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균열에 산다 54화
22. 두근두근 던전 탐험(2)
일단 던전을 들어가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문제는 아이들이었다. 같이 던전에 들어가야 할지, 남겨두고 나 혼자 들어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녀석들은 이런 내 고민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선수를 쳐 떼를 쓰기 시작했다.
“세진. 나도 같이 갈래. 응?”
“퓨이! 퓨이!”
티아는 내 왼쪽 어깨를 흔들고 퓨이는 내 오른쪽 다리를 붙들고 늘어지며 같이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끄응. 위험도가 별로 안 높으니. 데리고 가도 괜찮으려나?’
마치 내 고민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눈앞에 새로운 알람이 떠올랐다.
[던전은 많은 인원이 도전할수록 더 쉽고, 재미있습니다.]
약간 던전의 설명에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고민을 멈추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좋아. 같이 던전에 들어가자.”
“와아!”
“퓨이!”
내 허락이 떨어지자 퓨이와 티아는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던전 내부를 상상하며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우리는 던전 입구로 진입했다.
* * *
던전 입구를 지나 눈앞에 보인 것은 입구의 분위기와 비슷한, 게임 속 던전 느낌의 방이었다.
잠시 우리가 주변을 살피는 사이.
정중한 어투지만, 장난기가 느껴지는 특이한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핀테일’의 던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이곳의 던전 마스터. ‘핀테일’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우리는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방 안에는 우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2시간 이내에 제가 마련한 8개의 도전에 성공하시면 던전을 클리어하실 수 있습니다.
-제한시간을 많이 아낄수록 보상이 좋아지니 서두르시는 게 좋겠죠?
-만약 2시간 이내에 도전에 모두 성공하지 못하시면 실패 페널티를 받게 되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방을 나가시는 순간 도전이 시작됩니다.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자신을 스스로 핀테일이라 밝힌 존재의 설명이 끝나고.
방 안에는 다시 적막이 흘렀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출구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출구는 두꺼운 돌문으로 막혀 있었고. 그 돌문 옆에는 당길 수 있는 레버가 존재했다.
나는 레버를 잡아당겼다.
-그그그극!
둔중한 소리와 함께 출구가 개방되었다.
열린 돌문 너머에는 약간 어두컴컴한 방의 모습이 보였다.
출구를 지나 다음 방으로 향하는 순간 눈앞에 제한시간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 : 1시간 59분 57초 ]
-그그그극!
우리가 지나온 돌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어두웠던 방에 빛이 들어오며 사방이 밝아졌다.
그리고 핀테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곳은 ‘조각의 방’입니다.
-방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 위에 조각들을 전부 맞추시면 도전 성공입니다.
-첫 도전이니. 몸을 풀 수 있도록 쉬운 도전을 준비해 봤습니다.
핀테일의 간략한 설명이 끝나고. 우리는 곧바로 테이블을 향해 다가갔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그림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직소 퍼즐이구나!’
내가 예상한 도전과는 전혀 느낌이 다른 도전이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얘들아. 일단 모서리 부분이랑, 테두리 부분을 먼저 찾아!”
“테두리 부분?”
“이렇게 한쪽 부분이 직선으로 되어 있는 조각을 먼저 찾으면 돼.”
“알았어.”
“퓨이!”
예전에 해본 적 있는 직소 퍼즐의 경험을 살려 정석적인 공략 방법을 사용했다.
테두리 부분을 먼저 찾아 완성하고, 비슷한 색깔과 그림 부분을 먼저 분류하고, 테두리부터 하나씩 맞춰 들어갔다.
티아와 퓨이도 퍼즐이 재미있는지 열심히 조각을 맞춰 나갔다. 아마 혼자 도전했다면 꽤 시간을 잡아먹었을 도전이었다.
“끝났다!”
“퓨이!”
티아가 마지막 조각을 맞추면서 모든 그림 조각을 완성했다.
-‘조각의 방’ 도전에 성공하셨습니다.
-다음 방으로 이동하세요.
100개는 넘지 않는 조각들이라 쉽게 완성할 수 있었지만, 서둘렀음에도 꽤 시간이 흘러버렸다.
