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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44화 (44/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44화

18. 아티팩트 경연대회(2)

아티팩트 박람회가 열린 지 7일째 되는 일요일.

오늘 드디어 아티팩트 경연대회 본선 대회를 개최한다.

박람회장은 새로운 아티팩트를 선보이는 기업, 제작자부터.

구매를 위해 찾은 기업 고객, 일반 고객, 외국인까지.

경연대회 예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사람이 붐비고 있었다.

나와 신지아는 꽤 일찍 새벽부터 출발했는데, 박람회장 주변이 차가 너무 막혀서 고생했다.

그래도 늦지 않게 박람회장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세진 씨?”

“어? 임 경사님!”

박람회장 건널목 앞에서 엄청 오랜만에 임진혁 경사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악수를 했다.

“잘 지내셨어요? 한번 연락 드려야 했는데.”

“하하. 괜찮습니다. 다 사는 게 바쁜 법 아니겠습니까?”

“근데 임 경사님이 여긴 무슨 일로?”

“오늘이 박람회장이 가장 붐비고, 높으신 분들도 많이 참석하는 날이라. 치안 유지를 위해 지원 나왔습니다.”

슬쩍 뒤쪽을 보니 이신우의 모습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순경이었는데, 어느새 경장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못 본 척하는 것인지, 정말 못 본 건지 열심히 다른 쪽을 쳐다봤다.

“세진 씨도 박람회에 참여하시는 겁니까?”

“네. 지금 일하는 아티팩트 공방이 대회에 참가하거든요. 아. 이쪽은 제가 일하는 공방 사장님. 지아 씨. 이분은 예전에 제가 신세를 진 적 있는 임진혁 경사님이에요.”

신지아와 임진혁 경사는 내 소개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혜윰 공방을 운영하는 신지아입니다.”

“반갑습니다. 지구대에서 일하고 있는 임진혁 경사라고 합니다. 세진 씨는 복 받았네요. 이렇게 미인 사장님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임 경사의 칭찬에 신지아는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어머. 감사합니다. 임 경사님도 너무 멋있으세요.”

“말씀만이라도 정말 감사합니다.”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보행자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다. 우리는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임 경사님 다음에 꼭 한번 연락드릴게요. 술 한잔. 아시죠?”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좋은 결과 있으시길.”

“감사합니다.”

나와 신지아는 임 경사의 응원을 뒤로하고 박람회장 앞 횡단보도를 건넜다.

“임 경사님. 정말 좋은 분 같네요.”

“네. 정말 좋은 분이시죠.”

“어떻게 만나시게 된 거예요?”

“그게 말하자면 좀 깁니다.”

우리는 방금 만난 임 경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곧바로 대회가 열리는 건물 접수처로 향했다.

접수처의 여자 안내 직원이 우리를 발견하고 용건을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오늘 아티팩트 경연대회 본선 참가자입니다.”

“네. 그럼 먼저 신분확인부터 도와드리겠습니다.”

간단한 신분확인 절차가 끝난 뒤, 대회 참가자 전용 출입증 목걸이를 내어줬다.

“대회 참가자 대기실에 가시려면 출입증을 반드시 소지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대회에 사용하실 아티팩트는 미리 제출해 주셔야 합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가져온 아티팩트 보관함을 직원에게 넘겨줬다.

잠시 후 우리가 건넨 아티팩트 보관함은 다른 직원이 와서 어디론가 가져가 버렸다.

“대회 시작은 오후 2시고, 참가자분들은 1시 30분까지 대기실에서 대기하시고 계시면 됩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 있으십니까?”

“아뇨. 그럼 수고하세요.”

접수처를 빠져나와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각이었다. 대회 시작까지 4시간 가까이 남아 있었다.

“시간도 비는데 박람회 구경이나 할까요?”

“그게 좋겠네요.”

우리는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박람회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1년 전만 해도 아티팩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아티팩트 공방에서 일하고 회로도 만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새로운 아티팩트들이 대단히 많았다.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리 아티팩트부터, 소방관들의 구조 활동을 돕는 아티팩트까지.

다양하고 신선한 아티팩트들이 박람회장에 넘쳐났다.

하지만 박람회장에서 가장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는 곳은 역시 전투 관련 아티팩트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특히 부스마다 아티팩트의 시연 연상을 틀어 보여주며, 간접적으로나마 자신들의 아티팩트 위력을 자랑했다.

기업, 길드, 기자, 외국에서 온 관계자들까지.

모두 눈을 빛내며 각 전시 부스의 아티팩트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나와 신지아도 전시된 아티팩트들의 위력과시 영상을 찬찬히 둘러봤다.

이곳저곳 둘러보다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모여 있는 부스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오오.”

“대단하군.”

