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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38화 (38/357)

38화

“헌터가 사용하는 이능력이라면 나보다 너희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용주가 역으로 물음을 던졌다.

엄연히 따지면 용주의 힘은 헌터들이 사용하는 것과 달랐다.

하지만 그런 걸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는 건 역시 스킬이란 거네요. 엄청 신기한 스킬이네요! 아니, 기괴하다고 하는 게 더 맞으려나요?”

언노운을 물어뜯는 용주의 모습을 떠올린 헌터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피에 전 모습으로 입에서 살점과 갑피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용주의 모습은 꿈에 나올까 두려운 모습이었다.

용주는 아직 이들 앞에서 모든 스킬을 보인 것이 아니었다.

시체 뜯어먹기.

비주얼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가장 큰 혐오감과 기괴함을 유발할 수 있는 그 스킬은 아직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응은 이미 폭발적이었다.

저들이 보는 앞에서 언노운의 시체까지 뜯어먹었으면 아마 구토를 하거나, 졸도했을지도 모르지.

“다들 상처를 보여주시겠습니까?”

말을 아끼고 있던 태영이 목소리를 냈다.

두 헌터는 각자 팔등과 종아리를 걷어 보였다.

주된 상처는 쓸림으로 인한 타박상.

그 외에도 약간의 자상이 더 있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상처… 보여주시죠.”

두 사람의 안전을 확인한 태영은 용주를 바라보았다.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건 용주였다.

다른 헌터들의 커버까지 도맡아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용주의 방법은 좋게 말하면 터프했고, 나쁘게 말하면 공격적이었다.

말보다 몸이 먼저 가는 타입이라고나 할까?

협동과는 그렇게 거리가 멀어 보이던 사람의 전투라고 하기엔 꽤나 모순적이었다.

“…….”

용주는 어깨를 보였다.

용주의 어깨엔 아무런 상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상처가 없잖아?’

놀란 태영은 용주를 바라보았다.

옷에 긁힌 자국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피가 묻은 흔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제 됐겠지?”

“아… 네. 그런데 이상하네요. 분명 상처가 나시는 걸 봤는데….”

“네가 그렇게 봤다면 그게 맞겠지. 그리고….”

옷매무새를 정리한 용주는 검 손잡이를 쓱 문질렀다.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의미심장한 용주의 말에 태영의 표정이 반응했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더 있는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 거야?”

휴식을 취하던 바람머리 헌터가 물었다.

인원은 총 넷.

팀을 나누기엔 너무 적은 인원이었다.

“전력을 나누는 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선 여길 거점 삼도록 하죠. 한 구역씩 클리어….”

“잠깐….”

용주가 급하게 이야기를 끊었다.

“음?”

의문을 표현 태영에게 용주는 조용히 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용주의 눈동자는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태영은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무슨 특별한 소리는 느낄 수 없었다.

“방금 이 위로 뭔가 지나갔다. 꽤 거대한 놈인 것 같은데.”

소리를 끝까지 추격하던 용주가 이야기했다.

“위로?”

“그게 정말이야?”

두 헌터가 놀라 물었다.

그들은 아무런 이상도 감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어딘가에서 갑자기 뚝 내려온 소리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자리에서 일어난 용주가 한 지점에 섰다.

“그리고 이런 동선을 그리며 저쪽으로 사라졌지.”

용주가 소리가 그린 동선을 그대로 따라 그렸다.

용주가 가리킨 방향은 막혀 있었다.

“정말 그런 게 있었긴 한 거야? 난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저도요. 못 들었어요. 리더는 들었어요?”

두 사람의 시선이 태영에게 향했다.

태영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습니다. 확실히 그쪽으로 향했어요.”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용주가 들었다면, 분명 그랬다는 것일 것이다.

그의 동물적인 감각은 이미 경험해 봤었으니까.

리더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그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었다.

그사이 걸음을 옮긴 용주는 벽을 살펴보았다.

소리가 사라진 방향의 벽.

여길 구성하고 있는 건 흙이나 돌이 아니었다.

‘아까 녀석들이 뱉어냈던 점액질하고 비슷하군.’

손으로 벽을 짚은 용주가 엄지와 검지를 비볐다.

여기 있는 건 그게 굳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첨예검을 뽑아 든 용주는 벽을 빗겨 그었다.

