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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256화 (256/357)

256화

“뭐, 그러냐? 그건 일단 제쳐 두고 일단은 등대를 다시 켜줬으면 하는데.”

용주가 일단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래야겠죠. 그런데….”

“그런데?”

“교체할 등명기가 없습니다. 필요한 재료를 구하면 새로운 등명기를 만들 수 있긴 합니다만….”

“그래? 그럼 그 재료란 걸 구하러 가면 되겠군.”

용주가 어깨를 들썩인 그때.

노엘이 격하게 기침을 했다.

사레들린 그의 기침에 수지는 급하게 손수건을 집어 주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보시는 대로 저도 제 아내도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그럼 그 재료란 걸 구해다 주면 다 해결되는 거겠군. 안 그런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필요한 재료와 재료가 있는 위치를 그려 주면, 내가 구해다 주겠다. 재료는 당연히 이 근방에서 구할 수 있는 거겠지?”

“네. 필요한 재료는 근방에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해서 등대에 불을 켜려는 겁니까? 중요한 선박이라도 지나가는 겁니까?”

“뭐, 이쪽에도 사정이 있다고만 해두지. 이유가 뭐든 서로 나쁠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그렇군요. 그럼 필요한 재료와 재료가 있는 곳들을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노엘은 양피지 하나를 가져왔다.

잉크를 찍어 그려 나가는 그림과 지도의 크기는 꽤 섬세하고 디테일했다.

* * *

“등대에 남는 게 좀 더 낮지 않았겠냐.”

등대를 나선 용주가 물었다.

“응. 그치만 내가 뭔갈 더 해드릴 수 있는 치료가 없는걸. 게다가 난 그분이랑 말도 안 통하고, 평소처럼 있는 게 제일 좋은 치료일 거야.”

“랫맨들이 또 올 수도 있는데도?”

“응. 그래서 구멍 메워 놓은 거잖아. 황금으로 블링블링하게.”

“…….”

“재료는 뭐 어떤 걸 구해야 한대? 나도 한번 봐봐도 돼?”

용주는 양피지를 보여 주었다.

섬의 전체적인 모습이 그려진 지도에는 몇 군데 표시가 있었고, 거기서 구해야 하는 재료들이 그림으로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음. 정말로 이걸로 등명기를 만들 수 있는 거야?”

지도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은 등명기의 재료와는 영 거리가 멀어 보였다.

바위, 수정, 꽃, 식물의 줄기.

아무리 봐도 이건 딱 그 정도로 보이는데 말이다.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 말을 했을 거다. 기술이든 스킬이든 마법이든 뭐든 하겠지.”

“음. 스킬하니까 생각난 건데, 아까 그 사람들도 스킬 같은 거 썼었지? 무기를 만들어 내는.”

“그래. 여기 나오는 녀석들도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마 그런 종류의 일종이었을 거다.”

“음…. 뭐, 기억에 남는 거 있어?”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는 뱀파이어, 수백의 입을 가진 포식자, 별자리와 친구인 설녀, 술주정뱅이 기사, 육신을 부패시키는 해골용, 산 사람을 갈고리에 걸려는 머리가 도형인 녀석들…. 뭐, 세려고 하면 여기의 배는 될 거다.”

딱히 신경 쓰고 있진 않았지만, 정말 이런저런 녀석들을 많이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대적인 관계로 만난 녀석들도 그렇고.

우호적인 관계로 만난 녀석들도 그렇고.

보통이라면 평생에 한 번도 만날 일 없는 녀석들일 텐데.

“뭔가 엄청 다양하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보고도 침착했구나.”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음…. 머리가 두 개인 사람을 봤을 땐 좀 놀랐어.”

“그게?”

“응. 그런데 무섭다기보다는 안쓰럽더라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어. 카오스 게이트에선 확실히 못 느껴 본 느낌이었어.”

“…….”

“있잖아. 아까 말했던 그 사람들이랑도 다 친구였던 거야?”

“아니, 적대적인 관계였던 녀석들도 꽤 있었다. 아니, 그쪽이 더 많았다고 하는 게 맞겠지”

“적대적인 관계는… 어떻게 해? 죽여?”

“네 손에 피를 묻히게 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필요한 순간이 오면, 주저하지 않을 거다.”

“응.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수지가 양피지를 돌려주었다.

“그럼 친구였던 사람도 있었단 거네.”

“글쎄. 그것보단 그냥 우호적인 관계나 동맹 관계 정도가 적당한 표현일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이랑은 다 헤어진 거야? 나도 그 사람들 만나보고 싶은데.”

