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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하프엘프-67화 (68/77)

67화 - 무언가 잘못됐다

소진과 소혜랑 같이 여관으로 복귀하는 길이다.

내 곁에는 방금 전까지 몸을 섞던 멜리나가 없었다.

나는 멜리나가 자기를 데려다 주라며 바짓가랑이를 붙잡았지만 깔끔하게 무시했다.

'자기 남자친구와 멍하니 있는 것이 보기 좋았지.'

멜리나가 나를 원하는 시점부터 게임은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다.

이렇게 될 경우에 카닐을 죽인다고 했지만 그건 나중에 할 거다.

지금은 그들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것 좀 보고 싶다.

"시안 오빠, 이제 저희랑만 노는 거죠?"

"그렇지."

소혜가 싱글벙글 웃으며 여관으로 향했다.

발이 통통 튀는 게 기뻐 보였다.

소진이 옆으로 와서 물었다.

"이제 그들은 어떻게 할 거야?"

"적당히 골려주다가 죽이고 싶은데.. 하지만 지금 갑자기 죽는 건 좀 이상하겠지."

우리랑 외곽을 돌다가 죽는 다면 의심을 살게 뻔했다.

몬스터한테 죽었다 말해도 코웃음 칠 테고.

가장 좋은 방법은 버림말로 쓰는 거다.

"세계수님에게 같이 가보자. 이젠 외곽을 도는 것보단 직접 나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알겠어. 지금은 늦었으니 내일 가자."

소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시간이 늦었다는 것은 약간 핑계로 보인다.

왜냐하면 소진이 내 팔을 가슴 사이에 끼워 넣고 여관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밤은 꾹꾹 채워 줘야 하는 거 알지?"

귀에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소진의 말이 조금 등골을 시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자지는 소진의 풍만한 젖가슴에 흥분하여 고개를 치켜세우기 바빴다.

"둘 다 배 터지게 채워 줄게."

*

"언니도 참 대단하다니까. 나는 자가 치유를 해도 힘든데.."

"하앙! 네가 하고 있는 동안, 아아앙! 난 쉬고 있으니까."

지금 몇 시간 째 이러고 있는 거지.

밖에는 이미 해가 떠서 방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지금 몸 위에서 날뛰고 있는 소진을 보고 있었다.

풍만한 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정신을 사납게 했다.

그 흔들리는 젖가슴을 잡고 유두에 입을 가져다 댔다.

"츕, 츄르릅.."

"으응! 거기 조금만 더 세게 빨아줘!"

유륜을 입술로 덮고 커다란 유두를 혀로 굴려댄다.

가끔씩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주면 되게 좋아한다.

"흐으으윽! 가, 간다!"

푸슛, 푸슛!

아침부터 활기차게 가버리네.

저렇게 많은 애액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하아앗.. 하앙.. 키스, 우움.."

쯉, 쮸우웁..

유두를 빨던 걸 그만하고 키스를 했다.

몸을 계속 비비적거리면서 애정을 갈구해댔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쌓였던 죄책감이 점점 풀려나가고 오늘로 풀려나간 것 같다.

나는 소진이 원하는 대로 등과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랬더니 부르르 떨리던 보지가 더 꼭꼭 쪼이며 다시 정액을 갈구했다.

이미 소진의 자궁은 더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꽉 채운 상태다.

"언니, 이제 갈 준비 해야지. 씰 어딨어?"

"쯉, 파하.. 거기 내 옷에 보면 여러 장 있을 거야. 쮸웁, 쯉.."

소혜는 어느샌가 언니를 따라서 보지에 씰을 붙이기 시작했다.

자기도 하고 싶다며 똑같이 따라한 결과였다.

'생각해보니 소혜가 성녀로 각성한 다음 계속 자궁에 뿌려댔는데.. 임신은 괜찮나?'

지금까지 익숙하게 안으로 쌌다.

밖으로 빼서 싸는 게 싫어서 그런 것도 있는데 무엇보다도 각성을 해서 그렇다.

