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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60화 (60/357)

60화

“근데 오빠…. 아까 그거 뭐였어요?”

검을 집어넣은 예나가 물었다.

용주가 휘둘렀던 붉은 손톱.

그건 지금은 다시 사라지고 없었다.

“맞아! 저도 궁금했었어요!”

주원이 눈을 반짝였다.

워낙 상황이 급박했던지라 타이밍을 놓쳤지만, 자기도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인데?”

용주가 예나의 칼집을 바라보았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예나의 검은 검집을 알아서 찾아 들어갔다.

“아! 맞아! 나도 물어보고 싶었다고! 그 검. 어떻게 한 거야? 하늘을 나는 검이라니! 완전 멋지다고!”

고개를 돌린 주원이 곧장 한마디를 거들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놓쳤던 물음이었다.

“아~ 이거요? 제가 먼저 물은 것 같긴 한데, 뭐 어쩔 수 없죠.”

예나가 칼집 위에서 손을 움직여 보였다.

검은 딱 손이 가리키는 만큼만 나와 있었다.

“스킬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스킬은 아니에요. 그냥 검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케이스죠.”

“검에 능력이?”

주원이 물었다.

“꽤 높은 등급의 언노운한테서 나온 물건이라고 들었어요. 이건 집사한테 받은 제 생일선물이고요.”

“집사라고?! 아니, 그보다 집사가 어떻게 그런 걸 선물로 준 거래?! 대체 돈을 얼마나 받길래?!”

연속으로 세 번 놀란 주원이 물었다.

그런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검이라면 부르는 게 값이었을 게 분명했다.

어지간히 큰돈을 받고 일하는 게 아닌 이상에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선물이었을 텐데….

“돈은 한 푼도 안 들었다고 그랬어요.”

“음… 그래? 집사님이란 사람, 엄청 친절한 사람이네.”

주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에 대해 아는 바는 별로 없지만, 착한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인 모양이었다.

“거짓말은 아니었을걸요?”

주원의 의도를 파악한 예나가 눈썹을 들썩였다.

“집사가 직접 구해 온 거라고 그랬었어요. 산 게 아니라고.”

“직접 구해와? 아니, 잠깐만! 그 말은… 집사가… 헌터?!”

주원이 놀란 눈동자를 깜빡였다.

헌터가 집사 일을 한다니.

들어본 적 없었다.

게다가 저런 검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상위 등급의 헌터라는 소리지 않은가.

“응? 왜요? 이상한가요?”

“아니…. 이상한 건 아니긴 한데, 신기해서. ‘우리 집 집사는 헌터!’. 마치 아가씨랑 꽃미남 집사가 나오는 소설 제목 같잖아.”

“오빠는 상상력도 풍부하네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예나가 검을 집어넣었다.

“그럼 이번에는 오빠 차례네요. 아까 뭐였어요? 역시… 스킬?”

웃는 얼굴의 예나가 물었다.

좋은 눈을 하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이건 또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이었다.

스킬을 사용하는 E급 헌터.

이건 확실히 귀했다.

“그래.”

두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용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밀히 따지면 헌터들의 스킬과는 가닥이 조금 달랐지만, 뭐 상관없지 않은가.

“우와~ 영창도 없이 사용하는 스킬이라니! 그건 의료 헌터들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눈을 동그랗게 뜬 주원이 호기심을 표했다.

침묵으로 답한 용주는 아까 보다만 사무실 쪽으로 이동했다.

아직 내부를 다 확인하지 못했었다.

“좀비…. 앞으로도 계속 나올까요?”

주원이 물었다.

용주는 책상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있는 판자랑 못은 다 써버렸는데, 걱정이네요. 망치도 이 모양이 돼버렸고요.”

주원이 망치와 손잡이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오빠, 손은 좀 괜찮아요?”

뒤따라온 예나가 물었다.

다른 것들에 묻히는 바람에 물어본다는 걸 깜빡한 물음이었다.

“아~ 보시다시피 멀쩡! 아무 문제 없다고.”

“그렇다고 하기엔 좀 많이 까졌는데요?”

예나가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망치질을 했던 손이나 못을 잡았던 손이나.

만신창이긴 마찬가지였다.

“아하핫! 뭐 이 정도쯤이야. 침 좀 바르면 금방 나아.”

“참 금방도 낫겠어요. 오빠 침이 무슨 성수라도 되나 봐요?”

예나가 꿍한 반응을 보였다.

“응? 오빠! 근데 그건 뭐예요?”

주원의 손을 살피던 예나가 물었다.

“그거라니, 뭐?”

“오빠 손에 그거 말이에요. 그거.”

“아~ 망치 손잡이잖아. 이거. 아까 사고 쳤었던.”

