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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좀비헌터-26화 (26/357)

26화

촤르륵!

언노운의 손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용주는 입에 있는 것을 그대로 뜯어냈다.

그러자.

용주의 고갯짓을 따라 피의 연쇄가 시작되었다.

“우웅!!”

안쪽에서부터 살점을 찢고 나오는 길고 질긴 무언가.

용주의 입에는 놈의 힘줄 중 일부가 물려 있었다.

힘줄을 뜯긴 언노운은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놈의 날카로운 손톱은 용주를 베지 못했다.

손의 방향은 정확했다.

하지만 놈의 손톱은 전혀 다른 곳에서 모두 따로 놀고 있었다.

마치 통제에서 벗어난 것처럼.

놈의 팔을 하나 더 무력화한 용주는 제멋대로 날뛰는 놈의 손톱을 뛰어넘었다.

등 뒤에서 날아온 다른 한 마리의 기습적인 일격은 언노운의 손가락을 잘라 내고 있었다.

‘아군에게 위협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는군.’

연속해서 날아오는 언노운의 공격.

질풍의 보석의 힘을 빌린 용주는 최소한의 피해로 놈들의 공격을 피해 냈다.

아군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던 언노운은 다시 한번 거리를 좁혀 왔다.

꽤나 무모한 돌진이었다.

촤악!

용주는 녀석을 맞이했다.

녀석에게 달려들었고, 녀석의 허벅지 한 점을 취했다.

하지만 놈은 반응하지 않았다.

놈은 용주를 지나쳤다.

마치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당연히 나올 거라 예상했던 반응의 부재.

용주의 눈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뭐지?’

놈의 살점을 뱉어낸 용주는 서둘러 뒤로 돌았다.

그리고.

“!”

놈이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츄릅! 츄르르릅!”

놀란 눈동자에 비치고 있는 건 두 마리의 언노운.

상처 입은 목구멍으로 저주파를 발산하고 있는 녀석과.

그런 녀석의 목구멍에 날카로운 이빨을 쑤셔 넣은 또 한 마리의 녀석이었다.

‘빨아먹고 있어?’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빨이 꼽힌 언노운 쪽은 급격하게 말라가고 있었다.

수분이 빠진 미라가 되어 가는 것 같았다.

‘피를 보고 본능에 삼켜진 건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이 피를 탐하고, 피에 반응한다는 건 이미 확인한 바였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갑작스럽지 않은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 몸처럼 움직이던 녀석을….

‘잠깐…. 뭐지?’

벙쪘던 정신을 붙잡은 용주의 눈에 작은 변화가 감지되었다.

왼쪽과 오른쪽.

언노운은 서로 다른 방향의 뿔이 하나씩 부러져 있었다.

그런데 그 뿔이 자라나고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빨아먹고 있는 놈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근육은 점점 더 팽창하고 있었다.

‘다른 한쪽을 흡수하고 있는 건가?’

녀석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저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놈의 종아리를 밟고 뛰어오른 용주는 언노운을 덮쳤다.

▷ ‘질풍’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질풍의 보석의 효과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언노운은 아무런 반응도 저항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식사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용주는 검을 휘둘렀다.

목덜미를 후벼 파는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칼은 녀석을 배었고, 상처에선 피가 튀었다.

하지만.

“!”

근육 사이에 파묻힌 칼은 도무지 꼼짝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위에 꽂힌 성검처럼 아무리 힘을 줘도 움직이지 않았다.

두 녀석의 힘은 동일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쓰러진 한 놈의 팔을 베었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놈은 지금 강해지고 있었다.

촤악!

용주는 녀석을 물어뜯었다.

벌어진 살점 사이로 간신히 칼을 빼낼 수 있었다.

끔찍한 상처였지만 녀석은 멈추지 않았다.

‘물어뜯기!’

그건 용주도 마찬가지였다.

부패한 피부가 문드러져 떨어지고, 살점 사이로 희끗희끗 이빨이 보였다.

언노운은 언노운을 마셨고, 용주는 그런 언노운을 물어뜯었다.

용주의 HP는 어느덧 100.

상처도.

더 회복할 곳도 없었다.

하지만 용주는 멈추지 않았다.

물어뜯기의 중첩이 끝나는 그 시간까지.

뜯고, 뜯고, 또 뜯었다.

그리고.

▶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 가시지 않는 식욕

- 패시브

- 흡혈량이 HP 최대치를 초과할 경우 발동합니다.

- 초과된 흡혈량에 비례해 일시적으로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 할퀴기 (Lv.1)

- HP 소모량 : 5

- 피로 강화된 손으로 적을 찢습니다.

