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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51화 (51/357)

51화

건물 내부로 들어선 용주는 위에서부터 적들을 정리해가기 시작했다.

상층부에 배치된 적들의 수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인원은 입구를 방어하기 위해 움직인 뒤였다.

복도 끝 창에 세 마리의 브로가 엄폐하고 있는 게 보였다.

브로들의 시선은 오로지 창밖을 향해 있었다.

뒤에서 접근한 용주는 한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프라이팬의 청량한 소리에 활시위를 당기던 브로는 창밖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깜짝 놀란 두 브로는 활시위를 돌렸다.

하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자비 없는 프라이팬질에 나가떨어진 두 녀석은 아이템만을 남겨놓고 사라져 버렸다.

‘꽤 좋은 무기를 쓰고 있었군.’

활을 이어받은 용주는 함께 얻은 불화살을 당겼다.

적들을 하나하나 정밀 조준할 생각은 없었다.

용주가 노리는 건 그냥 숲 자체.

몸을 숨길 곳이 줄어들면 전투는 더욱 격화될 것이다.

두 개의 층을 더 정리해가던 용주의 귀에 발소리가 들려왔다.

급하게 계단을 올라오는 발굽 소리.

아무래도 위에서 생긴 이상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올라오던 발소리는 층을 사이에 두고 분리되었다.

일부는 멈췄고, 일부는 계단을 타고 더 올라갔다.

“찾아라! 분명 멀리 가지 못했을 거다.”

조금 전에 얻은 화염병과 연막탄을 마저 던진 용주는 방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창을 통해 옆방으로 숨어들었다.

“여기 잠긴 방이 있습니다!”

“그래! 거기다! 당장 문을 부수자!”

용주와 같은 층에 머문 브로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때를 놓치지 않은 용주는 놈들의 뒤를 덮쳤다.

브로의 숫자는 총 넷.

문 바깥을 지키던 두 마리를 우선적으로 처리한 용주는 안쪽으로 들어간 두 마리를 마저 처리했다.

브로들에게서 나온 아이템 중 일부를 회수한 용주는 계단 쪽으로 달렸다.

용주의 손에 있는 건 병에 담긴 기름.

기름을 뿌리며 아래층까지 내려온 용주는 곧장 불을 놓았다.

불은 삽시간에 위쪽으로 번져 나가고 있었다.

쾅! 콰광!!

다음 층으로 내려온 용주의 귀에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뭐지?’

폭발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연쇄적이고 불규칙적으로 터지는 폭발음.

프라이팬을 휘두르던 용주는 곧장 창으로 다가갔다.

소리는 저 바깥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저택의 입구에선 두 마리의 브로가 치열한 일대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 마리는 아까 봤던 붉은 갈기의 브로.

그를 상대하고 있는 건 황색 대검을 휘두르는 브로였다.

대검이 부딪칠 때마다 폭발이 일었다.

아무래도 특별한 성능을 가진 무기인 모양이다.

‘한쪽은 이쪽 저택을 지키고 있던 자들의 리더인가 보군.’

둘의 실력은 용호상박이었다.

두 사람을 향한 공격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코도가 돌진해오기도 하고, 화염병 같은 투척 무기가 연달아 날아오기도 했다.

각종 무기로 무장한 개인이나 무리가 쉬지 않고 달려들었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무리가 다른 자들보다 압도적 우위에 설 수 있는 역전의 기회.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두 사람을 쓰러뜨리고 그들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대적할 수 있는 이는 아마 없을 거라고 보고 있을 것이다.

‘기다리느냐 개입하느냐…. 또 한 번의 분기점인가?’

사방에서 침투한 적들은 이제 저택 내부로 전장을 가져오고 있었다.

지키던 자들과 침입한 자들.

침입한 자들과 침입한 자들의 전투가 계속되었다.

‘아니, 해야 할 일에 변함은 없어.’

인벤토리를 연 용주는 한 가지 아이템을 꺼냈다.

뱀파이어 군주의 보주.

테이고른이 사용하던 능력 중 일부를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지속 시간은 5분. 어디 화려하게 한판 벌여볼까?’

용주가 보주를 사용하자 보주의 구체가 액체가 되어 흘러내렸다.

흘러내린 액체에선 수십 마리의 박쥐들이 날아올랐고, 막강한 돌풍에 창들이 깨져 나갔다.

유리 조각에 비친 용주의 눈동자는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보주를 사용한 용주는 곧장 1층으로 향했다.

“적이다!”

“처리하지!”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는 브로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자신은 겨눈 활시위는 대략 넷.

복도의 크기를 생각하면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어디 한번 시험해 볼까?’

‘블러드 윙.’

평소 스킬을 사용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속으로 외친 용주는 왼손을 펼쳤다.

하지만….

스킬은 발동되지 않았다.