용주의 앞에 선 수지가 뒤로 걸으며 물었다.

“무리일 거다. 차원은 일방통행. 한 번 들어갔던 게이트와 다시 연결됐던 적은 없어.”

“음…. 그래? 뭔가 아쉽네.”

“그러냐?”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함께 힘든 일을 이겨 낸 사람들이잖아.”

수지의 물음에 용주의 발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퀘스트 게이트에서 만났던 수많은 녀석들.

당장 이름과 얼굴을 말하라고 해도 말할 수 있는 녀석들은 제법 있었지만, 그렇게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시 봐도, 뭐…. 나쁠 건 없겠지. 그럴 일은 없겠지만.”

* * *

“음…. 이것도 저것도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네.”

수지가 양손에 든 식물을 번갈아 보았다.

드레이크의 잎.

여기서 입수할 수 있다는 재료를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냥 전부 다 가져갈까?”

“둘 다 그냥 버려도 될 거다. 둘 다 아니니까.”

“응? 아니야? 둘 다 엄청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왼쪽에 들고 있는 건 끝이 뾰족하잖아. 오른쪽에 들고 있는 건 가운데에 두꺼운 줄이 있고.”

“음. 그렇네.”

무성했던 나무 그늘을 나온 수지는 작은 돌 위에 올라섰다.

“응?”

그런 수지의 눈에 한 가지 특이점이 들어왔다.

용주의 그림자가 자연적으로 지는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드리워 있었다.

뭐랄까.

조명을 양쪽에 세워놓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고개를 돌린 수지는 자신의 그림자도 살펴보았다.

자신의 그림자는 하나뿐이었다.

“있잖아.”

용주를 부른 수지는 자신이 발견한 것을 설명해 주었다.

용주와 나란히 선 수지의 그림자는 마찬가지로 2개가 되어 있었다.

“그래. 알려 줘서 고맙다.”

태양을 올려다본 용주는 태양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절벽 위쪽에 거대한 잎을 가진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태양 빛을 반사하는 건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찾던 건 찾은 모양이었다.

“저거 그려 주신 거랑 똑같은 것 같아. 그런데 엄청 크네.”

그림에는 크기까진 묘사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식물들이랑 비슷한 크기겠거니 싶었는데….

저 정도 크기면 바나나 잎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밀 것 같았다.

“어떻게 하려고?”

수지가 용주에게 다가갔다.

용주는 올라갈 바위 절벽을 살피고 있었다.

“올라가야지. 온전하게 회수해야 하니까.”

“쉽지 않아 보이는데, 내가 한번 해볼까?”

“됐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보고 있기나 해.”

대략적인 등반 루트를 짠 용주는 암벽을 타기 시작했다.

처음 생각했던 지점까지 오른 용주는 오른쪽으로 몸을 던졌다.

누가 봐도 추락할 듯한 아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하늘을 디딘 용주는 보란 듯이 점멸을 사용했다.

다음 암벽을 붙잡은 용주는 차근차근 등반을 이어 갔다.

‘저기까지만 오르면….’

숨을 고른 용주는 폴짝 뛰어올랐다.

저기만 디딜 수 있으면 이제 한 템포만 더 오르면 됐다.

그때.

투두둑!!

용주가 붙잡은 암벽이 순간 갈라지며 떨어져 나왔다.

“!”

오른팔만이 아니었다.

왼쪽 다리를 올려놓았던 암벽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같이 무너져 내렸다.

암벽을 따라 미끄러지던 용주는 간신히 튀어나온 식물 뿌리를 붙잡고 멈춰 섰다.

양손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래. 그렇게 쉽게 풀려 주면 퀘스트가 아니지.’

고통을 삼킨 용주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놀란 수지의 얼굴이 보였다.

뭐, 놀랄 만도 하겠지.

“괜찮다. 이 정돈….”

“응. 그런데 움직여. 일어났어.”

“뭐?”

어딘가를 가리키는 수지의 손짓에 용주가 고개를 들었다.

‘저건 또….’

용주가 미간을 좁혔다.

우수수 쏟아지는 자갈들 사이로 암벽 중 일부가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 돌발 퀘스트 : 바위처럼 단단하게. >

▷ 바위 골렘을 무력화시키십시오.

‘저런 것도 있었던 거냐.’

갑작스럽게 나타난 돌발 퀘스트.

