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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140화 (140/357)

140화

▶ 재앙의 씨앗이 당신의 피와 양분을 맛보았습니다.

상처에 심어진 재앙의 씨앗.

상처를 비집고 솟아오른 작은 촉수들이 용주의 어깨를 휘어감았다.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는 촉수들.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확인한 용주는 검을 다시 오른쪽으로 넘겼다.

▷ ‘고대 재앙의 가호’ 가 느껴집니다.

: 모든 능력치가 200 상승합니다.

: 받는 피해가 99% 감소합니다.

: 모든 공격이 공간을 베며 퍼져 나갑니다.

: 모든 스킬의 소모값이 0이 됩니다.

: ‘균열의 저주’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발동한 재앙의 힘.

리자드맨을 향했던 효과들이 사라졌을 뿐.

나머지 효과들은 검은 태양의 제단에서 고대의 재앙이 보여줬던 것과 동일한 것들이었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스팀팩을 한 번 더 사용한 용주는 폭발적으로 속도를 높였다.

“뭐야?”

갑작스럽게 빨라진 용주의 속도.

페일노트로 다시 무기를 바꾼 프라이드는 활시위를 당겼다.

일직선으로 사출된 붉은 혜성.

수십 가닥으로 갈라진 혜성은 광범위한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것들을 빠르게 추려낸 용주는 점멸을 사용했다.

“뭐야뭐야뭐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용주의 모습.

좌우로 방향을 틀기는커녕 직선으로 모든 것을 관통하며 질주하는 용주의 모습에 프라이드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저 녀석.

조금 전까지와는 움직임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는가.

“원인은 역시 그 촉수인가?! 신기한데?”

맞부딪치는 힘과 힘.

“윽!”

힘에서 밀린 프라이드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엄청난 속도로 따라붙는 용주.

지워지듯 사라진 용주는 프라이드의 뒤를 잡았다.

내지른 용주의 손톱을 막아선 프라이드의 얼굴엔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분명 막았을 텐데.’

자신의 피를 핥는 프라이드.

공방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점점 더 확실해졌다.

이 녀석, 움직임만이 아니라 힘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해 있었다.

게다가 이 녀석의 공격은 칼날이나 손톱같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놈의 공격은 파동처럼 확산하고 있었다.

“하이하잖아! 최고로 하이해!!”

하늘 높이 뛰어오른 프라이드가 양손에 있던 무기를 버렸다.

“트랜스 폼 - 묠니르!”

또 다시 생겨나는 새로운 무기.

양손으로 해머를 움켜쥔 프라이드는 전속력으로 용주를 내리찍었다.

콰앙!

충격과 동시에 빗발치는 번개.

프라이드의 번개는 분명 용주를 정통으로 관통했다.

하지만 용주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 프라이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피해 감소 효과는 놈의 공격을 완벽하게 무력화해 버렸다.

‘인스네어.’

광범위한 영역을 집어삼킨 초록 가스.

공간을 가른 용주의 질주는 서윤에게로 향했다.

“이봐, 그건 반칙이야.”

그런 용주의 머리를 강타하는 프라이드의 묠니르.

프라이드에게 되돌아가던 묠니르는 한 자루의 검과 장창으로 모습을 변화했다.

“구하고 싶으면 나부터 어떻게 하라고.”

모랄타크를 휘두르는 프라이드.

용주는 피하기보단 공격을 택했다.

촤악!

검신을 따라 흩뿌려지는 붉은 피.

피부를 타고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에 용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충고해주면, 그런 식으로 싸우다간 머지않아 죽을 거야. 이 모랄타크 앞에서 스킬로 방어하겠단 생각은 집어치우는 게 좋다고.”

점멸로 거리를 벌린 용주는 상처 부위를 짚었다.

99% 피해감소 효과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처는 크고 깊었다.

‘그런 기능이 있었던 거냐.’

녀석이 가장 기본 베이스로 삼던 무기.

다른 것들에 비해 그렇게 강한 인상을 풍기는 무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평범한 무기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된 이상 작전을 변경하는….

<크르르.>

그때.

용주의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전하고 있는가 보군.>

이윽고 들려오는 목소리.

용주의 어깨를 잠식한 촉수들이 순식간에 용주의 왼팔을 잠식해 나갔다.

“너는….”

용주는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고대의 재앙.

귀가 아닌 머리를 울리는 이 소리는 분명 녀석의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용주가 마른침을 삼켰다.

용주의 목소리에서 당혹스러움이 여실히 느껴졌다.

