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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200화 (200/357)

200화

“이 녀석들….”

단검을 치켜든 리더가 용주에게 달려들었다.

능숙하게 단검을 휘두르는 리더.

급격하게 자세를 낮춰 용주의 발목을 노렸던 리더였지만 아슬아슬하게 공격은 적중하지 못했다.

땅을 긋는 쿠크리.

왼손을 축 삼아 두 다리를 공중으로 띄운 리더는 두 다리를 회전시키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태스크 포스가 아니라. 비보이였던 거냐?”

“잘도 이런 짓을. 범죄 집단인 주제에 감히 정의에게.”

“범죄 집단? 공정한 수사 어쩌고 운운하지 않았던가?”

“…….”

“게다가 이런 짓이라면, 그쪽에서 먼저 해준 걸로 기억하는데.”

“뭐라고?”

“군화 자국이 집에 그대로 찍혀 있더군. 내가 집에 없단 것쯤은 눈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었을 텐데도.”

“…….”

“뭘 하려고 했지?”

쿠크리를 받아친 용주가 칼자루 끝으로 리더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고통에 일그러지는 리더의 표정.

이를 악문 리더는 다시 한번 쿠크리를 휘둘렀다.

허공을 가른 쿠크리는 용주의 뺨에 아주 작은 상처를 만들어냈을 뿐이었다.

“헌터는… 악이다. 사회가 공인한 필요악!”

바람을 가르는 쿠크리.

초록 가스 지대를 가르는 리더는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다.

몸이 아까보다 더 둔해진 그런 기분이었다.

독에 감염된 것 저쪽일 텐데, 어째서.

‘필요악이라고?’

용주가 의문을 삼켰다.

이 녀석이 가진 헌터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어딘가 엇나가 있었다.

“정의가 악을 벌하는 건 당연한 절차.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명분뿐이다.”

맞부딪치는 두 사람의 칼날.

무에타이와 검술을 합쳐 놓은 것 같은 독특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리더는 마치 묘기를 부리듯 용주를 몰아붙였다.

“너흰 너희를 선택받은 사람들이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건 오만이다. 너희의 힘은 저주다. 사라져야 할 저주.”

“저주라고?”

“그래. 카오스 게이트가 나타나며 헌터 또한 나타났다. 이형 결정체로 습득하는 힘 역시도 결국 언노운에 기원하지. 한마디로 너흰 언노운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란 이야기다.”

리더에게서 노골적인 악의가 느껴졌다.

“기생충 같은 너희에게 난 부모님을 빼앗겼다. 누군가는 형제를, 누군가는 동생을, 누군가는 애인을 빼앗기기도 했지.”

“…….”

“언노운과의 전투 중 일어난 사고라는 핑계로 녀석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내 앞에 살인자가 있었는데,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

흙먼지를 퍼 올린 리더는 시야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공격을 무효.

흩뿌려지는 서릿발을 피해 물러난 리더는 장갑에 맺힌 얼음 결정을 털어 냈다.

“과거, 현재, 미래. 어느 시점이 됐든 너흰 결국 범죄자다. 사라져야 할 존재들이다. 우린 정의이자 복수다!”

용주에게 달려든 리더가 포켓에서 꺼낸 최루탄을 터뜨렸다.

퍼져 나가는 최루 가스.

“…그래? 너희가 우리를 뭐라고 규정하든 너희 맘이다만.”

최루 가스 속에서 공격을 쳐 낸 용주는 리더의 쿠크리를 날려 버렸다.

그와 동시에 점멸로 뒤를 잡은 용주는 리더의 얼굴을 그대로 지면에 처박았다.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끌어들인 너희가 그 녀석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거냐?”

“……!”

리더의 뒷덜미를 잡은 용주는 최루 가스 밖으로 놈을 던져 버렸다.

제대로 된 낙법조차 치지 못한 리더는 모래 바닥을 뒹굴었다.

지면에 바짝 붙은 그의 시야에 보이는 건 이미 모두 제압되어 버린 부하들의 모습이었다.

“그딴 궤변을 늘어놓더니. 정말 뻔뻔하구나.”

두 손 가득 흙을 움켜쥔 리더가 몸을 일으켰다.

“우린 집행자. 너흰 범죄자. 범죄를 벌하기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집행자의 몫이다. 손을 더럽히는 것 또한 집행자의 숙명이란 말이다.”

허리춤을 손을 올린 리더는 권총 한 자루를 빼 들었다.

그때.

“거기까지면 됐다.”

지직거리는 무전기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지만….”

“너흰 할 만큼 했다. 거기서부턴 내가 이어받도록 하지.”

