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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4화 (4/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4화

2. 균열에서의 일상

-딩딩딩∼Good Morning∼빠빠빠∼빠∼

“끄응.”

텐트 안을 울리는 휴대폰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매일 아침 듣는 이 지옥 같은 멜로디는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다.

-It's A Beautiful Day! 딩딩딩∼

-딩딩딩∼Good Morning∼빠빠빠∼빠∼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휴대폰 알람은 자비 없이 끔찍한 멜로디를 처음부터 재생하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더듬어 휴대폰 알람을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

아직 반쯤 잠긴 눈으로 힐끔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AM 05:40분

토요일 2월 13일

시간을 확인한 나는 어기적어기적 자리에서 일어났다. 덮고 있던 이불을 벗어나니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텐트의 문을 열고 나와 익숙한 손놀림으로 캠핑용 가스버너에 불을 켜고 주전자를 그 위에 올렸다.

옷을 갈아입는 사이 주전자가 끓기 시작했다.

텐트 옆에 놓여 있는 바구니에서 믹스커피를 하나 꺼내 종이컵에 커피 가루와 뜨거운 물을 차례로 부었다.

커피 봉지로 대충 휘휘 저어준 뒤 종이컵을 입으로 가져갔다.

후릅.

달달한 믹스커피맛이 느껴지자 반쯤 잠들어 있던 정신이 깨어났다.

한가하게 커피 마실 여유도 없이 대충 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 나갈 준비를 했다. 텐트 주변을 대충 정리한 뒤, 배낭 하나를 들쳐메고 균열 입구로 향했다.

균열 바깥으로 나온 곳은 임 경사와 국밥을 먹고 균열을 제거했던 공원이었다.

그때 획득했던 공원의 균열에서 생활한 지 벌써 3개월째.

균열에서의 생활도 어느덧 익숙해졌다.

공원을 빠져나가 지구대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오. 좋은 아침.”

자연스럽게 야간 근무자분과 인사를 나누고 나의 일과를 시작했다.

-균열 탐색!

[‘균열 탐색 Lv.1’을 성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총 3개의 균열을 탐색했습니다.]

[경험치 15 Exp를 획득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은 12시간입니다.]

성공적으로 스킬을 사용하고, 자연스럽게 탐색한 균열들의 위치와 시간을 표시했다.

한참 내가 위치를 표시하고 있을 때, 임 경사와 이 순경이 지구대로 들어왔다. 새벽 순찰을 하고 온 듯했다.

“안녕하세요. 임진혁 경사님. 이신우 순경님.”

“안녕하세요, 세진 씨.”

까딱.

내 인사를 반갑게 받아주는 임 경사와는 달리 이 순경은 까딱 고개만 숙이고 쌩 지나가 버렸다.

‘아오. 이신우 저 싸가지.’

나보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예의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도 출근하시나 보네요.”

“네. 내일도 나가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3일 만에 만나는 임 경사와의 짧은 대화를 끝으로 지구대를 빠져나왔다.

시간은 6시 30분.

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라타 자리를 잡았다.

버스를 타고 40분이 걸려 도착한 정류장에 내려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빵 하나를 샀다.

빵 하나를 입에 물고 8시 출근 시간에 맞춰 공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정신없이 일하다 점심 먹고, 다시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

공장을 나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향하는 곳은 새벽에 들렀던 지구대.

“안녕하세요.”

“어서 와, 세진 씨.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

“괜찮습니다.”

걱정해 주는 경찰관의 물음에 적당히 대답해 주고.

오전에 했던 것과 같이 스킬을 사용해 균열을 지도에 표시했다.

지구대장에게 걸었던 조건 첫 번째.

발견하는 균열당 1만 원.

오늘 총 5개의 균열을 발견했으니 5만 원을 번 셈이다.

지구대의 균열 탐지 기계는 벌써 고쳐졌지만, 3개월 동안 아침저녁으로 균열을 탐지하는 일을 내가 계속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내가 기계보다 더 편하고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균열 탐지 기계를 한 달 내내 24시간 가동하면 200만 원 가까이 유지비가 들지만, 나의 경우에는 120만 원 정도.

거기다 기계는 30분 전에 균열을 탐지해 내지만, 나는 12시간 안에 발생하는 균열을 모조리 탐지해 낼 수 있다.

안타까운 건 이런 사실을 미리 알지 못해 돈을 더 받지 못했다는 것. 미리 알았더라면 최소 150만 원은 넘게 받았을 텐데.

“좀 있으면 균열 하나 발생하는데, 세진 씨 따라갈 거야?”

“네. 따라가야죠.”

지구대장에게 걸었던 두 번째 조건은 바로 이것.

균열을 제거할 때 따라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전투 능력이 없는 나에게 경험치를 얻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렇게 시간이 될 때마다 균열을 따라가 조금이라도 경험치를 얻어야 한다.

지구대의 경찰차에 올라 균열로 향했다. 균열에서 내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15분 동안 균열에 머물다가 소유권을 획득하는 게 전부.

내 능력에 대해 모르는 경찰관들은 이런 내 모습에 매번 이상한 눈길을 보냈었지만, 요즘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평소와 다름없이 균열핵이 제거되고 경찰관들은 차를 타고 지구대로 돌아갔다.

보통은 공원에 있는 균열로 돌아가 잠을 자지만, 몸도 피곤하고 공원까지 걸어가기도 귀찮았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 * *

-보금자리 생성!

균열 한구석에 텐트를 만들어 소환해냈다.

