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63화 (63/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63화

24. 새로운 가능성(4)

균열이 나타나면서 세상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비일상적으로 보이던 것들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녹아들었다.

아티팩트도 그중에 하나였다.

지금에서야 수많은 분야에서 아티팩트를 활용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생존을 위한 수단.

즉 전투용 아티팩트가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아티팩트의 역사는 치열했던 균열 속 전투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허접했던 초창기 균열 전투가 지금과 같이 발전한 것처럼, 아티팩트 능력과 활용도 역시 점차 발전해 왔다.

초창기에는 아티팩트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아 전투 도중에 고장이 나버린다든가, 몇 번 사용하지도 못 할 정도로 과도한 마력을 사용하는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사용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니 이런 문제점들은 계속 개선되어왔고, 지금에 와서는 매우 엄격한 검사 기준 중 하나가 되었다.

요즘에는 1차로 국가가 나서 그 안정성과 사용성을 테스트하지만.

사람들의 기준은 더더욱 높아져 더 확실한 검증과 평가를 요구했다.

그래서 나온 평가 방법의 하나가 길드에서 직접 사용해 보고 평가를 해주는 것.

특히 유명한 길드의 평가일수록 많은 사람의 주목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길드 입장에서는 계약 관계로 묶인 아티팩트 제작자가 아니라면 이런 평가 내리는 일을 꺼렸다.

왜냐하면, 섣불리 평가했다가.

아티팩트에 문제가 생긴다든가 불량품이 나온다면, 그 역풍을 고스란히 평가한 길드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명한 거대 길드일수록 이런 일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5대 길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오성 길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부에서 수많은 아티팩트 평가에 대한 요청이 오지만, 대부분 좋은 말로 거절하는 게 길드 내부의 방침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예외가 생겨났다.

* * *

서율희는 조원들 중 마법사인 이재훈에게 아티팩트 하나를 건넸다.

“그럼 부탁할게요. 재훈 씨.”

“알겠습니다. 조장님.”

그녀는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다른 조원을 살피러 떠나갔고.

남겨진 이재훈은 손에 든 아티팩트를 바라보며 들키지 않게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또 아티팩트 테스트야?’

가끔 길드에서 시행하는 아티팩트 테스트는 서율희 조장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가장 어리고 경력도 부족하다 보니 이런 귀찮은 일들을 다른 선배 조장들이 많이 떠넘겼다.

그러다 보니 서율희 조원 중에서 마법사인 이재훈에게 아티팩트 테스트 임무가 자주 맡겨졌다.

따로 수당도 챙겨주기는 하지만.

이게 잘해도 본전, 못 하면 욕먹기 딱 좋은 임무였다.

물론 문제가 생겨도 조장인 서율희가 나서 모두 커버해 주지만, 이재훈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 아티팩트는 특이하게 오성 길드와 전혀 연관이 없는 제작자가 만든 아티팩트라고 했다.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참…….’

이재훈이 아티팩트를 들고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발견한 부조장 윤동현이 그에게 다가갔다.

윤동현은 그에게 어깨동무하며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왜 그래. 재훈아.”

“아. 부조장님.”

“왜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어.”

“…….”

이재훈은 어색하게 웃었고, 이미 상황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윤동현이 그를 위로했다.

“괜찮아. 조장님도 너 고생하는 거 다 알고 있어. 그래도 어쩌겠냐 우리 조원 중에 맡길 사람이 너밖에 없는걸.”

“저도 알고 있죠.”

“그러니까 맘 편하게 해. 문제 생겨도 나랑 조장님이 다 커버해 주니까.”

윤동현의 위로에 이재훈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그리고 이번 아티팩트 테스트는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될걸?”

“네?”

“그런 게 있어. 나는 이제 갈게. 준비 잘하고.”

윤동현은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남은 이재훈은 그가 남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균열에 들어갈 준비를 시작했다.

* * *

서율희가 이끄는 조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균열의 괴물들을 처리해 나갔다.

한 무리의 괴물과 전투가 끝나갈 때쯤, 이재훈이 주변 동료에게 외쳤다.