각성을 한 시점부터 소혜는 남 부럽지 않은 힘을 얻었으니까.

거기엔 마력을 다루는 능력도 포함된다.

'알아서 잘하겠지? 소진도 별 말 없었으니까.'

눈을 감고 내 혀를 괴롭히는 소진을 부드럽게 밀어냈다.

이젠 정말 가야 하는 시간이다.

"이러다가 또 지체된다. 씻으러 가자."

"아.. 알았어."

다들 사이좋게 씻고 나왔다.

옷을 제대로 입고 나온 소혜와 소진이었지만, 막상 그 안에는 보지에 씰을 붙이고 나온 성태였다.

"언니 이거 진짜 좋다. 몸을 흔들 때마다 오빠가 곁에 있는 것 같아."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넣고 다니면 안 된다? 그러면 시안이 싫어해."

"알았어 언니."

사이가 참 좋기는 한데.. 뭔가 대화가 좀 그렇다.

원래 이 시간엔 외곽을 돌러 가야 하지만, 우린 세계수부터 만나러 갔다.

외곽을 도는 것도 지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 수비만 하면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들고 세계수에게 말을 걸었다.

'세계수님. 듣고 계시나요?'

[네. 언제나 보고 있어요.]

세계수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 듣고 있냐고 말했는 데 보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지금 거기로 가도 되나요? 궁금한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물, 물론입니다! 당장 차를 끓여 놓을 게요.]

기뻐하는 목소리로 허락했다.

저번과는 다르게 굉장히 활기차 하는 것 같았다.

"뭐라고 했어?"

"만나러 와도 괜찮대. 솔직히 거부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러면 빨리 가자. 이 엘프 놈들의 시선 진짜 기분 나빠."

"맞아요 언니. 자꾸 몸을 더듬는 것 같아요."

그녀들은 후드를 더 깊게 썼다.

남녀역전 세계에서 온 그녀들일 텐데 남자의 시선이 기분 나쁘다니.

아무래도 카닐이 보여준 모습이 그만큼 충격적인 것 같았다.

그는 추함의 끝판왕 급이었으니까.

소혜와 소혜가 후드를 덮자 몰려오는 시선은 나였다.

그녀들만큼이나 내 외모는 눈에 띄었으니까.

그리고 걸려오는 시선 중에는

"쳇, 하프 엘프라면 노역장에 처박아서 개처럼 굴려야 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엘프답지 않게 걸걸한 목소리다.

그는 일부로 내가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말했다.

'노예 감시관.'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아주 익숙한 놈이었다.

걸걸한 목소리에 커다란 체구를 가진 엘프다.

거기에 조금 나온 뚱뚱한 배가 그의 성향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여기에 있었구나. 외곽을 도느라 잠시 까먹었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저 놈은 내가 직접 죽이기로 마음먹은 놈이었으니까.

놈이 있는 곳을 기억했다.

세계수와 대화하고 나면 다시 찾아와야겠다.

*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투명한 보호막 안으로 발을 드리니 세계수가 밝은 미소로 인사했다.

두 손을 가운데로 모아 흉악한 가슴이 찌푸려 진 게 보였다.

소혜와 소진은 그런 세계수의 가슴을 보고 인상을 구겼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따뜻한 차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세계수는 개의치 않고 모두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여줬다.

마치 엄마 같은 모습이다.

'아니, 나는 하프 엘프니까 어느 정도 어머니라 칭하는 게 맞나?'

세계수는 모든 엘프의 어머니나 다름없는 존재니까.

우리들은 세계수의 안내에 따라 익숙한 오두막으로 향했다.

그런데 조금 그 오두막이 어색했다.

'저번에는 정말 딱 혼자 살 정도의 크기였는데.. 지금은 어째 두 명이 살기 딱 좋은 것 같은데?'

집을 확장 공사를 했나?

안쪽이 좀 넓어진 것 같았다.

"그렇게 서 있지 마시고 이쪽에 앉으세요."

쪼르르륵.

