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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241화 (241/357)

241화

‘방금 그건….’

단순히 기분 탓이라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의문이 남았다.

바로 눈앞에 있는 자신을 두고 굳이 녀석을 노릴 이유가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의문을 뒤로한 용주는 플랫폼 위로 뛰어올랐다.

방금 녀석과 같은 종류의 언노운들이 플랫폼 위를 헤엄쳐 오고 있었다.

손톱을 세운 용주는 녀석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뭐지?’

용주가 또 한 번 이상을 감지한 건 그때였다.

분명 자신의 일직선상으로 달려오던 두 마리의 언노운이 자신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찢어져 버렸다.

고개를 돌린 용주에게 다른 녀석들의 모습도 보였다.

근처를 지나는 다른 언노운들도 마찬가지.

바위를 피해 흐르는 강물처럼 녀석들은 자신을 피해 가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지금까지 언노운들을 상대할 때는 본 적 없는 이상 현상이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쉽게 짐작이 가지 않았다.

‘광폭화 때문에?’

이 스킬로 자신에게 몇 가지 변화가 생긴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 짓기엔 말이 되지 않았다.

이미 이 모습으로도 녀석들에게 공격받았었으니 말이다.

“신기한 일이네요.”

굶주린 상어 떼처럼 달려드는 언노운 무리를 뚫고 나온 엔비가 용주에게 바짝 붙었다.

“이 언노운들. 제가 보기엔 당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용주의 어깨에 매달린 엔비가 용주의 쇄골에 긴 상처를 만들었다.

오른 어깨를 지면에 부딪힌 용주는 그대로 지면을 갈아 냈다.

“프라이드가 그러더군요. 당신에겐 언노운의 향기가 난다고.”

용주와 거리를 벌린 엔비는 메스에 묻은 피를 흩뿌렸다.

“이건 그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하는 현상일까요? 녀석들이 당신을 자신들보다 강한 존재로 인식했고, 두려워하고 있다고요.”

입꼬리를 올린 엔비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난리를 부리던 언노운들이 더 이상 공격해오지 않았다.

일부 녀석들은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고.

또 다른 일부는 다른 곳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녀석들이 나를?’

용주의 시선이 엔비를 따라 움직였다.

다른 건 몰라도 녀석들은 확실히 자신을 경계하고 있었다.

왜 이 녀석들만 유독 이러는가?

그렇게 물으면 아직 확답은 낼 수 없었다.

다만, 이 정도는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언노운의 성징과 특징은 개체마다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아마 이 종이 유독 경계심이 많고, 조심스럽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란 소리였다.

물론, 상대가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이 정말 자신을 언노운으로 인식하고 있는 거라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동족 포식을 즐기는 개체 등을 상대로 실제로 언노운들이 거리를 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니까.

쾅!!!

두 번째 웨이브가 막 끝날 무렵.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려왔다.

소리는 불규칙하게 이어졌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콰앙!

거대한 폭발음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위를 향했다.

뜨거운 화염의 폭풍이 싱크홀을 덮었고, 그 잔재가 아래로 흘러들어 오고 있었다.

툭!

폭풍을 뚫고 한 까맣게 그을린 무언가가 뚝 떨어졌다.

전부 불타 버려 원형은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머리 부분이 떨어진 놈의 몸에선 그을린 초록 액체가 비집고 나왔다.

그 순간.

화르륵!

놈의 몸에 점화된 화염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흐느적거리며 다른 언노운에게 들러붙으려 발버둥 치던 녀석은 끝내 이루려던 것을 이루지 못하고 재가되어 버렸다.

‘이건….’

용주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싱크홀 아래로 뛰어내리고 있는 이는 형만이었다.

“인페르노!”

등장과 동시에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형만.

그를 중심으로 솟구친 세 겹의 불의 고리는 수많은 언노운들을 순식간에 불살라 버렸다.

지면을 때린 손을 움켜쥔 형만은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저건….’

형만은 용주의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저기 있는 건 러스트가 보여 준 망상 속에 나왔던 용주의 모습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애송이….”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인 형만이 다른 한쪽에 눈길을 주었다.

저게 정말 용주라면 녀석과 대치 중인 녀석은 필히 팬텀이란 이야기였다.

