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 목적 (2)
나는 눈동자를 굴려 식칼을 봤다. 식칼을 가지고 온 걸 눈치채지 못했다.
'방금 차를 타오면서 가져온 건가? 이 정도로 치밀한 여자라니.'
눈동자를 굴려 왜 이렇게 상황이 변했는 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생각할 틈도 주지 않았다.
"빨리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이 칼이 너의 목을 두 동강 낼 거거든."
그녀가 더 깊이 식칼을 눌렀다. 따갑고, 뜨거운 고통이 목 주변에서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 정도 고통쯤이야 소진의 빙결검에 비하면 턱도 없다.
여기서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에겐 신체 강화가 있으니까. 목에다 신체 강화를 두른다면 강철보다 단단해진다. 식칼 따위는 파고들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내가 경비원이 아닌 건 어떻게 안 거지?"
"하, 내가 그것도 모를 줄 알았어? 푸른 나무의 등대 소속은 아니었지만, 현 경비단원들의 얼굴과 이름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그녀가 한쪽 입꼬리를 쭉 올리며 비웃음을 날렸다. 아마 그녀는 전대 경비단의 소속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이름도 얼굴도 다 기억할 리 없으니까.
'내 실책이다. 이 여자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 이상함을 눈치챘어야 했던 건데. 경계해야 했던 건 나였나.'
이 마을에서 나보다 강한 자가 없다 생각하니 절로 느슨해진 것 같다.
나는 짧게 반성하고 목에 신체 강화를 둘렀다. 식칼이 더 깊게 들어온다면 앨리가 크게 걱정할 거다.
"...?!"
"내가 너무 얕본 것 같군. 그에 대해 사과를 하지."
"누구냐! 내 목을 노리러 온 것이냐?"
목에서 푸른색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자 그녀가 뒤로 풀쩍 물러나며 태세를 갖췄다.푸른색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혼란스럽다는 걸 알리고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처음 목표는 그녀와 차츰 시간을 가지며 노예 감시관으로부터 아내를 뺏어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된다면 처음부터 계획이 수틀린 거다.
'대화는 통하지 않아 보이네. 일단..'
제압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이 순간에도 빠져나가려고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다행히 현관문 쪽은 내가 지키고 있어서 그녀는 밖으로 나가려면 나를 지나쳐야 했다. 나는 목에 둘렀던 신체 강화를 전신에 둘러 전투에 대비했다.처음에는 다리에 힘을 집중시켜 기동력을 크게 올렸다.
"읍?!"
내가 밟고 있던 나무 바닥이 우지끈,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그리고 일순, 그녀의 식칼을 멀리 처내고 입을 손으로 막았다.
"으읍!! 읍!"
그녀가 손에 침을 묻혀가면서까지 거세게 반항했지만 제압한 힘을 풀기엔 어림도 없었다. 버둥거리는 두 다리를 몸 위에 올라타면서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곧 몇 분 동안 반항하다가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읍읍, 거리는 것도 멈추고 나를 째려봤다. 푸른색의 눈동자엔 타오르는 적의가 느껴졌다.
"소리치시면 죽이겠습니다. 손을 풀면 제 대답에 응해주십시오."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의 입을 봉하던 손을 풀었다. 침이 범벅으로 묻으며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나는 혹시나 싶을 저항에 대비해서 그녀의 목에 손을 댔다. 여차하면 부러트린 다는 경고였다. 먼저 궁금한 것부터 질문했다.
"우선 당신의 이름은?"
"로제."
"좋습니다 로제. 우선 너무 적대하는 것 같으니 말씀드리자면 저는 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로제가 내 말에 구시던 미간을 더 깊이 구겼다. 고운 미간이 찌푸려 졌지만, 못생겼거나 추하긴커녕 아름다움에 개성을 더해 줄 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이렇게 제압까지 하고 목에 손까지 올려놓고선 죽일 생각이 없다니. 네놈의 대가리엔 우동사리밖에 들지 않은 것인가?"
"죽일 생각이 없다 했지 못 죽인다고 말 안 했습니다."