“아니. 그건 아는데, 그 안에 든 거 말이에요.”

“안에?”

주원이 손잡이 안쪽을 바라보았다.

망치 몸통이 들어가 있던 홈에 무언가 있었다.

“뭐지, 이게?”

주원이 안쪽에 든 걸 끄집어냈다.

손잡이 안에 들어 있던 건 다름 아닌 열쇠였다.

“열쇠? 이게 왜 여기에….”

“막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지 않을까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니?”

“좀비 시체를 찾고 나서 좀비들이 습격해 왔잖아요. 그거처럼 일정 사건을 기점으로 트리거가 작동했다고 생각하면 좀 쉬워지잖아요?”

“트리거…. 또 아까 어려웠던 그거구나.”

주원이 목덜미를 긁적였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그냥 퍼즐을 맞춰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

서랍을 다 뒤진 용주가 이야기했다.

“퍼즐이요?”

“그래. 그리고 사건이 전개된다는 건 우리가 정답을 제대로 쫓아가고 있다는 소리지.”

용주가 발견한 두루마리 한 장을 펼쳐 보였다.

상당히 오래돼 눅눅한 냄새가 나는 누런 종이었다.

“그러니까… 좀비가 나온 것도, 망치가 빠진 것도 다 계획된 사건이었고, 우린 그 수순을 밟았을 뿐인 거고, 그럼 우리가 하는 건 다 짜인 각본이고… 좀비는 살아있지만, 죽어 있고…. 어…어….”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주원이 비틀거렸다.

머리가 빙빙 도는 것만 같았다.

“그쪽은 어때요? 뭐 발견한 것 좀 있어요, 오빠?”

용주를 올려다본 예나가 물었다.

“글쎄…. 경찰서가 되기 전에 여기가 박물관이었단 거 정도?”

“박물관?”

“그래.”

용주가 발견한 종이를 보였다.

종이에는 건물의 대략적인 설계도가 기록되어 있었다.

지금 사무실로 사용되는 이 장소에는 ‘물품 비치실 1’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박물관을 개조해 경찰서로 사용하다니, 참 이상한 설정이네요.”

“동감이다.”

설계도를 예나에게 맡긴 용주는 주원에게 다가갔다.

“그거 잠깐만 볼 수 있을까?”

“아! 여기요.”

열쇠를 건네받은 용주는 열쇠를 살펴보았다.

열쇠에는 한 가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옆을 바라보는 까마귀의 모습이.

“왜요, 오빠? 뭐라도 있어요?”

“이 문양…. 보고 생각나는 부분 없나?”

용주가 열쇠를 보였다.

“문양?”

예나가 열쇠를 살폈다.

저기 그려져 있는 까마귀 문양.

저건 분명 설계도에도 그려져 있는 문양이었다.

“글쎄요. 그렇게 말해도 전 잘 모르겠는데요.”

표정을 숨긴 예나가 능청을 떨었다.

“제가! 제가 한번 맞춰볼래요!”

손을 번쩍 든 주원이 자신감을 표했다.

“음…. 흐음…! 아!”

진득하니 고민하던 주원이 손 방아를 찧었다.

“이 까마귀! 부리가 짧아요! 원래 까마귀는 이것보다 길다고요!”

“…….”

“…….”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찬바람이 스쳤다.

“열쇠에 그려진 이 그림은 일종의 마크다. 어느 열쇠가 어느 문을 따기 위한 것인지 표시되어 있는 것이지.”

머리를 긁적인 용주가 이야기했다.

잠깐이지만, 시간을 줬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

“마크?”

“그래. 우리가 가진 건 까마귀 문양의 열쇠. 그리고 그 마크가 그려진 가장 가까운 곳은….”

“이 바로 옆방이네요.”

예나가 대답했다.

설계도엔 그렇게 표시되어 있었다.

“옆방? 복도 중앙에 있던 그 방?”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렇죠, 오빠?”

“오! 그거 잘됐네요! 바로 시험해보죠!”

열쇠를 챙긴 주원이 곧장 뛰쳐나갔다.

용주와 예나는 곧장 뒤를 쫓았다.

가장 먼저 도착한 주원은 손잡이를 돌리고 있었다.

“어때요, 오빠?”

“안 열려.”

“에? 진짜?”

“잠긴 건 풀렸는데, 안쪽에서 뭔가 막고 있어. 꽤 묵직한데.”

주원이 살짝 열린 문틈을 바라보았다.

바닥에는 책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책장으로 보이는 가구가 비스듬하게 입구를 막고 있었다.

“열리지 않으면, 열리게 만들어야지.”

문으로 다가간 용주가 어깨를 부딪혔다.

주원은 곧장 용주를 도왔다.

