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균열에 산다 24화
“너. 그냥 받아온 아티팩트라고 하지 않았냐?”
“예. 받아온 건 맞는데…….”
“이 정도 위력이면 엄청 비싼 걸 텐데.”
대훈 아저씨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내 팔목에 장착된 아티팩트를 쳐다봤다. 남매 역시 신기한 물건 보듯이 아티팩트를 구경했다.
‘난감하게 됐네.’
생각보다 너무 강했던 아티팩트의 위력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둘러대기 시작했다.
“하하. 조금 무리하게 최대 출력으로 사용해서 그런가 봐요.”
“그래?”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위력이 나오겠어요?”
“그래도 대단하긴 하네. 세진이 너도 너무 무리해서 사용하지 마. 괜히 고장 나면 미안해지니까.”
“예. 이제는 무리 안 하도록 할게요.”
다행히 거짓말은 먹혀들었고, 아저씨와 남매 모두 이해한 모양이었다.
‘이게 최소 출력인 걸 알면 뭐라고 할지.’
잠시 아티팩트에 쏠려 있던 관심은 접어두고, 아저씨가 경계하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아이템 파밍을 시작했다.
“[마법]등급 아이템 하나 나왔어요.”
“이쪽은 전부 [일반], [잡동사니] 아이템.”
빠르게 아이템 파밍과 정리를 끝내고 일행은 이곳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일행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방금 전투에서 궁금했던 점을 하나 질문했다.
“근데 아윤아. 아까 왜 세 발, 일곱 발.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공격하는 거야?”
“아. 그거요? 제 능력 때문에 그래요.”
“능력? 무슨 능력이길래.”
나는 잠시 쉬는 동안 일행의 능력에 대해 간략하게 들을 수 있었다.
대훈 아저씨는 보는 것처럼 <방패 전사>.
방패를 들었을 때, 추가 방어 능력과 저항력을 얻는 고유 능력.
거기에 탱커 역할을 위한 방어 특성들과 공력 자원을 이용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피해를 주거나 피해를 받을 때마다 쌓이는 공력 자원으로 최전방에서 탱킹스킬을 사용한다.
아윤이의 고유 능력은 <3, 7, 13>.
3번째, 7번째, 13번째 공격은 각각 1.5배, 3배, 5배의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 대신 중간에 피해를 입거나, 공격의 템포가 끊기면 초기화되는 제한이 있다고.
그녀 역시 공력 자원을 사용.
지속적인 원거리 피해로 공력을 쌓고, 각각 3, 7, 13번째 공격에 공격 스킬 또는 버프 스킬로 대미지를 뻥튀기시켜 공격한다.
정선우의 고유 능력은 <순풍의 바람 정령사>.
지원 능력의 정령 능력을 사용한다. 바람과 관련된 버프를 주거나, 순간적으로 적의 이동을 방해하는 스킬을 사용한다.
마력 자원을 사용하고 지원 특화 능력이다 보니 공격능력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우리 파티는 내가 탱커, 아윤이가 딜러, 선우가 지원가 역할이지.”
“뭔가 굉장히 조합이 좋은 것 같네요.”
“끙. 사실 딜이 조금 부족해. 아무래도 나랑 선우가 공격력이 약하다 보니 대부분 아윤이가 전부 처리하거든.”
대훈 아저씨와 선우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윤은 그 반응을 보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 아빠랑 동생이 앞에서 잘 막아주니까 크게 상관없어요.”
이 와중에 선우가 옆에서 나를 힐끔거리다가 말을 걸었다.
“형. 아티팩트에 아까 그 마법 말고 다른 마법도 있어요?”
“응. 2개 정도 더 있어. 매직 미사일이랑 쉴드.”
“그럼 형이 매직 미사일로 조금만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요. 누나 혼자서 전부 쓰러뜨리려면 힘들거든요.”
“알았어.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지.”
내 품에서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퓨이가 갑자기 나섰다.
“퓨이. 퓨이!”
아마 자신도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인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을 본 아윤이 도끼눈을 뜨고 말했다.
“세진 오빠. 절대 퓨이 품에서 놓지 마세요. 알았죠? 퓨이 너도 가만히 있어.”
“퓨우우…….”
퓨이는 아윤의 엄포에 축 처져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나머지 일행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 * *
“오빠. 마법 지원!”
“알았어.”
