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닉네임 좀비헌터-155화 (155/357)

155화

▷ ‘???’의 비법 와인

- 특유의 달콤한 향이 있어 다른 냄새를 모두 가린다고 알려진 와인.

- 영혼 안개를 해제하고, 최대 HP를 100으로 되돌려준다.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한 용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잃어버린 HP의 최대치를 되돌려 받을 방법을 다행히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마셔, 마셔. 달라고 안 할 테니까. 딸꾹!”

“마음은 감사하다만, 조금만 더 이따 마시려고 한다.”

용주가 대답했다.

“나~? 안 마시는 거야?”

“그래. 네가 네 입으로 그러지 않았냐. 하나 남았다고.”

“나~ 몰?라. 딸꾹.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뭐, 됐다. 그런데 정말 맨입으로 받아도 되는 거냐?”

“나~ 미안하지만 안주는 똑 떨어졌어. 안주는 직접 구해 먹어야 해. 쥐도 괜찮고, 바퀴벌레도 괜찮을 거야.”

“…….”

또다시 시작된 와인 기사의 동문서답.

더 이상 깊게 묻지 않기로 한 용주는 와인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입수 기회가 보장되어 있지 않는 한 이걸 지금 마실 수는 없었다.

왕의 보좌관을 만나면 필연적으로 또 HP를 빨릴 게 분명했다.

이걸 사용하는 건 이 퀘스트가 끝난 다음.

더 이상 HP의 최대치를 잃지 않을 거란 확신이 생긴 다음이어야겠지.

“나~ 뭐야? 이따가 마신다더니, 벌써 다 마신 거야? 병까지 먹다니, 식성도 좋아라.”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와인에 와인 기사가 껄껄거리며 웃었다.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야 그런 결과가 도출되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용주는 이번에도 깊게 따지지 않기로 했다.

“히히히~ 냄새나는 보좌관은 왕이 있는 곳에서만 죽일 수 있어. 종을 쳐야 해, 종을.”

완전히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중얼거린 와인 기사는 다시 자리에 누워 버렸다.

드르렁거리며 코를 골기 시작한 와인 기사.

‘종이라고?’

용주는 그의 이야기를 천천히 되돌아보았다.

뜬금없는 타이밍에 나온 이야기였지만, 그렇다고 흘려들을 수는 없는 중요한 이야기였다.

‘종이란 게 어떤 종을 말하는 거지?’

한 손에 들어올 조그마한 크기의 종.

건물 사이즈의 커다란 종.

어느 쪽이든 지금까지 육안으로 확인한 건 없었다.

확실한 단서를 얻었다.

지금은 그 정도로 만족하는 수밖에.

성당의 외곽을 따라 걷던 용주는 한 입구 앞에 멈춰 섰다.

여러 곳에 자리한 다른 풍경들을 살피며 찾고 있던 게 있었다.

‘저건가….’

아까 얻었던 도면을 꺼낸 용주는 풍경과 도면을 같은 선상에 놓았다.

열리는 다리는 저 앞에 올라가 있었다.

▶ 새로운 룰이 적용되었습니다.

- 해당 지역에서 다음의 능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황금률. 공간 균열.

다음 목적지를 정한 용주의 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봉인되어 버린 두 가지 능력.

자세를 낮춘 용주는 바닥에 달라붙은 덩굴 일부를 뜯어냈다.

▷ 전부 두고 간다.

금은보화가 건널 자리는 없다.

보화가 자신을 구원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자는 이곳에 남아라.

영혼이 되어 다리를 건널 때엔 이미 늦었다는 것만 명심해라.

바닥엔 누군가 새겨 놓은 붉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계단을 내려온 용주의 앞에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다리는 양쪽 모두 위로 올라가 있었다.

‘아까 적혀 있던 그 상황에서 돈을 버리지 못한 이들인가.’

다리 근처엔 잊힌 자들이 있었다.

낡고 해지긴 했지만, 여기 있는 잊힌 자들이 입고 있는 옷들은 전체적으로 고급진 느낌이 드는 원단과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중세 시대로 치면, 귀족이나 왕족 혹은, 성직자 정도는 돼야 입을 만한 그런 옷들이었다.

발소리를 죽인 용주는 잊힌 자들에게 접근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금은보화 앞에서 잊힌 자들의 행동은 다양했다

금 동전을 던지며 기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보석이 장식된 왕관을 두고 서로 다투고 있는 이도 있었고.

주저앉아 강물에 보석을 던지고 있는 이도 있었다.

등 뒤에서 반짝이는 빛을 찌른 용주는 곧장 검을 뽑아냈다.

빛을 꿰뚫린 잊힌 자는 단 일격에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들어가는 데미지가 확실히 다른 것 같은데.’

