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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163화 (163/357)

163화

‘전투에 있어선 형 쪽이 메인인 건가.’

자유자재로 휘는 사슬검을 튕겨 낸 용주에게 폭발이 일었다.

용주를 태우지 않는 폭발.

이건 ‘폭발 수정’이 낸 것이었다.

‘당연히 이것도 먹통일 줄 알았는데, 그나마 하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건가?’

어째서 다른 건 안 되고 이건 되는가.

그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활용할 수 있는 무기가 한 가지 늘었음은 희소식이었다.

차라랑!

길게 늘어뜨린 사슬로 기둥을 휘어 감는 기사.

새총처럼 발사된 기사의 모습은 빛 속으로 사라졌다.

용주를 기준으로 11시 방향으로 사라진 빛은 5시 방향에서 다시금 나타났다.

‘5시.’

용주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 속도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기사의 모습은 또다시 빛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신중한 타입이군.’

기사는 사라졌다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오는 방향은 각양각색이었지만 빈틈을 찾고 있단 것이 보였다.

‘공간 균열보단 기습의 효율이 떨어져, 대신 동작적인 제약이나 주기, 방향 등의 제약은 훨씬 자유로운 편이고.’

사라지고 나타날 때마다 생성되는 빛은 상당한 단점처럼 보였다.

어디서 사라지고, 어디서 나타나는지 상대방에게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무조건 공간 균열의 하위 호환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애매했다.

몇몇 부분에선 오히려 더 발전된 느낌도 있었으니까.

‘미끼를 던져 볼까?’

지면을 찬 용주는 대각선으로 물러났다.

세 개의 장의자를 뛰어넘은 용주는 기둥을 등지고 섰다.

마지막으로 사라진 녀석의 구도와 각도를 생각했을 때.

이건 최고의 각도.

차려놓은 밥상이나 다름없는 구도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빛.

빛 속에서 튀어나온 기사는 엄청난 속도로 용주에게 날아들었다.

‘당연히 그렇게 나오겠지.’

오른편에서 나타난 녀석은 관성에 따라 왼쪽으로 약간 더 움직일 것이다.

공격 각도도 자연스럽게 곡선을 그리는 식이 될 거라는 게 용주의 생각.

빛에 반응하지 않던 용주는 갑작스럽게 지면을 차며 뒤쪽으로 도약했다.

용주의 눈에 들어온 건 허공을 베는 기사의 옆모습.

용주가 그린 동선은 기사가 그린 U자 커브를 일직선으로 관통하는 동선이었다.

완벽하게 뒤를 잡은 용주는 검을 휘둘렀다.

쾅!

기사를 덮치는 강렬한 폭발.

날아가 버린 기사의 투구는 땅을 뒹굴었다.

‘그래. 그런 거였군.’

한 차례 주고받은 공방.

검을 마주한 기사의 모습을 확인한 용주는 위를 힐끔 올려다보았다.

폭발로 망가졌던 해골이 복원되고 있었다.

자체적인 회복 능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왜냐면 가지고 있던 책을 펼친 다른 한쪽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또 한 번 쏟아지는 보랏빛.

용주의 칼날 앞에서 자취를 감춘 빛은 용주의 등 뒤쪽으로 쏟아졌다.

휘리릭!

공중에서 내리찍는 두 자루의 사슬검.

앞쪽으로 몸을 던진 용주는 왼손으로 땅을 짚었다.

반동을 이용해 한 바퀴를 회전한 용주는 그대로 전당을 질주했다.

노리는 건 2층에 있는 녀석.

2 : 1의 상황은 이쪽에서 좋을 게 없었다.

‘높이는 아까 뛰어넘었던 암벽과 비슷. 할 수 있어.’

검을 집어넣은 용주는 네 발로 땅을 짚었다.

속도를 높인 용주는 테라스를 향해 뛰어올랐다.

“아무 데도 못 간다.”

그런 용주의 앞에 떨어지는 빛.

앞을 막아서는 기사와 눈을 마주친 용주는 공중을 딛고 또 한 번 뛰어올랐다.

“아니?!”

그가 휘두른 사슬검은 부채꼴을 그리며 퍼져 나가고 있었다.

스릉!

테라스의 난간을 두 다리로 찬 용주는 검을 뽑아 들었다.

노리는 곳은 목에 깃든 빛.

목이 꿰뚫린 채 쓰러진 잊힌 영웅은 용주의 그림자 아래에서 재가 되어 흩어졌다.

▷ 왕자 ‘???’를 쓰러뜨렸습니다.

‘계획대로 되긴 했는데… 너무 쉽게 풀리니까 어째 더 불안한데?’

어떤 형태로든 저항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동생 쪽의 저항은 전무했다.

자신은 점멸로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었다.

