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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166화 (166/357)

166화

“짐승과 같은 움직임이군.”

이름 없는 왕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검을 집어넣은 용주는 네발로 달리고 있었다.

그냥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결정적인 순간 사라졌다 나타나는 그 움직임은 귀신을 상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건 어떨까.”

푸른빛을 발하는 왕의 룬검.

날카로운 서리 바람을 뿜어내던 이름 없는 왕이 지면에 검을 꽂았다.

“오너라. 죽음이여.”

활짝 펼쳐지는 뼈의 날개.

서리를 뚫고 비상한 왕의 보좌관은 일직선상에 있는 모든 것을 얼려 버리며 날아갔다.

‘아까랑 똑같아. 그럼….’

90도로 방향을 비튼 용주는 전속력으로 보좌관의 진행 경로에서 벗어났다.

공간을 뛰어넘은 용주의 등 뒤로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불과 3초 차이로 빗겨 가는 날개 그림자.

직선으로 날아간 왕의 보좌관은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역시.’

다시금 방향을 꺾은 용주는 속도를 높였다.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이었다.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너무 적었으니까.

지금 용주가 한 대처는 그 하나의 데이터에서 도출한 가능성 중 하나.

아까 봤던 보좌관은 오로지 직선만을 그렸었다.

‘링의 방어 횟수는 앞으로 한 번.’

지면을 찬 용주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아까처럼 동시에 여러 공격이 들어오면 한 번이란 횟수론 전부 방어해 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단타로는 소용없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이미 적에게 족쇄를 걸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지면을 찢고 솟구치는 얼음 돌기들.

일점으로 모여드는 얼음 돌기 끝에서 한 번 더 도약한 용주는 이름 없는 왕을 내려다보았다.

‘아웃레이지 스내치!’

증발하듯 날아가는 HP와 MP.

스킬을 발동하는 순간, 용주의 몸에 변화가 나타났다.

붉은 피가 방울방울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건….’

방울은 흩어지지 않고 형태를 갖추어갔다.

팔을 잠식한 핏방울은 점점 굳어 갔고, 붉게 물든 용주의 손은 맹수의 것처럼 날카로워져 갔다.

인간의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팔과 손.

시야 끝에 걸친 자신의 팔에 용주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손가락과 손등.

그리고 팔꿈치를 타고 붉은 아지랑이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야수의 것이었던 건 움직임만이 아니었군.”

용주의 변화에 시선을 둔 이름 없는 왕이 검을 뽑아 들었다.

용주와의 거리는 이제 불과 2m.

“야수의 심장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용주와의 거리를 좁힌 이름 없는 왕이 검을 올려 쳤다.

텐링의 보호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100% 이 참격은 유효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휘두른 칼날이었다.

왜냐하면.

몸 안쪽부터 얼려 버릴 이 한기야말로 이름 없는 왕이 노리는 진짜 공격이었으니까.

교차하는 두 사람의 일격.

용주의 왼쪽 옆구리를 찢고 들어간 칼날은 그대로 용주의 가슴까지 파고 들어갔다.

단 한 방울의 피도 튀지 않았고, 베인 흔적도 없었다.

대신 산산이 조각난 링의 파편이 바람에 섞여 날아가고 있었다.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멈춰선 왕의 룬검.

룬검이 뿜어내는 푸른빛과 한기는 순식간에 용주의 체온을 앗아갔다.

삽시간에 퍼져 나가는 얼음.

심한 동상이 걸린 피부는 까맣게 죽어 갔고, 동상이 걸린 피부 위를 얼음이 덮었다.

같은 시각.

이름 없는 왕의 머리를 한 손에 잡은 용주는 그대로 녀석을 찍어 눌렀다.

지면을 타고 흘러넘치는 피.

마치 용암처럼 지면을 뚫고 나온 피는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 나갔고, 주변의 대지를 무자비하게 뒤집어 놓았다.

사방으로 빗발치는 핏방울 사이에 갑옷 파편이 섞였다.

충격에 버티지 못한 왕의 갑옷은 두 지점을 중심으로 찢겨 나가고 있었다.

하나는 지면과 가까운 등과 뒤통수.

다른 하나는 용주의 손에 잡힌 투구의 앞면이었다.

