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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19화 (19/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19화

겨우 충격과 전율의 여운에서 빠져나와, 눈앞의 알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Ondo(바위), Cala(빛) 문양?’

발광석의 회로를 해석해 발견한 두 가지의 문양.

바위와 빛의 문양.

문양은 회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문자처럼 읽혔다.

두 개의 바위와 빛 문양이 서로 얽혀 하나의 회로, 발광석의 회로를 구성하고 있었다.

[Ondo(바위), Cala(빛) 문양을 습득 가능합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Y/N)]

‘일단 습득해볼까?’

[Cala(빛) 문양을 습득했습니다. (1/3)]

[Ondo(바위) 문양을 습득했습니다. (2/3)]

문양의 습득을 완료하자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문양의 정보가 스며들었다. 마치 컴퓨터에 자료를 저장하듯, 아주 기묘한 경험이었다.

《스킬》

[아르키트 회로 이론 Lv.1](0/1)

-초급 : Tuvcanta(해석)

-3개의 문양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2/3)

↳ 10개의 문양 해석하기 (2/10)

-습득한 문양

-Ondo(바위), Cala(빛)

아르키트 회로 이론 스킬에 두 가지 문양이 추가된 것을 확인했다.

‘이 문양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는 습득한 문양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회로이면서, 문자이면서, 문양이다.’

나는 습득한 문양 중 하나인 ‘Cala(빛)’ 문양을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Cala(빛).”

-팟!

“헉!”

내가 ‘Cala(빛)’ 문양을 읽음과 동시에 눈앞에 빛이 번쩍였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 선명한 빛의 모습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소리 내어 읽었다.

“Cala(빛).”

-팟!

“오오오!”

마치 마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신기한 현상에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나는 신이 나서 연속으로 외쳤다.

“Cala, Cala, Cala, Cala!”

-파파파팟!

“으윽.”

연속으로 문양을 외친 결과 머리의 지끈거림과 함께 어지럼증이 생겨났다. 아무렇게나 막 사용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잠시 어지럼증이 가실 때까지 휴식한 뒤, 이번에는 ‘Ondo(바위)’ 문양을 사용해 보았다.

“Ondo(바위).”

이번에는 알 수 없는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약간 단단해진 기분? 그런 느낌이 온몸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빛의 문양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르자 그 기운은 다시 사라졌다.

‘조금 더 이 현상을 지속할 수는 없을까?’

이번에는 머릿속으로 문양의 회로를 연상하며, 집중력을 유지한 채 문양을 읽었다.

“Cala(빛).”

-파아아앗!

아까와는 확연히 다르게 강한 빛을 뿜는 빚덩어리. 거기다 금방 사라지지 않고, 5초 정도 계속해서 빛을 내뿜다 사라졌다.

얼마나 집중하고 강하게 의식하느냐에 따라 그 정도가 조절되는 듯했다.

조금씩 문양의 의미와 능력을 체감해가고 있을 때, 내 곁으로 퓨이가 다가왔다.

“퓨이?”

퓨이는 내 행동이 이상해 보였는지 살짝 떨어져 나를 불렀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걱정하지 마, 퓨이야. 다 잘되고 있으니까.”

“퓨이!”

내 말에 안심이 됐는지 퓨이도 같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퓨이도 회로로 보였었지.’

문득 퓨이도 해석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지만, 바로 그 생각은 접어버렸다.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일을 퓨이에게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다른 물건들을 해석해 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휴대용 의자를 목표로 했다.

“Tuvcanta(해석).”

[대상을 해석합니다.]

[해석할 수 없습니다.]

‘해석할 수 없는 것도 있구나.’

나는 곧바로 다른 물건들도 해석을 시도했다. 캠핑용 가스버너, 이불, 냉장고, 휴대폰 등등.

텐트 안에 있던 많은 물건에 해석을 시도했지만, 전부 해석에 실패했다. 계속된 해석에 실패에 영문을 모르고 있을 때.