완전히 몸을 일으킨 골렘은 자신이 만들어 낸 바위를 던졌다.

첫 번째 투사체가 노린 건 용주.

곧바로 이어진 두 번째 투사체는 저 아래에 있는 수지를 위협하고 있었다.

“왜 그쪽을 노리는 거냐? 네 상대는 이쪽이다만.”

룬검 대신 황금보검을 꺼낸 용주가 사슬을 하나 길게 늘어뜨렸다.

세 번째 투사체에 맞춰 뛰어오른 용주는 공중을 밟았다.

점멸을 사용해 정면의 바위를 통과한 용주.

바위 끝에 살짝 발을 디딘 용주는 2단 점프의 조건을 다시 리셋시켰다.

치리링!

사슬을 골렘에 건 용주는 단번에 사슬을 수축시켰다.

추진력을 얻은 용주는 룬검을 다시 손에 쥐었다.

‘절대영도’

빛을 발한 룬검이 가슴 중앙 핵을 꿰뚫었다.

삽시간에 퍼져 나가는 한기.

중심부를 얼음에 잠식당한 골렘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 돌발 퀘스트 : 바위처럼 단단하게. >를 클리어 했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대항력이 3올랐습니다.

▷ ‘골렘의 바위 심장’을 획득했습니다.

- 심장 주변의 지형을 임의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 바위 타일에 효과적입니다.

‘대항력도 추가로 얻었고, 나쁠 건 없지.’

손을 움켜쥔 용주는 다시 암벽을 올랐다.

목적을 생각하면,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었다.

* * *

드레이크의 잎.

아스트고 바위 조각.

레프투스의 줄기.

섬에 분포한 세 가지 재료를 입수한 용주는 동굴 앞에 섰다.

해안가 절벽 아래 위치한 동굴론 바닷물이 흘러 들어가고 있었는데, 물길 외곽으론 걸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길이 나 있었다.

“저기에 마지막 재료가 있는 거야?”

“그래.”

용주가 보고 있던 양피지를 돌돌 말았다.

아르고 수정.

남은 건 이제 그거 하나였다.

“수정도 그 인벤토리란 곳에 들어갈 수 있는 거야?”

“그래. 충분히 가능할 거다.”

“어렸을 때 봤던 만화에 나오는 차원 주머니 같아. 신기해.”

“그러냐?”

용주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여기 있어라. 해 지기 전에 돌아올 테니.”

“나도 갈래.”

“조금만 들어가도 아무것도 안 보일 거다. 안쪽에 뭐가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응. 그러니까 나도 간다는 거야.”

“…….”

머리를 긁적인 용주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쪽도 꽤 밝네.”

물길을 따라 걷던 수지가 이야기했다.

입구에서부터 꽤 멀리까지 왔는데도 빛이 있었다.

“아마 이 벽 때문일 거다. 일종의 거울처럼 계속 빛을 반사하고 있으니까.”

동굴의 벽은 상당히 독특했다.

가공된 거울처럼 반들반들한 표면은 파리 눈처럼 블록이 지어져 있었는데, 입구에서부터 반사된 빛이 굴절하며 깊은 곳까지 도달하고 있었다.

조금만 들어가도 완전히 깜깜해질 거라던 용주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지점이었다.

“반사하는 것치곤, 빛이 엄청 밝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는 게 속 편할 거다. 우리 상식이 통하는 곳은 우리가 사는 곳뿐이니까.”

걸음을 멈춘 용주는 좌우를 번갈아 보았다.

물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물론 돌길도.

“나눠서 찾아볼까? 해가 지면 빛도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그래. 대신 무리하진 마라. 뭔가 낌새가 이상하면, 그냥 입구 쪽으로 달려.”

“응. 그럴게.”

반대편으로 폴짝 뛴 수지가 순간 미끄러졌다.

망설임 없이 물길로 뛰어든 용주는 그녀를 받아 냈다.

물길이 깊진 않았지만, 두 사람 다 흠뻑 젖는 건 면할 수 없었다.

“믿고 보내도 되겠냐? 처음부터 이러는데.”

“생각보다 미끄럽네. 물이 안 닿는 곳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이끼가 많다. 천장도 습하게 젖어 있고. 어딜 가도 신경 쓰는 게 좋을 거다.”

“응. 그럴게.”

앞장선 수지가 먼저 갈림길로 들어섰다.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용주는 뒤늦게 반대편 길로 들어섰다.

첫 단추부터 뭔가 불안했지만, 믿어 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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