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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50화 (50/357)

50화

‘스파이크 트랩…. 이게 전부인 건가?’

선술집 내부를 수색한 용주가 발견한 건 스파이크 트랩 2개가 전부였다.

알코올이라도 구하면 어떻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건만….

술 없는 선술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번엔 자기장 시간이 짧았었지. 랜덤으로 형성되는 자기장은 몰라도 일단 저기선 최대한 멀어지는 게 좋겠어.’

용주가 있는 위치는 자기장의 경계선과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다.

예측할 수 있는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신속하게 움직이는 게….

‘음?’

깨진 창으로 다가간 용주는 창틀을 뛰어넘었다.

선술집 반대편 나무 기둥에 무언가 묶여 있었다.

커다란 뿔과 거대한 덩치를 가진 생명체.

코도비스트였다.

‘이런데 코도가?’

용주는 좌우를 살폈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뭔가 수상한데….’

용주는 곁눈질로 바닥을 살펴보았다.

코도의 발자국이 모래 바닥 여기저기에 남아 있었다.

코도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저 발자국들은 그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함정인가?’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자신의 존재가 이미 누군가에게 발각되었다는 이야기.

여기서 고삐를 사용하지 않고 달아난다고 해도, 코도를 탄 추적팀이 붙으면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박쥐 망토로 한 번은 따돌릴 수 있어. 하지만….’

그런 일로 마지막 기회를 사용하기엔 뭔가 꺼림칙했다.

종료 시각까지 아직 시간이 한참이나 남아 있었고, 그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럼 여기선… 걸려줘 볼까?’

가지고 있던 도끼로 밧줄을 잘라낸 용주는 코도에 올라탔다.

고삐가 채워진 코도는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매복해 있다면 알아서 쫓아 올 거야. 지금은 일단 자기장에서 멀어지자.’

용주가 고삐를 잡아당기자, 코도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추격대가 붙었다.

쿠구구궁!

흙먼지를 일으키며 따라오는 다섯 마리의 코도비스트.

코도 한 마리당 두 명의 브로가 타고 있었다.

“도망쳐 봤자 소용없다!”

리더로 보이는 브로의 손짓이 떨어지자 다섯 개의 활시위가 동시에 당겨졌다.

‘투척 무기 말고, 원거리 무기도 있었던 거냐?’

곁눈질로 녀석들을 살피던 용주는 급하게 숲속으로 기수를 돌렸다.

코도가 지나간 숲은 태풍이 훑고 간 것처럼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다음 한 발은 못 피할 거다!”

숲을 가로질러 반대편 길로 빠져나온 용주는 뒤를 돌아보았다.

다섯 마리 중 한 마리와의 거리가 유독 많이 좁혀져 있었다.

자신이 밀어놓은 길을 정확히 따라온 녀석이었다.

‘그래. 그렇게 나와 줘야지.’

인벤토리를 연 용주는 한 가지 아이템을 손에 쥐었다.

스파이크 트랩.

이동 수단을 무력화하는 함정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미리 깔아놓고 기다리는 방식이겠지만….’

안전핀을 뽑은 용주는 트랩을 흩뿌렸다.

수십 개의 스파이크가 바닥에 떨어졌고, 이내 코도의 울음소리와 함께 커다란 모래 먼지가 일었다.

‘일단 하나 떨어뜨렸고….’

결과를 확인한 용주의 곁에 또 한 마리의 코도가 바짝 접근했다.

“잘도 저질러줬겠다!”

나란히 달리던 코도는 용주의 코도를 들이받았다.

전차 경주나 카체이싱의 한 장면 같은 충돌이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고삐를 잡지 않은 브로가 활시위를 당겼다.

못 맞추고 싶어도 못 맞출 수가 없는 그런 거리였다.

용주의 손에 도끼가 생겨난 건 그와 거의 동시였다.

촤악!!

화살이 활시위를 떠남과 동시에 도끼 역시 허공을 갈랐고, 도끼에 미간이 찍힌 브로는 그대로 코도에서 떨어졌다.

