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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6화 (6/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6화

“뭐야 갑자기. 습격이라니!”

갑자기 들려오는 경고음과 눈앞에 떠오른 알람으로 인해 놀라 소리쳤다.

휴대폰 게임에 빠져 있던 퓨이도 깜짝 놀라 나를 쳐다봤다.

[습격까지 남은 시간 : 4분 24초]

내가 당황하는 사이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전투 스킬도 없고, 전투 경험도 없는 나에게 너무 가혹한 상황이었다.

‘어쩌지 도망쳐야 하나?’

마음속으로 도망치는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 내 마음을 읽은 건지 추가 알람이 생성됐다.

[습격을 막아내지 못할 시 보금자리와 펫이 피해를 입습니다.]

[보금자리 Lv 하락.]

[펫 부상 또는 죽음.]

‘이런 젠장!’

추가로 떠오른 알람을 보고 도망에 관한 생각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보금자리 Lv 하락 정도야 감수할 수 있지만, 일주일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정을 쌓은 퓨이를 버리고 갈 수는 없었다.

싸워야만 했다.

“퓨이.”

퓨이가 걱정이 되는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걱정하지 마, 퓨이야. 다 괜찮을 거야.”

나는 불안해하는 퓨이를 달래며 마음을 다잡았다.

[습격까지 남은 시간 : 1분 12초]

텐트 구석에 준비해둔 야구 방망이를 두 손으로 꽉 쥐었다.

퓨이를 처음 만났을 때 습격당한 뒤로 혹시나 해서 준비해 둔 야구 방망이. 이렇게 빨리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퓨이를 텐트에 남겨둔 채 몇 번이고 퓨이에게 말했다.

“퓨이야. 절대 나오면 안 돼! 알았지?”

“퓨이!”

E등급 균열과 같은 괴물들이 나온다면 충분히 싸워볼 만하다. 약간의 상처는 입어도 목숨에 지장은 없을 테니까.

제발 E등급에 해당하는 괴물들이 나오기를 기도했다.

[습격까지 남은 시간 : 10초]

[5…… 4…… 3…… 2…… 1……]

[습격이 시작됩니다.]

균열 한쪽 벽면에 또 다른 균열 입구가 생성됐다. 생성된 입구에서 차례로 괴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끼릭! 끼릭!

작은 몸체와 특유의 쥐 울음소리. E등급 균열에서 출현하는 랫맨이었다.

총 5마리의 랫맨이 균열 입구에서 튀어나왔다. 녀석들의 숫자와 무기를 보며 전투의 결과를 가늠해 봤다.

‘해볼 만하다.’

텐트를 등지고 선 나를 랫맨들이 포위하고 있는 상황.

성격이 급한 랫맨 한 마리가 조잡해 보이는 단검을 휘두르며 내게 돌진해 왔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러 녀석을 가격했다.

빡!!

-키에엑!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충격과 함께 달려오던 녀석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바닥과 충돌한 녀석은 꿈틀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동료가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나머지 녀석들이 흥분해 괴성을 질렀다.

-끼이익!

-끼릭! 끼릭!

“덤벼봐. 이 쥐새끼들아!”

흥분한 나도 지지 않으려 소리를 질렀다.

곧이어 똑같이 단검을 든 랫맨 두 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조금 자신감이 붙은 나는 앞서 달려오는 녀석을 향해 크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휙!

너무 동작이 컸던 탓일까?

앞서 오던 랫맨이 내 방망이를 옆으로 구르며 피해 버렸다.

“엇!”

내가 당황하는 사이 뒤따라오던 랫맨이 나를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단검을 피하고자 급히 몸을 움직이던 나는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키릭!

넘어진 나를 향해 달려오는 랫맨.

“꺼져!”

나는 그대로 발을 휘둘러 녀석을 걷어차 버렸다.

발길질에 녀석이 쓰러지고. 잠깐의 틈을 이용해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퓨이?”

“안돼. 퓨이야! 나오지 마!”