무전이 끊김과 동시에 한 사내가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안전장치 하나 없이 뛰어내린 사내는 사뿐하게 지면에 내려앉았다.

“…….”

용주의 시선이 그와 마주쳤다.

구릿빛의 피부를 가진 사내는 안대로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

“만나서 반갑다. 바퀴벌레 제군들.”

사내에게선 헌터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상대했던 TF 요원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추가 인원이 더 있는 줄은 몰랐는데?”

두 줄로 녀석들이 집결했을 때.

용주는 헬기들의 상태를 먼저 확인했었다.

저격수라든가 지원 사수라고 할 만한 인원은 배치되어 있지 않았었다.

“어이, 바퀴벌레는 누가 바퀴벌레야?”

새로 난입한 사내를 노려본 서윤이 이야기했다.

“험한 꼴 더 보기 싫으면 얘네들 챙겨서 가라. 우린 너희한테 볼 일 없으니까.”

서윤이 고개를 저었다.

90%.

수지는 눈이 직접 나타날 확률이 그 정도나 된다고 예측했지만, 아무래도 완전히 빗나간 모양이다.

눈은커녕 눈이랑은 전혀 인연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녀석만 나타났지 않은가?

“작고 보잘 것 없는 마나. 게다가 형태도 아름답지 못하군. 생긴 것도 딱 그 정도겠지. 훗!”

맞수를 놓듯이 고개를 저은 사내가 피식 웃어 보였다.

그는 정확히 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라고?! 너… 지금 그거 나보고 한 소리야?!”

“그 정도 이해력도 없나 보지? 훗!”

“뭐가 어쩌고 어째?! 저게 보자 보자 하니까!”

말릴 틈도 없이 달려 나간 서윤이 멋들어진 돌려차기를 선사했다.

하지만.

“!”

보란 듯이 서윤의 발목을 붙잡은 사내는 그대로 서윤을 집어 던졌다.

고양이처럼 착지한 서윤은 그를 노려보았다.

방금 그 힘.

방금 그 반응 속도.

지금까지 상대했던 TF 녀석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마나라고?’

짧은 공방을 두 눈으로 목격한 용주는 방금 녀석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마나의 크기와 형태.

녀석은 분명 거기에 대해 언급했었다.

‘아니, 그렇지만….’

떠오르는 가정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됐다.

녀석에겐 어떠한 것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아니, 그렇기에 더 말이 되는 건가?’

용주가 상식의 틀을 뒤틀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렇기에 더 그 가정에 힘이 실릴 수도 있었다.

잘 보는 것만큼 눈에 띄지 않는 게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덕목이라면.

지금 녀석의 상태가 충분히 납득이 가니까.

“네가 눈이냐?”

용주의 물음에 수호가 고개를 돌렸다.

“예리한데. 벌레치고는 말이야.”

수호가 씨익 웃어 보였다.

부정할 생각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한 그의 미소였다.

“눈이라고?! 저 녀석이?!”

놀란 서윤이 수호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저 사람은 앞이 안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걸요?”

주원이 의문을 제기했다.

“헌터를 좇는 건 눈이 아니니까. 딱히 이상한 일 아닐지도.”

“일리는 있네요.”

수지의 대답에 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지의 목소리에 수호의 시선이 한 번 더 움직였다.

승우를 한 번 거친 그의 시선은 수지에게서 멈춰 섰다.

“특이한 마나가 하나 있던데. 에메랄드같이 아름다운 빛깔을 머금은 보석 같은 마나가.”

“…….”

“특이 체질인가? 자연 방출 되는 마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모양인데. 완벽하진 않지만.”

수호가 흥미롭단 듯 턱을 짚었다.

“이 깜짝 쇼는 네 아이디어였나? 이형 워프 장치를 가지고 있다니. 본래는 A급 헌터 정도 되는 모양이지?”

“…….”

“여기 있는 다른 녀석들과는 형태도 크기도 다른데. 왜 굳이 이딴 쓰레기들 틈에 섞여 있는 거지?”

“뭐?! 야! 지금 말 다 했어?”

서윤이 발끈하며 외쳤다.

벌레도 모자라서 쓰레기라니.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내가 결정한 일.”

“흐음, 그래? 그렇지만 그딴 벌레들 틈에 있기엔 네 마나는 너무 고결한데. 의료 헌터. 너무 아깝다고.”

“무슨 말 하고 싶은 거야?”

“그 결정 지금이라도 바꾸는 게 어때? 지금이라도 손 떼면, 못 본 걸로 해줄 수도 있어. 짓밟기엔 너무 아름다운 보석이거든, 넌.”

