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45화 (45/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45화

18. 아티팩트 경연대회(3)

혜윰 공방의 아티팩트가 더블 세븐(Double Seven)을 기록하면서 대회장은 순식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와. 더블 세븐(Double Seven)이라니.”

“세계 기록이 더블 식스(Double Six)아닌가?”

“그것도 비공식 기록이야. 그런데 갑자기 더블 세븐이라니.”

“방금 시연한 팀이 어디 소속이라 그랬지? 혜…… 윰 공방?”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공방인데.”

“나도 못 들어봤어.”

사람들은 직접 세계 최초의 더블 세븐(Double Seven)을 봤다는 흥분감과 들어본 적 없는 혜윰 공방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혜윰 공방의 시연을 보고 매우 바빠진 사람들이 있었다.

“미치겠네. 도대체 혜윰 공방은 뭐야.”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혜윰 공방.

나이도 많지 않아 보이는 정체불명의 여성 제작자의 등장으로 기자들은 모두 패닉에 빠져 있었다.

이미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에 대한 자료와 기사 준비를 끝내놨는데,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공방에서 더블 세븐(Double Seven)을 성공해 버렸다.

“아. 선배님? 저 아티팩트 경연대회에 나와 있는 최 기자입니다. 지금 당장 혜윰 공방에 대해 자료 좀 모아주세요.”

“야. 지금 당장 준비한 아티팩트 경연대회 기사 다 갈아엎으라고 해. 그리고 무조건 혜윰 공방에 관한 기사로 다시 써.”

“아니. 지혜 할 때 ‘혜’자에 두 번째는 윰. 혜윰 공방이라고. 아무튼, 거기 뭐 하는 곳인지 당장 알아봐.”

어떻게든 혜윰 공방의 정보를 긁어모으기 위해 휴대폰을 붙잡고 소리치는 기자들.

아직도 더블 세븐의 충격에 헤어나오지 못하다 뒤늦게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기자들까지.

당연히 별 볼 일 없는 참가 팀이라고 생각해 자료 조사는 물론 사진 하나 제대로 찍지 않은 기자들이 대다수.

하지만 이 와중에 노련한 기자들은 오히려 눈을 불태우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차피 혜윰 공방에 대한 조사나 준비가 안 된 건 전부 다 마찬가지.

그렇다면.

‘먼저 쓰는 놈이 무조건 대박 낸다!’

이름 없는 공방 출신의 제작자가 세계를 놀라게 할 아티팩트를 제작해냈다.

거기다 이연수 여사 대회에 출전한 여자 제작자.

스토리는 이미 완벽하다.

이건 무조건 검색어 순위 1위, 기사 1면 감이다.

이제 경연대회는 후반부에 접어들어 대기업 소속의 유력한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시연을 보일 차례였지만.

몇몇은 아예 대회장을 떠나는 기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미 기자들의 관심은 혜윰 공방 소속의 여자 제작자에게 전부 쏠려 있었다.

이런 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얼굴을 굳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이게 도대체…….”

“흐음.”

벌떡 일어선 조성훈은 잘생긴 얼굴을 구기며 심사장 한가운데 서 있는 전세진을 노려봤다.

그 옆에 앉아 있던 그의 아버지 조윤학 역시 침음을 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성훈아.”

“네. 아버지.”

“아무래도 지아가 신용진의 연구를 완성한 것 같다.”

“…….”

심사장 한쪽에서 미소 짓고 있는 신지아의 모습이 보였다.

조윤학은 그녀를 보며 친구였던 신지아의 아버지, 신용진을 떠올렸다.

자신의 배신으로 평생의 연구결과를 빼앗기고 젊은 나이에 죽어버린 친구.

죄책감에 찾아간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신지아가 자신에게 악을 쓰며 나가라고 소리치던 모습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났다.

친구를 배신했다는 죄책감과 신지아의 애달픈 모습에 느꼈던 씁쓸한 감정.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죗값을 참회하며 그녀의 성장과 업적을 축하해 줘야겠지만.