“음…. 이걸로 벌써 세 번째. 이럴 거면 아예 저쪽 문을 떼어 버릴 걸 그랬네요.”

삼각형을 그리며 선 엔비가 어깨를 들썩였다.

“팬텀이냐, 너도?”

카오스 게이트를 흘겨본 형만이 물었다.

“네. 편하게 엔비라고 부르시면 돼요. 저도 그쪽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알고 있다고?”

“그럼요. 그쪽은 저한테 감사해야 한다고요. 제가 눈감아 주지 않았으면, 둘만의 오붓한 시간도 없었을 테니까요.”

형만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엔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게 있어 가족보다 소중한 건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건 제겐 매우 슬픈 소식이네요. 역시 보내 주지 말 걸 그랬을까요?”

엔비가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작은 바람이 이루어졌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좀 의아하네요. 러스트를 상대하신 것치곤 제법 멀쩡해 보이는걸요? 꼭 의료 헌터라도 만난 것 같이요.”

팔이 하나 잘린 건 훨씬 과거에 일이란 걸 알고 있었다.

형만에게 그것 외에 특별한 외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걸치고 있는 옷엔 분명 여러 흔적들이 남아 있었는데 말이다.

“…너희 보스란 녀석은 어디 있냐, 애송이?”

“질문을 먼저 던진 쪽은 저였던 거 같은데 말이죠. 다들 절 너무 친절하게 보시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제 이름은 엔비라고요. 애송이가 아니라.”

“묻는 말에나 대답해. 너희 보스는 어디 있냐?”

엔비를 감싼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불의 링은 서서히 그 크기를 줄여가고 있었다.

그때.

“박…형…만…!”

일그러진 누군가의 목소리가 승강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

‘뭐지?’

갑작스러운 흔들림에 용주와 형만의 시선이 움직였다.

진원지조차 알 수 없는 흔들림은 삽시간에 플랫폼 전체로 번져 나가고 있었다.

진동을 버티지 못한 플랫폼 여기저기엔 심한 균열이 생겼고,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글러트니?!”

놀란 엔비가 균열을 바라보았다.

작은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던 뒤틀림이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먹을 거야…! 굴욕…! 복수…! 애송이…. 아니야!”

차원을 찢고 나온 글러트니가 손을 뻗었다.

글러트니의 몸은 기이하게 뒤틀려 있었는데, 그가 움직일 때마다 뼈와 관절이 부딪치고, 부러지는 끔찍한 소리가 요동쳤다.

“글러트니?! 너 무슨 소릴?! 아니 그보다 네가 나오면…!”

당황한 엔비의 목소리에 호응이라도 하듯 강대한 마나가 플랫폼을 뒤흔들었다.

물리적인 진동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져 있었다.

“아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균열을 빠져나온 이안이 머리를 짚었다.

“날 놀라게 하다니, 제법이야. 이런 경험은 살면서 처음이었다고.”

붉은 머리를 쓸어 올리는 그의 시선은 엔비를 향해 있었다.

“박형만… 먹을 거야!!”

몸의 형태를 복구한 글러트니는 곧장 형만에게로 돌진했다.

녀석을 보며 형만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어떻게 이안의 차원에서 주도권을 쥔 채 빠져나왔는가.

녀석은 왜 자신에게 저런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가 하는 생각들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걸 따질 시간은 없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드는 녀석은 벌써 코앞에 있었다.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힘껏 쳐올린 대검을 따라 불기둥이 솟구쳤다.

“먹을 거야!”

불기둥을 찢고 나온 글러트니의 가슴이 세로로 갈라졌다.

불과 몇 센티미터 앞에서 빛나는 수백의 이빨들.

놈의 몸에 대검을 욱여넣은 형만은 녀석의 몸을 불살랐다.

온몸이 타오르는 끔찍한 고통에도 글러트니는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세로로 갈라진 그의 몸 안에서 튀어나온 수십 개의 혀는 형만을 휘어 감으려 하고 있었다.

“카각…!”

수많은 혀가 형만을 휘어 감기 직전.

글러트니를 덮친 용주는 그의 목을 비틀었다.