달려드는 잊힌 자들을 맞이한 용주는 하나하나 녀석들을 쓰러뜨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교전에서 용주가 가장 중점에 둔 건 빛을 노리는 것이었다.

귀족풍의 옷을 입은 자들은 약점 한 방.

그들을 지키는 기사처럼 보이는 이들은 두 방 내지, 세 방이면 재가 되어 사라져 갔다.

주변을 정리한 용주는 물길로 다가갔다.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저 건너편에 요새가 하나 자리 잡고 있는 게 보였었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천해의 요새.

비교적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 요새가 용주가 생각한 다음 목적지였다.

‘그냥 헤엄쳐서 건너는 건 무리겠어.’

물가로 다가가자 엄청난 물소리에 귀가 멍해질 정도였다.

물길 곳곳에 소용돌이가 보였다.

리자드맨의 비늘이라도 있었다면 혹시 모를까, 맨몸으로 여길 들어가겠다는 건 현명한 선택지는 아니었다.

‘황금률이라도 쓸 수 있으면 편법이라도 써봤을 텐데.’

황금률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아예 새로운 다리를 놓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아니면 비행 생명체를 만들어서 하늘길로 건너는 방법 역시도 존재했다.

하지만 황금률은 현재 사용 불가 상태.

그런 편법은 사용할 수 없었다.

조금 뒤로 물러난 용주는 도면을 다시 살펴보았다.

작동을 위해선 동시에 두 개의 장치를 동시에 작동시켜야 했다.

‘좌측 언덕에 하나, 그리고 우측 언덕에 하나인가.’

용주는 당연 혼자였다.

몸을 두 개로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와인 기사의 도움을 받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긴 한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 얼굴은 역시 그 녀석이었다.

하지만.

‘될 리가 없지.’

용주는 금세 고개를 저어 버렸다.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 이상에야 그렇게 해줄 것 같지도 않았고.

설사 해준다 해도 딱히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럼 남은 방법은….’

인벤토리를 연 용주는 남아 있는 아이템들을 살펴보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유용할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석조 삼형제 소환서.’

족자를 펼친 용주는 아이템을 사용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솟아나는 연기.

“조각 미남 왔소이다!”

“환상 근육 왔소이다!”

“울끈불끈 마신 등장.”

“…….”

모습을 드러낸 세 드워프들의 첫 마디에 용주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째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드워프들의 기본적인 모습은 혹한의 산지에서 만났던 드워프들에게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다.

움직이는 조각상 같다 하면 얼추 비슷할 것이다.

수염이 없는 첫 번째 드워프는 셋 중 가장 반반한 외모를 가진 자였다.

아저씨 같은 느낌의 다른 두 사람과 달리 10대 후반, 20대 초반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등장과 동시에 다양한 육체미를 뽐내고 있는 두 번째 드워프는 셋 중 가장 힘이 좋을 것 같은 인물이었다.

상의는 어디 팔아먹었는지 입고 있지 않았다.

스스로를 마신이라 지칭한 세 번째 드워프는 셋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울.끈.불.끈. 이란 4글자에 맞춰 움직이는 가슴근육.

한 올 한 올 가지런하게 땋은 수염.

거기에 수염이랑 똑같이 생긴 장식을 하고 있는 투구까지.

좋게 말하면 개성이 또렷하다고도 할 수 있는 세 사람의 모습이었지만, 용주는 그걸 좋게 생각해 줄 마음이 없었다.

눈앞에 있는 세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저흰 뭘 하면 되는지, 제 아름다운 머슬들이 묻고 있습니다.”

“대출 이자 32년 할부도 되니까. 말만 해라.”

“…….”

그들의 두 번째 마디에 용주는 작은 한숨을 삼켰다.

그나마 자신들의 목적이 뭔지는 확실히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 일단 이름부터 정리하고 가려고 하는데.”

“네! 조각 미남이라 불러 주십시오!”

“환상 근육입니다!”

“울끈불끈 마신 여기 강림.”

용주의 물음에 돌아온 세 개의 답변.

처음 들었던 이야기의 재방송에 용주는 미간을 짚었다.

“그게 이름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네! 그렇습니다!”

“이름을 물으시기에 환상 근육을 환상 근육이라고 소개했습니다만, 어디 잘못되기라도 한 겁니까?”

“울끈불끈 마신. 불끈불끈 마신 아니니 자매품에 주의하도록.”

“…….”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진담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농담이라 믿고 싶지만, 그게 맞는 길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름 가지고 뭐라 평가할 마음은 딱히 없지만….

그래도 이건 좀….

“미안하지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은데.”

“네! 말씀만 하십시오!”