[남은 시간 : 1시간 37분 33초 ]
‘음. 도전이 7개가 남아 있는데. 여기서 20분을 넘게 써버렸네.’
시간을 계산하며 약간 불안함을 느꼈다.
다 맞춘 퍼즐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음 방으로 이동했다.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기다란 통로가 보였다.
잠시 후 아까처럼 핀테일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곳은 ‘인내의 방’입니다.
-통로 끝에 도달하면 도전 성공입니다.
“응?”
생각보다 단순한 도전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통로 구석구석에서 뭔가 모습을 드러냈다.
-몽. 몽. 몽.
-몽. 몽. 몽.
얼마 지나지 않아 각양각색의 조그마한 슬라임들이 통로를 가득 메웠다.
-휙!
이 작은 슬라임들은 곧바로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꺄악!”
“큭.”
그런데 이 녀석들은 공격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온몸에 주렁주렁 달라붙기 시작했다.
거기다 끈적끈적한 액체를 뿜어내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으앙! 세진 도와줘!”
티아는 작은 몸에 두, 세 마리의 슬라임을 매달고 버둥거리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역시도 수십 마리의 슬라임이 동시에 달라붙어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
뛰어가면 20초도 걸리지 않을 통로가 이 작은 슬라임들 때문에 엄청나게 멀게 느껴졌다.
나와 티아가 슬라임들 때문에 허우적거리는 사이.
“퓨이?”
-몽. 몽. 몽.
“퓨이! 퓨이!”
-몽. 몽. 몽.
퓨이와 작은 슬라임들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친근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거기다 작은 슬라임들은 퓨이를 마치 부모인 것처럼 졸졸 따라다니며 친근함을 표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퓨이에게 바로 도움을 요청했다.
“퓨이야 도와줘.”
“퓨이?”
“네 친구 좀 어떻게 해봐.”
도움 요청을 들은 퓨이가 나와 티아 곁으로 다가와 뭔가 큰 소리로 말했다.
“퓨우우. 퓨이!”
-몽. 몽. 몽.
퓨이의 외침과 함께 나와 티아에게 찰떡처럼 붙어 있던 슬라임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어미 새를 따라가는 새끼 새처럼 퓨이 주변을 맴돌았다.
나와 티아는 퓨이 덕분에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어휴. 살았네.”
“와! 퓨이야 정말 대단해.”
“퓨이!”
-몽. 몽. 몽.
다시 자유를 되찾은 우리는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 통로 끝으로 달려갔다.
-몽. 몽. 몽.
-몽. 몽. 몽.
그런데 갑자기 작은 슬라임들이 우리의 앞길을 막고 뭔가를 말하려는 듯 울음소리를 내었다.
당연히 알아들을 수 없는 나와 티아는 고개를 갸웃했고, 퓨이만 진지하게 슬라임들의 소리를 경청했다.
“퓨이?”
-몽. 몽. 몽.
퓨이가 녀석들에게서 뭔가를 알아낸 듯 통로 중앙 부분의 벽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꼬리로 벽을 가리켰다.
“퓨이! 퓨이!”
“벽에 뭔가 있다는 말이야?”
“퓨이!”
-몽몽몽!
내 물음에 퓨이는 물론 작은 슬라임들도 몸을 들썩거리며 대답했다.
나는 평범해 보이는 벽을 손으로 만져가며 자세히 확인해 보았다.
-달칵!
-그르르릉!
확인하는 과정에서 벽면 한 부분이 쑥 밀려들어서 갔고, 그와 동시에 벽면이 열리며 비밀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나는 살짝 두근거리는 기대감과 함께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금화가 들어 있었다.
[‘빛나는 금화×10’를 획득했습니다.]
이게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았다.
“퓨이! 퓨이!”
-몽. 몽. 몽.
통로 끝까지 따라온 작은 슬라임 친구들과 퓨이는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는 도전을 위해 다음 방으로 향했다.
도착한 방에는 커다란 의자 하나가 방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호오. 운이 좋으시군요. 5분도 되지 않아 ‘인내의 방’을 성공하셨습니다.
