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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357화 (완결) (357/357)

357화

“자~ 그럼 슬슬 일어나야지? 기다리겠다.”

용주에게 다가온 아버지가 이야기했다.

“네. 그래야죠.”

용주가 한 번 더 수정을 바라보았다.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으론 몇 날 며칠이고 더 있고 싶었다.

그럼에도 이 말을 할 수 있는 건.

이게 마지막이 아니란 걸 알고 있으니까.

예은이를 빨리 두 분과 만나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아? 이렇게 빨리? 그러지 말고 답이라도 한 끼….”

어머니가 당황한 듯 이야기했다.

“여보~.”

“…….”

“기다리고 있을 사람이 우리만이 아니잖아. 예은이도 걱정하고 있을 거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야.”

“그렇지만….”

“다신 못 보는 것도 아니잖아. 예은이 오면, 그때 같이 먹자. 아빠의 특제 훈제 바비큐를 대접할 테니까.”

“아빠의 특제는 좀 피하고 싶은데요.”

용주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하핫! 수지도 같이 와!”

“그래도 될까요?”

“아~ 당연하지! 용주야 들었지?!”

“아빠의 특제만 아니면 생각해 볼게요. 배탈이라도 나면 곤란하니까.”

“핫! 하하하! 배탈은 무슨! 의료 헌터가 둘이나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호탕한 아버지의 웃음에 어머니는 체념한 듯 숨을 내쉬었다.

“그럼… 또 이별이겠네.”

“금방일 거예요. 내일이라도 당장 올게요. 예은이 데리고.”

“응. 꼭이야. 엄마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밥 꼭꼭 챙겨 먹고, 차 조심하고, 술이랑 담배랑 오토바이는 절대 하지 말고.”

“…네. 그럴게요.”

누군가에겐 귀에 딱지가 내려앉는 잔소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용주는 그 말들이 너무 좋았다.

목소리 하나, 표정 하나까지도 너무도 소중했다.

서서히 멀어지는 발걸음.

포탈 앞에 선 용주는 카일론과 눈을 마주쳤다.

“아, 참. 그걸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네.”

그런 용주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우리 아들 이명. 물어보고 싶었었는데.”

아버지의 물음에 용주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라면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다 알면서 굳이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게 더 합리적인 판단일 거다.

그렇지만 용주는 이번엔 태클을 걸지 않기로 했다.

내 목소리로 그 말을 듣고 싶으신 걸 테니까.

“좀비 헌터. 그게 제 이명이에요.”

* * *

은은하게 불어오는 봄바람.

바람을 타고 흩날린 벚꽃잎이 눈송이처럼 내려앉았다.

호수공원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었다.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는 가족들.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

친구, 연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모두가 달랐지만,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용주 형! 다들 먼저 와 있었네요!”

커다란 벚꽃 나무 아래 도착한 주원이 손을 흔들었다.

용주와 함께 있는 사람들은 다들 아는 얼굴들이었다.

수지와 서윤.

가영과 나영.

거기에 태영까지 모두 한자리에 있었다.

“오빠가 저쪽으로 가자고 해서 한참 헤맸잖아. 이쪽이라고 몇 번을 말해도.”

함께 온 예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뒤를 지키고 있는 승우는 조용히 웃어 보일 뿐이었다.

“아침 일찍 고생했겠네.”

신발을 벗은 예나가 돗자리 위에 올라갔다.

예나가 들고 온 바구니엔 샌드위치를 비롯한 각종 간식들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

“자리 잡기 힘들면 우리 정원에서 했어도 됐는데.”

“누가 부잣집 아가씨 아니랄까 봐. 굉장한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서윤이 반쯤 먹은 쿠키를 마저 입에 넣었다.

“뭐, 돈 걱정 안 해도 되는 건 확실히 부럽긴 하네. 누군 마당 딸린 저택에 집사까지 데리고 다니질 않나, 누군 지갑에서 블랙카드가 나오지 않나.”

“돈 걱정이라면 서윤 씨도 딱히 안 하는 거 아니에요? SNS에서 장난 아니던데.”

태영이 넌지시 이야기했다.