아윤의 외침에 곧바로 아티팩트를 발동시켰다. 이번에도 역시 최대한 낮은 출력으로.
-매직 미사일
-파앗!
빛 문양으로 강화된 매직 미사일은 관통 능력이 추가되고 대미지 또한 강화되었다.
쏘아진 매직 미사일은 앞서 있던 놀(Gnoll)의 어깨를 관통하고, 그 뒤의 또 다른 놀의 가슴팍마저 꿰뚫었다.
-키아아악!
고통스러워하는 놈들에게 아저씨의 도끼와 아윤의 화살이 날아들었고, 그렇게 놀 무리는 가볍게 처리되었다.
“좋아. 아이템 파밍하고 잠시 휴식.”
균열의 내부로 들어온 지 벌써 2시간 30분.
경험 많은 아저씨의 예상에 따르면, 다음 전투가 마지막일 거라고 말했다.
또 D등급 2단계부터는 마지막 전투에 보스는 아니지만, 꽤 강한 능력을 갖춘 강화 괴물이 나오기 때문에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이번엔 세진이 아티팩트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여기까지 왔네. 안 데리고 왔으면 큰일 날 뻔했어.”
“맞아. 오빠 덕분에 나도 딜 넣기 수월하더라고.”
“하하.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네.”
몇 번에 전투를 진행하면서 나도 꽤 이 파티에 잘 녹아들기 시작했다.
앞에서 아저씨와 선우가 괴물들을 막아주면 아티팩트로 마법만 몇 번 쏴주면 되니 어려운 일은 없었다.
오히려 아티팩트의 위력을 낮추기 위해 조절하는 게 더 힘들었을 정도로.
“충분히 쉬었지? 그럼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자.”
아저씨의 출발 신호와 함께 일행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우리는 마지막 괴물들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총 4마리의 놀과 뒤쪽에 보이는 균열핵.
2마리는 녹슨 검을 든 놈들이었고, 1마리는 조잡한 석궁.
나머지 한 마리는 일반적인 놈들보다 1.5배 더 큰 몸집에 대검을 들고 가죽 갑옷과 투구를 착용한 녀석이었다.
아저씨는 마지막이니만큼 좀 더 진지한 목소리로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아윤이랑 세진이가 석궁 든 녀석, 그리고 검을 든 놈들 2마리부터 처리해. 선우는 저 덩치 큰 녀석 위주로 방해 스킬 써주고. 원래 하던 대로, 마지막까지 집중해.”
아저씨의 말이 끝나고, 선우의 버프를 시작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바람의 가호.
[‘바람의 가호’ 효과를 받습니다.]
[회피율, 공격속도, 이동속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선우의 버프가 발동되자마자, 나와 아윤이 석궁을 든 녀석에게 공격을 시작했다.
-매직 미사일
-파앗!
매직 미사일과 화살 1대가 거의 동시에 석궁을 든 녀석에게 적중했다.
우리의 존재를 알아챈 나머지 놀들이 무기를 치켜들고 이쪽으로 돌진해 왔다.
곧바로 활시위를 떠난 두 번째 화살에 석궁을 든 놀은 목숨을 잃었다.
-크헝!
-회오리바람!
선우의 회오리바람에 달려들던 놀들이 잠시 비틀거렸지만, 덩치 큰 놀은 저항력이 높은지 곧바로 균형을 잡고 아저씨에게 대검을 휘둘렀다.
-까앙!
대검과 방패가 부딪치는 묵직한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뒤이어 칼을 든 두 마리의 놀들도 아저씨에게 곧장 달려들고 있었다.
‘으음. 어떡하지?’
살짝 전투가 버거워 보이자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출력을 최대로 높인다면, 3발의 마법 미사일로 저 덩치 큰 녀석을 한 방에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정 씨 가족의 첫 D등급 2단계.
그토록 망설였던 아저씨가 아윤과 선우를 믿고 시작한 도전.
웬만하면 그들의 힘으로 이겨내게 하고 싶었다. 눈치 없이 아티팩트로 도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적당히 도와줄 방법을 찾던 나는 품 안의 퓨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오빠! 어디 가요?”
“아저씨, 선우야 저 녀석들 잠깐만 막아줘!”
내가 퓨이를 데리고 앞으로 튀어나오자 나머지 일행은 당황했지만, 일단 내 말대로 놈들의 움직임을 막아주었다.
-회오리바람!
