 뭔가를 조각하고 있었다.

“모렛. 저녁 먹어야지.”

“후모!”

녀석은 계속 조각을 하려는 모양인지 내 말에도 조각 도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모렛의 뒤쪽으로 다가가 녀석을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후모! 후모!”

고집 센 털북숭이 녀석은 품 안에서 버둥거렸지만, 내가 쓰다듬어 주자 잠시 후 잠잠해졌다.

“어두워졌으니까 일단 저녁 먹고 내일 끝내. 알았지?”

“후모.”

“어휴. 털에 나무 조각들 묻은 것 좀 봐.”

나는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모렛을 내려놓고 털 곳곳에 들러붙은 나무 조각들을 털어내 줘야 했다.

그나마 깔끔해진 모렛을 데리고 식탁으로 향했다.

식탁에는 아이들이 군침을 흘리며 나와 모렛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렛을 의자에 앉혀주고 나도 내 의자에 앉았다.

“그럼 밥 먹자.”

“잘 먹을게.”

“퓨이!”

“후모!”

“잘 먹겠습니다.”

아이들의 인사와 함께 우리는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생선구이의 뼈를 발라주고, 매운탕을 작은 그릇에 떠서 각자 나눠주었다.

매운탕이 아이들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매운탕이 입맛에 맞았는지 곧잘 떠먹었다.

내가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옆에서는 군침 넘어가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꿀꺽.

식사 장면을 찍기 위해 같이 식탁에 앉지 못하고, 카메라를 잡은 오연우의 입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식탁의 구조상 촬영을 위해서 누군가 카메라를 들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연우가 촬영을 해야만 했다.

계속 군침을 흘리는 오연우가 안쓰러우면서도, 맛있는 식사를 포기하면서까지 영상을 찍으려고 하는 프로정신이 존경스러웠다.

아이들은 생선구이와 매운탕을 싹싹 비워냈고, 접시 위에 앙상한 생선 뼈와 찌꺼기만 남은 냄비를 보니 절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맛있었어?”

“응. 너무 맛있었어. 이거 다음에 또 만들어줘.”

티아가 매운탕을 가리키며 또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고,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고개를 끄덕여 줬다.

퓨이, 이엘 그리고 모렛도 맛있게 먹었는지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을 했다.

그릇 정리를 도와준 아이들이 부엌을 빠져나가고, 카메라를 들고 있던 오연우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빈 냄비와 접시를 바라보았다.

-꼬르르륵.

그의 뱃속에서 요동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 매운탕이랑 생선구이 안 남았죠?”

“미안. 우리 애들이 좀 잘 먹어서.”

“…….”

“라면이라도 끓여줄까?”

오연우는 약간 처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얼른 라면 냄비에 불을 올렸다.

* * *

오연우가 쓸쓸하게 라면으로 저녁을 때운 그 날.

모렛은 그날 이후로도 계속 나무 조각에 매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모! 후모!”

모렛이 약초밭에서 일하고 있던 나를 찾아 뛰어왔다.

“모렛이잖아?”

약초밭 일을 도와주고 있던 아저씨가 모렛의 울음소리에 허리를 들어 올렸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다급하게 달려오는 모렛을 맞아주었다.

“모렛. 무슨 일이야?”

“후모! 후모!”

흥분한 모렛은 내 바지를 잡아당기면서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려 했다.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나는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모렛에게 물었다.

“조각. 다 완성된 거야?”

“후모!”

내 물음에 모렛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오빠. 무슨 일이에요?”

“모렛. 안녕!”

아윤과 선우가 약초밭에서 나와 내게 물었다.

“응. 모렛이 얼마 전부터 하기 시작했던 나무 조각이 완성된 모양인데. 잠시 보러 갈래?”

“나무 조각? 형. 빨리 보러 가요.”

“허허. 우리 귀여운 털북숭이 실력 좀 볼까?”

나와 정 씨 가족은 모렛의 앞세워 나무 조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우와아.”

“모렛. 이거 정말 네가 만든 거야?”

정 씨 남매는 모렛의 나무 조각을 보자마자 감탄을 터뜨렸고, 나와 아저씨도 놀라운 표정으로 나무 조각을 살폈다.

“후모!”

어깨를 으쓱거리는 모렛 옆에는 익숙한 모습의 존재들이 마치 살아 움직일 것처럼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나와 퓨이, 티아, 이엘, 모렛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재료는 투박한 통나무였지만, 완성된 모렛의 나무 조각은 마치 아름다운 예술 작품에서나 느껴질 법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표정까지 느껴지는 생동감과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살린 섬세한 표현은 모렛이 평소에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느껴졌다.

“잘했어. 모렛.”

“후모!”

나는 털 곳곳이 지저분해진 모렛을 쓰다듬어 주며, 진심을 담아 칭찬해줬고.

모렛 역시 뿌듯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 * *

‘균숙자네 퓨이’ 채널에는 두 개의 영상이 올라왔다.

하나는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로 요리를 만들어 먹는 영상이었는데.

지루한 낚시 부분은 짧게 짧게 편집하고, 요리를 만드는 부분과 식사하는 부분 위주로 영상이 만들어졌다.

나의 엉성한 요리 실력과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매운탕을 보며 사람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내 매운탕 맛에 깊은 호기심을 드러냈다.

-매운탕 맛있겠다. 보통 아이들은 매운탕 싫어하지 않나?

-우리 애도 비린내랑 흙 맛 때문에 잘 못 먹던데. 생각보다 균숙자 님이 요리를 잘 만드신 듯?

-저거 물고기 종류가 뭐임?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굉장히 맛있어 보이네.

-그러게. 나도 낚시 많이 다니는데, 저 물고기는 처음 보네.

-아오. 나도 저렇게 통나무집 지어놓고 낚시 다니고 싶다.

그리고 요리 영상과 함께 올라온 굉장히 긴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편집했음에도 거의 2시간이 넘어가는 분량의 영상이었는데. 영상을 보고 난 사람들은 모두 감탄을 토해냈다.

-우와. 모렛 대박!

-이 정도면 3D 프린터 수준 아니냐?

-저 작은 손에서 이런 예술품이 탄생하다니.

며칠에 걸친 모렛의 정성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과 그 끝에 등장하는 완성된 나무 조각은 정말 예술품이라 부르기 손색이 없었다.

거기다.

-이 영상 틀어놓으면 잠 잘 옴.

-맞음 ㅋㅋㅋ

-나무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완전 ASMR임.

-나는 공부할 때 틀어놓음.

이 2시간 분량의 영상은 ASMR 영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게 되어 ASMR 순위권 영상에도 올라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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