세계수는 미리 준비한 찻잔에 차를 따랐다.

전보다 조금 낯선 모습이었다.

우리들은 세계수의 배려에 감사하며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아까부터 싱글벙글 웃으며 우리를 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쪽을 보며 말이다.

"세계수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네?"

세계수가 나를 보더니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내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혹, 혹시.. 실리안 씨는 기쁘지 않으신 건가요..?"

"...?"

대체 뭘 말하는 거지?

혹시 세계수, 그녀를 만난 게 기쁘지 않냐는 건가?

물론 그런 거라면 좋기는 한데.

세계수의 몸과 웃고 있는 얼굴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니까.

"저는 굉장히 기쁩니다. 드디어 저도 제.."

"세계수님? 거기 그만하고 떨어지시면 안 될까요?"

내 귀에 계속 속삭이는 걸 도저히 못 봐주겠는지 소진이 약간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미간을 구기고 있는 게 맞아 보였다.

"아, 죄송합니다. 특히 진소진, 진소혜 씨에게는 더 죄송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네요. 실리안 씨가 선택하신 거니까요."

세계수의 말에 소진과 소혜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나중에 무슨 말이냐고 둘 만 있을 때 물어봐야겠다. 지금은 물어볼 것이 있어서 만나러 왔으니까.

"세계수님. 일단 저희가 여기로 온 이유 말인데요. 이렇게 수비만 하는 게 아니라 공격을 하는 게 어떤지 물어보러 온 겁니다."

"공격.. 말씀이십니까?"

"네. 아직 한 명은 오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있는 인원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서요. 그렇지?"

나는 혹시 몰라 소진에게 물어봤다.

그녀가 이 파티원의 중심이니까.

"맞아. 생각보다 몬스터의 힘이 약했어. 그것도 지구에 있는 몬스터들 보다도 훨씬. 여기에 있는 몬스터들은 전부 하향 평준화된 것 같아."

"그 말이 맞으실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진소혜 씨 덕분에 약해진 거죠."

"네? 저요?"

세계수의 갑작스러운 지목에 소혜가 당황했다.

"성녀라는 직업은 단순히 몬스터에게 가까이만 가도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공격력부터 방어력 저하까지 정말 다양하게 말이죠."

"그런 사실이.. 그러고 보니 언니랑 같이 있을 때 몬스터들이 특히 더 약해진 것 같았어요."

그런 게 있었나.

나는 그때 동안 멜리나와 몸을 섞어서 몰랐었던 사실이다.

"그만큼 성녀라는 힘이 크다는 겁니다. 깨우치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운 힘이고요.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자부해도 됩니다."

세계수의 자상한 미소는 저절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나뿐만이 아닌 듯 그녀들 또한 경계심을 낮추게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진소진 씨, 진소혜 씨. 실리안 씨를 데리고 마왕이 있는 곳으로 갈 건 아니겠죠?"

"네? 당연히 같이 가야.."

"안됩니다!"

쾅!

세계수는 지금까지 보여준 적이 없는 무서운 기세를 뿜어댔다.

자연에 있는 최상위 포식자가 어금니를 드러내며 위협하는 것 같았다.

'갑,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지?'

나만 그 기세를 느끼는 게 아닌 듯 소혜와 소진도 안색이 파래졌다.

오히려 덜덜 떨며 식은땀을 흐르는 게 나보다 더 한 기세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위험한 공간에 실리안 씨를 데리고 가실 수 없습니다."

"그런,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안전하게 지킬 테니.."

"그 말을 확신할 수 있습니까?"

힘겹게 한 땀 한 땀 말하는 소진을 세계수가 밀어붙였다.

"무엇보다도 실리안 씨가 죽는다면 엘라시움도 문제지만 당신들도 큰 곤란을 겪게 됩니다. 지구로 돌아가실 수 없으니까요."

"돌.. 돌아갈 수, 없다고요?"