“SNS? 서윤 씨 혹시 모델로라도 스카우트되신 거예요? 아니면 유명 인플루언서? 하긴~ 몸매도 좋고, 스타일도 좋으시니까. 아~ 부럽다.”

“축하드립니다.”

눈을 반짝이는 가영과 차분한 나영.

“괜히 넘겨짚지 마. 그런 쪽 아니니까.”

두 사람의 관심에 서윤이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런 쪽이 아니면?”

“서윤 헌터 작은 디저트 가게 운영 중이거든요. 가격도 착하고, 맛도, 디자인도 수준급이라 없어서 못 구한다는 모양이에요.”

가영의 물음에 승우가 대신 대답했다.

“오~ 디저트! 근데 엄청 자세히 알고 계시네요.”

“저도 시켜 먹어 봤으니까요. 프로 레벨 중에서도 수준급이던걸요.”

“뭐, 당연하지. 누가 만든 건데.”

서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내심 칭찬이 싫진 않은 눈치였다.

“그럼 오늘 가져오신 것도 직접?”

나영이 물었다.

“뭐, 그렇지. 아침에 갓 만든 거야.”

“와~ 어쩐지 입에서 살살 녹더라니.”

하나 남은 초코 브라우니를 얼른 집은 가영이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근데 그 헌터란 말. 이제 안 붙여도 되는 거 아니야? 더 이상 헌터도 아닌데.”

두 다리를 쭉 뻗은 서윤이 승우를 바라보았다.

“그것도 그렇네요. 습관적으로.”

헌터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곳에 모인 사람은 그렇게 분류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아니었다.

헌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단순히 카오스 게이트가 사라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헌터가 사라진 건 붉은 하늘과 남산을 뒤덮던 카오스 게이트가 사라지던 그 날.

게이트의 소멸과 동시에 모든 헌터들의 힘이 사라졌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었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일도 아니었다.

이안을 비롯한 S급 헌터부터 이름 모를 E급 헌터까지.

힘의 크기에 상관하지 않고 모든 이들이 힘을 잃어버렸다.

언노운을 쓰러뜨리며 얻었던 물건들은 입자가 되어 사라졌고, 이형 결정체를 가공한 모든 것들이 먼지로 돌아갔다.

혼돈이었고, 패닉이었다.

그리고 그 혼돈에 최전선에 나섰던 이는 이안과 형만이었다.

카오스 게이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신 열리지 않는다.

용주의 말을 그들은 대신 전했다.

두 사람의 지휘와 명성에도 혼란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혼란 역시 영원한 건 아니었다.

카오스 게이트는.

그 뒤로 다신 열리지 않았으니까.

“아쉽긴 해. 이제 막 힘에 익숙해진 참이었는데. 조금 더 날뛸 수 있었으면 좋긴 했을 텐데.”

어깨를 들썩인 서윤이 주원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이제 네가 세계관 최강자 아니냐? 월영식으로 그냥 쓱싹 해버리면 되잖아.”

“어~ 그런가?”

“뭘 어벙한 표정 짓고 그래. 네가 세계관 최강자라니 너무 별로인데.”

서윤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지 말고 아예 자리 넘겨주지 그래? 여기 용주한테 주면 믿고 맡길 수 있는데.”

“음….”

“됐어. 관심 없다고 그런데.”

고민하는 주원을 향해 용주가 입을 열었다.

“최강자라는 말 하니까 생각났는데, 용주 형네 부모님이 완전 영웅이었다면서요. 저 전혀 몰랐어요.”

“아~ 맞아요. 저도 깜짝 놀랐다고요. 역시 영웅의 DNA라는 게 있나 봐요.”

주원의 이야기에 가영이 격한 공감을 보냈다.

게이트가 소멸하며 헌터들의 힘이 함께 사라졌지만, 반대로 돌아온 것도 있었다.

망각 속에 사라졌던 두 헌터에 대한 기억.

비록 길드의 데이터베이스는 손실되었지만, 두 사람과 용주의 접점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제일 먼저 헌화하고 싶다 말한 이는 수지였다.

그 뒤를 이은 이들은 이안, 서아, 나은.

