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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42화 (42/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42화

본격적인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고, 속속들이 사람들이 방송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어?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퓨하!!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노트북 화면의 채팅창에 글들이 주르륵 올라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퓨이!”

약간 어색한 인사와 함께 방송이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소리 조금만 키워주세요.

-목소리가 작아요.

-퓨이 너무 귀엽다.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 글 때문에 제대로 읽기가 힘들었다.

소리 조정 문제로 잠시 오연우가 확인을 끝마친 후, 본격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벌써 천 명이 넘는 분들이 들어와 주셨는데요. 정말 감사합니다.”

“퓨이!”

“감사합니다.”

내가 살짝 긴장한듯한 모습을 보이자 오연우가 능숙하게 편안한 주제로 대회를 시작했다.

“여기 들어와 계신 분들 전부 저녁 식사는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먹고 왔어요!

-라이브 방송 보면서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퓨이는 저녁으로 뭘 먹었나요?

“저랑 균숙자님 그리고 퓨이는 방송 전에 간단히 도시락 시켜 먹었습니다. 퓨이는 도련님 도시락 먹었어요.”

“퓨이!”

“균숙자님. 평소에 퓨이가 도시락 자주 먹나요?”

“네. 퓨이는 도련님 도시락을 제일 좋아하죠.”

오늘 먹었던 저녁 메뉴 이야기와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라이브 방송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일상적인 이야기로 약간 방송의 긴장을 풀고 난 뒤, 본격적으로 계획했던 방송을 시작했다.

“공지로 말씀드렸던 대로 오늘은 시청자 분들과 함께 QnA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질문 댓글 정말 많이 남겨주셨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신 질문을 몇 개 가져와 봤습니다.”

오연우는 미리 준비한 종이를 꺼내며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그 첫 번째. ‘균숙자님은 왜 균숙자인 건가요? 그리고 퓨이는 어떻게 만나시게 된 건가요?’입니다. 질문에 대답해 주실 수 있을까요?”

무난한 첫 번째 질문에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균숙자라는 이름은 ‘균열 노숙자’라는 제 능력에서 따왔고. 퓨이는 균열에서 생활하다가 우연히 만나게 됐습니다.”

“처음에 퓨이를 만나자마자 펫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그건 아니고. 우연히 펫으로 삼게 된 것 같아요.”

내 능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채팅창에 추가 질문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펫 능력도 고유 능력이신 건가요?

-퓨이 말고 다른 펫은 없나요?

-혹시 펫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는 없나요?

“네. 펫 능력도 고유 능력 중 하나고, 퓨이말고 다른 펫은 아직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펫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 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첫 질문을 무난하게 넘기고 오연우는 곧바로 두 번째 질문을 준비했다.

“자. 그럼 두 번째 질문입니다. ‘퓨이는 평소에 뭘 하면서 지내나요? 그리고 균숙자님은 퓨이와 어떻게 놀아주나요?’입니다. 많은 분이 퓨이의 평소 생활에 대해 궁금하신 것 같은데. 균숙자님?”

“퓨이 혼자 있을 때는 동화책을 많이 읽어요. 예전에는 그림이 많은 책을 주로 읽었는데, 요즘에는 글이 많은 동화책도 곧잘 읽더라고요.”

“그럼 균숙자님과 같이 있을 때는 뭘 하면서 지내나요?”

“예전에는 가만히 붙어서 쉬는 날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여러 가지 활동이 같이하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부X마블 보드게임도 같이 했었고요?”

“부X마블이요?!”

예상치 못한 답변에 오연우도 시청자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부X마블 무엇?

-산책 같은 걸 예상했는데 부X마블이라니 ㅋㅋㅋ

그리고 다음에 이어진 내 발언에 채팅창의 반응이 폭발했다.

“그리고 참고로 제가 퓨이한테 파산당했습니다.”

“퓨이!”

내가 퓨이에게 파산당했다는 고백을 하자, 퓨이는 살짝 으쓱하는 표정을 보여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주인 파산시키는 펫이라니 ㅋㅋㅋㅋ

-퓨이 으쓱하는 표정 좀 봐. 너무 귀여워!!

-편집자야 뭐하냐? 이런 개꿀잼 컨텐츠 빨리 안 올려주고.

-부X마블 영상 꼭 올려주세요. 보고 싶어요.

오연우도 재미있는 컨텐츠 소스를 얻었는지 종이에 살짝 메모를 해뒀다.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퓨이 먹방 영상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상평도 인상 깊게 봤는데, 퓨이는 어떻게 그렇게 똑똑할 수 있는 거죠?’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영상 댓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퓨이의 감상평이 사실은 짜고 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었다.

사실 평범한 슬라임인 퓨이가 글을 읽는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인데, 그런 참신하고 심오한 감상평을 남기는 걸 못 믿는 사람이 많았다.

“아무래도 퓨이가 너무 똑똑하다 보니 생긴 의문인 것 같은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균숙자님.”