뛰어오르는 순간부터 착지하는 순간까지 시각적으로 모든 걸 관찰할 수 있었다.

대응할 여지는 충분히 있었을 텐데….

녀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휘이익!

갑작스럽게 일어난 바람이 용주를 휘어 감았다.

용주의 포위하며 맴도는 재의 폭풍.

▷ ‘수호자의 갑주 파편’을 강탈당했습니다.

▷ ‘암살자의 뼛조각’을 강탈당했습니다.

‘뭐야?!’

불길함을 느끼던 용주의 눈앞에 갑작스럽게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제로 열린 인벤토리에서 두 가지 아이템이 사라지는 게 보였다.

이상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몰아치던 재가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흘러가는 방향은 테라스의 난간이 있는 방향.

“비겁하고도 비열한 말종 녀석…! 기사도도 모르는 폐륜아 녀석!”

재는 형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 왕자 ‘???’의 눈이 보라색으로 빛납니다.

▷ 왕자 ???이 왕자 ???의 힘을 계승했습니다.

“나의 부족함이 또 한 번 널 힘들게 했구나.”

보랏빛 안광이 들어온 잊힌 영웅.

그에게 흘러간 재는 새로운 형상을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검은 아지랑이가 일렁거리는 칠흑의 갑주.

그의 양 어깨 갑주엔 각각 하나씩의 조각이 있었는데, 왼쪽엔 두건을 두른 해골이.

오른쪽엔 부서진 투구를 눌러쓴 해골의 형상이 있었다.

“제거하겠다. 네가 남긴 이 힘으로.”

피어오르던 검은 아지랑이가 일제히 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쿠르르릉!

도미노처럼 붕괴하는 테라스.

디딜 곳을 잃고 추락하는 용주의 머리 위로 한 줄기 빛이 쏟아졌다.

“아까처럼 뛰어오를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그렇겐 안 될 거다.”

“칫!”

재빠르게 반응한 용주는 날아오는 두 개의 칼날을 쳐 냈다.

하지만 현시점에 할 수 있는 저항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용주의 눈동자.

칼날을 휘두른 용주는 함께 떨어지던 돌조각을 쳐 냈다.

콰앙!

순간 일어나는 폭발.

용주는 이걸로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보려 했다.

하지만.

“부질없는 저항이다.”

기사는 화염을 직선으로 뚫고 들어왔다.

용주는 그대로 추락했고, 뒤따라 떨어진 기사는 가차 없이 용주를 짓눌렀다.

“너 같은 녀석은 지옥에서 불타고 있어야 해. 이 동생 살인마.”

반사적으로 역류하는 붉은 핏줄기.

용주의 멱살을 움켜쥔 기사는 한 번 더 용주를 내쳤다.

커다란 반동과 함께 날아간 용주는 땅을 구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리링!

그런 용주의 발목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감촉.

사슬에 당겨진 용주의 몸은 또 한 번 부웅 떠올랐다.

‘어느 틈에.’

오른발로 대기를 걷어찬 용주는 그대로 지면으로 추락했다.

2단 점프.

방금 그건 점프는 아니었지만, 대기를 찰 수 있는 그 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안 좋은데….’

자리에서 일어난 용주가 옆구리를 짚었다.

강렬한 통증이 밀려왔다.

무릎에 찍히면서 아무래도 갈비뼈에 금이 간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저 녀석의 저 형태…. 아까 빼앗긴 두 가지 아이템은 녀석이 사용했다고 봐야 하는 건가?’

어깨에 장식된 조각들이 어째 영 신경 쓰였다.

게다가 다른 한쪽의 왕자의 힘을 계승했다면, 아까 봤던 회복 스킬 역시도 녀석의 손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그렇다는 건, 지금의 녀석은 네 가지 종류의 힘을 가지고 있는 셈.

어떤 변칙적인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네 개 중 두 개. 대비할 수 있는 건 미리 해둬야겠지.’

영혼 상점을 연 용주는 ‘해주석’과 ‘결투의 부적’을 구입했다.

두 아이템의 타깃은 당연 저 앞에 있는 녀석.

목 부위의 작은 틈을 발견한 용주는 그 사이로 해주석을 흘려보냈다.

“형제의 인연 외엔 영원한 건 없지. 네 것이라 여겨졌던 이 힘이 이제 네 숨통을 조여올 거다.”

기사의 왼쪽 어깨에 있던 해골의 눈동자에 빛이 들어왔다.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검은 아지랑이.

고개를 돌린 용주는 등 뒤로 떨어지는 빛을 바라보았다.

똑같은 갑옷을 입은 똑같은 체형의 기사가.

똑같은 무기를 들고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녀석이 2명으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개의 사슬검을 더 꺼내 드는 두 기사.

지면을 파고 들어간 여덟 자루의 사슬검은 거미줄처럼 교차했다.