나는 로제의 목을 조금 눌렀다. 그것만으로도 숨이 막혀오는지 고통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쿨럭, 알았다. 그렇다면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그건 네가 노예 감시관과 가까워서 그랬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미워할 거면 너의 남편을 미워하세요."
"노예 감시관이라면.. 자릴을 말하는 거겠군. 그것보다 남편?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생뚱맞은 소리를 들은 것처럼 눈을 깜빡이는 로제에 이번엔 내가 당황항 차례였다.
로제는 노예 감시관의 남편 아니었나? 아침부터 같이 있다는 것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 같은 대화는 누가 봐도 부부였는데.
"하아.. 반응을 보니 몰랐던 것 같군. 나는 자릴의 남편이 아냐. 그저 다른 마을에서 올라와 잠깐 신세를 지고 있을 뿐이지. 자릴과 알고 지낸 사이가 긴 것뿐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다 해서 남녀가 한 집에서 잔다고?"
"그게 무슨 문제지? 어차피 같은 침대를 쓰는 것도 아니고 각방을 쓰는 건데."
로제는 노예 감시관이 자길 덮친다는 상황을 베제 하고 있었다. 그건 오래된 우정을 믿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힘을 믿는 것일까. 나는 아마 후자라고 생각했다.
"자릴이 날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설마 부부처럼 보일 줄이야.. 오해는 풀렸으니 된 건가?"
나는 로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녀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난 지금 생사람의 목을 쥐어잡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목에 올린 손을 푸니 로제가 일어나며 옷을 툭툭 털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을 뻔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내가 너무 성급하게 행동한 것 같군. 실례되는 짓을 해서 정말로 미안하다."
나는 머리 숙여 사과했다. 로제가 그런 나를 잠시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됐어. 그것보다 자릴한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이런 짓까지 벌인 거지?"
"나는 그놈의 밑에서 광질을 한 적이 있었다. 잠시라도 쉬면 채찍질에 툭하면 하프 엘프를 모멸하는 말까지. 죽여도 시원찮은 놈을 어떻게 골려줄까 생각하다 우연히 너를 보게 된 거다."
"잠깐, 네가 자릴의 밑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고? 노역장은 하프 엘프만이 가는 곳일 텐데···. 설마 너 하프 엘프인 거야?"
"늦었지만 정식으로 소개하자면 내 이름은 실리안, 세계수의 선택을 받은 하프 엘프야. 그 전까진 광산에서 일만 하는 노예였지만."
로제는 내 진명에 깜짝 놀란 토끼처럼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선 내 이름을 몇 번 중얼거리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너의 그 얼굴은 분명 마을의 유명인사가 됐을 텐데. 내가 모르는 것이 이상했었어. 과연 네가 세계수의 선택을 받은 하프 엘프구나."
나를 보며 눈을 빛내는 로제의 눈동자엔 모멸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하프 엘프를 혐오하지 않는 건가?
내가 만났던 모든 엘프들은 하프 엘프라고 듣기만 해도 인상부터 구겼는데. 처음 만나보는 제대로 된 엘프였다. 나를 혐오하지 않는 엘프가 있다는 감회도 잠시, 그녀는 내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것보다 자릴이 노역장에서 하프 엘프를 혐오하는 말이나 폭력을 행세했다고? 믿을 수 없어."
로제가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봤다. 그녀는 노예 감시관의 본모습을 모르는 건가?
'아니, 그럴 수도 있겠어. 당장 오늘 아침만 해도 잔뜩 목소리를 깔고 멋진 척하던 게 생각나니까. 아마 앞에서는 어장관리를 했겠지.'
로제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
"자릴은 나한테 최고의 환경과 절대 수모를 줄만한 말을 건네지 않았다고 했어. 비록 과거에는 하프 엘프를 혐오하는 경우가 짙었지만, 지금은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했는데···."
"모두 다 거짓말이다. 내가 그놈의 밑에서 탈출을 결심했을 정도로 환경이든 대우든 최악이었으니까. 뭣하면 지금 확인하러 갈 텐가?"
"확인?"