“무기를 만들어냈어?!”

다시 한번 코도를 들이받은 브로가 소리쳤다.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낸 모습이 아무래도 그렇게 보인 모양이었다.

“괴상한 능력에 한 번은 당했지만, 두 번은 없다!”

고삐를 놓은 브로는 용주를 향해 뛰어들었다.

용주는 다시 한번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 꺼내 든 무기는 프라이팬.

“하! 그것도 무기라고!”

프라이팬을 확인한 브로가 비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댕~!!

그의 비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공중에서 프라이팬에 안면을 가격당한 브로는 뒤쪽으로 날아가 사라져 버렸다.

‘이걸로 둘.’

이를 악문 용주는 등에 박힌 화살을 뽑아냈다.

90도로 방향을 꺾은 용주는 근처에 보이는 건물 밀집 지역으로 돌진했다.

용주가 다가가자 창이 깨지면서 화염병들이 날아들었다.

“코도다!”

“오히려 잘됐어! 뺏자!”

“이건 기회야!”

건물 안에서 세 마리의 브로가 뛰쳐나왔다.

용주는 옥상을 곁눈질했다.

화염병이 날아온 곳엔 두 녀석이 석궁을 겨누고 있었다.

‘코너를 돌면서 시야의 사각을 이용하려고 한 거였는데, 여기도 매복이 있었군.’

남아 있는 두 개의 스파이크 트랩을 흩뿌린 용주는 고삐를 고쳐 잡았다.

코도의 등에서 미끄러진 용주가 자리 잡은 곳은 코도의 옆구리.

브로들이 자리 잡은 옥상에선 겨눌 수 없는 사각지대였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코도는 그대로 브로를 짓밟았다.

코도에 밟힌 브로는 순식간에 가죽 보따리로 변해 있었다.

“구욱!”

코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 건 그와 동시였다.

트랩을 밟고 두 마리의 코도가 넘어졌고, 그로 인해 브로들이 땅으로 추락했다.

넘어진 브로들에게 곧장 화살이 날아들었다.

“호박들이 덩굴째 굴러들어왔구나!”

“감히 우릴 방해하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두 세력은 곧장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이제이.

더 이상 용주를 추격하는 이는 없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몇 번이고 나타난 자기장 메시지에 섬의 많은 지역이 봉쇄되어 있었다.

‘몇 명이나 남았으려나?’

코도에서 내린 용주는 냇물을 손에 담았다.

갈증이 심했다.

반나절에 걸친 전투 중에 레벨은 어느덧 2단계나 올라 있었다.

‘남은 지역은 결국 지도의 정중앙뿐인 건가?’

인벤토리를 연 용주는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프라이팬과 소형 자기장 발생 장치.

연막탄 두 발과 조명탄 세 발.

거기에 스파이크 트랩 다섯 발과 화염병 한 병.

원래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을 제외하면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은 이게 전부였다.

‘소모품은 달랑 이거밖에 안 남은 건가?’

여러 브로들을 쓰러뜨렸지만, 프라이팬보다 좋은 무기는 결국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은 갈 수 없게 된 구역에 보급품이 세 번 정도 더 떨어졌었다.

하지만 보급품이란 할 만한 위력이나 특이점을 지닌 아이템과는 아직 마주하지 못한 상태였다.

둘 중 하나겠지.

보급품을 손에 넣은 이들이 아무도 아이템을 습득할 수 없는 곳에서 죽었거나.

아직 살아 있거나.

‘제한시간까지 한 명도 남김없이 제거해야 해.’

이 이상의 파밍은 크게 의미 없다고 봐도 좋을 시기였다.

털 만한 곳들은 이미 누군가 다 거쳐 갔다고 보는 게 맞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판을 한번 키워 보는 것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부 끌어들여 아수라장을 한 번 만들면 종료 시각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브로들의 성격은 저돌적이고, 전투적이었다.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으며, 숨기보단 싸움을 찾아다니길 즐겼다.

무대만 만들어 준다면, 그들은 절대 싸움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조여 올지 모르는 자기장에 긴장하고 있는 것도 슬슬 지치고 말이야.’

