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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349화 (349/357)

349화

콰앙!!

사방으로 빗발치는 날카로운 가시.

끓어오르는 피의 폭발 사이로 반파된 두 사람의 신체 조직이 날아다녔다.

“큭.”

엉망으로 부서진 쥬다스의 왼팔.

벡터를 짊어진 힘에도 찍어 눌리지 않은 쥬다스는 검을 휘둘렀다.

“키히힛!”

그런 쥬다스의 팔목을 휘감는 불의 족제비.

미세하게 틀어진 각도는 용주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빗겨 갔다.

잘려 나가는 용주의 오른팔.

허공으로 내던져지는 오른팔을 담던 쥬다스의 눈동자가 뭔가에 반응했다.

있어야 할 것의 공백.

당연히 움직여야 팔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날카로운 절단면이 생긴 자신의 오른팔은 90% 이상 잘려 덜렁거리고 있었다.

‘팔이.’

그와 동시에 자라나는 역병 포자.

디파일러의 폭발에 삼켜진 쥬다스는 역병 지대의 끝자락까지 밀려났다.

“성가시게.”

불쾌한 듯 입술을 깨문 쥬다스.

왼쪽 어깨를 포함한 쥬다스의 몸 전체가 엉망으로 부서져 있었다.

목구멍을 간질이는 불쾌함 역시 불쾌함을 더해 주는 요소였다.

결정적으로.

“카가각!”

함께 부서졌던 용주의 몸이 재생되어 있었다.

잘려 나갔던 오른팔까지.

‘이걸로 양팔은 전부 무력화 상태.’

뒤를 향했던 용주의 꼬리가 일제히 앞을 향했다.

꼬리를 감싸는 보랏빛.

한점으로 모여드는 보랏빛은 점차 하늘색으로 물들어갔다.

‘섀도 일루전’이 더해진 용주의 그림자는 훨씬 더 선명해져 있었다.

‘어디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보시지!’

부채꼴로 퍼져 나가는 강렬한 플라즈마.

방출을 시작한 플라즈마는 3차례에 걸쳐 점차 위력을 더해 갔다.

거기에 더해지는 짙은 부패의 기운.

빛을 타고 흩뿌려진 재는 빛을 회색으로 물들여 갔다.

“카아악….”

서서히 잦아드는 빛.

엄청난 빛과 열기를 방출한 용주는 왕좌의 끝자락까지 밀려나 있었다.

한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우수수 부서지는 갑피.

플라즈마를 방출했던 용주의 꼬리는 거의 대부분 녹아 있었다.

‘그걸 정통으로 맞고도 남아 있는 거냐.’

플라즈마의 잔열 사이로 쥬다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주변은 부서진 신체 조직과 흘러내린 죽음으로 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쥬다스.

몸 곳곳에서 튀어나온 새하얀 꼬리들만이 그의 몸을 지탱해 주고 있었다.

“잘도 이런 무례를.”

세 개로 찢어지는 쥬다스의 얼굴.

흘러넘친 죽음의 기운은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 냈다.

흐흐흑…!

꺄아아아~!!

아아! 아아악~!!

공간을 가득 채우는 끔찍한 소리들.

하늘을 가득 덮은 소용돌이는 이내 두 왕좌 전체를 집어삼켰다.

휘몰아치는 죽음.

그사이를 기는 기다란 몸통.

아래를 내려다보던 거대한 그림자는 세 방향으로 입을 찢었다.

“안내하마. 깊고 깊은 심연 속으로. 죽음으로.”

용주를 향해 역으로 발사된 한 발의 구체.

재빠르게 반응한 용주였지만, 사정권을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브레스를 타고 솟구치는 거대한 죽음의 기둥.

“[email protected]#$”

수많은 생명들이 흘러가는 물결 속 빠르게 줄어드는 HP.

“[email protected]#$”

반복해서 들리는 어떤 소리는 용주의 귓가에서 메아리쳤다.

차박…! 끈적…!

자신을 붙잡는 수많은 것들이 느껴졌다.

이미 경험해 본 것들이었다.

뿌리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선지 아까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단순히 삼키기 위해서라거나, 나가려고 발버둥 치던 게 아니었던 건가.’

녀석들이 잡는 손길.

잡고, 물고, 당기는 모든 행위.

처절함이 느껴지는 그 몸부림은 신 앞에 자비를 구하는 병자처럼 느껴졌다.

살려 달라는 게 아니었다.

치료해 달라는 게 아니었다.

“죽여 줘.”

“사라지고 싶어.”

“제발 부탁이야.”

“뭐든 좋아. 이 고통에서만….”

이건.

말 그대로 죽여 달라는 것이었다.

진짜 죽음이야말로 구원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귀찮게시리.’

용주의 몸을 휘어 감는 부패의 기운.

잡아 찢는 부패에 기둥의 허리 부분이 통째로 잘려 나갔다.

“칵!”

다시금 보이는 주변의 풍경.