파바박!

오히려 돌아온 건 날카로운 화살촉이 어깨를 파고드는 통증뿐.

‘큭…!’

왼쪽으로 급히 방향을 튼 용주가 화살촉을 뽑아냈다.

‘어째서. 왜 발동하지 않는 거지?’

스킬의 이름은 정확했다.

동작 역시 테이고른이 보여주었던 동작을 그대로 흉내 낸 동작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고 하면….

‘목소리로 외치지 않았지.’

둘 사이의 차이점을 인지한 용주는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앞쪽에는 또 다른 무리가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

“블러드 윙!”

용주의 외침에 한 무리의 박쥐 떼가 비행을 시작했다.

비행의 끝은 폭발.

놀란 브로들은 머지않아 같은 신세가 되었다.

마침내 도착한 1층 로비엔 수많은 가죽 보따리들이 널려 있었다.

누군가 뭔가를 습득할 시간도 없이 전투가 계속되었기에 홀은 거의 창고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창은 하나도 남김없이 깨져 있었고, 화염과 연막이 자욱했다.

위쪽에서 용주가 나타나자마자 곧장 마크가 붙었다.

난간을 뛰어넘은 용주는 여러 전장을 가로질렀다.

“저 녀석이!”

“죽어!”

서로 다른 세력의 만남이 의미하는 건 곧 전투.

마크는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정문이 마주 보이는 홀의 중앙으로 이동한 용주는 손을 움켜쥐었다.

여기라면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기 가장 좋은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주는 손을 움켜쥐었다.

“팬텀 배일!!”

용주가 손을 펼치자 회오리바람이 솟아올랐다.

날카로운 바람이 용주를 휘어 감았고, 바람 속에서 수백, 수천의 박쥐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박쥐의 바람은 순식간에 홀을 덮쳤다.

용주를 제외한 그 누구도 회전하는 바람과 박쥐에게서 안전할 순 없었다.

“메에에!”

“저건 또 뭐야?!”

“도망가!!”

단 십여 초 만에 수많은 브로들이 사라졌고, 바람엔 피 내음이 가득했다.

▷ 브로(BROO)를 쓰러뜨렸습니다.

▷ 경험치가 상승했습니다.

용주의 앞에 같은 메시지가 길게 이어졌다.

‘더…. 이 정도론 부족해.’

팬텀 배일의 위력은 압도적이었다.

테이고른이 사용했던 것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론 아직 부족했다.

더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더 먼 곳에서도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했다.

용기 있는 하이에나들은 아무에게나 덤비지만, 지혜로운 하이에나들은 적이 가장 약해질 때를 기다리는 법이었다.

브로의 특성상 전투를 피하지 않지만, 모두가 그러리라는 법은 없었다.

자기장 내 어딘가엔 분명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 또한 있을 것이다.

그럼 잔뜩 웅크리고 경계하고 있는 녀석들이 군침을 뚝뚝 흘리며 스스로 나올 때는 언제인가?

그건 누구보다도 강대했던 이가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는 순간일 것이다.

누가 봐도 군침을 줄줄 흘릴 만한 물건을 보따리 채 쥐고 있으면 화룡점정이겠지.

“팬텀 배일!”

용주는 같은 이름을 한 번 더 외쳤다.

스킬의 위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뭐가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용주가 아는 방법은 이거였다.

용주의 바람대로 폭풍의 위력은 점점 더 거세졌다.

아무래도 방법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괘종시계를 비롯한 가구들이 허공을 날아다녔고, 브로들이 변한 가죽 보따리가 벽을 때렸다.

“묘한 도구를 사용하는구나!”

“유니크 등급의 보급품이 분명해! 넌 내가 잡는다!”

“저것만 있으면…!”

박쥐 폭풍에 몸이 찢기면서도 일부 브로들은 용주에게 돌진해왔다.

왼손을 펼친 용주는 차례차례 그들을 겨눴다.

“블러드 윙!”

빠르게 날아간 박쥐 한 무리가 폭발을 일으켰다.

사방에서 덮쳐오는 적들에 맞서 용주 역시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MP, HP 제한 없는 노코스트 스킬이라…. 이건 확실히 물건이군.’

보주의 위력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한 땀 한 땀 손수 처리해야 했던 적들을 원거리에서.

그것도 이렇게 압도적인 전력 차로 대량 학살 하고 있었다.

단 5분.

그것도 이번 한 번밖에 쓸 수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콰지직!

용주가 적들을 한창 도륙하던 그때.

천장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져 내리는 천장.

2층 바닥의 타일과 골조는 화마에 잠식되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불벼락에 깔린 브로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떨어지는 골조를 피해 움직인 용주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까 자신이 놓았던 불은 벌써 저기까지 다가와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른걸.’

위의 상태를 확인한 용주는 정문으로 뛰쳐나갔다.

