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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61화 (61/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61화

24. 새로운 가능성(2)

“후모.”

[광산에 남은 자원이 없습니다.]

[‘광산 Lv.1’이 폐쇄됩니다.]

정말 쉬지 않고 곡괭이질을 한 일꾼의 노력 덕에 광산의 모든 자원을 캐낼 수 있었다.

만약에 내가 직접 곡괭이질을 했다면 3, 4일을 고생해도 다 못 끝낼 분량이었다.

작업으로 인해 돌가루와 먼지로 범벅된 녀석에게 나는 시원한 캔맥주를 건넸다.

“수고했어. 이거 마셔.”

“후모! 후모!”

일꾼은 눈을 빛내며 캔맥주를 받아들더니 바로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이번에도 원샷으로 캔맥주를 비워내더니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특유의 소리를 냈다.

“후모!!”

녀석은 다시 곡괭이를 집어 들고 다시 일거리를 달라는 듯 몸을 들썩거렸다.

“오늘 일은 다 끝났어. 이제 쉬어도 괜찮아.”

“후모?”

“그래. 이제는 곡괭이는 내려놓고. 몸도 더러워졌으니까 씻으러 가는 게 어때?”

“후모.”

일꾼은 내 말을 이해했는지 곡괭이와 모자를 다시 털 속으로 집어넣었다.

다시 봐도 정말 신기한 장면이었다.

나는 작업으로 먼지투성이가 된 녀석을 온천으로 데려갔다.

먼저 흐르는 물로 먼지와 돌 부스러기를 씻어내고 따뜻한 온천에서 휴식을 취하게 해주었다.

“후모…….”

왜 기계 일꾼이 온천을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잠시 떠올랐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씻고 나와서 퓨이와 티아와 함께 드라이어를 사용해 일꾼의 털을 말려주었다.

말리는 동안 아이들은 녀석의 털이 신기한 듯 만지작거렸다.

“우와. 털이 엄청 빽빽하다.”

“퓨이.”

“후모.”

워낙 털이 많아서 드라이어를 사용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꾼의 털을 말리고 나는 오늘의 채광한 결과물을 확인해 보았다.

오늘 총 50덩어리가 넘는 마정석 원석을 캐냈다.

그중에 마정석이 품고 있는 마력이 적은 낮은 등급의 마정석 원석이 30덩어리.

조금 더 많은 마력을 품고 있는 마정석 원석이 18덩어리.

그리고 꽤 많은 마력을 품고 있는 마정석 원석이 2덩어리.

이렇게 오늘의 수확을 3가지 단계로 구분했다.

그중 가장 가치 있는 3단계 마정석 원석 2덩어리는 퓨이에게 부탁해 불순물을 제거한 마정석 원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단계의 원석도 각각 하나씩 퓨이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해 보았다.

그 결과 2번째 단계에서는 평범한 마정석 원석과 마력이 흐르는 광석을.

1번째 단계에서는 C등급과 D등급 마석과 불순물 찌꺼기만 얻을 수 있었다.

퓨이에게 부탁해 모든 원석들의 불순물을 제거하면 좋겠지만, 불순물을 제거하는 일이 퓨이에게 꽤 힘들어 보여 더 부탁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퓨이가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양은 원석 4개 정도가 적당해 보였다.

나는 눈앞에 쌓여 있는 마정석 원석들과 손안에 ‘빛나는 마정석 원석’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에서는 마정석 원석들을 처리할 방법과 새로운 가능성에 관한 생각이 복잡하게 떠돌아다녔다.

* * *

나는 신지아에게 미리 연락하고 아티팩트 공방에 방문했다.

“어서 오세요. 세진 씨.”

“바쁜데 시간 뺏은 건 아니죠?”

“아뇨. 괜찮아요. 오늘은 하루종일 공방에 있을 생각이었거든요.”

그녀는 예전과 같이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에 편안한 복장 차림이었다.

요즘에 외부 스케줄이 많다 보니 만날 때마다 짙은 화장에 화려한 외출복 차림이었는데.

오늘은 예전 같은 편안한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 이유로 나도 모르게 반가운 미소가 지어졌는데. 그 미소를 본 신지아가 내게 물었다.

“갑자기 왜 웃으세요?”

