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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268화 (268/357)

268화

“카각!!”

지옥 벌레와 함께 가라앉았던 용주가 용암을 뚫고 솟구쳤다.

광폭화에 이어 사용한 블러드러스트.

헬터틀이 휘두른 꼬리는 용주가 있던 대지를 휩쓸었다.

그 순간.

“크어어엉!!”

댕강 잘려 나간 꼬리가 용암 속으로 미끄러졌다.

속도를 높인 용주는 단번에 헬터틀의 머리까지 뛰어올랐다.

단단한 갑피를 두른 입을 벌린 헬터틀은 그대로 용주를 집어삼켰다.

‘디파일러!’

그 순간 일어난 포자 폭발.

헬터틀을 안쪽부터 찢은 폭발은 녀석의 갑피를 뜯어내며 분출되었다.

디파일러는 지불한 HP에 따라 위력이 증가하는 기술.

강한 위력을 동반하기 위해선 그만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광폭화 상태라면 그 리스크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었다.

입힌 피해에 비례해 HP를 회복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반동에 튕겨 나온 용주는 공중을 딛고 폭발적으로 발사되었다.

헬터틀의 목덜미를 노리는 다음 일격.

규격 이상으로 찢어진 입은 철처럼 단단한 갑피를 마치 두부 씹듯 베어 물었다.

“크앙!”

포식에 이어 작렬하는 페이탈 붐.

헬터틀의 내부 폭발에 날아간 용주는 타일을 날카롭게 긁으며 멈춰 섰다.

치명상을 입은 헬터틀은 등에 있던 세 개의 분화구를 폭발시켰다.

피와 함께 분출되는 붉은 화염.

점액질의 화염은 살아 있는 것처럼 꿀렁거리며 움직였다.

“칵!”

몰려드는 화염 사이를 질주한 용주는 녀석들을 도륙했다.

제 몸을 불사르며 일으킨 녀석들의 최후의 저항은 용주에게 닿지 못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가까워졌겠지.’

좌우를 빠르게 살핀 용주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용주의 양팔을 타곤 무수히 많은 가시가 자라 있었다.

쾅!!

충돌과 동시에 흩뿌려지는 붉은 가시의 물결.

찢기고 꿰뚫린 불씨들은 이내 힘을 잃고 사라졌다.

‘다음 한 방으로 끝내 주겠어.’

곧게 치켜든 용주의 꼬리가 여섯 개로 갈라졌다.

같은 형태.

같은 길이를 가진 여섯 개의 꼬리.

얼굴 앞으로 모인 꼬리는 3 : 3의 정확한 대칭을 이뤘다.

‘에스카톤 저지먼트.’

몰려드는 붉고 검은 입자들.

꼬리에 힘을 집중시킨 용주는 응축된 힘을 쏟아 냈다.

사선으로 뻗어 나간 검붉은 핏줄기는 헬터틀의 머리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카…가각!”

강렬한 반동에 조금씩 밀려나는 용주의 몸.

날카롭게 세운 손톱도.

뿌리내린 촉수도.

반동을 완벽하게 제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페이탈 붐이 구체 하나에 위력을 집중시킨 일종의 물방울이라면.

에스카톤 저지먼트는 연속성을 가진 일종의 물줄기.

몸이 받는 부하가 상당했고, 시전 중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등의 페널티가 있었지만, 스킬이 가진 위력만큼은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였다.

▶ ‘헬터틀’을 쓰러뜨렸습니다.

▶ 대항력이 20 상승했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순환의 코어’를 획득했습니다.

-이 아이템을 소유한 소지자는 사용한 마나의 일부를 되돌려 받습니다.

▷ ‘까맣게 굳은 재’를 획득했습니다.

-일정 시간 유지되는 화염 분화구를 생성합니다.

-분화구는 무작위 좌표로 떨어지는 화염탄들을 반복적으로 생산합니다.

용암에 반쯤 잠긴 헬터틀의 유해에 다가간 용주는 놈의 단단한 등딱지에 상처를 냈다.

피와 살을 취한 용주는 광폭화 상태에서 벗어났다.

피를 향한 갈증과 충동.

살육을 원하던 그 끔찍한 갈망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정도에는 차이가 생겼다.

강도가 줄어든 건지.

아니면, 거기에 익숙해 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게 전보단 훨씬 덜 고통스러웠다.

▶ 모든 인커젼 현상이 종료되었습니다.