끈적하게 녹아내리는 점액질 뒤론 숨겨진 통로가 보였다.

* * *

“젠장 끔찍하군. 이 악취는 대체 뭐야?”

바람머리 헌터가 코를 틀어막았다.

숨겨져 있던 통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악취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바닥도 끈적거려요. 꼭 늪지대에 들어온 것 같은데요.”

악취와 함께 늘어나고 있는 건 바닥에 깔린 점액이었다.

신발 밑창보다 아래에 있던 것들이 이제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차오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정신이 다른데 팔려 있는 동안 용주는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점을 연 용주가 가장 먼저 한 일은 MP 회복 포션 구매.

가격이 꽤 나갔지만, 지난번 퀘스트에서 모아둔 골드가 좀 있기에 부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10개 정도면 되겠지.’

현재 가지고 있는 포션은 총 10개였다.

지난번 사두었던 한 개는 아까 다른 사람들이 수분을 보충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마셨다.

D급 게이트에서 용주가 전투를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스킬 덕분이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게 가장 큰 버팀목임에는 부정할 수 없었다.

전투를 계속하려면 MP의 수급은 필수적.

골드 투자가 불가피했지만, 뭐… 실제 돈으로 환전할 수 있는 돈도 아니니 아쉬울 건 별로 없었다.

‘꽤 괜찮은 개체가 들어오면, 저걸 사용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긴 한데….’

인벤토리에 있는 물건들 중엔 ‘순혈의 결정’이란 아이템이 보였다.

조건부 정신 지배가 가능한 아이템이었다.

만약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 게이트 공략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란 게 용주의 생각이었다.

“통로가 점점 넓어지네요. 좀 더 주의하면서 가죠. 앞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아까 그 소리의 주인이 있을지도 모르죠.”

태영이 경계 신호를 보냈다.

“거대한 녀석이라면 게이트 보스일 수도 있잖아. 오히려 땡큐라고.”

“물론 그렇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끝내주진 않을 겁니다. 조심해서 손해 볼 건 없겠죠.”

“신중하구만. 오케이! 그렇게 해보자고.”

바람머리 헌터가 태영의 어깨를 쳤다.

태영의 침착함이 썩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간 네 사람은 머지않아 넓은 공터에 도착했다.

바닥에 고인 점액질은 여전히 그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건 뭐지?’

오감을 집중하고 있던 용주는 무언가를 건져 올렸다.

하얗고 동그란 물건이었는데, 그리 무거워 보이지는 않았다.

구체의 상부는 찢겨 있었다.

절단면으로 보아 예리한 무언가가 바깥쪽에서 찢은 것 같았다.

안쪽엔 악취가 나는 액체가 가득 고여 있었다.

“알…인가요?”

태영이 물었다.

용주가 들고 있는 건 부화한 알의 아랫면을 닮아 있었다.

“제가 보기엔 그거 같은데요? 누에고치. 좀 많이 커다란 누에고치요. 근데 안에 든 건 뭘까요?”

“뭐든 무슨 상관이야. 이 악취의 주범이 이 녀석이란 게 중요한 거지.”

“근데 그거 한두 개가 아닌 모양인데요? 저기 봐봐요.”

물범 문신 헌터가 여러 지점을 가리켰다.

다양한 크기의 알껍데기들이 늪에 파묻혀 있는 게 보였다.

그중 몇몇 지점은 유독 밀집도가 높았다.

아직 부화하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못해도 수십 개가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잠깐만….’

이곳의 상태를 살피던 용주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이게 정말 알이고, 이곳에서 뭔가 부화했다면, 당연히 여기 언노운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언노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녀석들이 있다면, 시야가 닿지 않는 곳.

그곳은….

촤악!

팔에 힘을 준 용주는 검을 휘둘렀다.

끈적한 점액질 아래에선 무언가 생선처럼 튀어 오르고 있었다.

상대했던 언노운은 아니었다.

여기 있는 건 그것보다 훨씬 작은 개체.

성충이 되지 못한 유충들이었다.

“언노운?!!”

“젠장 뭐야?!”

깜짝 놀란 헌터들이 전투에 돌입했다.

튀어 오르는 수십의 언노운들은 사방에서 헌터들을 노리고 있었다.

“젠장! 대체 몇 마리야?!”