완전히 뒤로 돌아간 글러트니의 머리는 그가 죽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야. 먹을 거.”

목소리는 또다시 들려왔다.

한껏 더 기괴하게 뒤틀린 목소리는 머리가 아닌 놈의 몸에서 나고 있었다.

‘이 녀석 대체….’

용주를 휘어 감은 수많은 혀들이 용주를 패대기쳤다.

“거야! 먹을 거!!!”

폭주하듯 외친 녀석의 몸이 크게 팽창하며 부풀기 시작했다.

부르튼 살점이 올록볼록 요동쳤고, 사람의 형태가 서서히 붕괴해 갔다.

머리와 몸은 하나로 합쳐졌고, 팔과 다리의 개수는 늘어났다 줄어들었다가를 반복했다.

녀석의 팔다리는 신체 어디에서도 자라났다.

‘글러트니…. 이 녀석은 다른 녀석들과 뭔가 달라.’

온몸이 검게 물든 글러트니의 모습에 형만이 미간을 좁혔다.

녀석에게서 느껴지던 기운.

단순한 착각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녀석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건 분명 언노운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저기 있는 애송이가 뿜어내고 있는 것처럼.

“먹어! 먹어먹어먹어어어!!”

여섯 개의 다리로 몸을 지탱한 글러트니가 숨을 크게 들이쉬기 시작했다.

공기의 흐름은 순식간에 태풍이 되었고, 근처에 있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언노운들의 유해가 순식간에 놈의 뱃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훨씬 먼 곳에 있는 그리드의 관도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플레임 인젝터!”

형만의 화염이 바람을 타고 글러트니에게 직격했다.

하지만.

화염은 말 그대로 삼켜져 버렸다.

마치 빛이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말이다.

“이 녀석…!”

대검을 지면에 박아넣은 형만이 바람에 저항했다.

하지만 그런 형만의 저항에도 대검은 조금씩 녀석 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 녀석, 사람이 아닌 건가? 그게 아니면….’

글러트니의 뒤를 잡은 용주는 놈의 살점을 물어뜯었다.

뭔가 묘한 동질감이 들었다.

인간의 모습에서 괴물의 형태로 변해 가는 저 모습.

그리고 짙어지는, 언노운과 닮은 이 기운.

배신자들의 왕이란 작자에게서 느꼈던 것과 상당히 유사한 느낌이었다.

“방해하지 마!”

순간, 글러트니의 등이 좌우로 찢어졌다.

절벽 속으로 떨어지듯 순식간에 삼켜진 용주.

날카로운 이빨들이 갑피를 씹었고, 흘러내린 침과 위액이 갑피를 녹였다.

‘이 정도로 삼켜질 줄 알고?’

입가로 모여드는 페이탈 붐.

놈의 배 속에 강렬한 한 방을 선사해 준 용주는 뭔가 이상하단 걸 느낄 수 있었다.

녀석의 몸은 분명 물리적으로 한정되어 있을 텐데, 페이탈붐은 끝도 없이 날아가고 있었다.

‘칫…!’

글러트니의 이빨에 매달린 용주는 이빨을 드러냈다.

글러트니의 안을 씹고 찢는 용주.

▶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 포식

- 블러드러스트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끝없는 허기를 채우기 위한 본능적 일격입니다.

- 적의 방어력을 관통합니다.

- 한 번의 광폭화 상태에서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들어온 방향으로 꾸역꾸역 밀고 나가던 용주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새로운 스킬이라고? 지금 이 상황에?’

갑작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발동할 수 있는 조건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래. 한번 해보자고. 누가 먹고, 누가 먹히는지.’

블러드러스트를 사용한 용주의 동공이 크게 요동쳤다.

“카아아악!!!”

끓어오르는 강렬한 충동에 비명을 지른 용주의 입이 위아래로 크게 찢어졌다.

찢어진 각도는 인간이 벌릴 수 있는 규격을 한참 벗어나 있었고, 침인지 피인지 모를 불은 액체가 이빨 사이로 흘러내렸다.

용주의 한 입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했고, 그 어느 때보다 치명적이었다.

글러트니를 역으로 뜯어먹은 용주는 끝내 글러트니의 몸을 뚫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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