"그놈이 일하는 곳···. 설마 자릴은 너한테 자기가 어디서 일하는 지도 알려주지 않은 건가?"
로제가 내 말에 고개를 숙이며 눈살을 찌푸렸다.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겠지. 그녀도 슬슬 의심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자릴은 자기가 일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모습을 로제가 본다면 호감도는 바닥을 칠 테니까.
"의심하는 것보다 두 눈으로 직접 보는 편이 빠르겠지. 날 따라와라. 아마 장소를 바꾸지 않았더라면 같은 곳에 있을 거다."
몇 년이나 썩었던 곳이다. 길 따위야 눈을 감고도 갈 수 있었다.
나는 앞장서서 걸었다. 로제는 그런 내 뒤를 조용히 따라왔다.
*
수풀이 우거진 공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 노예들을 가두고 채굴하는 광산은 마을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역장은 마을 입장에서 쓰레기 처리장과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지 않더라면 이렇게 꽁꽁 숨겨둘 필요는 없으니까.
"자릴과 알고 지낸 건 얼마나 됐지?"
"엘라시움에 올라오고 나서 반년 동안 함께 지냈다. 처음 맞이한 마을을 자릴이 알려줬다. 나중에는 여관비가 아까우니 자기 집에서 지내는 건 어떻냐고 말했지. 나는 그의 무력 수준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 여관비도 아낄 겸 그 제안을 승낙했다."
로제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그녀에게는 재밌었거나, 추억에 젖는 등 그러한 것은 일체 보이지 않았다.
"너는 엘라시움 출신이 아닌 건가?"
"서쪽에 아주 작은 마을이 있다. 하프 엘프들로 구성된 그 마을은 울타리처럼 사방에 길이 없고 숲으로만 도배되어 있어서 외부에선 알아차리기 힘들지."
"하프 엘프들로 구성된 마을이라고? 너는 하프 엘프인건가?"
"음? 그렇다만."
나는 로제의 말에 깜짝 놀라 그녀를 돌아봤다. 로제는 조금 장난기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숨길 생각은 딱히 없어 보였다. 단지 내가 물어보지 않아서 알려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보다 하프 엘프들로 이루어진 마을이 있었다니. 그런 마을이 알려지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했다.
만약 들킨다면 모조리 노역장에서 생활하게 될 테니까. 여기서 같은 하프 엘프를 만났다는 것이 좀 반가웠다.
'아니 잠깐. 그렇다는 건 자릴은 로제가 하프 엘프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건가?'
엘프의 특징은 양쪽 귀가 뾰족하다는 것이다. 하프 엘프도 또한 뾰족한 건 맞지만, 끝부분이 조금 뭉툭해서 쉽게 몇 백 년 산 엘프들은 손쉽게 알아차린다.
"자릴은 네가 하프 엘프라는 걸 알고 있나?"
"아니, 당연히 모른다. 그가 하프 엘프에 대해 혐오하지도, 나쁜 대우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마을은 아니니까. 알고 있는 사람이 늘어서 좋은 건 없지."
그녀는 새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말했다. 귀를 가렸던 머리카락이 뒤로 넘어가면서 하프 엘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귀가 나타났다.
저런 식으로 귀를 가리는 건가. 엘라시움에 있는 거의 모든 여자들 또한 평범하게 귀를 가리고 다니므로 의심을 사기 어려웠다. 나 또한 머리카락을 길렀을 때 귀를 가릴 수 있었지만, 그땐 이미 늦고도 한참 늦었을 때였다.
"그렇다면 나는 왜 알려준 거지?"
"당신도 하프 엘프니까. 설마 내가 하프 엘프라는 걸 엘라시움에 퍼뜨릴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같은 동족이라서 믿었던 것일까. 그리고 자신이 깊이 신뢰하는 사람한테는 알려줄 법도 한데 혹시 하는 가능성 때문이 굳이 알려주지 않는 걸 보면 로제는 딱히 자릴을 신뢰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혹시나 한 번 물어볼까.
"너는 자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너는 자릴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눈치채고 있던 것 같은데."
"딱히. 별 생각도 없다. 자기 관리도 못하는 엘프 따위야 내 눈에 차지 않아."