부서진 하늘엔 수많은 파편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거리는 수많은 꼬리들이 그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파악!

용주를 강타하는 거대한 충격.

충격에 날아간 용주는 부서진 타일 중 하나에 부딪혔다.

‘저게 녀석의 언노운 모습인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쥬다스.

자리를 벗어난 용주는 반쪽짜리 왕좌가 있는 타일에 미끄러졌다.

조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타일은 녀석의 입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카일론이나 로지보다도 훨씬 크잖아. 근데 왜 저 모습인 거지.’

듣기론 분명 인간의 모습이 진화의 최종 형태라고 했었다.

로지 역시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었고.

그럼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자신을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과거의 모습으로 놀려는 것도 아니다.

그런 녀석이 언노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게 의미하는 게 뭘까.

답은….

‘더 이상 완전체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딱 맞아떨어진다.

녀석의 근원과 마나를 소모하고 있는 전장은 여기가 전부가 아니었다.

카일론과의 전투.

거기에 더해진 소모전에 녀석에게도 슬슬 한계가 오고 있는 게 분명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돼.’

자신 역시도 상태가 좋진 않았다.

체력도 마나도 슬슬 한계.

쥐어짜 낼 수 있는 공격은 해봤자 앞으로 몇 수가 전부였다.

‘한 방. 플라즈마에 범접할 수 있는 한 방이면….’

일직선상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리는 쥬다스의 브레스.

부유석 사이를 누비던 용주는 자신이 딛고 있던 발판을 강제로 깨부쉈다.

추락하는 용주의 머리 위를 스쳐 가는 죽음.

연속해서 페이탈 붐을 쏟아 낸 용주는 쥬다스의 꼬리를 물어뜯었다.

아무리 두꺼운 갑피로 무장했든.

아무리 미끄러운 비늘로 감쌌든.

지금 이 일격에 그런 건 상관없었다.

포식 앞에 그런 건 벌거벗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 작은 몸뚱이로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죽음을 피해 갈 순 없다.”

쥬다스의 몸 안으로 아예 파고드는 용주.

게걸스럽게 살점을 먹어 치우는 용주에 대항해 쥬다스는 자신의 꼬리를 잘라 냈다.

망설임 없이 자기 꼬리를 삼키는 쥬다스.

용주를 삼킨 쥬다스의 이빨 사이로 드라이아이스 같은 새하얀 안개가 흘러넘쳤다.

“카악!”

괴로움에 무언가를 뱉어 내는 쥬다스.

무의 승천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쥬다스의 피가 아니었다.

이건.

용주가 일으킨 선혈의 파도.

맹독이 서린 파도는 그의 입술과 목구멍을 타고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다.

“발악을…!”

공중에 내던져진 용주의 눈동자에 들어온 수많은 광원들.

빛을 발하는 붉은색은 마치 레이저 포인트를 보는 것 같았다.

모든 저격수가 겨눈 곳은 자신.

저격수는 녀석의 몸 곳곳에 돋아있는 날개들이었다.

‘전부 보였어.’

급회전하며 첫 공격을 흘려보내는 용주.

잃어버린 꼬리를 수복한 용주는 피를 뿜어내며 날아올랐다.

불과 몇 센티미터 간격을 두고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파동들.

거울에 반사된 듯 끊임없이 요동치는 수많은 물결 속에서도 용주는 단 한 번의 막힘도 없이 질주했다.

‘이걸로 끝이야.’

눈앞에서 마주한 마지막 브레스.

브레스에 잠식된 용주의 꼬리들이 일제히 잘려 나갔다.

그 빈자리를 채우며 나타난 건 가지런히 정렬된 피의 메아리.

전투 시작부터 지금까지 차곡차곡 모아 놨던 한 발이었다.

자라난 턱의 형태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랐다.

투구벌레의 집게처럼 대칭을 이루는 구조가 아니었다.

같은 방향으로 자라난 턱은 흡사 손톱.

검게 물든 턱 주변엔 강착 원반이 빛나고 있었다.

이안에게 건네받았던 힘은 진작 고갈되었었다.

지금 이 강착 원반을 만든 건 순전히 용주의 힘.

벡터를 이용해 플라즈마를 만들었던 것처럼.

차원 속에서 빚어낸 일격이었다.

엄청난 마나가 들어갔긴 했지만, 혜안이 보여 준 미래에서 확실히 보였다.

지금이라면.

이 공격이라면 확실히 끝낼 수 있었다.

‘잠깐만….’

목전에 놓인 마지막.

벡터를 실어 휘두르기만 하면 되던 그때 용주의 머릿속에 불길함이 스쳤다.

‘정말로 끝인가?’

카일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녀석을 쓰러뜨리는 건 둘이 동시에 해내야만 의미가 있었다.

‘끝내도 되는 건가?’

한쪽만 쓰러뜨리는 것은 성공이 아닌 실패였다.

지금 자신이 본 미래는 이쪽의 녀석이 쓰러지는 풍경.