물을 한 모금 머금은 용주는 고개를 들었다.

‘그럴 만한 적절한 장소로 봐둔 곳이 있지.’

마주 보는 두 개의 언덕에 자리한 쌍둥이 저택.

저기가 바로 용주가 생각한 무대였다.

‘그 전에….’

용주는 인벤토리에서 한 가지 아이템을 꺼냈다.

1회용 동력 인형.

인형이 작동하자 인형의 생김새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키와 체형이 용주와 같아졌고, 머리와 얼굴의 윤곽.

거기에 이목구비와 차림새까지 완벽하게 용주와 같아졌다.

도플갱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정교한 인형의 모습에 용주는 만족스럽단 눈빛을 지어 보였다.

“네가 해줘야 할 일은 간단하다.”

인형과 마주한 용주는 코도의 고삐를 쥐여 주었다.

용주에게 몇 가지 전달사항을 건네받은 인형은 코도를 몰고 숲속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태양이 기울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한 번의 비행 찬스를 사용한 용주는 쌍둥이 저택의 왼편 옥상에 내려앉았다.

바로 조금 전에 발생한 자기장은 다행히도 이곳을 피해갔다.

운이 따라줬다고 해도 좋을 부분이었다.

안 그래도 좁았던 안전지대는 이제 이곳과 이곳 일대의 작은 지역뿐이었다.

양쪽 저택엔 이미 먼저 자리를 잡은 세력들이 존재했다.

저택 근처엔 그들이 설치한 이런저런 함정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완전히 요새화되어 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였다.

양쪽을 점령한 이들이 동맹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용주에게 딱히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피융~! 피융~! 피융!

5초 정도의 간격을 둔 세 발의 신호탄이 밤하늘을 밝혔다.

세 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용주는 곧장 반대편 저택 옥상으로 이동했다.

용도를 다한 박쥐 망토는 입자가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용주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반대편 저택 창으론 분주하게 움직이는 브로들의 모습이 보였다.

옥상에 나타난 브로는 대략 15명.

사주 경계를 한 그들은 옥상 여기저기를 수색하고 있었다.

쾅!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저택 주변에 놓인 함정들이 불규칙적으로 발동하기 시작했다.

작은 폭발과 함께 초목에 불이 붙었고, 코도들이 넘어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브로들의 울음소리와 철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음산하게 메아리쳤다.

쨍그랑!

함정과 전투.

그 모든 걸 뚫고 저택에 접근한 이들이 던진 연막탄과 화염병에 창들이 깨져 나갔다.

그리고 용주의 눈에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크기를 가진 코도가 하나 들어왔다.

철갑으로 무장한 코도 위엔 브로가 하나 타고 있었는데, 녀석이 휘두르는 언월도에 적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거의 관우나 여포가 따로 없구만, 저건.’

추측건대 보급품을 챙긴 녀석인 모양이었다.

‘그래…. 그렇게 나와 줘야지.’

용주는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저쪽 저택만이 아니었다.

이쪽 저택 역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이 시행되면 브로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뉠 거라고 생각했다.

신호에 적극적으로 몰려드는 불나방파.

그리고 상황을 지켜보려 주변을 서성이는 하이에나파.

지금 여기로 몰려들고 있는 자들은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자들일 것이다.

이쪽 루트로 침투한 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자는 붉은 갈기를 곧게 세운 거대한 브로였다.

무기는 따로 구비하고 있지 않았지만, 녀석의 강함은 압도적이었다.

마치 헤라클레스나 삼손을 보는 것만 같았다.

선척적으로 특별한 개체가 아니라면, 뭔가 특별한 아이템으로 신체가 강화된 타입인 모양이었다.

‘자, 그럼… 나도 슬슬 본격적으로 움직여 볼까?’

프라이팬을 손에 쥔 용주는 저택의 꼭대기 층으로 침투했다.

준비해 둔 마지막 한 발을 위해 이곳을 깨끗하게 정리해 둘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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