두 사람이 부딪힐 때마다 큰 소리가 났고, 실금만큼 열려 있던 문은 어깨를 욱여넣을 수 있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이 정도면 들어갈 수 있겠는데요.”

주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용주가 가장 먼저 안으로 진입했다.

주원은 곧장 용주를 따랐다.

그리고.

“용주 형, 저거 혹시….”

안쪽에서 무언가를 마주한 주원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왜요? 뭔 일인데 그래요?”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온 예나가 물었다.

“안 돼! 보면 안 된다고!”

거칠게 소리친 주원은 예나의 두 눈을 가렸다.

“응? 왜요?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이에요?”

예나가 물었다.

“그냥 조금만 눈 감고 있어. 금방 알려줄 테니까.”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 마라. 어차피 가짜니까.”

용주가 이야기했다.

“알아요. 안다고요. 그래도 저건 안 돼요.”

“아니, 그러니까 뭔데 그래요?”

호기심이 생긴 예나가 손을 뿌리쳤다.

예나의 눈동자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주원의 금발 머리.

그다음에 들어온 건 박제되어 있는 곰과 사자 등이었다.

예나의 시선은 좀 더 먼 곳으로 향했다.

자신을 향한 용주의 시선 너머로 보이는 것은 둥둥 떠 있는 누군가의 다리였다.

‘다리?’

예나의 시선이 다리를 따라 올라갔다.

그곳에는 경찰복을 입은 한 사람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목을 매달아 죽어 있었다.

“그러니까 보지 말래도….”

‘음~ 그런 의미였나 보네.’

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망하는 주원의 눈빛이 어떤 의미인지 이젠 알 것 같았다.

“괜찮아요. 저 이래 보여도 명색이 헌터니까. 만들어진 가짜에 흔들릴 만큼 어설프진 않다고요.”

예나가 당돌하게 이야기했다.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그보다 다른 단서부터 찾아봐요. 열쇠를 사용한 곳이니 분명 뭐가 있을 거예요.”

예나라고 아예 놀라지 않은 건 아니었다.

현장이 워낙 리얼하게 구성되었으니 말이다.

특히 저 시신의 표정.

죽은 눈동자에 어떻게 저런 공포감이 실려 있는지.

리얼해도 너무 리얼하지 않은가.

“역시 자살한 건가요?”

용주에게 다가간 예나가 물었다.

“그렇게 보는 게 맞겠지. 마지막에 밟았을 의자도 저기 넘어져 있으니까.”

시신에 다가간 용주는 두 다리를 가볍게 감싸 안았다.

“이 사람도 움직일까요? 아까 그 좀비들처럼.”

“아마 그러진 않을 거다. 변할 거였다면, 이미 변해 있었겠지.”

용주의 눈빛을 캐치한 예나는 검을 뽑아 들었다.

허공을 가른 검은 시신을 묶고 있던 줄을 끊어냈다.

시신을 받은 용주는 시신을 바르게 뉘었다.

“그래도 눈 정도는 감겨 주자고요.”

방탄조끼를 비롯한 시신의 여기저기를 살피고 있는 용주에게 다가온 주원이 눈을 감겨 주었다.

가짜란 걸 알아도,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시신을 뒤진 용주가 찾아낸 건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경찰수첩.

다른 하나는 찢어진 종이 두 장.

나머지 하나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동그란 석판이었다.

가장 먼저 경찰수첩을 살핀 용주는 수첩을 덮었다.

이자의 이름이 ‘맥윈 예커’라는 것 정도 말고는 별다른 단서는 없었다.

용주는 곧장 두 장의 쪽지를 확인했다.

[물도, 식량도 없다.

창밖을 두드리는 공포에 난 더 이상 살아갈 용기가 없다.

그게 마지막 탄약인 줄 알았다면, 녀석이 아닌 내 머리를 날릴 걸 그랬다.

위층에서 알 수 없는 발소리가 들린다.

단화가 뚜벅대는 소리가 계속해서 날 따라온다.

훗날 누군가 날 발견한다면, 화장해 뿌려주길 바란다.]

‘꽤 디테일하게 설정해 놓았군.’

첫 번째 쪽지에는 유서가 적혀 있었다.

컴퓨터 글자가 아닌 자필로 쓴 글자였다.

용주는 두 번째 쪽지를 펼쳤다.

쪽지에는 크기만 다른 네 가지 바이올린이 그려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용주는 석판을 살펴보았다.

한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반질거리게 처리되어 있다는 점 말고는 딱히 특이점이 보이진 않았다.

“뭐라도 찾았어요, 오빠?”

다른 곳을 살피던 예나가 물었다.

주원은 왼쪽에 있는 작은 방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래.”

용주가 발견한 것들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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