"네. 지구와 엘라시움을 잇는 매개체는 실리안 씨입니다. 그가 죽는 다면 저에게 경외심을 모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게이트를 열 힘도 사라지니까요."

"..."

세계수의 말에 소진이 입을 꾹 다물었다.

눈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저런 눈일까.

소진은 세계수의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기를 뿜어댔다.

"그렇다고 해서, 시안을 데리고 가지 않을 순.. 없어요. 마왕을 언제 잡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동안.."

"마왕의 위치만 알려드리면 될까요?"

"... 그게 무슨..?"

"차원에 간섭하는 건 불가능 하지만 그래도 저는 세계수입니다. 마왕이 내뿜는 마기 따위야 진작에 알아차렸죠."

"그러면 왜, 공격을.."

"지금 엘프들은 제 가호도 제대로 못 받는 머저, 아니 아이들이니까요."

방금 머저리라 하려 했던 것 같은데.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안 그래도 약한 아이들을 마왕에게 보낸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죽으라고 명하는 것 밖에 더하지 않을 겁니다. 제 아이들은 조금 멍청해서 다른 종족과 협력할 생각도 안 하니까요."

나는 세계수의 말에 충격받았다.

'분명 방금 자기 아이들에게 멍청하는 말을 했었지?'

틀림없이 그런 말을 했다.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 말하지 않을 말이다.

그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저에게 실리안 씨를 보낸다는 것만큼 멍청한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러니 양해를 부탁드릴게요."

"....."

세계수는 기세를 거두었다.

소진은 주먹을 꽉 쥐고 아랫입술을 질겅질겅 씹어댔다.

꽉 쥔 주먹과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언, 언니.. 세계수님! 정말로 가끔씩이라도 좋으니 저희가 시안 오빠를 볼 수 있는 방범은 없나요?"

차마 보다 못한 소혜가 직접 나섰다.

소혜 역시 나와 있고 싶어 하는지 간절해 보였다.

"..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단 한 가지 유일한 방법이 있죠."

"그, 그게 뭐죠?"

"간단합니다. 여기서부터 진소혜 씨와 진소진 씨가 있는 곳으로 게이트를 열면 되니까요."

"그러면!"

"단. 거기에도 역시 제 힘이 들어갑니다. 즉, 경외심이 필요합니다."

소혜의 말을 툭 끊고 들어오는 세계수의 말에 소진과 소혜의 몸이 굳었다.

그녀들에게 있어 경외심이라는 단어만큼 듣기 싫은 게 없을 거다.

'세계수가 경외심을 얻는 건 나와 몸을 섞으면서 얻을 수 있으니까.'

그것 말고도 압도적인 힘을 이용해 몬스터를 처치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이것이 내게 더 효율적이고 간단하다.

당장 멜리나만 해도 무시무시한 경외심을 얻었으니까.

"세계수.. 듣자 하니 방금 말은 도저히 못 들어주겠네. 너 꿍꿍이가 있는 거지?"

"저는 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 아이들 중에는 당연 실리안 씨도 포함되고요."

"우리는 거기에 포함이 안 된다 이 말인 건가?"

"아닙니다. 당신들을 최대한 돕기 위해서 생각한 방법이 있습니다."

세계수는 큰 결심을 한 것처럼 눈을 질끈 감았다.

"제 아이들을 데리고 마왕을 잡으러 가 주세요."

"... 네가 하는 말이 뭐가 잘못됐는지 알고 있지?"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모든 엘프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당신들마저 잃는 다면 정말 엘라시움은 끝이 날 겁니다."

세계수가 한 말에는 오류가 있다.

그 누구보다도 엘프를 사랑하는 그녀가 사지로 자기 아이들을 보낸다는 거니까.

하지만 세계수 역시 큰 결심을 한 것일 테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잃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내게 있어서 상당히 좋은 소식이다.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을 거야.'

나는 세계수의 말이 상당히 기뻤다.

내가 처음부터 구상했던 거다.

소진과 소혜 대신에 죽어줄 방패병.