“아니. 오랜만에 지아 씨 편안한 복장을 본 것 같아서. 왠지 그립게 느껴졌거든요.”

내 대답에 신지아가 살짝 얼굴을 붉히고, 조금은 토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제나 그렇게 꾸미고 다닐 수는 없다고요. 일할 때는 그렇게 입고 있으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내 의도를 잘못 이해한 그녀의 반응에 나는 다급히 변명했다.

“그런 뜻이 아니라. 평소 같은 모습을 봐서 좋다고요. 꾸민 지아 씨 모습도 예쁘지만. 저는 이렇게 편안한 모습이 좋고 더 예쁜 것 같아서…….”

“으흠. 그래요?”

“네…….”

내 변명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신지아는 토라진 감정을 거두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한편 다급함에 창피한 말을 내뱉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황급히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꺼냈다.

“지아 씨. 요즘에는 안 바쁘세요?”

“안 바쁜 건 아닌데. 요즘에는 외부일정이 거의 없어서 공방에서만 일하고 있거든요. 준비해야 할 게 있어서.”

“준비요?”

“네. 특허 출원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준비해야 할 게 조금 많아요.”

신지아는 최근 미래 그룹의 도움을 받아 경연대회에서 선보였던 기술의 특허 신청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이번 특허 신청이 잘 마무리되면, 그녀는 미래 그룹과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기술 지원과 투자를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어요?”

“보여드리고 의논하고 싶은 게 있어서. 잠시만요.”

나는 가방에서 마정석 원석과 마력이 깃든 광석을 하나씩 꺼내놨다. 신지아는 한눈에 마정석을 알아보고 흥미로운 듯 이리저리 살펴봤다.

마정석을 살펴보던 그녀의 눈동자에 조금씩 놀라운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어디서 이런 걸 구하셨어요? 이건 꽤 높은 등급의 마정석 원석인 것 같은데.”

“우연히 균열에서 구했어요.”

내가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말을 얼버무리자 그녀는 살짝 섭섭한 기색을 내비쳤다.

나는 어색한 미소로 일관했고, 신지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마정석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쪽은 제 전문이 아니라 정확히 설명은 해드리기 힘들지만. 대충 알고 있는 사실만 알려드릴게요.”

그녀는 첫 번째로 ‘빛나는 마정석 원석’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굉장한 마정석 원석이네요. 신경 써서 세공하면 엄청난 출력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옆에 마정석은 평범하지만 역시 세공만 잘하면 써먹을 수 있겠네요.”

다음으로 ‘은은한 마력이 흐르는 광석’을 살폈다.

“와. 이것도 대단하네요. 아티팩트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 무기나 방어구 제작자도 엄청나게 좋아할 만한 재료네요.”

“여기 공방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요?”

“이 상태로는 못 쓰죠. 우리가 사용할 수 있게 전문가가 제련을 해줘야 하거든요. 근데 이 정도 수준이면 평범한 기술로는 제련하기 힘들 거예요.”

그녀는 불순물이 섞인 마정석 원석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당장은 사용할 수 없고 전문가에게 맡겨 제련과 세공을 의뢰하거나, 내다 파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설명을 끝낸 그녀에게 나는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지아 씨. 이 마정석 원석으로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는데. 아티팩트 하나만 준비해 주실 수 있나요?”

“이걸로요? 할 수는 있는데. 조금 아깝지 않나요? 세공만 해서 내다 팔아도 엄청 비싸게 팔 수 있을 텐데.”

그녀는 마정석 원석이 정말 아까운지 머뭇거렸다.

“한 번 아티팩트에 사용하면 가치가 떨어져서 팔기도 힘들어지는데 괜찮겠어요?”

“네. 괜찮아요. 꼭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거든요.”

“일단 알겠어요. 준비해 줄게요.”

신지아는 마정석 원석을 내다 버리는 느낌이 들었는지, 찝찝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반면에 나는 기대감에 설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약에 내가 생각한 새로운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다면, 이 정도 마정석 원석을 소모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테니까.

신지아는 내 부탁대로 짧은 시간 안에 아티팩트 하나를 완성해 냈다.

“마법은 간단히 파이어볼 회로 하나만 넣었어요. 세공이 안 된 마정석이라 회로 출력도 최대한 낮춰놨어요. 이제 마정석만 장착하면 돼요.”