꽤 이름 있는 대기업의 전시 부스였는데, 모여 있는 사람들 모두 시연 영상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영상 속에서 한 남자가 아티팩트를 사용하자 엄청난 번개 폭풍과 함께 괴물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흠. 내가 이상한 건가?’

물론 대단한 위력이긴 했지만, 저번에 거미 여왕 균열에서 내가 시전했던 라이트닝 필드보다 훨씬 부족해 보였다.

나는 슬쩍 귓속말로 신지아에게 물었다.

“지아 씨? 저게 대단한 거예요?”

“물론 세진 씨가 가진 문양의 힘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저것도 대단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말했잖아요.”

“……?”

“문양의 힘이 장착된 아티팩트를 팔 수만 있다면, 아티팩트계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거라고.”

“쩝.”

나는 씁쓸한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박람회장을 둘러보며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대회 참가자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로 향하던 도중, 대회장 근처에서 중년 여성의 사진과 함께 세워져 있는 입간판 문구에 눈길이 갔다.

“으음? 이연수 여사배 아티팩트 경연대회?”

“이연수 여사님 모르세요?”

“네. 저는 처음 들었는데.”

“아티팩트 제작자를 꿈꾸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듣게 되는 이름이에요.”

신지아는 눈을 빛내며 나에게 이연수 여사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연수 여사.

한국 아티팩트 제작 계의 한 획을 그은 여성.

각성자로 균열에서 전투를 치르던 남편을 위해 직접 아티팩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무려 수십 년 전에, 세계 최초로 팔찌 크기의 아티팩트에 5개의 마법, 5단계의 출력을 성공시켰던 제작자.

“이 대회도 돌아가신 여사님을 기리기 위해, 남편이신 미래 그룹 회장님이 매년 직접 후원하고 운영하시거든요.”

“오. 그런 이야기가.”

“대회에 굳이 제작자와 시연자, 두 명의 참가자가 필요한 이유도 제작자였던 이연수 여사님과 그걸 사용했던 남편분을 상징하기 때문이래요.”

“엄청 로맨틱하네요.”

“그렇죠?”

신지아는 이연수 여사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한지, 대기실로 향하는 내내 그녀에 관련된 일화와 업적들을 줄줄 이야기해 줬다.

대기실에 도착하고.

대회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했다.

예선 때는 시종일관 여유로웠던 신지아도 오늘은 얼굴에서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대기실에 놓여 있는 모니터에서 대회장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 있으면 대회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관람객분들과 관계자분들은 모두 자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지아는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곧 시작하네요.”

“우리는 22번째였죠?”

“네. 본선 무대에는 30팀이 참가하는데 우리는 꽤 순서가 밀렸네요.”

장내 아나운서의 진행에 따라 대회 개회식이 이어졌다.

미래 그룹 부회장의 개회사와 이연수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상 상영이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인 경연대회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참가자는 가인 공방의 박인수 제작자와 김시후 시연자입니다.

팔찌 아티팩트를 찬 시연자가 대회장 한가운데에 섰다.

심사 위원은 예선 때와 마찬가지로 세 명.

그리고 마력 측정 기계를 조작하는 직원이 두 명이었다.

-가인 공방이 신청한 마법은 4종류, 출력은 4단계. 더블 포(Double Four)에 도전합니다.

본선 대회의 룰은 간단했다.

마법의 종류와 출력의 단계를 더한 숫자가 최종 점수.

가인 공방이 신청한 대로 성공해 낸다면 총 8점을 얻게 된다.

만약 최종 점수가 똑같다면 마법의 종류와 출력의 단계 숫자 차이가 적은 팀이 높은 점수로 취급한다.

예를 들면 마법 4종류, 출력 4단계가

마법 5종류, 출력 3단계보다 더 높은 점수로 취급한다.

왜냐하면 마법의 종류, 출력의 단계가 하나라도 낮아지면 아티팩트의 제작이 상대적으로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법 종류와 출력 단계가 같으면 앞에 더블을 붙여 특별한 점수로 구분한다.

만약 이것까지 똑같다면 사용한 마법의 난이도로 점수를 세분화해 우열을 가린다.

가인 공방의 시연자는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천천히 준비한 마법을 아티팩트로 시전해 보였다.

마법을 선보일 때마다 심사 위원과 마력 측정 직원이 통과 여부를 판단했다.

첫 번째 참가자였던 가인 공방은 신청했던 4가지의 마법과 4단계의 출력에 모두 성공해 보였다.

심사 위원 세 명의 만장일치 성공 판정까지 받아내며 첫 번째 참가 팀의 시연이 마무리되었다.

-가인 공방이 더블 포(Double Four)에 성공해 냅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성공 선언과 함께 관람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카메라 플래시도 간간이 터져 나왔다.