▶ 히든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다음 인커젼을 준비하려던 용주의 앞에 끝을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날짜로 계산하면, 오늘로 정확히 3일.

시간으로 따져도 약속했던 시간과 꽤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다행히…. 제때 맞추긴 한 모양이네.’

게이트가 클리어되자 끓어오르던 용암이 빠르게 식어 갔다.

또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걸어온 라이덴은 용주와 눈을 맞추고는 사라졌다.

출구로 보이는 다크 포탈이 나타났지만, 용주는 반응하지 않았다.

스테이터스 창을 연 용주는 남은 스탯을 전부 분배했다.

현재 용주의 레벨은 180.

대항력은 150에 육박했다.

능력치의 평균은 328 정도로, 히든 게이트 출입 전과 비교하면, 거의 2배로 불어나 있었다.

스킬의 종류나 스킬 레벨들 역시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 올스탯 250에 도달했습니다.

▶ 대항력 100에 도달했습니다.

▶ ‘계승자의 두 번째 시련’이 해금되었습니다.

-시련에 대한 정보는 ‘시련’ 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탯 분배가 끝나자 또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기다렸던 시련에 대한 메시지였다.

그런데.

‘뭐지?’

뭔가 이상했다.

두 번째 시련에 충족 조건은 올스탯 250과 대항력 100.

이 수치라면, 훨씬 이전에 넘긴 수치였었다.

‘히든 게이트가 진행 중이라, 나타나지 않았던 건가?’

▶ 올스탯 300에 도달했습니다.

▶ 대항력 150에 도달했습니다.

▶ ‘계승자의 세 번째 시련’이 해금되었습니다.

그런 의문을 품고 있던 용주에게 세 번째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 벼려냄의 시간은 끝났다.

안으로 들어와라.

진실과 마주해라.

한 무리의 점자가 나타났다.

‘추가로 충족해야 하는 조건은 이번엔 없는 모양이지?’

새롭게 생겨난 다크 포탈이 출구를 집어삼켰다.

용주는 다시 한번 점자를 읽었다.

진실과 마주해라.

이 한 문장은 용주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 * *

시련의 방으로 들어온 용주가 가장 먼저 마주한 풍경은 피로 물든 카오스 게이트였다.

‘여긴 그때에….’

틀림없었다.

여긴 첫 번째 시련에서 자신과 싸웠던 바로 그곳이었다.

“사람을 불렀으면, 말 꺼내기 전에 나타나야 하는 거 아니냐?”

물음을 던진 용주가 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깨지는 차원.

부서진 차원 너머 역시 지난번 봤던 풍경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

용주와 마주한 배신자들의 왕은 손가락을 까딱였다.

들어오라는 그의 손짓.

용주의 머릿속에 지난번 경험했던 그 끔찍한 경험이 떠올랐다.

짓뭉개지고, 찍혀 눌렸던 바로 그 경험 말이다.

‘괜찮아. 할 수 있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녀석은 인간이 아닌 언노운.

저기 저곳이 카오스 게이트라 생각하면, 그때 자신이 짓뭉개졌던 건 차원 압력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대항력이 대폭 상승한 지금이라면.

차원 압력에 저항할 수 있을….

아니, 저항할 수 있어야만 했다.

“…….”

각오를 다진 용주는 차원 너머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때 느꼈던 끔찍한 압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슈욱!

그 순간 불어온 바람.

빠르게 변화한 풍경은 용주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회색 재에 뒤덮인 검은 대지와 붉은색과 자주색이 뒤섞인 하늘.

서로 다른 풍경을 비추고 있는 세계의 조각들.

여긴….

폭주한 자신이 깨어나기 직전에 보았던 바로 그 세계였다.

“그 녀석은…?”

왕좌로 이어진 계단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저 앞에 짙은 회색의 성채가 우뚝 솟아 있었다.

“저기로 오라는 거냐?”

걸음을 옮기려는 용주의 머리 위로 검은 실루엣이 스쳐 지나갔다.

용주에게로 모여드는 사신형 언노운들.

머리 위를 맴도는 사신형 언노운들은 마치 시체 주변에 모인 까마귀 무리를 연상케 했다.

키이잉~!

스스로 열린 흑요석 문.

크고 넓은 복도엔 몇 개의 조각상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신형 언노운….’