그 뒤에 일어날 일들은 보지 못했다.

혜안이 보여준 단편적인 미래.

그게 정말 지금 자신의 봐야 하는 미래인 걸까?

‘조금 더…. 조금 더 미래의 일을 봐야 해. 좀 더 나중을…!’

어떻게 해야 볼 수 있나.

그런 건 몰랐다.

하지만 아버지는 보지 않았던가.

훨씬 더 나중을.

자신이 자신 앞에 서는 그 미래를.

그럼 자신도 해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해내야만 했다.

‘남아 있는 마나를 최대한 끌어모아. 거기에만 집중해.’

붉게 충혈되는 용주의 두 눈.

한 점으로 집중된 마나 속에 또 한 명의 자신이 보였다.

조금 전 봤던 미래를 실현시키는 자신.

승리를 만끽하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건.

완전한 절망과 한탄.

혜안으로도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확정된 죽음이었다.

‘안 돼.’

사라지는 또 하나의 자신.

쥬다스에게 흡수되던 자신의 마지막을 본 용주는 결심을 굳혔다.

“이 자식…!”

목전에 놓인 쥬다스의 머리.

날카롭게 휘두른 용주의 일격이 쥬다스를 찢었다.

깔끔하게 절단돼 날아간 신체 조각.

허공을 맴돌고 있는 건….

세 개로 갈라졌던 입 중 하나였다.

“결정적인 순간에 미끄러졌구나. 인간.”

용주를 꿰뚫는 쥬다스의 이빨.

머리 위로 용주를 내던진 쥬다스는 모든 화력을 집중시켰다.

“죽음의 편린이 살짝 보인 것 같았거늘.”

죽음의 숨결에 더해지는 붉은 섬광.

모든 공격을 정통으로 뒤집어쓴 용주는 날개 없이 추락했다.

‘젠장…!’

왕좌를 깨부수며 떨어진 용주가 몸을 일으켰다.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한 대가가 너무 치명적이었다.

몸 전체가 삐걱거리는 게 느껴졌다.

복부의 상처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HP도 MP도 완전 바닥.

계승자로서도 헌터로서도 이젠 거의 한계였다.

‘그래도 움직여야 해.’

움직이지 않는 몸을 강제로 움직인 용주는 쥬다스의 머리를 스쳐 갔다.

칼날처럼 변이된 다리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용주.

몸도 머리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건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보이지 않았다.

출혈에 의식이 몽롱했고, 눈앞에 점차 흐릿해져 갔다.

‘강착 원반을 다시 두를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이전에 들어간 마나를 생각한다면, 불가능하다는 쪽에 더 무게를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떻게….’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었다.

지금 이걸로 끝내면 안 된다.

그것 말곤 생각할 수 없었다.

‘혜안을 생각하면, 계승자 쪽 힘만으로 어떻게 해야 해. 남아 있는 수는….’

자신의 스킬들을 모두 나열해 봤지만, 답이 보이지 않았다.

‘망각의 수정’으로 빠르게 힘을 회복한다.

그게 그나마 떠오르는 수였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카일론과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첫 번째 이유.

자신이 망각 속으로 숨어 버리면, 저 바깥에 있는 수지가 자연스레 위험해진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원래대로였다면, 디스트로이어를 사용한 직후에 회복할 시간을 한 번 벌 생각이었다.

준비해 둔 다른 차원과 준비해 둔 기사의 잔재들로 시간을 벌면서.

하지만 현실은 계획처럼 흘러가 주지 않았다.

실전에 연습은 없었다.

주륵…!

순간 소모되는 용주의 마지막 마나.

의사와 상관없이 보여 준 미래는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젠장 왜 하필….’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쥬다스의 꼬리들.

왕좌 전체를 휘어 감은 쥬다스는 공간 자체를 순식간에 으스러뜨렸다.

‘일단 나가야 해.’

속도라면 자신 있었다.

벡터를 사용할 순 없게 됐지만, 이 다리는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가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칵…!”

극심한 통증과 함께 용주가 크게 꼬꾸라졌다.

‘팔다리가….’

오른팔의 통증이라면 계속 있었다.

잘려 나갔던 부위니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그게 아니었다.

팔과 다리가 괴사해 있었다.

언제부터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는지.

왜 이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상태론 단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일 수 없긴 개뿔.’

자기 생각을 전력으로 부정한 용주는 몸을 일으켰다.

“과거를 보고도 자신을 보지 못하다니. 과분한 힘에 머리조차 망각에 잠식됐나 보지.”

그런 용주를 들이받는 쥬다스.

“질병과 바이러스. 죽음 속에서 그 아둔함을 평생 곱씹도록.”

허공에 내던져진 용주를 덮친 쥬다스는 이빨을 드러냈다.

거대한 언노운의 이빨이 아니었다.

지금 드러낸 건 머리 중심에 위치한 또 다른 머리.

인간의 형태와 유사한 바로 그 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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