과거의 죄책감으로 순수하게 그녀를 축복하기에는 그에게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친구를 배신하면서까지 키워낸 회사.

자신의 인생을 모두 바쳐 자식처럼 성장시켜온 회사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주춤한 회사의 성장세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 준비한 이번 대회가 신지아의 등장으로 모든 계획이 틀어지게 생겼다.

“아버지.”

조성훈 역시 이번 대회의 중요성을 알기에 다급한 목소리로 그의 아버지를 불렀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 있던 조윤학은 고민 끝에 천천히 눈을 떴다.

‘미안하구나. 지아야. 하지만 나도 물러설 수 없구나.’

미안하다는 속내와는 전혀 다른, 냉정한 눈으로 그는 옆의 아들을 불렀다.

“성훈아.”

“네. 아버지.”

“사람들을 시켜 조용히 대회에 참가한 2개의 대기업 사람들에게 전하거라. 잠시 나눌 말이 있다고. 지금 당장.”

“알겠습니다.”

아버지의 지시를 들은 조성훈이 곧바로 객석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윤학은 머릿속 계획을 떠올리며 조용히 눈을 빛냈다.

* * *

시연을 끝낸 나와 신지아는 아티팩트를 다시 제출하고, 대기실로 돌아가기 위해 통로로 걸어 들어갔다.

대기하고 있던 진행 요원이 우리를 맞아주며 대기실로 인도했다.

진행 요원은 아까와는 다르게 더 공손해진 듯한 모습으로 우리를 대했다.

다른 대회 관계자들 역시 힐끔힐끔 우리를 바라보며 뭔가를 서로 속닥거렸다.

“혜윰 공방 분들이시죠? 매X 일보입니다. 잠시 인터뷰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조X 일보입니다. 세계 최초로 더블 세븐을 성공한 기분이 어떠십니까? ”

“동X 일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쏟아져 나온 기자들이 나와 신지아를 둘러쌌다.

이 모습을 본 보안요원이 기자들을 온몸으로 막으며 말했다.

“기자분들은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외부자는 출입 금지입니다.”

기자들은 보안요원에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이밀며 목소리를 높였다.

곧이어 여러 명의 보안요원이 더 달라붙어 기자들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잠시 당황한 우리를 안내 요원이 재빠르게 이끌었고, 우리는 기자들과 멀어질 수 있었다.

기자들의 맹렬한 러브콜에 잠시나마 유명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지아 씨는 이제 진짜 유명인이 되는 건가?’

슬쩍 옆에서 걷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 역시 이런 상황이 익숙지 않은 듯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대기실로 돌아온 우리는 긴장이 풀린 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의자에 몸을 기댄 신지아가 몽롱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꿈만 같네요. 아버지가 그렇게 꿈꿔왔던 일을 제가 해내다니.”

나도 직접 시연해 보일 때는 몰랐는데.

대기실로 돌아오고 나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세계최초의 더블 세븐(Double Seven)

이미 신지아의 아티팩트 공방에서 연습으로 수없이 해 보였던 결과였지만.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성과 놀란 표정들을 생생하게 느끼고 나니,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향해 말했다.

“아마 우리가 우승이겠죠?”

“아직 대기업 소속 출전팀들이 남아 있지만, 안심해도 될 거예요.”

대기실의 모니터를 보자 다음 참가자가 아티팩트 시연을 선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집중하는 분위기였던 아까와는 다르게, 지금은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아직도 혜윰 공방이 보여준 더블 세븐의 충격이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신지아가 안심해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남은 팀들의 시연을 지켜보았다.

한팀, 한팀 시연이 진행되고.

마지막 남은 한팀의 시연도 끝이 났다.

마지막 팀의 성적은 6종류의 마법과 5단계의 출력.

더블 세븐은 물론이고 더블 식스에도 미치지 못한 결과.

마지막 팀의 판정이 끝나고 모든 참가자들의 시연이 종료되었다.

신지아의 말대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압도적인 차이였다.

“해냈어요. 지아 씨. 우리가 우승이에요!”