“함분폭압!”

네 개의 사슬을 양손으로 움켜쥔 기사는 일순간 사슬을 잡아당겼다.

갈기갈기 찢기는 대지.

여덟 개의 칼날에 찢긴 대지는 공중으로 흩뿌려졌다.

“끝이다.”

속도를 높이는 기사.

마지막을 위해 달리던 그의 곁에 붉은 연기가 모여들었다.

“!”

까드득!

기사의 어깨를 붙들며 나타난 잊힌 자.

진입 타이밍을 놓친 협공엔 큰 틈이 생겨 버렸다.

‘딱 좋은 타이밍이군.’

상대방의 패를 모르는 건 피차 마찬가지.

용주 역시도 녀석이 모르는 패를 가지고 있었다.

공기를 차며 거꾸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용주.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허공을 응시하던 용주는 무언가를 붙잡았다.

‘숨을 거면 좀 더 확실하게 숨었어야지.’

손끝에서 느껴지는 차갑고 단단한 감촉.

투명하게 흐느적거리는 적의 실루엣을 용주는 놓치지 않았다.

검은 안개를 흩뿌리는 사전 동작이나 소리에 의존할 것도 없었다.

목과 어깨 사이에서 빛나는 빛이 녀석이 거기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스르륵.

분신이 사라지자 암살자의 눈에 들어왔던 빛이 사라졌다.

달라붙는 잊힌 자들을 도륙 낸 기사는 네 개의 사슬을 뒤쪽으로 펼쳤다.

“자강불식!”

지면에 튕기는 네 개의 사슬.

네 방향으로 흩어진 사슬은 불규칙하게 휘고 또 휘었다.

처음 그랬던 것처럼 꼭 사물에 닿아야만 휘는 것도 아니었다.

사슬이 휘는 건 말 그대로 불규칙.

사슬의 길이 역시도 용주가 인지하고 있던 것과 전혀 달랐다.

‘그럼 이건 어떨까?’

칼날을 고쳐 잡은 용주는 지면을 내리찍었다.

콰앙!

주변을 잠식하는 강렬한 폭발.

화염 속에서 땅굴 파기를 사용한 용주는 땅속으로 몸을 숨겼다.

팅!

폭발을 뚫고 내리꽂히는 첫 번째 일격.

다른 칼날들 역시 시간차를 두고 폭발을 덮쳤지만 어떤 공격도 성과를 내진 못했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냐? 이 살인마!”

흩뿌렸던 칼날들을 모두 거둔 기사는 용주가 사라진 곳으로 다가왔다.

흔적을 찾으려는 듯 땅을 훑는 기사.

왼쪽 옆구리까지 검을 당긴 용주는 폭발적으로 솟구쳐 올랐다.

“윽!”

새롭게 무장한 갑옷 탓인지 놈에겐 약점이라 할 만한 빛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베는 감각만은 확실하게 전해졌다.

폭발로 인한 반응도 확실한 게, 이전에 그 거대한 녀석을 상대할 때와는 전혀 달랐다.

‘약점은 없다. 다만 그게 무적을 의미하는 건 아니야. 아무리 굳센 바위도 한낱 물방울 앞에 부서지는 법.’

이게 용주가 내린 결론.

완벽하게 기습을 성공시킨 용주는 쉴 새 없이 적을 몰아붙였다.

붉은 연기 속에서 나타난 잊힌 자는 기사의 발목을 잡았고, 팔을 붙들었다.

치리링….

계속된 폭발 속에 마침내 기사의 손에 힘이 풀렸다.

폭발 수정은 힘을 다하고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하아…. 하아….”

용주의 호흡은 상당히 거칠어져 있었고, 전신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다른 건 모두 모두 같은 무기에 당한 상처였지만, 오른손의 상처는 그렇지 않았다.

이건 휘두르면서 생긴 상처.

역류한 힘에 의해 누적된 데미지였다.

“아우의 힘이 내게 있는데, 어째서.”

반쯤 부서진 흑기사의 투구 너머로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눈동자에 들어온 빛은 하나뿐.

왼쪽 광대뼈부터 이마까지의 부위가 부서지고 그을려 훼손되어 있었다.

“회복이라면 되지 않을 거다. 이쪽에서 미리 손을 써뒀으니까.”

용주가 찢긴 부적을 가리켰다.

대부분 불타 사라졌지만, 1/4에 해당하는 정도는 아직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교활한 녀석….”

그의 눈에 담긴 보랏빛이 빠르게 희미해져 갔다.

“그래도 마지막은 함께구나. 무능한 형을 용서해라, 동생아.”

빛이 꺼진 그의 눈동자에 약점을 표시해주는 하얀빛이 보였다.

크고 선명한 빛을 꿰뚫는 용주의 칼날.

밝은 빛 속에 그 역시도 끝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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