“잔챙이 한 마리만 남겨요. 아티팩트 시험해 봐야 하니까.”

다른 조원들도 이런 일이 익숙한지, 그의 요청에 따라 위험하지 않은 잔챙이 하나를 남겼다.

‘흠……. 아티팩트에 마법이 파이어볼, 매직 미사일? 달랑 두 개?’

아티팩트에 새겨진 마법을 확인한 이재훈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 수준의 아티팩트를 굳이 오성 길드에 맡겼다는 사실도 이상했고, 그걸 받아준 길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훈은 곧바로 고개를 흔들고 잡스러운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내 일만 하면 되는 거야. 복잡한 생각은 그만두자.’

마음을 비운 이재훈은 아티팩트의 출력을 가장 낮게 맞추고 매직 미사일 시전을 준비했다.

‘처음이니까 가볍게 한 방 날려보자.’

장착한 아티팩트를 발동시켜 익숙하게 매직 미사일을 시전했다.

-우우웅!

“응?!”

평범한 매직 미사일이 시전되었는데, 평소보다 마력의 파장이 묵직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인가?’

이재훈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매직 미사일을 괴물에게 쏘아 보냈다.

-꽈앙!!

-키에에엑!

생각보다 강력한 폭발음과 괴물의 비명이 크게 울려 퍼졌다.

“뭐야!”

“으응?!”

이재훈은 물론 주변의 동료들까지 깜짝 놀라 폭발 현장을 쳐다봤다.

“재훈 씨. 출력 너무 높인 거 아니에요? 깜짝 놀랐잖아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이재훈은 일단 주변 동료들에게 사과했다.

폭발음 때문에 조원들 사이에 소란이 있었지만. 곧바로 소란은 가라앉고 각자 할 일을 시작했다.

한편. 본의 아니게 소란을 일으키게 된 이재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분명 출력을 가장 낮게 맞췄는데. 벌써 고장인 건가?’

그의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 조원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늑대인간 괴물 무리와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방에 탱커들이 진형을 갖추는 사이 후방에서 화력지원이 이어졌다.

이재훈 역시 화력을 지원하기 위해 아티팩트를 사용해 마법을 시전했다.

이번에도 가장 낮은 출력.

-파이어볼!

-화르륵.

눈앞에 생성된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화염구.

이재훈은 아까 매직 미사일과 같이 화염구에서 묵직한 마력 파동을 느꼈다.

불안함을 느낀 이재훈은 살짝 더 뒤쪽을 목표로 화염구를 날려 보냈다.

-콰아앙!

-화르르륵!!

이번에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화염구 주변이 엄청난 열기로 뒤덮였고.

화염에 휩쓸린 늑대인간들은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서 즉사해 버렸다.

이 광경을 목격한 조원들은 다시 이재훈에게 불만을 표했다.

“재훈 씨. 출력 조절 좀 하시라니까요.”

“이게 출력 최대한 낮춘 거예요.”

“예? 뭔가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이게 무슨 최소 출력이에요.”

“진짜라니까요.”

이재훈은 조원들의 항의에 억울하고 답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무슨 일이에요?”

조원들 사이에 소란이 일자, 조장인 서율희가 나서 조원들에게 물었다.

이재훈은 그녀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렇게 된 겁니다. 조장님.”

“흐음.”

상황을 전달받은 서율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재훈에게 의견을 물었다.

“재훈 씨는 뭐가 문제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불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출력 표기가 반대로 됐을 수도 있고요.”

가끔 회로 설계 실수나 표기 실수로 출력의 최대와 최소가 뒤바뀌는 종종 일어난다.

“그러면 다음 전투에는 재훈 씨가 먼저 최대 출력으로 마법을 사용해 보죠. 그래도 출력 조절이 이상하다면 불량으로 판단하고 테스트는 중단하는 거로 하겠어요.”

“알겠습니다.”

서율희의 깔끔한 정리에 이재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일행은 잠시 휴식을 가진 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행은 아까와 비슷한 규모의 늑대인간 무리를 먼저 발견했다.