-방패 밀치기!
-꽝!
방패 밀치기와 회오리바람의 효과로 놈들이 잠시 주춤거리는 사이, 맨 앞쪽에 도달한 나는 퓨이에게 말했다.
“퓨이야. 산성용액!”
“퓨이! 퓨우우우우!”
내 지시에 퓨이는 곧바로 놈들을 향해 산성용액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끈적한 산성용액에 뒤덮인 놈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괴성을 내뱉었다.
“지금이에요.”
“어, 어. 알았어.”
퓨이의 능력에 일행은 잠시 당황했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 놈들을 공격했다.
아저씨의 도끼 공격과 아윤의 화살 세례로 두 마리의 놀이 쓰러지고, 남은 건 대검을 든 덩치 큰 녀석.
-크왕!
혼자 남았다는 사실에 분노한 듯한 녀석은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며, 날카로운 이빨로 아저씨를 물어뜯으려 했다.
“차핫.”
아저씨는 능숙하게 도끼와 방패로 놈의 공격을 막거나 흘려보냈다.
그 사이 아윤의 13번째 화살이 팽팽한 활시위에 매겨졌다.
-사냥꾼의 눈.
-쐐에에엑!
마지막 화살이 미간을 정확히 꿰뚫었고, 놈은 그대로 허물어졌다.
전투는 마무리되었다.
잠시 숨을 고르던 아저씨가 시체를 넘어 뒤쪽에 있던 균열핵을 집어 들었다.
균열핵이 제거됨과 동시에 눈앞에 알람이 떠올랐다.
[균열을 성공적으로 제거했습니다.]
[경험치 2,000 Exp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특성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퓨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10레벨 특성!’
각성자는 처음 고유 능력을 얻고, 스킬북으로 얻는 스킬과 특성 외에 10레벨마다 특성 보상을 하나씩 얻을 수 있다.
나는 처음으로 10레벨을 달성해서 특성 보상을 받게 되었다.
[특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집밥 Lv.1>
<입양 Lv.1>
‘음?’
이름만 봐서는 뭐가 뭔지 알기 힘든 특성들이었다. 나는 눌러서 각 특성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집밥 Lv.1]
-소유권을 획득한 균열에서 손님과 주인의 회복, 버프 효과가 50% 상승합니다.
[HFA Lv.1]
-
-소유권을 획득한 균열에서 손님과 주인의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입양 Lv.1]
-펫의 수용량을 1만큼 증가시킵니다.
‘흐음.’
특성을 전부 확인한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언뜻 봤을 때 가장 무난해 보이는 것은 [HFA Lv.1].
공짜로 모든 능력치 10%, 그것도 나뿐만 아니라 균열에 초대된 모든 사람이면 엄청난 효과다.
능력치 아이템 하나씩 장착하는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집밥 Lv.1]도 나쁘지는 않아 보였지만, 딱히 지금 필요해 보이지는 않았다.
[입양 Lv.1]은 퓨이 같이 귀여운 펫이 한 마리 더 생긴다면 기분은 좋겠지만.
경험치를 얻게 되면 나와 퓨이가 일정 비율로 나눠 먹는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안 그래도 레벨업이 느린데 펫이 한 마리 더 생긴다면, 20레벨까지 레벨업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아쉽지만 [입양 Lv.1]은 포기.
[HFA Lv.1]과 [집밥 Lv.1] 중에 잠시 고민하다가 [HFA Lv.1]를 선택했다.
[‘HFA Lv.1’을 획득했습니다.]
특성 선택이 완료되고, 정신을 차려 주변을 둘러보니 일행은 아이템 정리를 끝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나를 발견한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오. 끝났냐?”
“죄송합니다. 10레벨 특성 보상을 받느라.”
“하하. 그럴 수 있지. 좋은 특성 받았어?”
“네. 꽤 괜찮은 특성이 나온 것 같아요.”
“축하해요. 형.”
“축하해. 오빠.”
“그래. 고마워.”
나와 정 씨 가족은 획득한 아이템을 챙기고 다시 균열 입구로 향했다.
성공적으로 첫 2단계 균열 도전을 성공한 정 씨 가족은 가벼워진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 오늘은 세진이 때문에 살았네.”
“저 없었어도 충분했을 텐데요 뭘.”
“아냐. 오늘 오빠 없었으면 조금 빡빡했을 거야. 평소대로 왔으면 딜이 모자라서 훨씬 고생했을 거야.”