- MP 대신 HP를 소모합니다.

그런 용주의 앞에 새로운 알림창이 나타났다.

‘새로운 스킬이라고?’

예상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알림이었다.

헌터가 새로운 스킬을 터득하는 경우는 대부분 A급 이상의 이형 결정체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걸 본 적도 만진 적도 없었다.

이전에도 새로운 스킬이 발현된 적이 있었다.

시체 뜯어먹기.

퀘스트 게이트에서 골드록을 쓰러뜨렸을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달랐다.

여긴 카오스 게이트였고, 언노운을 상대하면서는 레벨도 경험치도 오르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스킬은 분명하게 발현되었다.

그것도 동시에 2개나.

‘HP를 소모하는 스킬이라….’

MP가 아닌 HP를 사용하는 스킬을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용주로서는 판단할 수 없었다.

HP를 지불한다는 건 그만큼 이쪽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공격을 위한 카드가 한 장 더 마련되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가시지 않는 식욕’의 효과는 이미 발동되어 있었다.

용주는 검을 왼손으로 넘겨주었다.

그리고.

‘할퀴기!’

새롭게 터득한 스킬을 사용했다.

용주의 오른손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어떤 것에도 찢기지 않고, 어떤 것에도 스치지 않았지만 피는 흘렀다.

손에는 마치 고름이 찢긴 것 같은 상처가 보였다.

안쪽에서부터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손가락을 타고 흐른 피는 손톱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손톱에 모인 피는 새로운 손톱이 되었다.

“우웅!!”

짧고 강렬한 저주파가 울린 건 그때였다.

가만히 있던 놈의 몸이 심하게 출렁거렸고, 놈의 날갯죽지를 뚫고 두 개의 팔이 새롭게 자라났다.

언노운의 두 뿔은 온전해져 있었다.

몸의 근육은 완전히 활성화되어 몸집이 거의 2배로 불어났다.

다른 한쪽은 깡마른 미라가 되어 있었다.

아무리 좋게 봐도 살아 있는 걸로는 보이지 않았다.

휘익!

용주는 손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놈이 한 발 더 빨랐다.

등짝을 거하게 얻어맞은 용주는 중심을 잃었고, 떨어지는 용주를 공중에서 낚아챈 언노운은 용주를 그대로 입에 쑤셔 넣었다.

언노운의 머리는 페리카나의 주둥이처럼 부풀어 있었다.

“좀비 헌터!!”

바로 그때.

다급한 누군가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은 발목에 중상을 입은 헌터.

정신을 차린 또 다른 헌터는 그를 부축해주고 있었다.

“머… 먹혀 버렸어요! 어떡해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당장 돌려받아야지!”

버럭 소리를 지른 부상입은 헌터가 호기롭게 부러진 발을 내디뎠다.

“크악!!”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고통은 참을 수 있는 선을 한참 넘어 있었다.

“무리예요! 그 몸으론 무리라고요!”

“그럼 뭐 어떡하라고?!”

신경질을 낸 헌터는 자신의 발목에 칼을 갖다 댔다.

“자… 잠깐만!! 무슨 생각 하시는 거예요?”

“잘라낼 거다. 한 번에 잘라내면 잠깐 동안은 고통을 느끼지 못할 거야. 그때가 마지막 기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한 번에 잘리지도 않을뿐더러, 고통이 사라지지도 않을 거라고요! 게다가 지혈할 방법도 없잖아요!”

“이래 죽나 저래 죽나 가만히 있으면 어차피 죽어. 죽을 거라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걸어야지. 게다가… 난 녀석에게 해야 할 말이 있다.”

주머니에 있던 담뱃갑을 꺼낸 헌터는 그걸 입안에 쑤셔 넣었다.

날카롭게 갈린 칼날은 자신의 발목을 노리고 있었다.

“으… 으으으…!!”

몸을 바르르 떤 헌터는 고개를 돌렸다.

더 말릴 방법도 없었거니와 차마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촤아악!!

살이 찢기는 소리가 들렸다.

후두두둑.

액체가 흩뿌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강한 피비린내가 나는 물방울이 자신의 얼굴에 튀는 것을 느꼈다.

“으… 으아아!!”

발작을 일으킨 헌터가 괴성을 질렀다.

머리를 감싸 쥔 그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의 다리는 아직 제자리에 붙어 있었다.

“어…?”

무언가 이상했다.

그의 다리는 붙어 있다.

그럼 아까 그 소리는?

아까 그 피는?

“대체 뭐가 어떻게….”

