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100화 (100/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00화

35. 이엘과 함께(2)

라이브 방송은 계속되고 이엘에 관한 질문이 끊임없이 계속해서 나왔다.

[JH Lee ₩1,000 후원]

-이엘의 가족은 어떻게 되나요?

간단한 질문에 이엘은 곧바로 대답해 주었다.

“엄마랑 둘이서 살고 있어요. 그리고 나무 아저씨가 근처에 살아요.”

엄마와 나무 아저씨에 관해 이야기하자 채팅창에는 아르엘과 나무 아저씨에 대한 궁금증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이엘의 어머니. 무척 예쁘시겠지?

-균숙자 님은 직접 봤을 텐데. 어떤 분인지 이야기 좀.

-나무 아저씨는 또 누구야.

나는 아르엘을 떠올리며 채팅창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꺼내놨다.

“으음. 어머님은 아르엘 님이시구요. 무척 아름답고 자상하신 분입니다. 정말 영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이 신비한 분이시죠.”

찬양에 가까운 나의 묘사를 들은 이엘이 엄마의 칭찬이 기분 좋은지, 살짝 뿌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르엘에 대해 더욱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같이 찍은 사진 없어요? 우리도 아르엘 님 보고 싶은데.

-아. 또 방장 혼자 보네. 그거 좀 같이 봅시다.

-다음 라이브 방송 때, 아르엘 님 특별 출연 각?

아르엘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어색한 미소를 짓고, 나무 아저씨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나무 아저씨는 저쪽 호수 건너편에 살고 계시는 나무 정령입니다. 집 근처에 사시면서 이엘을 보살펴 주시는 분이죠.”

-오오. 나무 정령!

-어떻게 생겼음?

이번엔 다시 나무 아저씨 쪽으로 관심이 넘어갔다.

나는 나무 정령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커다란 나무가 본체고, 대화를 나눌 때 기둥에 얼굴 모양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눠보면 아저씨보다는 할아버지 느낌이 많이 나죠. 그리고…….”

나는 나무 아저씨의 성격에 대해 설명하려다 잠시 머뭇거렸다.

인간을 특히 싫어하고 괴팍하게 구는 성격에 관해 설명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짧은 고민 끝에 이엘도 보고 있으니, 굳이 나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좋은 분이시죠. 저한테 숲속에서 자라는 약초를 챙겨준 적도 있으니까요.”

-신기하다. 나무 아저씨도 보고 싶다.

-균숙자 님은 정말 영화 같은 곳에서 살고 계시는군요.

-아아. 진짜 부럽다. 나도 저런 곳에서 살아봤으면.

아르엘과 나무 아저씨에 대한 설명을 들은 시청자들은, 정말 영화와 같은 숲의 생활에 부러움과 동경의 감정을 드러냈다.

[엘프사랑 ₩10,000 후원]

-근데 엘프는 겉으로 보이는 외모보다 나이가 많지 않나? 혹시 이엘 나이가?

“어어…….”

후원으로 들어온 이엘 나이에 관한 질문에 순간 나도 당황했다.

당연히 어린 겉모습에 아이처럼 대하고, 은연중에 당연히 나보다 어릴 것이라 인식했지만, 실제로 이엘의 나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설마 이엘…… 누나?

-이엘 언니?

-나보다 많지는 않겠지.

나는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이엘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기. 이엘?”

“……?”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니?”

이엘은 나이를 묻는 내 질문에 잠시 양손의 손가락을 펴서 뭔가를 셈하더니,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10살! 이엘은 10살이에요.”

“하하. 10살이구나.”

나는 10살이라는 대답에 왠지 모르게 안심하며 웃었다. 채팅창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휴우. 다행!

-그럼 인간이랑 비슷하네? 엘프가 나이를 늦게 먹는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었나?

-그러게 어머님 나이는 어떻게 되시는지 물어보면 안 됨?

-아르엘 님 나이도 물어보자.

채팅창에서 아르엘 나이에 대한 질문이 계속 올라왔고, 나도 궁금증이 생겨 이엘에게 곧바로 물어보았다.