용솟음치던 피의 연쇄는 차차 잦아들었다.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끔찍한 붉은색 사이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피의 일부는 사라지지 않고 결정의 형태가 되어 있었고, 그 위로 얇게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승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용주는 가슴에 룬검이 박힌 채 무릎을 꿇고 있었고,

이름 없는 왕은 투구와 갑옷이 짓이겨진 채 누워 있었다.

“하늘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구나.”

두 사람 중 먼저 움직임을 보인 쪽은 이름 없는 왕이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검을 놓은 그의 손이 땅에 떨어졌다.

“훌륭하도다. 과연 야수의 심장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그 한기 속에서도 멈추지 않다니. 게다가 이 공격력. 설마 단 일격에 날 무너뜨릴 줄이야.”

부서진 투구 아래로 보이는 푸른 안광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 검은 네게 맡기마. 경외와 감사를 담은 내 작은 선물이다. 위령자.”

“…….”

“나의 친우에게 전해다오. 더 넓은 세상에서 새 술을 담아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밝은 빛 속에서 사라지는 이름 없는 왕.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한 줌의 빛과 화톳불이 놓여 있었다.

▶ ‘이름 없는 왕’을 쓰러뜨렸습니다.

▷ 3,000 소울을 획득했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무명왕의 룬검’을 계승받았습니다.

▷ ‘멈춘 시간의 모래시계’를 획득했습니다.

▶ 스킬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아웃레이지 스네치

▷ 얼어붙은 피부

칼이 꽂힌 채로 일어난 용주는 위령의 잔을 꺼내 들었다.

“후우….”

빛을 담은 용주는 그제야 호흡을 내쉬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야 할 숨결에는 온기가 전혀 묻어 있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인 용주가 화톳불에 주저앉았다.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된 한마디였다.

하나는 이름 없는 왕의 반격에 관한 것.

일격 이상의 피해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런 식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얼어붙은 피부 그리고 전투 속행 패시브가 없었다면, 승자 없는 싸움이 됐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웃레이지 스네치에 관한 것이었다.

치명적인 일격을 기대하긴 했지만, 그 일격만으로 승패가 끝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었다.

게다가 아까 그 손의 형태.

할퀴기를 사용할 때 피가 결정화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 피가 방울이 되어 피어오르는 것 같았고, 팔을 잠식한 방울은 특정한 형태를 갖추었다.

그 형태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다양할 것이다.

맹수, 야수, 포식자, 괴물.

하지만 용주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이거였다.

언노운.

특정한 어떤 개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생긴 팔을 가진 녀석은 본 적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째선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뭐… 그건 그거고.”

오른손으로 검 자루를 움켜쥔 용주는 천천히 검을 뽑아냈다.

칼날의 서늘한 감촉이 또 한 번 심장을 스치며 지나갔다.

치명적인 상처였지만, 출혈은 많지 않았다.

남은 HP는 10% 남짓.

최대 HP가 줄어서인지.

상처 부위가 완전 꽁꽁 얼어서 이미 작동할 통각 자체가 없어서인진 몰라도 통증 자체는 남은 HP에 비해 극심하진 않았다.

몰려든 안개 속에서 잃어버린 HP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다.

▶ 잊힌 영웅들의 영혼을 모두 거두었습니다.

▶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대항력이 5 상승했습니다.

▶ 출구가 활성화되었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역행의 모래시계’를 획득했습니다.

▷ ‘경고하는 두개골’을 획득했습니다.

▷ ‘이름 없는 자들의 위령비’를 획득했습니다.

▷ ‘위령자의 싹 난 지팡이’를 획득했습니다.

▷ ‘어둠 그늘 숲 지도’를 획득했습니다.

▶ 잔여 소울에 비례해 ‘빛나는 소울’이 지급되었습니다.

- 보유 빛나는 소울 : 720 소울.

- 빛나는 소울을 사용해 영혼 상점의 보조 스킬을 영구히 습득할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 영혼 안개 (Lv.1)

- MP소모량 : 30

- 영혼 안개를 몸에 둘러 주변 적의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 흡수한 생명력에 비례해 HP를 회복합니다.

▶ 폭발성 담즙 (Lv.1)

- MP 소모량 : 10

- 신체 부위에 종양을 만듭니다.

- 종양은 피해를 입으면 터지며, 공격자에게 다음 중 하나의 효과를 야기합니다.