사내는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에 물려 있던 담뱃갑은 힘없이 툭 떨어졌다.

헌터는 사내의 시선을 쫓았다.

그리고 그와 똑같은 표정이 되었다.

언노운이 웃고 있었다.

한쪽 입꼬리만 치켜올린 채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순간적인 착시였다는 걸 헌터는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웃고 있는 게 아니었다.

단지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었다.

녀석의 입은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찢긴 녀석의 입 안쪽으론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좀비 헌터.

그렇게 불리는 사람이.

언노운의 입을 찢어놓은 용주는 놈의 안쪽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치명적인 상처를 여럿 입혔음에도 언노운은 아직까지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흐읍!”

그 순간.

언노운의 목구멍으로 대량의 바람이 유입되는 것이 느껴졌다.

입이 찢어져 바람이 옆으로 샜지만, 그럼에도 양이 상당했다.

‘뭐지?’

불길함을 느낀 용주는 뒤를 돌아보았다.

놈의 이빨에서 핏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처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피가 아니었다.

이건 인위적인 분사.

녀석은 뭔가를 하려고 하고 있었다.

“푸!!”

이윽고 불어 나오기 시작한 엄청난 양의 바람.

그와 함께 일어난 피바람은 순식간에 해일이 되었고, 쓰나미에 휩쓸린 용주는 그대로 바깥으로 내던져졌다.

‘칫…!’

호흡을 멈춘 용주는 오른손으로 지면을 긁어냈다.

손톱이 만든 다섯 개의 자국은 날카롭게 이어졌고, 곧장 피가 고였다.

쓰나미 같은 위력을 자랑하던 피의 물결은 점점 위세가 줄어들었고, 이내 끝이 났다.

‘그 정도면 쓰러져줄 만하지 않았냐?’

놈의 흡수가 끝나기 전에 상황을 끝장낼 생각이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변신할 때가 가장 약한 때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그 생각은 보기 좋게 틀린 모양이었다.

언노운은 여섯 개의 손을 한데 모았다.

자신의 주둥이 언저리였다.

녀석의 손톱을 타곤 옅은 붉은빛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한데 모였던 녀석이 팔이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후욱!

무겁고 날카롭게 퍼져 나가는 바람 소리.

‘이런!’

무언가 잘못되었단 생각이 용주의 머릿속에 스쳤다.

벽면과 지면에 이전에 없던 할퀸 자국이 생기고 있었다.

‘피할 방법은….’

용주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도 장소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용주는 검을 지면에 박아 넣었다.

자세를 낮춘 용주의 눈높이는 검의 손잡이와 같아져 있었다.

그리고.

손톱을 세운 오른손으로 왼손을 감싸 안았다.

바람은 곧장 용주를 덮쳤고, 용주의 온몸을 베고 지나갔다.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곳은 딱 한 군데.

바로 머리였다.

쿵! 쿵! 쿵!!

바람길을 곧장 따라온 언노운은 용주를 덮쳤다.

다시 한번 한곳으로 보이는 여섯 개의 팔.

피투성이의 몸을 일으킨 용주는 기습적으로 녀석의 중심을 파고들었다.

가시지 않는 식욕의 효과는 아쉽게도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녀석을 베어 내는 데 부족함은 없었다.

용주의 손톱은 녀석의 옆구리를 찢었고, 언노운의 피와 살이 흩뿌려졌다.

용주는 오른발을 축 삼아 급격하게 몸을 틀었다.

용주의 두 다리는 언노운의 등을 수직으로 밟고 서 있었다.

능형근 깊숙이 들어갔던 손톱에 힘을 준 용주는 또 한 번 녀석을 찢었다.

물과 피.

그리고 내장으로 보이는 것들의 일부가 찢긴 그대로 흩뿌려지고 있었다.

▷ 할퀴기의 스킬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Lv.2)

두 다리에 힘을 실은 용주는 녀석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치명적인 일격에도 언노운의 시선은 용주를 쫓았다.

하지만 그걸로 마지막이었다.

언노운의 흰자위는 이내 검은자를 삼켰고, 힘을 다한 언노운은 무릎을 꿇었다.

언노운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쓰러…뜨린 건가?’

용주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온몸에 남은 끔찍한 상처들을 타곤 끊임없이 고통이 밀려오고 있었다.

피로 만들어진 손톱은 힘을 다했는지 깨지기 시작했다.

부서져 흩어지는 모습은 마치 얼음 결정 같았다.

용주는 검을 겨눈 채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순간.

게이트 안에서 머물던 빛이 좀 더 밝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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