“이엘. 그러면 혹시 아르엘 님 나이도 알고 있니?”

“엄마 나이요?”

“그래.”

“으으응.”

이엘은 얼굴을 찡그리고 한동안 기억을 더듬는 듯했지만, 결국에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요.”

“그렇구나. 괜찮아.”

대답을 못 해서 살짝 의기소침해지는 이엘을 달래주었다.

그런데 돌연 이엘이 귀를 쫑긋 세우더니, 뭔가 기억이 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하나 기억났어요.”

“……?”

“엄마가 예전에 고향 이야기해 주실 때, 제가 태어나기 한 참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러니까 그게…… 300년 전 일이라고 하셨어요.”

“어…… 300년 전?”

“네!”

이엘은 이야기를 기억해낸 자신이 자랑스러운지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반면, 생각보다 훨씬 큰 단위의 숫자가 튀어나오자 나를 포함한 지켜보던 오연우, 시청자들까지 망연한 기분을 표했다.

-300년이라고 했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30년이 아니라 300년?

-그러면 어머님 나이가 최소 300년보다 많으시다는 뜻이네. 엘프 진짜 대박이다.

[후덜덜 ₩1,000 후원]

-어머님 연세가 그 정도이시면 우리 할아버지는커녕, 고조할아버지도 어린애 취급받으시겠네.

[TMI ₩5,000 후원]

-정보 : 어머님은 조선 제20대 국왕 경종 즉위 때도 살아계셨다.

-ㅎㄷㄷ 경종 즉위.

-와. 진짜 감이 안 잡힐 정도다.

-이엘이 거짓말한다고는 생각 안 하지만, 그래도 믿기 힘든 건 사실이다.

이엘의 300년 이야기에 채팅창은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접 이 이야기를 전해준 이엘은 내 멍한 표정에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잠시 후.

어머님의 충격적인 나이 이야기가 가라앉고. 다른 질문들이 이어졌다.

[호롤롤로로 ₩2,500 후원]

-이엘은 평소에 어떻게 지내고,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평범한 질문에 이엘은 별다른 고민 없이 가볍게 대답해 주었다.

“아저씨와 만나기 전에는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거나, 나무 아저씨한테 놀러 갔어요. 그리고 숲이나 호수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언덕에 슬라임들이랑 놀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나와 만나기 전에는 아르엘과 나무 아저씨와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근데 아저씨와 만난 뒤부터는 매일 아저씨한테 놀러 와요. 티아 공주님이랑 퓨이, 모렛이랑 놀기도 하고. 아저씨가 보여주는 신기한 물건들도 구경하고. 그리고…… 아. 맞다!”

이엘은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최근에 아저씨가 보여준 영…… 화? 그걸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그리고 영화에서 엘프가 나와서 너무 신기했어요. 엄마 말고 다른 엘프를 보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영화 속 엘프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영화 속 엘프면 당연히 가짜 아닌가?

-헐. 이엘은 그게 진짜인 줄 아는 듯.

아직 진실을 모르는 이엘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나는 조심스럽게 시청자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내 신호를 알아듣고 능청스럽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아. 그 영화? 나도 봤지. 엘프가 생생하게 잘 찍혔더라고.

-그 엘프가 한 500살 정도 되나?

-이엘은 실제로 엘프를 본 적이 없구나. 우리 집 근처에 엘프가 살아서 나는 가끔 보는데.

-나는 드워프.

시청자들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다행히 이엘의 순수한 믿음이 깨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 * *

이엘과 함께한 라이브 방송은 어느덧 끝나갈 시간에 다 와 갔다.

시청자 숫자는 이미 최고 기록을 돌파한 상태였고, 사람들은 아쉬움을 표하며 조금만 더 방송을 연장해 달라고 애원했다.

-제발 조금만 더…….

-나 방금 들어왔는데. 좀만 더 해줘요.