텐트 밖의 소란스러움 때문인지 퓨이가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내 말대로 텐트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랫맨 놈들의 시선이 퓨이를 향하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던 랫맨 놈들이 퓨이를 향해 빠르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랫맨과 싸우는 사이 텐트와 멀어져 버려 퓨이가 녀석들에게 노출된 상황.

퓨이 쪽으로 가기 위해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랫맨 2마리 사이로 돌격했다.

빠각!

“으윽!”

돌진하는 기세로 한 놈은 방망이로 처치했지만 남아 있던 한 놈에게 옆구리를 공격당했다.

불로 지지는 화끈한 느낌이 옆구리에서 느껴졌다.

고통을 참으며 나머지 한 녀석의 머리도 방망이로 날려버렸다.

“도망쳐 퓨이야!”

랫맨 두 녀석이 이미 퓨이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크르르. 키에엑!

동시에 퓨이를 향해 달려드는 랫맨.

‘아…….’

나는 그 모습을 절망적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공격해 오는 랫맨을 바라보던 퓨이는 녀석들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입에서 끈적한 액체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퓨우우우우!!”

-끄에엑!

-크악!

가까운 거리에서 순식간에 액체를 뒤집어쓴 랫맨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퓨이는 녀석들을 간단히 쓰러뜨리고 내 곁으로 통통 튀어왔다.

“퓨이! 퓨이!”

“어. 어. 잘했어 퓨이야.”

칭찬해 달라는 듯 다리에 몸을 비비는 퓨이.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퓨이를 칭찬하며 쓰다듬어 줬다.

액체를 뒤집어쓴 랫맨 두 마리가 잠잠해지고. 균열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후우우.”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생각보다 크게 다친 곳도 없고, 예상하지 못했던 퓨이의 활약으로 잘 마무리된 것 같았다.

“퓨이. 퓨이.”

“어. 옆구리?”

옷을 올려 옆구리를 살펴봤다. 깊게 베이지는 않았지만, 배 옆쪽부터 길게 베인 상처가 났다.

퓨이가 옆구리에 달라붙어 슬라임젤을 바르기 시작했다. 슬라임젤의 효과로 화끈한 통증은 사라지고 흐르던 피도 지혈됐다.

“고마워 퓨이야. 네 덕분에 살았어.”

“퓨이!”

퓨이는 내 칭찬에 몸을 살짝 부풀리며 우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하하하!”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앉은 채로 크게 웃었다.

* * *

일단 랫맨들의 시체를 한곳으로 모으고, 상처로 피에 젖어버린 옷도 갈아입었다.

“흐음.”

문제는 습격 시작과 함께 열린 균열 입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른 괴물들이 추가로 튀어나오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 상황.

‘들어가 볼까? 혹시 더 위험한 괴물들이 있을지도?’

균열 입구 앞에서 고민하길 수십 분째.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다잡고 결단을 내렸다.

‘들어가 보자.’

혹시 모르니 야구 방망이를 챙겨 들고, 멋진 활약을 보여줬던 퓨이도 옆에 따라붙었다.

“퓨이야. 간다.”

“퓨! 퓨!”

퓨이와 동시에 균열 입구로 뛰어들었다.

평소에 균열을 지날 때 느끼던 감각이 들고 난 뒤, 눈앞에 새로운 균열의 모습이 드러났다.

눈앞에는 내가 있던 균열의 동굴보다, 더 작은 규모의 동굴이 나타났다. 크기를 제외하면 내가 있던 곳과 크게 차이가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동굴 한가운데에는 푸른빛을 내뿜는 균열핵과 그것을 받치고 있는 받침대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균열핵을 향해 다가갔다. 평소에 지구대 경찰관들을 따라다니면서 보았던 균열핵과 비슷해 보였다.

잠시 상황을 살피던 나는 천천히 균열핵을 집어 들었다.

[E등급 균열의 균열핵][일반]

-E등급 균열을 유지하던 균열핵이다.

[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했습니다.]

[경험치 500 Exp를 획득합니다.]

[보상으로 ‘나무로 된 톱니바퀴×1’을 획득합니다.]

균열핵을 꺼내니 많은 경험치와 보상을 획득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퓨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퓨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산성 액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슬라임젤’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새로운 특성 ‘마석 추출’을 획득했습니다.]