역시는 역시인가. 그런 놈한테 로제는 너무 아깝기 그지없었으니까.
슬슬 사람이 다녀간 길이 나오며 노역장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알렸다.
익숙한 길, 그리고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던 길이다. 항상 이 길을 걸을 때면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곡괭이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가는 등, 별의별 짓을 다했다.
"····어이, 쉬지 마! 내 눈엔 다 보인다!"
멀리서 들려오는 고함이 귀를 때렸다. 필히 로제의 귀에도 들릴 목소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이로제가 걸릴 만큼 익숙한 어조, 익숙한 말투였다.
"······사실이었구나."
로제는 참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적어도 반년간의 정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숲을 방패 삼아 위장하고 광산을 지켜봤다. 정확히 말하면 채찍을 높이 들고 노예를 무자비하게 학대하는 놈을 말이다.
비실비실한 노예는 억지로 곡괭이를 들고 다시 일어섰다.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곡괭이를 휘두르는 게 옛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부터 저 놈을 죽일 생각이다. 혹시 방해할 거면···."
"방해할 생각 따위 없어. 오히려 거들어 주고 싶을 정도군. 그래도 되나?"
로제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두 눈은 아니었다. 자릴에게 적의를 보이며 이를 갈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 로제가 도와준다는 건 최선의 선택지였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묻힌다고 생각하면 저놈도 좋아할 거다. 아마도.
"얼마든 지 환영한다. 하지만 급소는 노리지 마라. 최대한 놈에게 고통을 주고 싶으니까."
나는 다리에 마나를 집중했다. 저장됐던 마나가 활성화되며 더욱 단단하게, 그리고 근력이 증가되며 초인의 몸이 됐다. 나를 한 번도 배신하지 않은 기술.
그것은 지금도 내게 결과를 보답해주고 있었다.
"뭣, 커헉!"
사자처럼 뛰어들어서 자릴의 두 다리를 가격했다. 관절 부분만 노려서 철퍼덕, 소리와 함께 다리를 꿇었다.
뒤에서 광질을 하던 하프 엘프들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이해가 안 가서 두 눈을 뜬 채 당황하고 있었다.
"로제. 그들에게 하프 엘프가 사는 마을을 알려줄 수 있어?"
"물론이지. 엄마가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으니까 마을은 얼마든지 환영할 거야."
로제는 광산 안에 있는 하프 엘프들을 데리고 서쪽으로 가다 보면 유난히 키가 작은 나무들이 우거진 공간이라고 알려주며 열심히 소개했다.
하는 말이나 힘은 과격하기 짝이 없으나 이런 면을 보면 그녀도 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 너는 누구냐! 아니, 넌 마을에서 봤던 그 하프 엘프?!"
"오랜만에 보네 노예 감시관. 너도 날 알아차리지 못하는구나?"
"오랜만에 본다고? 그게 대체 무슨···."
"과거에 여기서 신세 좀 졌지. 몇십 년 동안 얼굴을 마주했는데 알아차리지 못하는 건 좀 섭섭한데."
나는 자릴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아 찍어 눌렀다. 그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며 더러운 흙바닥에 얼굴을 비볐다.
"케흑, 너는 대체···."
"실리안."
"끄으윽···. 나는 그딴 이름 몰···."
내 말에 자릴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기억을 더듬던 그가 내 이름을 알아차린 것일까.
"실, 실리안? 분명 그 이름은 과거에 도망치다가 죽었다고 알려진 놈일 텐데···!"
그렇게 알려진 건가. 내가 도망간 뒤로 어떤 일이 일어났나 싶었는데 죽었던 걸로 포장된 것 같았다.
"놀랍게도 그놈이 살아서 돌아왔네. 오랜만에 보는 거니까 조금 과격할 수도 있다. 이를 꽉 깨무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자릴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입을 못 다물었는지 입 안에서 흙이 떨어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거니까 어금니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나는 주먹에 신체 강화를 둘렀다. 강철보다 단단해진 주먹이 그의 얼굴을 향해 쇄도했다.
노예 감시관을 위한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