-이번 방의 도전을 알려드리기 전에 한 분만 의자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의자에 한 명 앉아 달라는 핀테일의 요청에 내가 나서 의자에 몸을 맡겼다.
-철컥!
의자에 앉자마자 나는 의자에 몸을 구속당해 버렸다.
“뭐야?”
-하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험한 건 아닙니다.
-이곳은 ‘진실의 방’입니다. 제가 드리는 3가지 질문에 모두 진실한 대답을 해주시면 됩니다.
-대신 거짓으로 대답하실 때마다 남은 시간을 15분씩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잠깐만. 던전이 뭐 이래?”
-첫 번째 질문입니다.
내 불평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핀테일은 곧바로 질문을 이어나갔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아라스티아 공주님이 굉장히 귀찮고, 성가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
“…….”
나는 전혀 예상 못 한 종류의 질문이 들어오자 당황했다.
“세진. 설마…….”
티아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방안에는 잠시 침묵이 흐르고…….
-삐이익!
-안타깝군요. 거짓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남은 시간에서 15분을 줄이겠습니다.
“세진!”
티아가 뿔난 표정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진땀을 흘리며 변명했다.
“아, 아니. 이거 질문이 이상했어.”
“정말 내가 귀찮았던 거야?”
“그게 아니라…… 처음에 조금 그랬어. 진짜 조금.”
“…….”
티아는 내 변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팔짱을 끼고, 고개를 팩하고 돌려버렸다.
나는 괜히 민망해져서 핀테일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핀테일! 이건 내가 생각한 던전이 아니라고!”
-두 번째 질문입니다.
핀테일은 이번에도 내 불평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 질문을 이어나갔다.
-만약에 퓨이보다 훨씬 능력 좋고 강력한 펫이 생긴다면. 퓨이를 버리고 새로운 펫을 가질 생각이 있다.
“아니. 질문이 계속 왜 이래?!”
“퓨이?”
이번에는 퓨이가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5초 안에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5…… 4…… 3…….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이번에도 잠시 침묵이 흐르고…….
-띵동!
-네. 이번에는 진실을 말씀하셨습니다.
“봤지? 퓨이야.”
“퓨이! 퓨이!”
퓨이는 내 대답에 정말 기쁜 듯 몸을 덩실덩실 움직였다.
반면 티아는 마음에 안 드는지 볼을 불퉁하게 만들고 나를 째려보았다.
따가운 티아의 시선을 피하며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의 모든 능력과 가족인 퓨이, 티아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가족을 선택할 것입니까?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핀테일의 질문에 대답했다.
“네!”
자신만만한 내 대답과 함께 잠시 침묵이 흐르고.
-띵동.
-이번에도 진실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진실의 방’을 통과하셨습니다.
핀테일의 말을 끝으로 의자의 구속이 저절로 풀렸다.
“퓨이!”
기다리고 있던 퓨이가 내 품으로 안겨들었다.
내 대답이 꽤 감동적이었는지 퓨이는 내 품 안에서 몸을 비비적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티아도 마지막 대답에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스윽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여전히 기분이 안 좋다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며 고개는 내 반대편으로 돌리고 있었다.
나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티아야, 미안해. 진짜 이제는 그런 생각 안 해.”
“…….”
“그러니까 이제 화 풀어. 응?”
“……민트 초코케이크 하나.”
“오케이. 나가면 바로 사줄게.”
그제야 티아는 나에게 얼굴을 보여주며 인심 쓴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한 번만 봐줄게. 다음에 또 그러면 진짜 용서 안 해줄 거야.”
“알았어. 고마워, 티아야.”
다행히 티아는 마음이 풀렸는지 작게 미소 지었다.
* * *
생각보다 꽤 위험했던 진실의 방을 지나 4번째 방에 도착했다.
4번째 방은 ‘선택의 방’이었다.
방 안에 5개의 문이 있었고, 문마다 보상 혹은 벌칙이 존재하는 방이었다.
한마디로 찍어서 맞추는 도전.
나는 학창시절부터 확고하게 가지고 있던 신념을 떠올리며 문을 선택했다.
‘역시 모를 때는 3번!’