나는 레벨 1이 올랐고, 퓨이는 레벨 2가 올랐다.

“퓨이. 퓨이.”

레벨이 오른 게 기쁜지 퓨이가 통통 튀어 올랐다.

퓨이는 추가로 산성 액체, 슬라임젤의 스킬 레벨도 오르고 새로운 특성 마석 추출도 획득했다.

갑자기 많은 알람이 동시에 떠올라서 정신없는 사이에 마지막 알람이 생겨났다.

[해당 균열은 1분 뒤에 소멸합니다.]

알람을 보고 혹시나 해서 균열획득 스킬을 사용했다.

-균열획득!

[주인이 있는 균열에 소유권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응?’

소유권을 획득할 수 없다는 메시지.

보통 균열획득 스킬을 사용하면 획득하기 위한 조건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메시지가 떴다.

‘뭐지? 그럼 습격해온 균열에 주인이 있다는 말인데.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균열이 소멸합니다. 자동으로 균열 입구로 이동합니다.]

뭔가 찝찝한 의문을 남기고 나와 퓨이는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보금자리로 돌아온 나는 변한 것과 보상을 확인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퓨이의 ‘마석 추출’이라는 특성이었다. 정확히 어떤 능력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뭘까?”

“퓨이?”

“퓨이야. 새로운 특성 ‘마석 추출’이 뭔지 아니?”

답답한 마음에 퓨이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퓨이!”

그러자 퓨이가 내 물음에 힘차게 대답하고 어딘가로 향했다. 퓨이가 향한 곳은 랫맨의 시체가 쌓여 있는 곳이었다.

“퓨우우우우!”

퓨이는 다시 한번 시체를 향해 끈적한 액체를 내뱉었다. 산성 액체 스킬은 Lv.2가 되어서 더 빠르게 시체를 녹여냈다.

쌓여 있던 시체가 산성 액체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퓨이가 꼬리로 시체가 있던 곳을 가리켰다.

“어? 이건!”

시체가 녹아내린 곳에 푸른빛을 내는 조각들이 떨어져 있었다.

[E등급 균열의 마석][일반]

-독특한 결정의 마석이다.

‘마석 추출이 이런 의미였구나.’

바닥의 조각들을 주웠다.

아까 획득한 균열핵과 이 마석들은 아마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퓨이가 획득한 특성 마석 추출은 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보상은 ‘나무로 된 톱니바퀴’.

[나무로 된 톱니바퀴][일반][귀속]

-특별한 힘이 담긴 톱니바퀴. 균열 관련 스킬이나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현재 업그레이드 가능한 스킬 : 없음

-현재 업그레이드 가능한 시설 : 보금자리

‘보금자리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나무 톱니바퀴를 이용해 보금자리를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Y/N)]

손해 보는 일은 아닌 것 같아서 큰 고민 없이 업그레이드를 승낙했다.

[보금자리를 업그레이드합니다.]

[업그레이드 옵션 하나를 선택해 주십시오.]

1. 수돗가 설치

2. 화장실 설치

3. 전력공급

“대박!”

업그레이드 옵션의 내용을 보자마자 눈이 크게 떠졌다. 정말 하나같이 주옥같은 옵션들이 나왔다.

균열에 지내면서 평소에 가장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화장실이 급하면 매번 균열 밖 공원 화장실에 다녀와야 한다. 특히 겨울이라 추운 날씨 때문에 더 고역이다.

물이 나오는 곳이 없으니 설거지도 번거롭고, 씻기도 힘들다.

전기는 말할 것도 없다. 요즘 전기 안 들어오는 집이 어디 있겠는가?

‘아씨. 톱니바퀴 한 개만 더 나와주지. 이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한다니.’

세 가지 옵션 모두 필요한데 한 가지만 골라야 하는 상황.

보상으로 한 개의 톱니바퀴가 나왔다는 사실이 너무 원망스럽고 안타까웠다.

“으으으. 어쩌지?”

긴 고민 끝에 결국 나는 세 가지 중에 하나의 옵션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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