무너져 내린 서아는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었다.

죄송하다고, 용서해 달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울고 있는 서아의 뒤엔 형만과 시우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엔….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어머니가 가족이라 말하던 그 사람들이.

“마음은… 괜찮으신가요.”

나영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 걱정 안 해도 돼.”

조문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

보고 싶다며 그리워하는 사람들.

늦었지만….

비록 많이 늦었지만.

마음속에 응어리졌던 깊은 상처가 아무는 것 같았다.

아버지의 눈에 그 풍경을 담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동생분은….”

“동생도 괜찮아. 문제없어.”

교집합의 세계.

카일론의 말처럼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예은이는 잠시 얼이 나가 있었지만, 부모님을 만나고 그건 전부 눈물로 변했다.

아버지가 준비한 특제 훈제 바비큐만 빼면….

정말 아름다운 하루였다고 할 수 있을 테지.

“어라? 집사. 근데 고구마 아저씨도 온다고 하지 않았어?”

내려앉은 분위기에 예나가 화제를 돌렸다.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재밌게 놀고 왔으면 좋겠다고.”

“바쁜가 보네.”

“명인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죠. 따로 후계자를 두신 것도 아니고.”

“주원 오빠는 자유롭던데.”

뜨끔한 주원이 가슴을 두드렸다.

아무래도 먹던 게 얹힌 모양이다.

“듣자 하니 자금에 좀 집중하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해외로 지원을 좀 하고 싶으시다고.”

“음….”

“금화 형, 꿈이 있었으니까! 과정이랑 방향이 좀 달라지긴 했어도 그 마음은 같을 거야.”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진 주원이 엄지 척을 해보였다.

“꿈…. 꿈이라.”

“예나는 뭐 꿈 있어? 추상적으로라도.”

“음~ 나는….”

예나가 버티를 든 손에 힘을 주었다.

버티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예나와 함께였다.

“글쎄 일단은 예쁜 인형을 만들어 보고 싶으려나.”

“인형사라. 멋진데? 응! 예나랑 엄청 잘 어울려!”

“오빠는?

“나?”

“오빠 꿈 말이야.”

“음~ 일단 팔굽혀펴기를 지금의 2배까지 늘리는 거야. 그리고 2배로 뛰고, 2배로 많이 먹고, 2시간 덜 자는 거야.”

“…오빠. 그런 건 보통 꿈이라고 안 하지 않아?”

“응? 꿈에 보통이란 게 어디 있어? 내가 꿈이라 정했으면 그게 꿈인 거지.”

“…….”

이를 보이는 주원에게 예나가 고개를 저었다.

이 오빠가 바보란 걸 잠시 잊고 있었다.

“꿈이라면 저희도 하나 생각해 둔 게 있는데!”

가영이 눈동자를 빛냈다.

“그러고 보니 그쪽 두 분도 실업자겠네요.”

승우의 목소리에 가영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의 필요가 사라지며 사라진 자리는 헌터들의 자리만이 아니었다.

“각자도생하라는 건 아니고, 뭐 교육이랑 재취업 지원 같은 거 해준다곤 하는데, 그것보다 더 재밌는 생각이 났거든요.”

“뭐길래 그렇게 꾸릿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건데.”

불길함을 감지한 서윤이 거리를 뒀다.

“저희 방송하려고요!”

“방송?”

“인터넷 방송 같은 거 많이들 하잖아요! 저희도 거기 뛰어들어 보려고요!”

“하아? 거기 완전 지옥인 건 아는 거지? 쉽지 않을걸?”

서윤이 곧장 부정적인 피드백을 보냈다.

“저도 별로인 것 같다고 계속 그랬는데….”

“쉽지 않기에 더 재밌는 거라고요! 앞서가는 거기 자네들, 게 섰거라! 슈퍼 루키가 간다!”

나영의 목소리를 묻어 버린 가영의 목소리.

“둘이 따로따로 방송 켜서, 같이 하는 거예요! 그러면 응? 응? 으응?! 하면서 관심이 끌릴 거라고요!”

“전 아닐 것 같다고 계속 그랬는데…. 언니가 하면 난 그냥 편집이나.”

