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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34화 (34/357)

34화

“더러운 손으로 감히 무얼 만지느냐! 그건 짐의 소유물이다!”

테레사를 빼앗긴 테이고른이 언성을 높였다.

“글쎄, 과연 그럴까?”

인벤토리를 활성화한 용주는 한 가지 아이템을 손에 쥐었다.

용주의 손가락 사이론 붉은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돌아와라, 테레사! 네가 있어야 할 곳인지 어디인지 저놈에게 보여주어라!”

테이고른의 명령이 떨어지자 테레사가 격하게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을 붙잡은 용주는 입을 강제로 벌렸다.

테레사의 악력은 용주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다.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거친 손길이었음에도 테레사의 입은 몇 번이고 닫혔고.

그녀의 이빨 사이에 끼인 용주의 손가락은 몇 번이고 잘근잘근 씹혀야 했다.

그녀의 안쪽 잇몸에 손가락을 걸친 용주는 다시 한번 그녀의 입을 벌렸다.

그리고.

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의 입에 무언가를 쑤셔 넣었다.

테레사의 영혼 정수.

빛을 머금은 그녀의 움직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실 끊긴 마리오네트처럼 축 늘어진 그녀의 몸.

땅을 보고 있던 그녀의 시선이 점점 위를 향했다.

죽어 있던 테레사의 눈동자엔 생기가 돌아와 있었다.

▷ 사이드 퀘스트 - 테레사의 부탁 2를 완료했습니다.

- 테레사의 모든 의뢰를 완료했습니다.

- 대항력이 1 상승합니다.

“아무래도 성공한 것 같네?”

용주의 얼굴을 올려다본 테레사가 두 눈을 끔뻑였다.

“그래.”

“자신 없어 하는 것처럼 보이더니만. 순 거짓말이….”

무슨 말을 하려던 테레사는 용주의 손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상처 중 가장 최근에 생긴 상처는 끔찍하게 짓이겨져 있었다.

“그거 내가 그런 거야?”

테레사가 물었다.

뒤늦게 입안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그런 데 신경 쓸 정신 있으면, 다른 데 신경 쓰는 게 좋을 거다. 한가롭게 담소나 나눌 때는 아니니까.”

테이고른에게 시선을 고정한 용주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그러진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본 테레사는 결심한 듯 용주의 손을 붙잡았다.

“타이밍을 만들 테니, 놈의 정수를 내게 넘겨라.”

“그래. 알았어. 그래도 최대한 고통 없이 부탁할게.”

용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테레사는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녀의 손길을 따라 움직이는 인형의 신체들.

순식간에 완성된 6구의 머리 없는 인형은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자신의 지배를 벗어나 버린 테레사의 모습에 테이고른이 치를 떨었다.

“붉은 피를 가진 짐승 따위가 내 마법을 풀었을 리 없다. 이건 불가능해. 대체 무슨 속임수를 부린 거냐?”

“불가능하지 않아요. 속임수도 아니고요.”

테이고른의 물음에 테레사가 대답했다.

“뭐라고?”

“아빠가 제 정신을 잠식했단 걸 알았을 때, 전 제 영혼을 인형에 집어넣었어요. 아빤 그 인형을 선물했고, 전 탈출할 수 있었죠.”

“영혼을 집어넣었다고? 그럼 내가 가지고 있던 건 빈 껍데기였단 말이냐?”

테이고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넌 분명 내 말에 반응했다! 네 지식으로 인형을 만들고, 네 힘으로 내 영혼을 옮겼다. 그럴 리가 없어!”

“잠식된 부분을 가져갈 순 없었어요. 그래서 일부는 몸 안에 남겨두었죠. 양쪽 모두 온전한 힘을 부릴 순 없었지만, 이제 아니에요.”

“…….”

테이고른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피부 중 몇 조각이 파편이 되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과격한 방법을 사용한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단다. 하지만 지금의 내 상태를 보면 너도 이해해 주리라 생각한다. 아빠가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테이고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아빠를 봐라. 아빠의 몸은 쇠약해지고 부서지고 있다. 아빠에게 시간을 다오. 너라면 할 수 있단 거 안다.”

“제 답은 예전에 이미 드렸었어요.”