녀석은 분명 퀘스트 게이트 안에 머무는 존재였다.

그것도 제단 안에 봉인되어 있는 존재.

그런 녀석이 어떻게….

<다 네 덕분이지.>

“뭐라고?”

<크르르. 이야기는 나중에. 일단은 내가 좀 거들어 주도록 하지.>

꿈틀거리며 움직이던 촉수가 지면에 뿌리를 내렸다.

그 순간, 용솟음치는 거대한 촉수들.

날뛰는 촉수들은 인스네어를 가장 먼저 파괴해 버렸다.

“호오?”

쏟아지는 공격을 피하던 프라이드는 촉수 하나를 베어 냈다.

잘려 나간 촉수의 경계면을 따라 자라난 수십 가닥의 작은 촉수들은 프라이드를 붙잡으려 하고 있었다.

“양파처럼 까도 까도 계속 신기한 게 나오잖아?”

혀를 날름거린 프라이드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렸다.

그런 프라이드를 덮치는 두 개의 촉수.

좌우를 두리번거린 프라이드는 아래쪽으로 뛰어내렸다.

뒤틀린 차원에서 튀어나온 촉수들은 사방에서 그를 위협하고 있었다.

“무슨 속셈이냐?”

점점 더 잠식의 범위를 넓혀 나가는 고대의 재앙.

왼팔을 잠식당한 용주는 촉수를 잘라 내려 했지만, 잘라 낼 수 없었다.

촉수들은 완강히 용주를 거부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갈망하던 걸 실현할 생각이다.>

“갈망하던 거라고?”

<너에게 나의 일부를 나눠주는 순간부터 난 이 날을 고대해왔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자유, 새로운 유희, 그리고 새로운 힘,>

“…….”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놀랐나보군. 그렇겠지.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으니까.>

용주의 침묵에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부터 이럴 속셈이었던 거냐?”

<말했었지. 그자와 넌 닮았다고. 난 그자가 나와 같이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넌 그자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었다. 그때 난 생각했지. 네 기억 속엔 그자가, 나와 내 기억을 찢은 그 포식자가 있을 거라고. 널 따라가면 그자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용주의 목을 타고 오른 촉수가 용주의 얼굴 일부를 잠식했다.

<하지만 찾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포식자인 녀석을 포식하기 위해선 내가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지. 그렇기에 선택한 게 바로 너다. 너를 흡수하는 것으로 내가 갈망하던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거다.>

“벌써 다 이룬 것처럼 말하는군.”

<너의 피와 양분으로 난 이 세계에 현신했다. 너무 늦었어. 네가 할 수 있는 건 이대로 내 일부가 되는 것뿐이다.>

점점 더 잠식되어 가는 용주의 얼굴.

조금씩 사라지던 왼팔의 감각은 이제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편히 잠들어라. 너의 생각과 기억은 나와 함께할 테니.>

용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왼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음을 직감한 용주는 결단을 내렸다.

왼쪽 겨드랑이 아래를 지나는 차갑고 서늘한 감각.

이를 악문 용주는 생각을 실현에 옮겼다.

촤악!!

흩뿌려지는 붉은 핏줄기.

“하아… 하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용주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잠식되었던 왼팔은.

저 앞에 떨어져 있었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팔을 타고 흐르는 엄청난 양의 출혈은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한 건지 똑똑히 말해주고 있었다.

“베어 냈다고.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촉수에 잠식된 왼팔 아래 빛의 호수가 나타났다.

용주의 팔을 감싼 촉수에서 자라난 수십 개의 입은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고 있었다.

“방법은 없다. 너는 오늘 내 것이 될 것이다.”

호수로 빨려들어 간 용주의 왼팔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넘실거리며 흘러넘치는 빛망울.

강렬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나타난 건 다름 아닌 고대의 재앙이었다.

“내가 풀려났다. 묵도하라. 전율하라. 그리고 맞이해라. 나의 유희들아.”

프라이드를 공격하던 촉수들이 일제히 용주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젠장….’

이를 악문 용주는 날뛰는 촉수들을 피하는 데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설마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이야.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이건….

‘생각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라고.’

머리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 핑 도는 시야.

‘하필….’

스팀팩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었다.

잠깐의 실수가 목숨을 좌지우지할 바로 이 순간에.

‘이렇게 되면….’

떠오르는 방법이 2개 있었다.

하나는 사후 강직으로 공격을 버티는 방법.

다른 하나는….

‘지금 안 하면 점점 더 힘들어질뿐이야.’