“으음.”

오연우의 질문에 나는 조금 고민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내 나름대로 정리한 대답을 꺼내놨다.

“솔직히 저도 매번 놀랍니다. 퓨이가 제 상상 이상으로 똑똑한 모습을 곧잘 보여주고, 평범한 사람같이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그래도 영상에 담긴 모습들은 모두 퓨이 그대로의 모습이에요. 억지로 연출하거나 조작한 것들은 없습니다.”

나는 퓨이를 쓰다듬으면서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질문에 대한 균숙자님의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면 다음 질문입니다.”

* * *

한창 ‘균숙자네 퓨이’ 채널의 라이브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서율희의 조원들은 균열 제거를 막 마치고 균열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서율희는 라이브 방송 본방사수를 놓친 탓에 기분이 좋지 못했지만, 빈틈없는 지시와 실력으로 균열 제거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기분이 좋지 못한 그녀의 분위기 덕분에 평소보다 긴장한 조원들이 더욱 열심히 전투에 참여했고, 예정보다 조금 일찍 균열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서율희는 균열을 빠져나오자마자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8시 20분.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지 벌써 1시간 20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균열 제거는 완료했지만, 뒷정리와 점검을 마치고 길드에 보고까지 하려면 최소 2시간은 더 필요한 시점.

이미 균열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너튜브 어플만 켜면 바로 라이브 방송을 볼 수 있었다.

뒷정리는 대충 부조장인 윤동현에게 맡기고 자신은 숨어서 너튜브 방송을 볼 수도 있다.

서율희의 마음이 흔들렸다.

휴대폰 화면을 잠시 응시하던 그녀는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끝까지 조장으로 임무를 다해야 해. 라이브 방송은 따로 영상으로 올려주겠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뒷정리라도 끝까지 책임지고 확인하는 게 조장의 역할.

서율희는 개인적인 취미 생활 때문에 중요한 임무를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라이브 방송에 대해 단념했지만, 얼굴에 남은 아쉬운 감정을 쉽사리 털어낼 수 없었다.

서율희의 표정을 눈치챈 조원들은 낮은 목소리로 걱정을 표했다.

“조장님 표정이 왜 저러시지? 오늘 우리 실수한 건 없지 않나?”

“그러게. 화나신 표정은 아닌 것 같은데. 부조장님. 혹시 아는 거 없으세요?”

그나마 서율희와 친분이 깊은 윤동현에게 시선이 쏠렸다.

“아마 조장님 개인적인 문제일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개인적인 사정이라 설명하며 조원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빠른 뒷정리를 독려하며 본인도 몸을 신속하게 움직였다.

* * *

“댓글로 받아 준비한 질문은 모두 끝났습니다. 지금부터는 실시간으로 채팅창에 올라오는 질문에 대답해 보는 시간을 가질건데요.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채팅으로 물어봐 주세요.”

처음 시작할 때 천 명 정도 되던 시청자는 어느덧 삼천 명을 넘어가고 있었고.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는다는 오연우의 말과 함께 채팅창에 글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몇 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에 익숙해졌음에도 정신없이 올라가는 채팅 글은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나와 오연우가 잠시 버벅거리는 사이,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후원이 터지기 시작했다.

[kim0714 ₩5,000 후원]

-혹시 퓨이를 실제로 한번 만나볼 수 없을까요?

-저도 퓨이 만나보고 싶어요!

-퓨이 팬 미팅 열면 무조건 만나러 갈게요.

“kim0714님 오천 원 후원 감사드립니다. 어떨까요? 균숙자님. 혹시 기회가 있을까요?”

“어……. 아직 계획은 없지만, 나중에 한 번 자리를 마련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애매한 대답이었지만 기회가 있을 거라는 말에 시청자들은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mingming2 ₩10,000 후원]

-퓨이가 제일로 좋아하는 간식은 뭔가요? 그리고 후원 금액은 퓨이 간식 사주세요.

“퓨이는 아무거나 다 잘 먹는데. 요즘은 닭강정 특히 좋아합니다. mingming2님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금은 꼭 퓨이 닭강정 사주겠습니다.”

-용감한 사자 같은 맛 닭강정!!

-나도 퓨이 영상보고 그 가게 찾아갔었음.

-레전드 영상이지 ㅋㅋ

-그 가게 맛집임. 지금 대박 나서 줄서서 먹어야 함.

한번 후원이 터지기 시작하자 줄줄이 후원이 계속 터지기 시작했다.

“꼭 후원으로 질문 안 해주셔도 됩니다. 채팅창의 질문도 대답해 드릴게요.”

살짝 과열되는 양상에 오연우가 후원을 말리려 했지만, 시청자들은 전혀 후원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액귀액귀 ₩1,000원 후원]

-퓨이 저 대신 천 원어치 쓰다듬어주세요.