자신만만하게 3번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 결과.
-안타깝군요. 3번 문은 벌칙이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30분 차감됩니다.
“…….”
[남은 시간 : 40분 17초 ]
이제 절반 왔을 뿐인데 시간은 1시간도 남지 않았다.
‘으으. 이러다 문양의 힘만 하나 뺏기겠네.’
나는 다급해진 상황에 곧바로 다음 방을 향해 문을 열었다.
5번째로 도착한 방은 이제껏 지나왔던 방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깔끔한 느낌의 가구가 있었고, 바닥은 카펫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방 한가운데 고급스러운 테이블에는 따뜻한 차와 먹음직스러운 케이크, 과자, 과일들로 가득했다.
우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방안을 둘러보고 있을 때, 방 한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드디어 도착하셨군요.”
가볍지만 정중함을 잃지 않는 독특한 분위기의 말투.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고, 중절모를 쓴 남자 고블린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인사드리겠습니다. 던전 마스터 핀테일입니다.”
핀테일은 머리의 중절모를 한 손으로 벗으며, 아주 정중하고 우아한 인사법으로 우리에게 고개 숙였다.
정중한 인사에 우리도 엉거주춤 고개를 숙였다.
살짝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본 핀테일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휴식 공간이니 마음대로 쉬시면 됩니다. 도전 시간도 줄어들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제가 준비한 다과를 즐겨주시죠.”
핀테일의 말대로 남은 시간은 40분 5초에서 멈춰 더 이상 줄어들지 않았다.
우리는 그의 안내에 따라 다과가 차려진 테이블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으음. 맛있다.”
“퓨이!”
티아와 퓨이는 핀테일의 과자가 꽤 마음에 드는지 금방 이것저것 주워 먹었다.
핀테일은 테이블 끝에 앉아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나도 따뜻한 차와 과자를 몇 개 집어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배불리 과자를 집어 먹었을 때쯤.
핀테일이 먼저 말을 꺼냈다.
“던전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시는지요?”
그의 물음에 나는 약간 불만 섞인 어투로 대답했다.
“4번째 방에서 그런 꽝만 나오지 않았으면 좀 더 즐거웠을 것 같은데.”
“하하하. 그것도 다 재미 아니겠습니까?”
“이제 남은 방을 아무리 빨리 통과해도 던전을 클리어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더는 재미있기는 힘들겠지.”
앞으로 어떤 도전들이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남은 40분이라는 시간으로 4개의 방을 돌파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내 말을 들은 핀테일이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내게 질문했다.
“그럼 혹시 저와 게임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
핀테일이 손가락을 딱하고 튕기자 내 남아 있던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 : 5초 ]
순식간에 사라진 40분에 당황하고 있을 때.
[‘빛나는 금화×40’를 획득했습니다.]
40분의 시간이 금화로 변경되었다.
“금화를 걸고 저와 게임을 하시는 겁니다. 금화 1개당 1분으로 계산해 드리죠. 지금 총 50개의 금화를 가지고 계시죠?”
아까 숨겨진 방에서 찾은 금화 10개와 방금 받은 40개의 금화. 핀테일의 말대로 총 50개의 금화가 내게 생겼다.
“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50개의 금화 모두 50분의 시간으로 변경해 도전을 진행하셔도 상관없습니다.”
“…….”
나는 잠시 고민을 시작했다.
‘50분에 도전 4개. 굳이 금화를 걸고 게임을 안 해도 충분한 시간인 것 같은데.’
살짝 부족할 것 같기도 했지만, 운만 좋으면 50분으로도 충분히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금화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때.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 본 듯 핀테일이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혹시 금화의 용도가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특별히 ‘상품’ 하나를 보여드리죠.”
그는 책 하나를 내게 꺼내 보였다.
[아르키트 회로 중급 이론서][유일][귀속]
-가격 : 금화 120개
나는 책의 정체를 확인하고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균열 노숙자라는 능력과 함께. 내 능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르키트 회로 이론서’.
그 상위 등급의 중급 이론서가 내 눈앞에 등장했다.
핀테일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이제는 조금 금화 욕심이 나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