“잠시만요.”

나는 그녀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손안에 있는 ‘빛나는 마정석 원석’에 의식을 집중했다.

-Sanye(질서)

나는 얼마 전 기계 일꾼을 소환하기 위해 재료를 준비했을 때처럼, 다시 마정석 원석에 문양을 새겨넣기 시작했다.

핀테일의 던전에서 보상으로 얻은 세가지의 문양.

Nar(불꽃), Suru(바람), Helce(얼음).

그중 Nar(불꽃) 문양을 마정석 원석에 새겨넣었다.

잠시 후.

큰 어려움 없이 작업이 끝나고, 마정석 원석에서는 은은한 붉은빛이 새어 나왔다.

이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던 신지아에게 손안에 있던 마정석 원석을 건넸다.

“이건?”

“마정석 원석에 문양의 힘을 새겼어요.”

“아…….”

화들짝 놀란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마정석 원석을 아티팩트에 장착했다.

마정석 장착을 끝낸 아티팩트를 가지고 우리는 공방 뒤편에 있는 공터로 향했다.

“지아 씨가 한번 시험해 보세요.”

“예? 아티팩트에 문양을 새기면 세진 씨 밖에 못 쓰잖아요?”

신지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한번 써보세요. 안되면 어쩔 수 없고요.”

“알겠어요.”

계속되는 내 권유에 그녀는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아티팩트를 팔에 장착했다.

“그럼 마법 시전해 볼게요.”

그녀는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아티팩트에 정신을 집중했다.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파이어볼!

신지아의 외침과 함께 붉게 타오르는 화염구가 생겨났다.

분명 출력을 최대한 낮췄다고 했지만 평범한 파이어볼 보다 더 크고, 강력한 열기를 내뿜었다.

“어, 어?”

“역시 그랬어!”

신지아는 한눈에 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 파이어볼의 크기에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고.

나는 예상과 맞아떨어진 결과에 환호성을 질렀다.

‘문양이 새겨진 회로는 문양을 이해하고 있는 나 밖에 못 쓰지만, 마정석에 새겨진 문양은 누구나 쓸 수 있어!’

-휘이이익.

-콰아아아앙!!

공중에 떠 있던 화염구는 비워져 있는 공터를 향해 날아갔고,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사방으로 열기를 내뿜었다.

“꺄아아악!”

“이런.”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력에 나는 본능적으로 신지아를 감싸며 땅바닥에 넘어졌다.

품 안에는 살짝 떨고 있는 신지아가, 등으로는 뜨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한바탕 열풍이 주변을 휩쓸고 나니 공터에는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괜찮아요. 지아 씨?”

“네. 괜찮아요.”

나는 먼저 몸을 일으키며 땅바닥에 쓰러진 신지아를 일으켜 세워줬다.

잠시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고 공터로 시선을 돌렸을 때, 우리는 멍한 표정으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분명 방금까지 멀쩡했던 공터에 생겨난 커다란 구덩이.

뜨거웠던 열기를 짐작하게 할만한 그을린 자국.

엄청난 열풍에 쓰러져버린 풀들.

파이어볼 한 번에 일어난 풍경치고는 너무 섬뜩하고 처참한 모습이었다.

-파직…… 프스스.

한 번의 마법 시전으로 아티팩트 회로는 강한 마력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져 버렸다.

멍하니 공터를 바라보던 내가 혼이 나간 것처럼 중얼거리듯 신지아에게 말했다.

“지아 씨. 이거 출력 최대한 낮춘 것 맞죠?”

그녀도 나처럼 힘없이 대답했다.

“……네.”

나는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나갔다.

“출력을 높여도 견딜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면 위력을 더 높일 수 있겠죠?”

“……네.”

“예전에 지아 씨가 한 말 기억해요?”

“……?”

“문양의 힘이 장착된 아티팩트를 팔 수만 있다면, 아티팩트 계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거라고.”

“…….”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내가 생각했던 새로운 가능성에 관해 물었다.

“이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까요?”

“…….”

그녀는 내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조금 전 파이어볼 보다 뜨겁게 타오르는 눈으로 내 질문에 대답했다.

나는 그녀의 뜨거운 눈을 바라보며 나 역시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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