HP의 15%.

결코 적지 않은 양의 HP를 지불한 용주는 한 번 더 스팀팩을 사용했다.

약물 부작용을 약물로 덮는다.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해선 안 되는 짓이었다.

하지만 할 수밖에 없었다.

고대의 재앙도.

프라이드도.

적당히 해서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뭐야? 이젠 하다 하다 삼파전으로 가는 거야?”

거침없이 촉수들을 베어낸 프라이드가 용주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맞받아치는 용주의 입엔 방금 막 뜯겨 꿈틀거리는 촉수가 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완전 초 하이하잖아?! 아하하핫!!”

몰아치는 프라이드의 공격.

타이밍을 재던 용주는 공간 균열의 반지를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랬었지.’

사용할 수 없었다.

왼손과 함께 공간 균열의 반지 또한 도려져 나가고 없었다.

‘큭…!’

용주의 어깨를 베어 내는 프라이드의 일격.

용주의 옆구리에 장창을 찔러 넣은 프라이드는 용주를 집어 던졌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에게로 떨어지는 촉수들은 난폭하게 주변을 휩쓸고 있었다.

‘이대로는….’

HP가 점점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스팀팩의 효과를 받고 있음에도 온 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왼팔의 빈자리가 허점이 되어 숨통을 조여왔다.

<포기해>

그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울림이 일었다.

고대의 재앙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정답은 알고 있잖아.>

이건.

<하나가 되는 거야.>

자신의 목소리였다.

‘이건 또 무슨 장난이지?’

연기처럼 나타난 자신의 모습.

<저 힘에 하나가 되면 이길 수 있어.>

“닥쳐.”

<힘이 필요했던 거잖아. 끝을 봐. 고대의 힘이 얼마나 굉장한진 네가 가장 잘 알잖아.>

“닥치라고!”

왼손을 내미는 자신을 베어 내는 용주.

그 모습이 연기처럼 흩어진 자리에 있는 건 재앙의 촉수였다.

“환각에 환청…. 귀찮은 짓까지 벌여주는군.”

“그거 나보고 한 말이야?”

숨 돌릴 틈도 없이 끼어든 프라이드의 일격.

프라이드의 공격에 용주의 표정이 고통에 일그러졌다.

놈의 창이 잘린 왼팔의 상처를 스치며 지나갔다.

‘회복량을 더 늘려야 해. 피해량을 줄일 수 없다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어.’

부패하며 뜯겨 나가는 용주의 피부.

물어뜯기를 중첩해 사용한 용주는 세 번째 중첩을 쌓아 갔다.

두근!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가는 부패.

세 번째 중첩을 사용한 용주는 끓어오르는 강렬한 충동에 치를 떨었다.

피에 대한 갈망.

살육에 대한 허기.

그런 것들이 이성의 영역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지금까지 느껴왔던 충동과는 격이 다른 충동.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아직이야. 아직…. 더 할 수 있어.’

스스로를 거칠게 몰아세우는 용주.

이 상처로.

이 상태로.

두 녀석을 모두 상대하려면 이 정도론 부족했다.

극한에 극한까지.

할 수 있는 마지막 수까지 꺼내야만 했다.

‘물어뜯기!’

각오를 다진 용주는 네 번째 중첩을 쌓았다.

고통스러운 듯 비틀거리는 용주의 눈동자는 극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뺨을 지나 귀를 향하는 부패.

용주의 얼굴은 더 이상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치링…!

용주의 손에서 떨어진 검이 땅을 굴렀다.

“또 뭔가 보여주려는 거야? 기대해도 돼?”

용주의 변화를 감지한 프라이드가 기대와 여유를 표했다.

그 순간.

쉬익!

용주가 선제공격에 나섰다.

동물과 같은 반응 속도를 보이는 용주.

프라이드의 눈앞에서 용주의 손톱이 번뜩였다.

‘빨라!’

백발을 물들이는 붉은빛.

이마를 찢긴 프라이드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세 발로 지면을 긁은 용주는 맹수처럼 따라붙고 있었다.

“뭐야! 뭐야뭐야뭐야!!”

미소 띤 프라이드가 외쳤다.

손톱과 이빨.

놈이 그걸 무기로 삼고 있단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녀석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카각…. 카가각!!”

부패한 피부와 짐승의 눈을 하고 괴상하게 그르렁거리는 인간.

이걸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불러도 좋을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녀석에게서 인간의 것이 아닌 냄새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건.

언노운(unknown).

뭐라고 규정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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