이번에는 텐트를 향해 외쳤다.

“Tuvcanta(해석).”

[대상을 해석합니다.]

[스킬 레벨이 낮아 불완전한 해석에 성공합니다.]

[◇△☆, ▷△◎? 문양을 발견했습니다.]

스킬 레벨이 낮아서 문양을 완벽하게 발견하지 못하고, 두 개의 문양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해석을 시도하면서 알아낸 사실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봤다.

‘해석에 성공한 것은 발광석과 텐트. 반면에 실패한 것은 휴대폰, 의자, 버너, 냉장고 등등.’

성공과 실패를 비교했을 때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실 한가지.

‘원래 균열에 존재한 것이냐, 아니냐 차이인 건가?’

휴대폰이나 냉장고 같은 것들은 균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가져온 것들이었고, 해석에 성공한 텐트, 발광석은 균열에서 생겨난 것들이었다.

아무래도 균열 밖, 현실 세계의 물건들은 해석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한 가설을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텐트 옆 수돗가로 향했다. 수돗가에 물을 틀어놓고 분석을 시도했다.

“Tuvcanta(해석).”

[대상을 해석합니다.]

[해석에 성공했습니다.]

[Nenar(물) 문양을 습득 가능합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Y/N)]

생각한 대로 내가 능력으로 만들어 낸 수돗가의 물은 해석에 성공할 수 있었다.

[Nenar(물) 문양을 습득했습니다. (3/3)]

나는 곧바로 습득한 문양을 사용해 보았다.

“Nenar(물).”

-뽀글뽀글

물의 문양을 사용하자 내 손안에 투명한 물방울이 생겨났다. 투명하고 깨끗해 보이는 물방울이었다.

나는 손안의 물방울을 입으로 가져가 맛을 보았다.

-꿀꺽.

청량한 기분이 입안과 목을 타고 배속까지 퍼져나갔다.

[회복력이 일시적으로 소폭 상승합니다.]

물방울 덕분에 몸에서 살짝 활력이 생겨났다. 생각지도 못한 효과에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또 다른 문양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다가 텐트 안으로 향했다.

텐트 구석에 모아두었던 마석 하나를 꺼내 해석을 시도해 봤지만.

[대상을 해석합니다.]

[스킬 레벨이 낮아 불완전한 해석에 성공합니다.]

[◇▷△◎, ◉▷◁¿ 문양을 발견했습니다.]

역시 레벨이 낮다는 알림과 함께 문약 발견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실망하고 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텐트 한구석에 있는 전기 콘센트.

이번에는 전기 콘센트의 해석을 시도했다.

[대상을 해석합니다.]

[해석에 성공했습니다.]

[Ita(번개) 문양을 습득 가능합니다.]

[문양 습득 개수가 부족합니다.]

[나무 톱니바퀴를 사용해 문양 습득 개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나무 톱니바퀴 1개를 사용해 문양 습득 개수를 늘리시겠습니까? (Y/N)]

곧바로 나무 톱니바퀴 1개를 사용해 문양 습득 개수를 늘렸다.

[4개의 문양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Ita(번개) 문양을 습득했습니다. (4/4)]

4번째로 획득한 분양은 Ita(번개) 문양.

“Ita(번개).”

-파직!

번개의 문양을 사용하자 눈앞에 전기 스파크가 번쩍거렸다.

전기 스파크를 보고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 한가지.

‘이 문양은 위력만 조금 더 높일 수 있으면 공격 스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위력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집중해서 번개의 문양을 발동시켰다.

“Ita(번개).”

-파지지직!

조금 더 강력한 전기 스파크가 튀었지만, 상대를 제압할만한 위력은 나오지 않았다. 에너지 볼트와도 비교하기 힘든 위력이었다.

위력을 더 높이기 위해 고심하던 중, 아주 간단하면서도 그럴듯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것도 마력 회로와 비슷한 원리라면 마석을 이용해 위력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곧장 실험하기 위해 E등급 마석을 하나 꺼내 텐트 밖으로 향했다.