가장 먼저 보이는 조각상은 분명 리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썩어 문드러진 좀비들은 리퍼에게 무언가를 애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번째 조각상은 두 개의 뿔을 가진 한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악마가 치켜든 장대에는 해골 세 개가 조형되어 있었는데, 해골에서 흘러나온 초록 점액은 쉼 없이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구토하는 아귀의 형상을 한 세 번째 조각.

창자가 튀어나온 돼지의 모습을 한 네 번째 조각.

썩어 문드러진 악어의 형상을 한 다섯 번째 조각.

조각상들은 그 밖에도 더 있었지만.

하나같이 이처럼 어딘가 기괴하고 음산한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휘익~!

용주의 머리 위로 사신형 언노운들이 지나갔다.

복도를 지난 녀석들은 앞에 보이는 석조 문 사이로 사라지고 있었다.

‘저 문… 낯이 익은데.’

스산한 복도를 지난 용주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스 시대 건축이 생각나는 석조 문.

문을 살피던 용주의 낯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이거… 설마….’

순간, 머릿속에 과거의 한 장면이 스쳐 갔다.

수지, 태영. 형만.

그 밖에 이름도 모르는 헌터들이 이 문 앞에 있었었다.

그리고 이 문을 통해 나온 사람은.

앞서 말한 그 세 사람뿐이었다.

이건….

비밀의 방의 입구에 있던 바로 그 문이었다.

‘단순히 닮기만 한 건가? 아니면….’

조각상을 살피며, 약간의 구역감이 밀려왔었다.

단순히 조각상의 생김새 때문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자신이 구역감을 느낀 건 조각상의 존재 그 자체.

자신은 무의식적으로 그날 거기서 봤던 것들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

마른침을 삼킨 용주는 룬검을 뽑아 들었다.

몸이 기억하는 위압감과 두려움.

학습된 공포는 용주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석조 문 안으로 들어선 용주는 구역감을 삼켜 냈다.

가공된 타일.

동그란 기둥.

넓은 홀.

사람 모양의 조각상.

고대 마야의 피라미드형 제단.

6개의 석판.

모든 게 그때 봤던 그대로였다.

다른 게 있다면, 어둠 속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는 것.

사람들의 유해가 남아 있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사건 직후 불이 켜졌다 해도 믿을 정도였다.

‘녀석의 팔도 남아 있지 않나 본데.’

형만이 팔을 잃었던 장소를 지난 용주는 점자가 기록된 석판들을 살폈다.

석판들엔 아무것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용주는 제단의 정상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처음 죽음을 경험했던 곳이 바로 저곳.

그 위로는 사신형 언노운들이 쏟아져 나왔던 구멍이 있었다.

‘녀석들이 나온 곳이라면, 어딘가로 이어져 있단 소리겠지.’

다른 곳과 통할 만한 곳은 역시 저곳뿐이었다.

당시의 자신은 저기까지 오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끼리리릭~!

용주가 첫 계단을 오르려던 그때.

사신형 언노운 한 마리가 용주의 앞을 가로막았다.

챙!

맞부딪치는 낫과 검.

빠르게 뒤로 물러난 용주는 홀의 중앙에 섰다.

고도를 낮춘 사신형 언노운들은 용주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쳤다.

“한판 해보잔 거냐?”

사신형 언노운.

녀석들의 존재는 용주에게 있어서 트라우마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심장에 구멍을 낸 건 다름 아닌 이 녀석들이니까.

하지만,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이것 역시도 시련의 일부라면.

어떻게 해서든 넘어서는 수밖에.

‘인스네어!’

개전을 알린 건 초록 가스 지대였다.

가스 지대를 가르는 날카로운 얼음 가시들.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인 사신형 언노운은 혹한의 쐐기를 흘려보냈다.

그 순간.

‘풍참!’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용주가 언노운의 뒤를 잡았다.

앞선 두 개의 스킬은 이 한 방까지를 본 설계.

점멸까지 동원한 용주의 기습은 그대로 직격했다.

‘아직 안 끝났어.’

빗발치는 타일 파편과 천 조각.

뒤통수를 잡은 용주는 그대로 녀석을 찍어 눌렀다.

푸르르르~!

끓어오르는 거센 피 폭발.

붉게 물든 용주의 손으론 핏방울들이 모여들었다.

‘페이탈 블러드!’

아웃레이지 스내치에서 이어진 연속 공격.

회전하는 피의 구체는 일순간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풍선처럼 갈기갈기 찢긴 사신형 언노운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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