“이번에는 재훈 씨가 먼저 마법으로 공격하세요. 나머지는 아까와 같이 전투합니다.”

서율희의 지시가 떨어지고.

그녀의 말에 따라 이재훈이 아티팩트의 출력을 최대로 올리고 마법 시전을 준비했다.

아티팩트로 마법을 발동시키기 직전.

이재훈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혹시 이 아티팩트가 불량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머릿속 질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파이어볼 마법이 발동됐다.

-화르르륵!!

눈앞에 생겨난 세 개의 화염구는 아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열기를 내뿜었다.

“으윽!”

거기다 이번에는 묵직하다 못해, 몸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마력 파동에 신음을 흘렸다.

이재훈은 본능적으로 주변 동료들에게 외쳤다.

“모두 물러나요!”

그와 동시에 화염구는 이재훈의 손을 떠나 늑대인간 무리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물러나세요!”

이상함을 느낀 서율희도 조원들에게 물러날 것을 지시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쿠과과광!!!

-캬아아악!

-키악!!

일행들의 눈앞에는 한마디로 지옥도가 펼쳐졌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도 생생히 느껴지는 열기.

늑대인간들은 그 열기 한가운데서 산채로 불타고 있었다.

서율희를 포함한 모든 일행은 이 지옥도를 만들어 낸 이재훈을 쳐다봤다.

그는 주변의 시선을 느끼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일행에게 짧게 한마디를 말했다.

“진짜 최소 출력이었다니까.”

“…….”

아까 이재훈에게 불만을 표했던 일행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일행은 그 뒤로 별문제 없이 균열을 돌파해 나갔다.

전투 때마다 최소한으로 아티팩트를 사용하여 시험을 이어나갔다.

사용할 때마다 이재훈을 포함한 모든 일행은 혀를 내둘렀다.

잠시 쉬는 시간에는 일행들 사이에서 아티팩트의 출처와 정체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오늘 와서 이걸 처음 받았어요. 저도 아는 게 없어요.”

조원들은 이재훈에게 아티팩트에 관한 걸 물었지만, 그도 딱히 알고 있는 게 없었다.

부조장인 윤동현도 아는 게 없다며 발뺌했고.

조장인 서율희에게는 눈치가 보여 아무도 질문하지 못했다.

휴식을 끝내고 조원들은 이 균열의 마지막 보스를 향해 전진했다.

균열의 마지막 보스는 딱딱한 껍질을 온몸에 둘러싸고, 두 발로 서 있는 거북이 모습을 한 보스는 속칭 거X왕으로 잘 알려진 놈이었다.

딱딱한 껍질 덕분에 물리 저항과 마법 저항이 높지만, 둔한 움직임 때문에 위협적인 공격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C등급 하위 균열에서 등장하는 괴물치고는 저항 수치가 꽤 높은 편이다.

보통의 전투원들이 관통 셋팅을 맞추지 않는 단계라 높은 저항 수치를 둘둘 두른 놈을 잡기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특히. 관통 능력을 부여할 수 없는 아티팩트는 저런 상대에게 무력한 경우가 많았다.

상위 균열로 갈수록 공격형 아티팩트보다, 지원과 방어 위주의 아티팩트가 사용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어어억!

일행의 귓가에 낮고 우렁찬 울림이 들려왔다.

곧이어 육중한 몸을 이끌고 마지막 보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보스의 등장을 확인하고 윤동현이 서율희에게 말했다.

“조장님. 아티팩트로 한 방 제대로 먹이고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 저항이 높긴 해도 위력이 워낙 좋으니 꽤 피해를 누적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서율희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이재훈에게 지시를 내렸다.

“재훈 씨. 최대 출력으로 녀석에게 강한 한 방 부탁해요. 나머지 인원은 미리 숙지한 대로 진형을 짜고 대기합니다.”

그녀의 지시에 일행은 미리 준비한 대로 보스와 싸우기 위한 진형에 맞춰 움직였고.

이재훈은 출력을 최고로 맞추고 매직 미사일 시전을 준비했다.