“수호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리더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우리가 명령받은 건 저 녀석을 잡는 거야. 목표는 확실하게 달성할 거라고.”

어깨를 들썩인 수호가 용주를 손가락질했다.

“말도 안 됩니다. 저항한 전원 유죄! 그게 마땅한 정의 아니겠습니까?!”

“뭐야…? 지금 나한테 말대꾸하는 거야?”

갑자기 바뀐 분위기.

순간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는 서늘하기까지 했다.

“그…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럼 빠져 있어. 아까 내가 말했잖아? 여기부턴 내가 이어받겠다고.”

“…네.”

입술을 깨문 리더가 결국 물러났다.

“잠깐 불청객이 있었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어때? 서로 손해 볼 거 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하는데.”

“거절할게.”

단 1초의 망설임도 없는 수지의 대답.

“그래?”

유감을 표현 수호는 가볍게 어깨를 들썩였다.

그리고.

“그럼… 어쩔 수 없네. 전원 힘으로 굴복시키는 수밖에.”

안대에 손을 올렸다.

“이그노얼 나이트메어(Ignore Nightmare).”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

뒤틀린 하늘은 붉게 물들었고, 붉게 물든 하늘에선 수많은 눈이 나타났다.

하나둘 뜨이기 시작한 눈들은 지상에 있는 것들을 훑듯 두리번거렸다.

단 하나의 움직임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저… 저기!”

놀란 예나가 하늘을 가리켰다.

기묘한 악몽 속으로 끌려 들어온 그런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다른 차원으로 끌려온 것 같지는 않았다.

산 아래쪽으로 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어?’

그리고.

그런 예나의 눈에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버티가.

보이지 않았다.

“굴복시키겠다? 하!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주먹을 움켜쥔 서윤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녀석이 뭔가 하긴 했지만, 시각적 효과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블러디 러시!”

평소처럼 무기를 쥐고 있진 않았지만, 같은 원리로 맨주먹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

당연히 살상력은 떨어지겠지만, 한 대 쥐어패는 데에는 충분할 것이다.

벌레에 쓰레기.

그딴 이야기를 들은 마당에 감정 좀 싣는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겠지.

“후! 정말이지. 벌레처럼 아름답지 못하군.”

고개를 저은 수호가 서윤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 순간.

“…….”

“집사?!”

폭발적으로 뛰쳐나간 승우가 서윤을 덮쳤다.

서윤을 끌어안은 승우는 모래 먼지를 흩날리며 지면에 미끄러졌다.

“뭐… 뭐야?! 너! 뭐 하는 거야?!”

놀란 서윤이 승우를 밀쳐냈다.

“무례하게 군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다만 뭔가가 달랐기에.”

“뭔가가 달라?”

순간, 서윤의 손에 불길한 촉감이 느껴졌다.

축축하게 젖은 옷의 감촉.

젖은 부위는 점점 손바닥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스킬이 발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대로 달려드셨다면, 큰 화를 당하실 것 같았기에.”

“스킬이…?”

확실히 평소와 같은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았다.

감정이 앞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었다.

“그보다, 너 이거….”

자신의 손을 확인한 서윤이 이야기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이건 녀석의 피였다.

대체 어디서.

베일 만한 물건은 전혀 없었는데?

“흐음, 벌레 중에 그나마 왕벌레가 확실히 눈치가 빠르긴 한가 보군.”

수호가 가볍게 손을 털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엔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설마 저 손에…?”

“아마 그런 것 같군요.”

“말이 돼? 사람 손이 어떻게 사람을 베?!”

“고금화 헌터님처럼 육체를 강화하는 스타일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거일 겁니다. 몸 전체가 칼날이나 다름없는 그런 상태일 테죠.”

상처 입은 승우 앞으로 주원과 금화가 섰다.

“상처 봐봐.”

급하게 달려온 수지가 승우의 상처를 확인했다.

찢긴 상처는 예리하게 손질된 클로에 찢긴 것 같았다.

“깊진 않아. 금방 치료해 줄게.”

수지는 승우의 상처를 치료하려 했다.

하지만.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마나에 스킬이 평소처럼 반응해 주질 않았다.

“안타깝지만, 내 앞에서 너희 벌레들의 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거든.”

안대에 손을 올린 수호가 키득거리며 웃어 보였다.

“헌터 사냥꾼에게 완전 딱 어울리는 능력이지? 태스크 포스의 눈이라면 이 정도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 앙?”

혀를 길게 내민 수호가 하늘을 보며 폭소를 터뜨렸다.

이그노얼 나이트메어.

헌터가 상대라면 자신은 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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