“뭘 하면 됩니까? 채집. 전투, 요리, 매복, 포즈까지 뭐든 다 좋습니다.”

“보증 빼고 다 가능하다. 아! 다는 아닐지도….”

한마디 말마다 돌아오는 세 개의 목소리.

“이름… 그냥 내가 부르기 쉽게 불러도 되겠냐?”

용주의 물음에 세 드워프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돌아온 공통된 대답은 YES.

용주는 한 사람씩 드워프들을 가리켰다.

“고맙다. 그럼 이쪽에서부터 조, 환, 울 그렇게 부르도록 하지.”

세 사람의 앞글자만을 딴 용주는 그들을 그렇게 지칭하기로 했다.

거기서 만났던 드워프들의 기억나는 이름은 ‘라’.

외자였던 그 형태를 따 급조한 것이었는데, 다행히 부르기가 한결 편해졌다.

드워프들도 딱히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았고 말이다.

“저흰 뭘 하면 됩니까?”

셋 중 그나마 제일 정상처럼 보이는 조가 물었다.

“저 다리를 내릴 생각이다. 반대편에 용무가 있어서 말이야.”

“부숴서 내리면 되는 겁니까? 힘이라면 자신…!”

“아니. 그러지 마. 제발.”

단단한 육체미를 강조하는 환의 말을 가로챈 용주.

정말 100%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 * *

오른편 언덕에 도착한 용주는 멈추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툭!

그를 아는지 모르는지 용주의 손바닥에 주먹을 부딪치는 울.

그의 행동에 다른 두 드워프들 역시 주먹을 부딪쳐 왔다.

‘문화랑 생각이 다를 수 있지. 그래. 그럴 수 있는 거야.’

스스로 자신을 타이른 용주는 옆쪽에 있는 비석을 바라보았다.

넓은 평원 한복판엔 다리를 내릴 첫 번째 장치가 있었다.

그냥 가면 될 것처럼 생겼지만, 그냥 가면 안 됐다.

만약 그랬다간….

“저기 장치가 보입니다. 그냥 가면….”

앞으로 나가려는 환.

그를 붙잡은 용주는 거세게 그를 끌어당겼다.

“왜 그러십니까?”

“잘 봐라.”

돌 하나를 주운 용주가 평지에 돌을 던졌다.

콰직! 콰지지직!

그와 동시에 솟아나는 강철의 가시들.

날카롭게 솟아났던 가시들은 빠르게 지면 아래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어휴~ 끔찍해라. 눈 뜨곤 못 보겠네. 사건 현장은 이게 힘들다니까.”

송송 구멍이 뚫려 버린 돌의 모습에 울이 눈을 가렸다.

“이, 이건…!”

“아무나 그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진 않았다는 거다.”

장치는 그렇게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진 않았다.

하지만 그 장치까지 접근하는 건 그것과는 별개의 이야기였다.

도면엔 두 장치에 설치된 함정에 대한 것도 같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게 없었다면, 필연적으로 피를 봤었을 테지.

“그럼 어떻게 해야 저기까지 갈 수 있는 겁니까?”

“함정이 없는 진짜 길이 있다. 거기만 밟으면서 이동하면 문제 될 건 없어.”

용주가 비석에 손을 올렸다.

지이잉~.

그 순간 나타나기 시작한 원형의 빛.

한 지점에서부터 시작된 빛은 하나씩 개수가 늘어났다.

원과 원이 이어지며 선이 되었고, 선은 길이 되었다.

“빛! 저걸 따라가면 되는 거군요!”

용기를 낸 조가 첫 번째 빛에 발을 올렸다.

“아니!”

그 순간 사라져 버린 빛의 길.

남아 있는 빛은 그가 밟고 있는 하나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후후후.”

당황한 조를 보며 웃어 보이는 울.

“간단간단. 없어졌으면 또 작동시키면 그만인 것을. 마신의 힘으로 숨겨진 진실을 다시 드러내겠다.”

자신감을 표한 울이 용주가 했던 그대로를 흉내 냈다.

빛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안 나오는데?”

“아야얏! 갑자기 배가! 배가 아파서 말을 잘 못 하겠네! 이렇게 원통할 수가!”

배를 움켜쥔 울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싸구려 슬랩스틱 코미디를 지켜보던 용주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치는 하나라도 빛이 들어오면 꺼지기 전까진 안내를 해주지 않는 구조.

오픈북 시험으론 통과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먼저 가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용주.

조의 옆을 지난 용주는 가시 함정이 가득한 평야를 걷기 시작했다.

용주의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하나씩 켜지는 불빛.

장치가 있는 곳에 도착한 용주는 뒤를 돌아보았다.

한 점 한 점 들어온 빛은.

다시금 온전한 길이 되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