가끔 괴물들의 시체가 입구 쪽에 널브러져 있어 참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끈적한 액체 웅덩이만 있는걸 보니 이번 균열의 괴물은 슬라임이었나보다.

신발을 벗고 생성된 텐트 안으로 꾸물꾸물 기어서 들어갔다.

대충 외투를 벗어 던지고 매트릭스 위에 누워 멍하니 텐트 천장을 바라봤다.

각성을 하고 3개월.

꽤 열심히 일하고 경험치도 쌓았지만,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숙련도 임무를 달성해 2개의 스킬에 능력이 추가되었지만, 눈에 띌만한 변화는 아니었다.

[보금자리 생성 Lv.2](0/3)

-소유권을 얻은 균열에 보금자리를 생성합니다.

-보금자리에 펫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0/1)

↳ 보금자리 생성 후 균열에서 15일 지내기 (달성)

[균열 탐색 Lv.1](0/1)

-집중30 필요.

-E등급의 균열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균열을 예견할 수 있습니다.

↳ 30개의 균열을 탐색하기 (달성)

하나는 펫을 추가할 수 있는 능력, 또 하나는 위험한 균열을 예견할 수 있는 능력.

펫을 추가할 수 있는 능력은 외로운 균열 생활에 꽤 필요한 능력이지만, 지금 내 상황이 애완동물을 기를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위험한 균열을 예견하는 능력은 아직 뭘 뜻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각성자 등록을 위해 각성자 지원 센터를 찾아가고, 내 능력에 대해 센터 직원과 상담했을 때.

그곳의 직원도 내 능력의 활용법을 말해주지 못했다.

전투 능력 제로, 지원능력 제로, 사회에 통용될 만한 전문능력 제로, 잠재적 성장 가능성 미지수.

마음 약한 직원이 에둘러 좋게좋게 표현했지만, 현재 내 능력의 상황은 최악인 상태.

그나마 균열에 살면서 집세를 아껴주고, 균열 탐색으로 어느 정도 돈을 버는 정도.

답답한 마음에 각성자만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 앱으로 커뮤니티에 접속해 상담 게시판에 글을 남겼었다.

간단한 능력소개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상담을 요청하는 글이었다.

내 게시글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이걸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이 정도면 어디 가서 각성자라고 말도 못 할 듯.

-X발 ㅋㅋㅋ 능력이 균열 노숙자. 균숙자네, 균숙자.

-난죽택!!

-이 글을 보고 제 능력이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올린 글은 능력을 비웃거나, 애도하는 사람들의 댓글로 가득 찼다.

그래도 그 와중에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지나가는 아저씨’입니다.

-글쓴이 분의 고유 능력은 매우 희귀한 편이지만, 현재로써는 활용 방법이 묘연해 보입니다.

-스킬 자원으로 집중을 사용하시니 전투 방면보다는 전문 기술 쪽으로 육성을 고려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혹시 여유 자금이 충분하시다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템 마법부여 쪽으로 스킬북을 사들여 필요에 따라 SP(스킬포인트)와 여유 능력치를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고유 능력이 좋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을 통해 얼마든지 각성의 기회를 살릴 수 있습니다.

-글 올리신 분도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현명한 결정 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정성스러운 조언.

하지만 조언을 듣고 관련 마법부여 스킬북을 알아보니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싼 스킬북이 최소 500만 원, 비싼 스킬북은 몇천만 원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겨우 3억 빚의 이자와 원금을 조금씩 갚아 나가는 상황에서 그 정도 여유 자금이 있을 리 없었다.

“하아.”

복잡한 머릿속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꼬르르르륵

‘생각해 보니 오늘 저녁도 안 먹었네.’

배고픔으로 배가 요동쳤지만 피곤함과 무기력함 때문에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부르르르

‘아오. 엄청 소리 나네. 한 끼 안 먹는다고 죽겠어.’

또 뱃속에서 난 소리인 줄 알고 무시했다.

-부스럭. 부스럭.

-부르르르르.

‘어?! 이건 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데?’

이상함을 눈치채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텐트 입구에 투명한 하늘색 슬라임 한 마리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한 마리 남아 있었구나. 젠장!”

내 외침과 동시에 슬라임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슬라임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내민 오른팔이 녀석에게 덥석 물렸다.

“으악!! 떨어져!”

슬라임을 떨쳐내기 위해 팔을 휘둘렀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른팔에서 점점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물린 곳에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고통이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정신없이 텐트 안을 구르는 순간 눈앞에 문장이 나타났다.

[Lv.5 이하의 생명체가 보금자리 안에서 감지되었습니다. 펫으로 지정하시겠습니까? (Y/N)]

다급해진 나는 문장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래! YES!! 어떻게든 해봐!”

내 외침과 동시에 또 다른 문장이 나타났다.

[‘Lv.1 슬라임’을 펫으로 지정합니다. (1/1)]

[새로운 펫의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문장이 나타남과 동시에 팔에 붙어 있던 슬라임이 떨어져 나갔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눈앞의 슬라임을 경계하는 순간.

슬라임은 순수하고 초롱초롱해진 눈빛으로 나를 향해 소리를 냈다.

“퓨이!”

“……퓨이?”

[새로운 펫의 이름이 지정되었습니다.]

[‘Lv.1 슬라임’의 이름은 ‘퓨이’]

나도 모르게 지정된 펫의 이름과 함께 새로운 정보들이 눈앞에 어지럽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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