그걸 엘프로 채우겠다는 생각을 세계수가 대신 말해준 거니까.

"대화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그리고 실리안 씨는 잠시 남아주세요."

"뭐? 역시 넌...!"

"진소진 씨.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해입니다."

소진의 눈이 점점 붉어졌다.

내 특수 스킬인 집착 감지였다.

"오해라고?! 지금까지 네가 한 말만 보면 오해라고 말할 수가 없을 텐데!"

"딱 잘라 말해드리죠. 저는 실리안 씨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단지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런 것뿐입니다."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대체 내가 어떻게 믿지?"

"진소진 씨는 모르시겠지만 일정 이상의 경지에 오른다면 격이 생깁니다. 그 격을 손상시킬 만한 일을 하면 안 되죠. 가령 거짓말을 한다던가 말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나는 가만히 듣다가 세계수의 말에 깜짝 놀랐다.

설마 정말로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가?

"여기서 약간의 격을 포기하고 말씀드리자면.. 저는 남자입니다."

세계수가 남자라고 우리에게 알린 순간 흐릿한 연기가 그녀의 몸에서 나왔다.

세계수는 그 연기를 보며 말했다.

"이게 저의 격입니다. 경지에 맞지 않게 부끄러운 행동을 해서 나온 거죠.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다.

좀 많이 충격적이다.

나에게 보여준 행동은 분명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니.

소진은 세계수를 미심쩍은 표정으로 보더니 곧 받아들였다.

"...알았어. 내일부터 네 아이들을 모으고 사지로 끌고 갈 줄 알아."

"엘프들을 소중하게 다뤄주시길 바랍니다. 중간마다 실리안 씨를 뵙도록 게이트를 열어 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그러면 이걸 드리겠습니다."

세계수는 나한테 줬던 나뭇가지를 소진의 손에 올려줬다.

"이걸 꼭 쥐고 저에게 말을 거신다면 대화할 수 있습니다."

"...쯧. 소혜야 가자."

"응 언니. 시안 오빠, 그.. 아니에요."

"꼭 보러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빨리 와야 한다?"

"네 오빠!"

나와 세계수는 그녀들을 배웅해 주고 왔다.

몇 번이나 내 쪽을 보면서 울상을 짓는 소혜와 죽일 듯이 세계수를 보는 소진이었지만, 결국 떠났다.

그녀들이 떠나니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세계수님. 저에게 무슨 볼일이..?"

말캉.

"실리안 씨. 드디어 진소진 씨와 진소혜 씨가 가셨네요."

뭐지?

순간 당황해서 사고가 정지했다.

뒤를 돌던 몸이 딱 굳으며 등에 닿은 감촉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제 둘만 있을 땐 딱딱하게 존댓말 하지 마시고 말 놓으셔도 돼요.."

잊을 수 없는 크기, 그리고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체온.

말캉.

그리고 이 말랑한 건.

가슴?

"후우.."

"흐악!"

귀에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오르가즘이 몸을 타고 올라가 부르르 떨렸다.

이건 명백한 스킨십이다. 좋아하는 이성에게만 하는 거다.

나는 이런 세계수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 세계수님! 저를 좋아하시지 않는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아이 참.. 말을 놓으셔도 된다니까. 당연히 실리안 씨를 좋아하지 않죠."

세계수가 내 등을 꾹 누렀다.

나는 그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내 몸뚱이보다 커다란 두 가슴이 나를 잡아먹어치운다.

귀에 뜨겁고 가쁜 숨이 느껴졌다.

"저는 실리안 씨를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게 됐으니까요. 거짓말이 아니랍니다? 후후.. 앙."

"흣!"

내 귀를 깨무는 세계수에 그만 계집애 같은 목소리를 내버렸다.

"이제 둘 만 있으니까.. 괜찮죠?"

"무엇을.."

"서방님.. 사랑해요. 저와 함께 아기를 같이 키워가요.. ♡"

세계수의 야릇한 목소리에 정신을 못 차리겠지만 하나 알 수 있는 건 있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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