그도 저 거북이 보스가 엄청난 마법 저항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매직 미사일을 발동시켰다.

-매직 미사일!

-우우웅.

강력한 마력 파동을 내뿜는 5발의 매직 미사일이 이재훈의 주위에 생겨나고.

그는 보스의 상대적으로 약한 부위인 복부 쪽 부분을 목표로 마법을 쏘아 보냈다.

-휘이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매직 미사일은 정확히 녀석의 복부 쪽 부분을 타격했다.

그리고.

-퍼석!

“퍼석!?”

보통 저항이 높은 괴물에게 마법을 사용하면 저항을 뚫어내지 못하고 ‘펑’ 터지는 소리가 나는데…….

퍼석?!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괴물의 복부에서 들려왔다.

-끄어어어억!

곧이어 들려오는 괴물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

조원들은 전투 중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괴물의 복부를 바라봤다.

도저히 눈앞에 벌어진 일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아티팩트로 이게 가능하다고?”

마치 마음에 소리가 새어 나오듯 사람들의 입에서 놀라움과 황당함이 뒤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티팩트로 이 상황을 만들어 낸 이재훈도 멍하니 입을 벌려 추한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 장면.

괴물의 단단한 복부는 매직 미사일에 의해 처참하게 뚫려 있었다.

터져나간 껍질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괴물은 균형을 잃더니 엄청난 충돌음과 함께 쓰러졌다.

충돌음이 균열 내에 울려 퍼지고.

정신을 차린 이재훈은 자신이 장착한 아티팩트를 바라보며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아티팩트에 관통 셋팅이 가능하다고!?!!”

* * *

오성 길드에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모든 조장과 길드 간부가 회의실에 모여 방금 올라온 따끈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조장 중에 꽤 나이가 있는 사람이 길드장에게 직접 보고서의 진위를 물었다.

“이게 정말입니까?”

“서율희 조장이 직접 보고 확인까지 한 보고서입니다. 진위는 이미 충분히 따질 만큼 따졌습니다.”

“허허.”

길드장의 단호한 대답에 질문을 던진 조장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이런 아티팩트를 누가 만들었단 말입니까?”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듯 터져 나온 질문에 이번에는 부길드장인 김도훈이 대답했다.

“저번에 거미 여왕 균열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지요.”

“그때 길드에서 찾으려고 했던 인물. 그 사람입니다.”

김도훈의 대답에 회의실에는 저마다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때 누군가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렇게 중요한 인물을 아직도 영입 못 했다는 말입니까?”

“이미 관리본부와 협회가 끼어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우리 아니었습니까? 애초에 한창호 조장이 고집만 부리지 않았으면 됐을 일을…….”

그는 한창호 조장을 탓하듯 공격적인 말을 꺼냈다.

회의실 끝쪽에 자리하고 있던 한창호는 그의 말에도 표정 변화 없이 꼿꼿하게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태도가 더 마음에 안 들었는지 얼굴을 구기며 소리치려는 찰나.

길드장이 나서 제지했다.

“그만 하세요. 이번에 아티팩트 시험을 부탁받게 된 것도 한창호 조장을 통해서였습니다.

“크흠.”

“저는 오히려 그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손쉽게 끌어들일 만한 인재가 아니었습니다.”

회의실에는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겁니까? 영입이 힘든 건 알겠지만. 이런 아티팩트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둘 겁니까?”

“무조건 끌어와야 합니다. 이건 우리 오성 길드가 도약할 기회인 겁니다.”

“제가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한번 말이 터져 나오자 저마다 의견을 내기 시작했고, 회의실의 분위기는 엉망이 돼버렸다.

“그만!”

김도훈의 외침에 시끄럽던 회의실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는 슬쩍 길드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다시 길드장이 회의실 사람들에게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일단 섣부른 접근은 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처럼 한창호 조장을 통해 계속 관계를 지속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길드장의 말에 사람들은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계속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자는 건 아닙니다. 곧 길드 입장에서 움직임이 있을 겁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해나갔다.

끝자리에서 길드장의 설명을 듣던 한창호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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