“자신감을 가져! 된다니까! 언니가 보장할게!”

가영의 확신에도 나영은 계속 망설임을 보였다.

“그래. 뭐, 그런 거면 어그로는 좀 끌릴 수도 있겠네. 둘이 똑같이 생겼으니까.”

서윤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두 분 성격이 완전 다르니 그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일 거예요.”

태영이 맞장구를 쳤다.

컨텐츠니 뭐니 그런 건 아직 들어보지 않았지만, 꿈이라면 응원해 주고 싶었다.

사교성 있고 밝은 성격.

딱딱하지만 차분한 성격.

둘의 케미라면 정말 가능성도 있어 보였고.

무엇보다 두 사람 다 책임감 있고, 성실하단 걸 아니까.

“하핫! 거봐 될 거라잖아!”

나영의 어깨를 팡팡 두드린 가영이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분들 이야기도 쭉 들어 볼까요? 태영 씨 이야기도 아직 못 들었는데.”

“아~ 전 됐어요. 아직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해둘게요.”

손을 저은 태영이 수지를 바라보았다.

“맛있어지는 거.”

“마, 맛있어지는 거?”

수지의 대답에 태영이 난색을 표했다.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특제 훈제 바비큐.”

“특제 훈제 바비큐요? 아~ 그러니까 요리란 거죠? 요리가 맛있어지는 게 꿈이라고.”

태영이 나름의 해석을 덧붙였다.

“요리? 야 너… 그거 정말 괜찮은 거 맞지?”

서윤이 노골적으로 말을 절었다.

부자연스럽게 떨리는 서윤의 눈썹은 말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거긴 아닌 것 같다고.

“…….”

두 사람은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용주의 경우엔 해석이 전혀 달랐다.

맛있는 척.

잘 먹는 척.

그렇게 보였으면서, 실은 그동안 꽤 고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이제 마지막이네요.”

모두의 시선이 용주에게 향했다.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용주.

용주의 마지막 시선이 멈춘 곳은 수지 앞이었다.

“글쎄.”

“뭐야, 이용주. 이제 와서 찬물 뿌리기야? 미안하지만 그건 이미 다른 사람이 선수 쳤다고.”

서윤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재미없는 사람인 거 이제 알았어?”

자리에서 일어난 용주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뭐? 야! 이용주! 어디가!”

“화장실.”

뒤돌아선 용주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꿈이라 할 만큼 거창할 건 없어.’

손안으로 떨어진 한 장의 벚꽃 잎.

용주는 꽃잎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헌터들의 진심 어린 눈물을 볼 수 있었다.

부모님과도 만날 수 있게 됐고, 동생 역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돈으로 더 이상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아득바득 바닥을 길 필요도 없었다.

꿈이라 할 만한 건 다 이루었다.

그렇기에 아직 ‘꿈’이라 할 만한 다음 걸음을 아직까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소원 정도라면….’

그 정돈 있었다.

막연하고, 추상적이고, 입에 담기 민망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선 해줄 수 없지만….

“너희들이 전부 행복했으면 좋겠어. 지금처럼… 지금보다 더.”

나지막이 중얼거린 용주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헌터는 가족이니까. 더 이상 헌터가 아니어도 너흰 내 가족이니까.”

부드럽게 불어온 바람은 용주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닉네임 좀비헌터> 완결.

여기까지 읽어 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작품 후기]

성공한 작가.

성공한 작품.

시장의 관점으로 평가하면 전 그렇게 성공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재밌는 작가.

재밌는 작품.

시장의 관점으로 평가하면 그 역시 성공했다고 말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정말 열심히 한 작가로는 기억되고 싶습니다.

성공한 작가라 인정받지 못해도.

재밌는 작품이라 인정받지 못해도.

정말 열심히 했고,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누구한테 인정받지 못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정말 진심으로 좋아했습니다.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꾸준하게.

조금씩이라도 확실하게 커 나가고 싶었습니다.

뒤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항상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절대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한 편, 한 편이 다 제가 걸어온 발자취니까.

열심히 했으니까.

성공한 작가.

성공한 작품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했으니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이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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