“그렇네요.”

기쁨에 찬 내 외침에 그녀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힘없이 대답했다.

신지아는 한참을 멍하니 허공을 쳐다봤다.

그리고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주르륵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허무해 보이기도 했고, 슬퍼 보이기도 했으며, 후련해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그토록 원했던 연구의 완성을 해내기 위해, 그녀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옆에서 지켜봤던 나는 그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니터에서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 멘트가 들려왔다.

-잠시 대회 진행에 문제가 생겨 시상식 준비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관객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누군가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대회 총괄을 맡은 홍세완이라고 합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갑작스러운 방문에 눈물을 흘리던 신지아가 당황하며 눈물을 닦아냈다.

내가 나서 잠시 시간을 끌었다.

“잠시만요.”

겨우 눈물을 닦아내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그녀가 내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 줬다.

“네. 이제 들어오세요.”

-철컥.

안경을 쓴 깡마른 중년 남자 한 명과 부하직원으로 보이는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 두 명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깡마른 남성이 먼저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대회 총괄을 맡은 홍세완이라고 합니다. 미래 그룹에서 본부장 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꽤 높아 보이는 사람의 정중한 인사에 나와 신지아는 내심 당황하며 인사를 받았다.

왠지 모를 불길한 느낌에 내가 먼저 나서서 물었다.

“근데 무슨 일이시죠?”

홍세완은 딱딱한 표정으로 자신의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다름이 아니라. 아까 혜윰 공방에서 선보인 시연에서 뭔가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는 심사 위원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

“…….”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우리는 말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혜윰 공방에서 한 번 더 아티팩트 시연을 보여주셔야겠습니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신지아가 뾰족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그게 무슨 소리세요? 분명 시연을 선보였을 때 심사 위원 모두 만장일치로 성공을 선언했는데, 이제 와서 판정을 뒤집다니요.”

아주 정당한 그녀의 주장에도 홍세완은 전혀 흔들림 없이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맞습니다. 하지만 심사 위원도 사람인지라 실수가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한 번만 더 아티팩트 시연을 보여주시죠.”

“만약 우리가 거절하겠다면요?”

“어쩔 수 없이 혜윰 공방은 기권패 처리하겠습니다.”

“…….”

“…….”

그의 말도 안 되는 억지에 우리는 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어쩌시겠습니까? 다시 한번 더 시연해 보이시겠습니까?”

분하지만 신지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홍세완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점차 불안감이 차올랐다.

우리는 홍세완과 그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다시 심사장으로 향하는 통로를 걸어갔다.

나는 전과 같이 심사장 입구 앞에서 수색 검문을 받아야 했다. 전과 다르게 더 꼼꼼하고 집요하게 몸을 뒤졌다.

굉장히 불쾌했지만, 꾹 참으며 그들의 검문이 끝나길 기다렸다.

길었던 검문이 끝나고 그들은 우리에게 아티팩트 보관함을 전해줬다.

내가 보관함을 받아 열자마자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무슨 일이신지?”

내 감정이 실린 낮은 목소리에 홍세완이 나서 아무렇지 않게 되물었다.

“세진 씨. 왜 그래요?”

신지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지만, 나는 홍세완만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누가 여기에 손댔습니까?”

“아무도 손댄 적 없습니다.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게…….”

“이런 미친 새끼가.”

내가 불쑥 그를 향해 달려들자 보안요원들이 아까 기자들을 말리는 것처럼 나를 제지하고 나섰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세진 씨. 무슨 일인데요.”

이제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내게 묻는 신지아에게 나는 조용히 아티팩트를 건넸다.

신지아는 받아든 아티팩트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절망스러운 눈빛으로 변했다.

아티팩트는 누군가에 의해서 손상돼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아예 고칠 수 없게 회로 부분을 망쳐놓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홍세완. 무표정한 그의 표정에 입가가 묘하게 비틀려 있었다.

울컥하는 감정이 속에서 끓어올랐지만 애써 억누르며 그에게 말했다.