“맞아요. 형 덕분에 괜찮았던 것 같아요.”
아티팩트 위력을 조절하느라 조금 고생하기는 했지만, 일행의 칭찬에 살짝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퓨이! 퓨이!”
내 품 안의 퓨이가 자신도 칭찬해 달라는 듯 외쳤다.
“하하. 마지막 전투에서 퓨이가 제대로 한 건 했지.”
“형이랑 같이 퓨이가 뛰어나왔을 때 깜짝 놀랐는데 마지막 공격은 정말 대단했어요.”
“호호. 퓨이야 정말 잘했어.”
“퓨이!”
퓨이는 칭찬이 마음에 드는 듯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 그런 퓨이의 행동을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 텐트로 돌아와 평소와 같이 장비 정리와 휴식을 취했다.
근데 나를 제외한 나머지 정 씨 가족이 한쪽에 모여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했지만, 가족 간의 이야기인 것 같아 굳이 참견하지 않고 혼자 기다렸다.
이야기가 끝나고 아저씨를 필두로 내게 다가왔다.
“세진아.”
“네. 아저씨.”
“애들이랑 이야기해 봤는데. 이번에 너랑 퓨이의 활약 덕분으로 우리가 좀 더 편하게 균열을 제거할 수 있었던 것 같아.”
“하하. 감사 인사는 아까 충분히 받았어요, 아저씨.”
“그건 그거고. 아무래도 균열 제거 수당이랑, 아이템 판매 금액을 너도 나눠 줘야 할 것 같아서.”
“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저씨의 말에 내가 깜짝 놀랐다.
“정식 파티원은 아니지만, 너도 우리 일행이고. 전투도 도와줬는데 당연히 챙길 건 챙겨줘야지.”
“아뇨, 괜찮아요. 저는 그런 거 원해서 오늘 도와주겠다고 한 게 아닌데.”
“세진 오빠. 오빠가 선의로 우리를 도와준 건 알지만, 이런 건 확실히 계산해야죠. 안 받으면 우리가 더 서운해할 거예요.”
“아니…….”
‘퓨이의 마석 추출로 충분히 돈을 벌고 있는데.’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퓨이의 능력을 설명할 수도 없어서, 돈을 주겠다는 정 씨 가족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나를 향한 진심과 배려가 느껴졌다. 오히려 내가 속이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착잡해졌다.
“대신 수당만 받고 아이템 판매 금액은 안 받을게요.”
“하하. 알겠어. 그리고 자, 이거 받아라.”
아저씨는 웃으며 내게 반지 아이템을 하나 건넸다.
[놀(Gnoll) 대장의 증표][마법]
-집중or마력 +3
-저항 +3
능력치를 올려주는 마법 등급의 반지. 오늘 나온 아이템 중에 가장 값비싼 아이템이었다.
“이건 첫 전투 참가 기념 선물이다.”
“아니. 아저씨 이거 주면 아이템 수당보다 더 주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형. 그건 아니죠. 이건 우리가 주는 선물이니까 수당이랑 상관없어요. 맞죠?”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선우의 모습에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을 때.
“아. 빨리 대충 받아요. 그 정도 마법 아이템은 2단계 돌면 또 나와요. 그 정도로 호들갑 떨지 말라고요.”
아윤은 이 분위기가 어색한지 억지로 화를 내며 빨리 선물을 받으라 종용했다.
나는 결국 반지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 * *
정 씨 가족이 균열을 떠나고, 텐트에는 나와 퓨이만 남아 있게 되었다.
나는 손바닥 위에 올려진 반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퓨이야. 정말 좋은 사람들이야. 그치?”
“퓨이!”
퓨이는 내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사업으로 잘나갈 때는 여러 사람에게서 비싼 선물 많이 받아봤다.
이 반지는 그 선물들보다 가치는 낮을지 몰라도, 그 어떤 선물보다 내 마음을 뿌듯하게 만들어 줬다.
정 씨 가족이 어떤 형편인지 알기에, 그들의 배려와 진심이 담긴 선물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반지를 소중히 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퓨이야. 일하러 갈까?”
“퓨이!”
나는 퓨이와 마석을 추출하러 다시 균열 내부로 향했다.
마석을 추출하는 시간은 언제나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했지만, 오늘은 왠지 마음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