한 손 위에 마석을 올려놓고, 아티팩트 회로에 연결한다는 기분으로 번개 문양을 발동시켰다.

처음에는 반응이 전혀 없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조금 더 집중력을 유지하며 번개 문양을 발동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파직. 파직.

내 노력 덕분일까?

잠잠하던 마석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자그마한 스파크가 생겨나기 시작하며 조금씩 그 위력이 강해지고 있었다.

‘됐다! ……어?! 잠깐만.’

어느 순간. 뭔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콰직. 콰직. 파지직.

마석이 깨질 듯이 엄청난 전기 스파크가 연달아 터져 나왔고, 그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졌다.

나는 손 위의 마석을 균열 안쪽 깊은 곳으로 던져버리고, 옆에 있던 퓨이를 감싸듯 땅바닥에 엎드려 숨죽였다.

몇 초 후.

-쿠르르르릉. 쾅! 콰콰콰쾅!

던진 마석 방향에서 엄청난 폭음과 함께 균열 사방으로 번개가 쏟아져 나왔다.

“으으윽.”

“퓨이! 퓨이!”

나는 품 안에서 벌벌 떠는 퓨이를 꽉 껴안으며, 이 폭발이 어서 끝나기를 기도했다.

정말 몇 시간 같았던 몇 초가 지나가고.

폭음과 번개가 멈추자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퓨이와 나는 부상을 입지 않았고, 운 좋게 텐트에도 피해는 없어 보였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석을 던졌던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 광경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분명 없었던 바닥 깊게 파인 구덩이. 그리고 그 구덩이를 중심으로 사방의 바닥과 벽면에 굵직하고, 처참하게 긁힌 흔적들.

도저히 E등급 마석으로 발생한 일이라고 믿기에는 너무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꿀꺽. 만약 조금이라도 마석을 늦게 던져서, 이 폭발이 텐트에서 일어났더라면…….’

나는 절로 상상되는 끔찍한 장면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E등급 마석과 번개 문양.

이 조합이 일으키는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니, 단지 이 조합뿐만 아니라 내가 얻은 모든 문양에 엄청난 잠재력이 숨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만약 내가 이 힘을 컨트롤 하고,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면?’

엄청난 번개 폭발로 적을 쓸어버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설렘으로 다시 한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 *

아르키트 회로 이론을 습득한 다음 날.

나는 신지아의 공방에 출근해 일하는 중이었다.

“…….”

“……진씨?”

“…….”

“세진 씨?”

“어, 네? 부르셨어요?”

“네. 몇 번을 불렀다고요.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 집중을 못 하고 멍하신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머릿속에는 온통 새로 습득한 문양들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 공방의 일이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 몸 안 좋으시면 일찍 퇴근하셔도 돼요. 오늘은 그렇게 안 바쁘니까.”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그녀는 엄청나게 걱정되는 표정으로 퇴근을 권유했다.

“아뇨. 어디 아픈 건 아니에요.”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어젯밤.

나는 마석과 문양을 내 힘으로 제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취해 봤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늦게까지 잠도 자지 않고 머리를 싸매고 연구했지만, 전혀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깨달은 한가지.

‘내가 마석과 문양을 컨트롤 할 수 없다면, 아티팩트를 통해 컨트롤하면 된다.’

하지만 아직 내 실력으로는 혼자 회로를 설계하고 마석의 출력을 조절하기에 부족했다.

혼자서 아티팩트를 다룰 만한 실력 향상을 기다리기에는,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나를 계속 초조하게 만들었다.

‘저번처럼 언제 또 위험한 균열이 나올지도 몰라. 조금이라도 빨리 문양의 사용법을 알아내야 해.’

고민 끝에 나는 결단을 내렸다.

아직도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신지아.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부탁했다.

“지아 씨. 제가 만들어야 할 아티팩트가 있는데. 좀 도와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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