팬텀 배일의 범위는 용주를 따라 이동하며 확장하고 있었다.

콰강!

연쇄폭발을 일으키며 싸움을 이어가던 두 브로는 서로 거리를 벌렸다.

두 녀석과 용주는 정확히 삼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특이한 힘을 부리는군. 살아 움직이는 자기장이라고 불러야 하나?”

“쓰러뜨리기에 부족함 없는 적이구나.”

용주의 등장에 두 브로가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팬텀 배일의 효과는 여전히 유효했지만, 적어도 이 둘에겐 대미지가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블러드 윙!”

두 사람에게 동시에 손을 겨눈 용주는 두 무리의 박쥐 떼를 만들어냈다.

표적이 된 브로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폭발검의 브로는 더 큰 폭발로 박쥐 떼를 집어삼켰고,

붉은 갈기의 브로는 강인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공격을 그냥 받아냈다.

“하! 보잘것없는 잔재주를!”

붉은 갈기의 브로가 곧장 반격에 나섰다.

곡선 없는 저돌적인 돌격!

몇 번의 견제 사격을 추가적으로 날린 용주는 왼쪽으로 몸을 던졌다.

붉은 갈기 브로의 강펀치는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느리구나!”

오른발을 축 삼은 브로는 지면을 부쉈다.

허공을 갈랐던 그의 주먹은 어느새 용주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댕!

가드를 올린 용주의 손을 타고 강한 통증이 전해졌다.

브로의 손에 맞닿아 있는 건 프라이팬.

하지만 거기서부터 발생한 2차 충격파에 용주의 몸은 2m 가까이 날아가 버렸다.

콰강!

폭발이 일어난 건 거의 동시였다.

폭발검은 용주가 아닌 붉은 갈기의 브로를 노리고 있었다.

“날 잊으면 곤란하지. 너도 내 사냥감이라고.”

둘의 싸움은 또다시 재개되었다.

1 : 1 : 1의 완벽한 삼파전.

치열하게 이어지는 둘의 싸움에 끼어든 용주는 숨겨두었던 이빨을 드러냈다.

‘남은 시간은 2분 남짓. 이 안에 승부를 내야 해.’

좋은 무기와 사기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보주.

두 가지 모두 뛰어난 전력이었지만, 용주가 사용할 수 있는 힘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쾅!

폭발을 정면에서 받아친 용주는 브로의 왼쪽 팔등을 물어뜯었다.

피는 흐르기에 앞서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고통을 인내한 브로는 용주를 패대기쳤다.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은 완벽한 반격이었다.

땅으로 내던져진 용주는 곧장 오른쪽으로 몸을 굴렸다.

높게 뛰어올랐던 붉은 갈기 브로가 만든 충격은 지면을 깊게 후벼 파고 있었다.

‘할퀴기!’

몸을 일으킨 용주는 곧장 공격을 받아쳤다.

손톱과 손톱이 부딪쳤고, 곧이어 커다란 폭발이 둘을 덮쳤다.

폭발을 뚫고 나온 용주는 곧장 폭발검의 주인을 덮쳤다.

브로는 곧장 반응했지만, 그의 검은 용주가 만들어낸 박쥐들을 제거했을 뿐이었다.

“페이탈리티!”

순식간에 형태를 갖춘 피의 말뚝.

말뚝을 움켜쥔 용주는 그대로 브로의 가슴을 꿰뚫었다.

페이탈리티의 위력은 누구보다 용주가 잘 알고 있었다.

이 말뚝에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본 건 이쪽이 선배였으니 말이다.

“메에!”

끔찍한 비명을 내지른 폭발검의 브로가 좌우로 비틀거렸다.

“페이탈리티!”

잠깐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정확히 파고든 용주는 그의 미간 사이에 말뚝을 하나 더 박아 넣었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검을 휘두른 브로는 결국 쓰러졌고.

그대로 가죽 보따리로 변해 버렸다.

“일대일. 승자는 모두 갖고, 패자는 전부 잃을 거다!”

용주에게 잠깐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은 붉은 갈기 브로가 지면을 깨부쉈다.

충격에 뒤로 날아간 용주는 지면을 차며 곧장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댕!

프라이팬을 손등으로 받아친 붉은 갈기는 용주의 가슴을 그대로 차올렸다.

충격 속에서도 눈을 감지 않은 용주는 블러드 윙으로 응수해 보았지만, 하늘을 차며 뛰어오르는 붉은 갈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말했잖아? 느리다고!”

그리고.

압도적인 스피드로 용주보다 고지를 먼저 점령한 그는 용주의 뒤통수를 그대로 찍어 눌렀다.

거대한 흙먼지에 집어 삼켜진 용주는 몸을 일으켰다.

머리에서 흐른 피는 용주의 머리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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