작은 한숨을 내쉰 테레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의 임종을 바라보는 건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한 사람의 자식으로서 누구나 한 번은 감내해야 할 슬픔이에요.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에요.”

“아니! 아니, 아니!! 난 죽지 않아! 난 영원한 군주란 말이다!!”

광분을 일으킨 테이고른이 자신의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의 주변에 강렬한 폭풍이 일었다.

인형들의 신체 조각이 날아다니고, 박쥐들이 울부짖었다.

“네가 하지 않겠다면 하게 만들겠다! 내 말은 곧 절대 질서란 말이다!”

거대한 박쥐 폭풍이 공간을 가득 채우자 테이고른의 손에서 검보랏빛 액체가 흘러넘쳤다.

“잠이 드는 것 같은 이전의 자상함과 편안함은 없을 거다. 순혈의 잠식!”

망토를 펄럭인 테이고른의 급강하!

사선으로 내리꽂히는 그의 질주에 바람이 찢기고, 소리가 흩날렸다.

그리고.

그의 손이 맞닿는 그곳에서 보랏빛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 ‘순혈의 잠식’효과가 느껴집니다.

- 정신을 잠식하는 강한 힘과 속삭임이 느껴집니다.

“너 이 녀석! 끝까지 날 방해하겠단 거냐?!

앞길을 가로막힌 테이고른이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를 냈다.

그의 앞에 있는 이는 테레사가 아닌 용주.

테레사의 앞을 가로막은 용주는 테이고른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널 먼저 삼켜주마! 붉은 피를 가진 하등한 짐승!!”

보랏빛 액체는 용주를 집어삼키려 했다.

먹이를 노리는 문어발처럼 사방에서 덮치고, 조여왔다.

- 필요 이상의 대항력을 충족하고 있기에 해당 효과에 100% 저항합니다.

하지만 용주를 삼킬 수는 없었다.

힘을 사용하면 할수록 테이고른의 육체는 빠르게 붕괴되어 갔다.

오른쪽 광대 부분은 이제 아예 사라졌고, 새끼손가락의 마지막 마디 또한 사라지고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하등한 짐승 따위가 잠식되지 않는 거야! 내 힘은 절대적인데!!”

“네가 하등한 나조차 삼키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져 있다는 뜻이겠지.”

“네 이놈…! 네 이놈!!”

용주의 한마디에 테이고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타다다닥!!

빠르게 내달린 테레사의 여섯 인형은 테이고른의 발밑에 섰다.

테레사의 동작을 흉내 낸 그들은 일제히 손을 뻗었고, 두 사람과 자신들의 공간을 분리시켰다.

“테레사! 아버지를! 아버지의 영혼을 짐승의 손에 던져주겠단 거냐?!!”

테이고른의 외침에 테레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얼굴로 해야 할 일을 계속하고 있을 뿐.

“널 자식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구나. 이 폐륜아야.”

저주의 말을 쏟아내는 테이고른.

테레사는 조용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테레사의 손에서 시작된 붉은빛은 인형의 몸을 강타했다.

반사판에 반사되듯 빛은 굴절되었고, 이내 테이고른을 향해 사출되었다.

빛에 직격당한 테이고른의 몸에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용주의 눈엔 보였다.

그의 머리 위로 떠오른 그의 상처 입은 정수가.

‘할퀴기!’

순식간에 손톱을 세운 용주는 그의 정수를 빗겨 그었다.

정수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 꿈틀거렸다.

하지만 돌아가지 못했다.

구의 형태를 잃기 시작한 그의 정수는 끝내 흩어져 사라지고 있었다.

<폭군 테이고른의 정수를 파괴했습니다.>

▶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대항력이 2 상승했습니다.

▶ 출구가 활성화되었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8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 ‘자기장의 땅 지도’를 획득했습니다.

▷ ‘보급품 타이머’를 획득했습니다.

▷ ‘뱀파이어 군주의 보주’를 획득했습니다.

▷ ‘순혈의 결정’을 획득했습니다.

▷ ‘1회용 동력 인형’을 획득했습니다.

▷ ‘박쥐 망토’를 획득했습니다.

▷ 테이고른의 저택 지도 아이템이 소멸했습니다.

▶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 사후 강직 (Lv.1)

- MP 소모량 10

- 근육을 경화시켜 피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 받는 피해가 크게 감소합니다.