[딩딩딩 ₩5,000원 후원]

-영상 잘 보고 있습니다. 계속 재미있는 영상 많이 만들어주세요.

[퓨이핵귀 ₩30,000원 후원]

-퓨이 세젤귀!!

…….

…….

계속해서 이어지는 후원 릴레이에 나와 오연우는 최대한 성심성의껏 감사 인사를 드리고 고마움을 표했다.

정신없이 질문에 답하고 후원금에 감사 인사를 표하다 보니 어느새 예정했던 라이브 방송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방송을 마무리하기 위해 오연우가 정리 멘트를 하려는 순간.

[퓨이맘 ₩1,000,000원 후원]

-오늘 일이 있어서 라이브 방송 못 봤네요. 영상 잘 보고 있습니다. 다음 라이브 방송은 꼭 챙겨볼게요. 퓨이야 사랑해!

-헉. 백만 원.

-큰손 오셨다.

-후덜덜.

“어…….”

갑자기 터진 백만 원 후원에 보던 시청자도 나와 오연우도 순간 굳어버렸다.

나는 당황해서 오연우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야. 이렇게 많이 받아도 돼?”

“아니. 그, 보내주시는 분 마음이긴 한데. 이렇게 큰 금액은 저도 처음 받아봐서…….”

시종일관 여유롭던 오연우도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퓨이?”

상황을 자세히 모르는 퓨이가 우리를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나는 퓨이에게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 줬다.

내 설명을 들은 퓨이가 환하게 웃더니 텐트로 휙 뛰어가기 시작했다.

퓨이의 돌발 행동에 나와 오연우가 당황하는 사이, 퓨이는 텐트에서 스케치북과 사인펜을 가져와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시청자도 나와 오연우도 숨죽여 퓨이의 행동을 주시했다.

그리고.

휙!

화면을 향해 펼쳐진 스케치북에는 삐뚤빼뚤하지만, 앙증맞은 글씨체로 글자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퓨이!”

[나도 사랑해요 퓨이맘]

-와! 퓨이가 직접 글 적은 거야?

-여기 후원 리액션 혜자네 ㅋㅋㅋ

-나도 사랑해 퓨이야!

퓨이의 귀여운 후원 리액션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번 후원 릴레이가 시작됐다.

[퓨이핵귀 ₩50,000원 후원]

-퓨이야. 나도, 나도 사랑한다고 해줘. 제발!!

[Lee DG ₩100,000원 후원]

[강선웅 ₩10,000원 후원]

[지나가던사람 ₩50,000원 후원]

…….

…….

퓨이의 스케치북을 전부 사용할 때까지 후원은 멈추지 않았고, 예정했던 방송시간보다 1시간 30분을 넘어서야 겨우 방송을 종료할 수 있었다.

* * *

일을 끝마치고 겨우 집에 돌아와 ‘균숙자네 퓨이’ 채널에 들어온 서율희는 끝나가는 라이브 방송을 보고 좌절했다.

그녀는 너무 아쉬운 마음에 백만 원이라는 큰 금액을 후원했다.

가끔 다른 고양이, 강아지 라이브 방송을 보며 자주 후원금을 보냈었지만, 이렇게 큰 금액은 그녀도 처음이었다.

그녀의 후원금을 보고 당황하는 두 사람, 그리고 뭔가를 준비하는 퓨이.

곧이어 퓨이가 환한 미소와 함께 화면을 향해 들어 올린 스케치북을 확인하고, 서율희는 전에 없던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사랑해요 퓨이맘]

라이브 방송을 보지 못해 하루종일 우울했던 마음이, 퓨이의 스케치북을 보자 한 방에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로 의자에 몸을 기대고, 조금 전 퓨이의 귀여운 모습을 계속 되돌려 감상했다.

* * *

균숙자네 퓨이 채널의 첫 라이브 방송은 성공리에 끝을 맺었다.

대부분 퓨이의 귀여운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었다.

방송을 시청한 일부 사람들은 다음 라이브 방송 일정이 언제인지 벌써 댓글로 묻기 시작했다.

얼마 후 라이브 방송 영상이 따로 채널에 올라오고.

그 영상을 확인한 사람들 사이에 이상한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했다.

-영상 후반부에 텐트 입구에 누가 있는 거 아닌가요?

-어? 맞네. 퓨이가 스케치북 가져온 뒤에 누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자세히는 안 보이지만 작은 여자애 같음.

-뭐지? 유령인가? 유령치고는 너무 귀여운 것 같은데.

댓글들에 이상한 반응들은 의식했는지 영상의 해당 부분은 편집 처리 되었다.

신속한 편집에 사람들은 더더욱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반응은 이러했다.

-채널 주인이 우리 몰래 귀여운 생명체를 숨기고 있다.

-우리는 진실을 요구한다.

-균숙자는 얼른 입장을 발표하고, 구독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

그렇게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균숙자네 퓨이’ 채널은 점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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