“잠깐만 시간을 줘요.”

“대회 일정이 밀려서 시간이 없습니다만.”

“X발. 먼저 억지를 부린 건 그쪽이잖아! 잠깐만 기다려.”

“…… 알겠습니다. 잠깐만 시간을 드리죠.”

나는 신지아를 향해 다가섰다.

“이거…… 어떻게 하죠. 세진 씨?”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 장내 아나운서의 진행 멘트가 심사장을 울려 퍼졌다.

-혜윰 공방의 시연 성공에 문제를 제기한 심사 위원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좀 더 명확한 성공 판정을 위해 다시 혜윰 공방의 아티팩트 시연이 있겠습니다.

아나운서의 멘트가 끝나고 장내는 수많은 사람의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뭐야. 역시 사기였던 거야?”

“그럼 그렇지. 갑자기 더블 세븐이라니.”

“그런 실력의 제작자가 듣도 보도 못한 공방에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조금씩 우리에 대한 의심으로 번져갔다.

너무 믿기 힘든 업적이었기에 분명 완벽한 성공이었음에도, 사람들의 믿음은 쉽게 흔들렸다.

‘여기서 우리의 상황 저들에게 설명한들 믿어줄까?’

아니다.

아무리 우리의 억울한 상황을 설명한다 해도 저 사람들은 우리를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름 없는 공방 아티팩트 제작자가 더블 세븐을 성공시켰다는 이야기보다, 사기를 쳤다는 이야기가 훨씬 그럴듯해 보이니까.

뒤가 없는 상황.

만약 여기서 다시 더블 세븐을 성공해 내지 못한다면, 신지아는 사기꾼으로 낙인이 찍힐 것이고. 제작자로서의 생명은 끝나게 된다.

나는 망가진 아티팩트를 오른손에 차고 심사장으로 나서려 했지만, 그녀가 나를 붙잡았다.

“안 돼요. 세진 씨.”

“…….”

“저는 괜찮아요. 그러니까 나가지 말아요.”

신지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끝나면 가장 타격을 받게 될 사람은 그녀임이 틀림없는데도, 그녀는 나를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세진 씨가 무리 안 해도 돼요.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시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날이 있을 거예요.”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아버지의 연구를 완성한 그녀의 실력은 진짜였고, 아까 보여줬던 더블 세븐도 진짜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괜찮아요. 지아 씨.”

“…….”

“저 한 번만 믿어보세요.”

나는 아티팩트를 찬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 미소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가 마치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금방 끝내고 올게요.”

한 번 더 그녀를 향해 웃어준 뒤, 뒤돌아서서 심사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홍세완을 지나치며 싸늘한 표정으로 위협했다.

“왜 우리에게 이런 짓거리를 벌였는지 모르겠지만. 후회할 거야.”

내 위협에 그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나는 곧바로 통로를 빠져나가 심사장으로 입장했다.

-아. 지금 혜윰 공방의 전세진 시연자가 입장했습니다. 그리고…….

장내 아나운서는 혼자서 들어온 내 모습에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끌었다.

나는 귀찮은 듯 그를 향해 대충 손을 흔들어 보였다.

대충 내 뜻을 알아들었는지 그는 진행을 이어나갔다.

-혜윰 공방이 신청한 마법은 7종류, 출력은 7단계. 다시 더블 세븐(Double Seven)에 도전합니다.

나는 찬찬히 관객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의심으로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관객 사이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조성훈과 한 남자가 보였다.

조성훈은 나를 향해 잘생긴 얼굴로 재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곧바로 그에게 신경을 끄고 아티팩트에 집중했다.

‘제길. 정말 제대로 부셔놨네.’

아티팩트의 마력 회로는 절대로 발동되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망가져 있었다.

하지만.

‘Sanye(질서)’

질서 문양의 힘이 발동되고, 내 의지가 아티팩트 회로에 녹아들 듯 스며들었다.

마치 뇌와 회로가 신경으로 이어진 것처럼 생생하게 회로의 존재가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티팩트를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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