- 유연성이 크게 감소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수주되었습니다.

메인 퀘스트가 클리어되자 한 무더기의 알림이 쏟아졌다.

영혼이 사라진 테이고른의 몸은 가루가 되어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

용주에게 다가온 테레사는 자세를 낮추었다.

수북이 쌓인 잿가루 위에 손을 올린 테레사는 한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 자기장의 땅에서 살아남으십시오.

▷ 개방까지 남은 시간 100시간.

▷ 제한 시간 - 입장 후 10시간.

▷ 제한 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최후의 1인이 되지 못하면 퀘스트는 실패로 간주됩니다.

테레사의 묵념을 기다려주던 용주는 다음 퀘스트를 확인했다.

다음 퀘스트는 자기장의 땅.

표시된 장소는 노량진이었다.

‘최후의 1인이라니, 무슨 서바이벌 같군.’

장소가 주는 이미지와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 년 동안 구축된 노량진의 이미지는 ‘경쟁’과 ‘생존’ 대략 그런 느낌이니 말이다.

‘최후의 1인이 되라는 건 날 제외한 누군가가 더 있다는 거고.’

자신 이외에 누가 더 있을지는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자들까지 만난 시점이니 뭐가 더 튀어나와도 이상할 건 없었다.

퀘스트를 확인한 용주는 다음으로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 자기장의 땅 지도

- 자기장의 땅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

- 입장 가능 시간에 해당 영역에 들어온 계승자를 자동으로 자기장의 땅으로 이동시킵니다.

▷ 보급품 타이머

- 자기장의 땅에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보급품을 알려주는 타이머.

▷ 뱀파이어 군주의 보주

- 군주 테이고른이 사용하던 힘의 보주입니다.

- 사용 시 5분 동안 군주 테이고른의 스킬들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 사용 가능한 스킬 : 블러드 윙, 팬텀 배일, 페이탈리티.

- 계승자의 지능에 따라 위력이 증가하며, 최소 50 이상이어야 발동할 수 있습니다.

▷ 순혈의 결정

- 사용 시 1명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 자신보다 지능이 낮은 자에게만 적용됩니다.

▷ 일회용 동력 인형

- 사용 시 자신과 똑같은 인형을 하나 만들어 냅니다.

- 해당 인형은 전투력이 전무하지만, 계승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 할 것입니다.

▷ 박쥐 망토

- 사용 시 3분간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습니다.

- 3회 사용 시 아이템은 소멸합니다.

자기장의 땅 지도와 보급품 타이머.

두 가지를 제외하면 아이템들은 소모품들뿐이었다.

지도는 지금까지의 지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보급품이라는 특이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힘 30

민첩 24

체력 34

지능 50

잔여 능력치 : 10

스테이터스 창을 연 용주는 지능에 50까지 투자했다.

이걸로 군주의 보주 사용 조건은 충족.

자신이 경험한 테이고른의 힘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게 임종 직전의 상태였단 게 지금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생각할 건 이것 말고도 더 있었지.’

다음으로 용주가 확인할 건 스킬이었다.

‘사후 강직’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스킬.

MP 소모량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었지만, 물어뜯는 동안 맞는 카운터 어택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스킬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킬 이름이 진짜 이게 맞는 거냐? 아예 죽은 사람 취급이잖아, 이건.’

한숨을 삼킨 용주가 작은 푸념을 늘어놓았다.

뭐, 그런다고 바뀌는 건 없단 걸 알기에 용주의 푸념은 곧장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다음은….’

이번 퀘스트에서 처음으로 대항력의 필요치가 제시되었다.

이번의 요구치는 2.

퀘스트를 무난하게 따라왔다면 절대 부족할 리 없는 수치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었다.

치명적인 무언가를 방어해 내거나, 일반적인 방법으로 공략할 수 없는 적을 공략할 때.

만약 그런 일에 이 대항력이란 게 필요한 것이라면,

모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모아두는 게 후일의 안전을 도모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이드 퀘스트도 무시할 수 없단 건데.’

테레사의 첫 의뢰에서 대항력은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부탁을 마지막까지 완료했을 때 대항력은 추가로 상승했다.

사이드 퀘스트를 찾아다닐 시간은 없더라도, 발견한 사이드 퀘스트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는 있단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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