“70마리? 아니, 80마리는 되지 않을까요?”

“누가 진짜 몇 마린지 궁금하대?!”

언노운의 사체들이 물 위를 떠다녔다.

하지만 언노운들의 숫자는 전혀 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물어뜯기와 할퀴기.

두 가지 스킬을 총동원한 용주는 전력으로 언노운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기는 용주도 마찬가지였다.

어디 있는지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적들을 일일이 찢어 죽이기엔 지형이 너무 불리했다.

촤악!

헌터들의 분전에도 상처는 늘어갔다.

하나하나의 위력은 치명적이지 않았지만, 피 냄새를 맡은 피라니아처럼 계속해서 몰려드는 언노운들의 기습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었다.

“작전상 후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는 우리가 불리해요!”

자신의 팔을 물고 있는 언노운을 반으로 베어낸 태영이 소리쳤다.

자신들이 있는 곳은 적진 한복판.

일단 여길 벗어나야 했다.

“앞장서겠습니다! 모두 따라….”

키에에엑!

태영의 외침이 한창인 와중.

기습적으로 터진 거대한 외침이 그의 목소리를 집어삼켰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시야보다 높은 곳.

고개를 든 태영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크기도 형태도 다른 거대한 순각류 언노운이었다.

천장을 뚫고 나온 녀석은 천장을 기었다.

그리고.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들의 껍데기를 하나씩 까기 시작했다.

껍데기를 깨고 나온 언노운들은 하나둘 점액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알을 까고 있잖아?!”

“그렇다는 건 녀석이 여왕이라는 뜻일까요? 혹시 게이트 보스?”

알을 까는 언노운의 등장에 두 헌터가 외쳤다.

태영의 머릿속에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무리해서라도 이 기회를 살려야 하는가?

아니면, 처음 계획했던 대로 지금은 후퇴하는 게 맞는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용주를 곁눈질한 태영이 물었다.

리더로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옳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네가 정할 일이지. 난 나대로 움직일 생각이고.”

대열에서 벗어난 용주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용주가 향하는 곳은 새롭게 나타난 언노운이 알을 까고 있는 구역이었다.

수면 아래에서 튀어 오른 언노운들은 용주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었다.

“저 녀석 또 멋대로!”

“리더 어떻게 해요?!”

태영이 출구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어떤 판단이 옳은 판단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따라갑시다!”

가지고 있던 강철 케이스를 연 태영은 안에 든 내용물의 안전핀을 뽑았다.

강렬한 고주파를 일으키며 폭발하는 이형 음폭탄!

인간에겐 전혀 무해한 물건이었지만, 수면 위로 둥둥 떠 오른 언노운들은 이게 그들에게 무해하지 않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사후 강직…. 새롭게 얻은 그 스킬을 사용하면 받는 피해 자체는 최소화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붙어 있는 디메리트였다.

유연성이 감소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감소한다는 건지는 사용해보기 전까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속도를 크게 감소시킬 거란 건 어렵지 않게 예측해 볼 수 있었다.

적은 피해를 오랫동안 입을 것이냐?

아니면, 상대적으로 많은 피해를 단시간에 입을 것이냐?

답은 물어보나 마나였다.

촤악!

수면 위로 튀어 오른 언노운을 베어낸 용주는 아직 꿈틀거리는 놈의 상반신은 입에 물었다.

아드득!

용주의 이빨이 부딪치자 끈적한 체액이 넘쳐흘렀다.

투구벌레를 생으로 씹는 느낌이었다.

산지 직송.

달리면서 사용하는 시체 뜯어먹기는 처음 시도해 보는 즉흥적인 발상이었다.

처음 시도해 본 감상평은 최악 중의 최악.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먹은 게 당장이라도 역류할 정도로 역했지만, 차오르는 HP는 배신하지 않았다.

‘상황이 길어지면 이쪽에 좋을 게 없어. 단번에 끝낸다.”

물어뜯기를 2중첩한 용주의 입가가 심하게 부패하기 시작했다.

모든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 낸 용주의 돌진.

입안에서 꿈틀거리는 다리를 신경질적으로 뱉어낸 용주는 녀석을 향해 힘껏 도약했다.

자기 할 일에만 집중하고 있는 언노운의 목덜미를 붙잡은 용주는 망설임 없이 녀석을 물어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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