긴장한 표정이었던 시연자는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다리고 있던 제작자와 얼싸안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무척 훈훈해 보였다.

-다음 참가자는…….

그렇게 한 팀, 한 팀. 시연이 계속되었고.

어느새 혜윰 공방의 차례가 눈앞에 다가왔다.

* * *

우리 차례에 맞춰 진행 요원이 우리 대기실로 찾아와 안내를 시작했다.

대회 심사장에는 아직 앞 팀이 아직 시연하는 도중이었다.

“잠시 확인 절차가 있겠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내 몸에 달라붙어 이곳저곳 뒤지고, 탐지 기계를 들이밀었다.

검사가 끝나고 오전에 제출했던 아티팩트 보관함을 우리에게 다시 건네줬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보관함에서 준비한 아티팩트를 꺼내 오른손 팔목에 장착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관람객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앞 팀의 시연이 모두 끝난 것 같았다.

안내 요원은 나와 신지아를 대회장 입구까지 안내하며 말했다.

“장내 아나운서분이 두 분을 호명하면 바로 나가시면 됩니다. 제작자분은 저쪽 지정된 자리로 가시면 되고, 시연자분은 심사장 가운데에 표시된 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안내 요원은 마지막 안내를 마치고 우리가 걸어왔던 통로로 되돌아갔다.

떨리는 마음에 옆에선 신지아를 바라봤다.

그녀 역시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나와 신지아.

그녀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세상을 놀라게 할 준비는 되셨어요?”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연습한 대로만 할 겁니다.”

“그거면 충분해요.”

우리의 짧은 대화가 끝날 때쯤.

장내 아나운서가 우리의 이름을 호명했다.

-다음 참가자는 혜윰 공방의 신지아 제작자와 전세진 시연자입니다.

호명에 맞춰 우리는 당당하게 심사장으로 입장했다.

-혜윰 공방이 신청한 마법은……어……. 그러니까.

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를 뽐내던 장내 아나운서가 처음으로 말을 더듬거렸다.

-죄송합니다. 혜윰 공방이 신청한 마법은 7종류, 출력은 7단계. 더블 세븐(Double Seven)에 도전합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객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몇몇은 비웃음을, 몇몇은 심드렁한 표정을, 몇몇은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야유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 대회장에 있는 사람 모두가 우리의 실패를 예상하며 저마다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대회장에서 오직 두 사람.

나와 신지아는 그들의 반응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했던 상황.

나는 오른팔을 뻗고, 아티팩트에 모든 집중을 쏟으며 준비한 마법을 하나씩 시전하기 시작했다.

-파이어!

-화륵.

-라이트!

-파앗.

-라이트닝!

-파지직.

아티팩트에서 마법이 하나씩 안정적으로 시전될 때마다 객석의 웅성거림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이스!

-윈드!

-워터!

6개의 마법을 선보였을 때.

웅성거림은 모두 사라졌다.

마지막.

-매직 미사일!

-우웅.

7번째 마법 매직 미사일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심사장의 모든 사람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심사 위원 역시 판정을 하지 않고 멍하니 아티팩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가운데 있던 심사 위원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성공 판정을 내리고, 뒤늦게 양옆 심사 위원도 성공 판정을 내렸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 앉아 있던 심사 위원이 내게 말했다.

“매직 미사일의 출력 단계를 보여주십시오.”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하고 다시 아티팩트에 집중했다.

앞으로 뻗은 오른팔 주위로 매직 미사일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매직 미사일의 개수가 점점 늘어날수록.

심사장과 객석의 사람들은 숨소리마저 줄이며 나에게 집중했다.

5개……. 6개……. 7개…….

“허헙.”

누군가의 한숨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심사장을 울렸다.

그리고 마지막 8개째 매직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내고.

객석과 심사장은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이 눈앞에 벌어진 일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만 데룩데룩 굴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장내 아나운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심사 위원분들의 성공 판정이 있겠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정신을 차린 심사 위원.

그들은 마력 측정 직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끄덕끄덕.

직원은 기계 앞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이 없다는 신호.

세 명의 심사 위원은 무거운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 가장 왼쪽의 심사 위원이 성공 판정을 내리고, 뒤따라 가운데 심사 위원도 성공 판정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심사 위원도 성공 판정을 내리면서 만장일치 성공 판정이 내려졌다.

이 모습을 본 장내 아나운서는 또 한 번 말을 더듬었다.

-어…… 그러니까.

그가 말을 더듬는 동안 나는 벌써 뒤돌아서서 신지아를 바라봤다.

기쁨에 찬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혜윰 공방이 더블 세븐(Double Seven)에 성공해 냅니다. 현재 최고 점수입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와 동시에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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