- 시야 감퇴, 감각 둔화, 어지러움, 감염 약화.

▶ 새로운 퀘스트가 부여됐습니다.

▷ 5개 동력원에 동력을 공급하여 ‘어둠 그늘 숲’에서 탈출하십시오.

회복을 마친 용주의 앞에 대량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빛나는 소울?’

확인해야 할 많은 정보 중에 용주의 눈에 먼저 들어온 단어였다.

영혼 상점에 들어간 용주는 리스트를 확인했다.

리스트는 전과 동일.

구입에 필요한 수량 역시도 전과 동일했다.

단지, 구매에 필요한 재화가 소울에서 빛나는 소울로 바뀌었을 뿐.

‘영구히 습득할 수 있다라….’

2단 점프, 땅굴파기, 사족 보행, 점을 보는 눈.

그중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 ‘점을 보는 눈’이었다.

하지만 그건 고를 수 없었다.

현재 보유 중인 빛나는 소울은 720개.

1,000개의 요구치를 가진 점을 보는 눈은 구입할 수 없었다.

‘그걸 제외하면….’

다른 세 가지 스킬 모두 사용해 본 것들이었다.

소울의 개수가 참 애매하단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선택하면, 무언가는 포기해야만 했다.

고심 끝에 용주는 두 가지 스킬을 구입했다.

용주의 선택은 2단 점프와 사족 보행.

구입 가능한 소울과 직접 사용해 본 경험을 토대로 선택한 결과였다.

‘다음 확인해볼 건….’

스킬창을 확인한 용주는 아이템 창을 확인했다.

이번 전투에서 얻은 아이템은 크게 7가지.

다음 퀘스트를 안내해 줄 지도를 제외해도 여섯 가지니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 무명왕의 룬검

- 이름 없는 왕이 사용하던 혹한의 룬검.

- 공격력 : 100

- 요구 능력치 : 힘 120, 민첩 120 체력 120 지능 120

- 요구 조건 : 정당한 왕위 계승.

- 특수효과 : ‘혹한의 룬’, ‘굶주린 룬’

- 혹한의 룬 : 칼날에 서린 냉기가 추가적인 피해를 야기합니다.

- 굶주린 룬 : 룬에 깃든 소울을 소모해 특수한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울은 시간에 따라 자연 회복되며, MP를 소모해 추가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 사용 가능한 스킬 - 혹한의 파도, 혹한의 쇄기, 서리 갑옷, 보좌관의 맹습. 절대 영도.

▷ 멈춘 시간의 모래시계

- 지속시간이 있는 아이템을 영구히 지속할 수 있습니다.

- 지속된 아이템은 해당 게이트 내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 역행의 모래시계

- 죽음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을 때 1회 발동합니다.

- 해당 사건이 일어나기 1분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갑니다.

- 죽음에 개입한 대가로 대항력이 5 감소합니다.

▷ 경고하는 두개골

- 무작위 좌표에 까마귀들을 생성합니다.

- 침입자를 감지한 까마귀는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오릅니다.

- 경고 후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같은 자리에 다시 생성됩니다.

▷ 이름 없는 자들의 위령비

- 일정 범위 내 영혼들을 ‘령’ 상태로 되살립니다.

- ‘령’이 된 영혼들은 물리적인 상처를 입지 않지만, 위령비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위령비가 파괴되면 령들은 소멸합니다.

▷ 위령자의 싹 난 지팡이

- 근처에 있는 사물 중 하나로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 사물의 질감과 냄새까지 모방할 수 있습니다.

‘고생한 보람은 있는 것 같네.’

가장 먼저 나타난 건 ‘무명왕의 룬검’이었지만, 용주에게 가장 놀랍게 다가온 아이템은 따로 있었다.

역행의 모래시계.

이 아이템의 효과는 무려 자신의 죽음으로부터 회귀할 수 있는 것이었다.

대항력의 감소란 페널티가 달려 있긴 했지만, 일어난 현실을 되돌릴 수 있다니….

이 정도 물건이라면 페널티가 몇이라도 아깝지 않으리라.

아이템들을 대략 살펴본 용주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왼손의 다섯 손가락.

그리고 오른손의 두 손가락이 여전히 앙상한 뼈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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