정말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미 꽤 오랜 시간 방송을 진행했고, 이엘도 조금 피곤한 기색을 보였기 때문에 더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다음에 또 라이브 방송이 있을 테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이엘, 모렛 영상도 너튜브 채널에 올릴 예정이니 구독 많이 눌러주시고 저희 채널에 찾아와주세요.”

오연우가 나서 깔끔하게 정리 멘트를 하며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방송을 종료하기 직전.

“그리고 어제 갑작스러운 방송 종료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균숙자 님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 공지 올려둘 테니 확인하고 신청해 주세요.”

-다음 라이브 방송까지 어떻게 기다려!

-아. 오늘 방송 다시 보기나 돌려봐야겠다.

-편집자님. 제발 이엘 영상 많이 올려주세요.

-ㅂㅂ

-다음에 또 보자!

시청자들의 아쉬운 작별 인사를 뒤로하고 길었던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다.

첫 라이브 방송을 경험한 이엘은 약간 피곤한 기색에 상기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엘. 방송 괜찮았어?”

“네. 재미있었어요.”

“오늘 정말 잘했어.”

사람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도 꿋꿋이 방송을 이어나간 이엘이 기특해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엘은 쑥스러운 표정과 함께 내 칭찬이 정말 기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 * *

이엘과 함께한 라이브 방송은 수많은 이야기와 화젯거리를 만들어냈다.

실시간 검색어 장악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관심에 힘입어 관련 인터넷 기사도 계속해서 올라왔다.

편집 없는 라이브 영상 다시 보기가 짧은 기간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서 채널의 구독자 숫자와 조회수 상승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저번에 잠시 이엘이 모습을 보였던 낚시 라이브 방송이 국내에 반짝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면, 이번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관심이 쏟아졌다.

아직은 조금 부족함이 있던 우리 채널의 인지도가, 이번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확고한 인지도를 쌓게 되었다.

물론 라이브 방송에 등장했던 이엘이 엘프 분장을 한 가짜 엘프라는 의혹도 있었고, 여러 가지 음모론이 등장했다.

모든 것이 채널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연극이라는 것.

하지만 이런 의혹은 처음 퓨이가 채널에 등장했을 때부터 꾸준히 존재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나와 오연우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악의적인 의혹에 따로 대응하거나 반박하는 일은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이런 의혹들이 싹 다 정리돼 버렸다.

바로 사과의 의미로 준비한 선물 이벤트.

엘프 차가 곧바로 화제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방송 종료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신청한 구독자 중에서 추첨으로 엘프 차와 신선한 숲속 열매를 포장해 보내주었다.

50명 정도 되는 구독자들에게 선물을 보냈는데.

선물을 받은 구독자들이 인터넷에 선물을 인증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열매도 정말 맛있었지만, 엘프 차가 진짜 대박이에요.

-가족들이랑 같이 마셨는데 모두 더 없냐고 난리에요. 이거 돈 주고 구매할 수 없을까요?

-저 지금 최대한 묽게 해서 아껴 마시는 중. 엘프 차 다 떨어지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혹시 선물 받으신 분 중에 소량이라도 판매해 주실 분 없나요?

SNS를 통해 엘프 차의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사람들의 갈증은 더 켜졌다.

-도대체 무슨 맛이길래!!

-나도 한 모금만 마셔보고 싶다.

뜨거운 관심에 고액의 돈을 요구하며 소량으로 판매를 하는 사람도 생겨났고, 심지어 가짜 엘프 차를 진짜로 속여 파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생각보다 사태가 커지자 나와 오연우는 급히 채널에 공지를 올려야만 했다.

-저희는 현재 엘프 차를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엘프 차라고 돈을 받고 대량으로 판매하는 사람들과 저희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급하게 다시 선물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두 번째 선물 이벤트에 대한 공지가 올라오고.

이번에는 엄청나게 늘어난 이벤트 신청자의 숫자 때문에 나와 오연우는 또 골머리를 싸매야 했다.

귀여운 엘프 소녀 이엘과 엘프 차.

세상 사람들의 눈이 이 모든 것의 중심인 우리 채널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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