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 멜리나
지옥 같던 정찰이 끝났다.
모든 걸 마치고 나니 떠 있던 해가 지고 잠이 되어있었다.
눈앞의 하프 엘프가 얄밉게 웃으며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멜리나, 카닐. 말하면 알지? 어차피 너네들이 말해봐야 할 수 있는 건 없을 거야. 우린 세계수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니까."
으드득.
저 말 대로다.
게임이라는 핑계를 대고 자신을 강간한 저 하프 엘프를 보면 아직도 울화통이 터진다.
여기서 대꾸해 주는 건 오히려 저 놈을 기쁘게 하는 거겠지.
나는 카닐과 팔짱을 끼고 빠르게 그들과 멀어졌다.
"멜, 멜리나.. 괜찮아?"
"...응. 카닐, 넌 내가 지킬 테니까."
내가 버티지 못한다면 카닐이 죽는다. 그건 무슨 일이 있어도 싫다.
일정의 마무리는 상관에게 보고를 마치고 장비와 컨디션을 조절하는 걸로 끝.
하는 일이 적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을 계속 훑어보며 귀를 쫑긋 세우고 걷는 건 매우 힘들었다.
만약 외곽을 정찰하는 날에 상태라도 안 좋다면 기습당하는 즉시 죽는 거다.
카닐과 함께 상관을 만나러 가니 마침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기다리고 있었네. 어떤가? 그 세계수의 부름을 받았다는 자들 말일세."
상관의 말에 카닐이 잠시 날 봤다.
강간당한 것을 말할까 고민하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하면 안 된다.
"... 그다지 세계수님의 부름을 받을 만한 자들은 아니었습니다."
카닐은 차마 칭찬은 절대 못하겠는지 그들을 조금 비꼬았다.
"그런가? 하긴. 세계수님도 요즘 영 시원찮으시지. 어떻게 데려와도 인간과 하프 엘프를 데리고 올 수 있는지. 요즘은 의심이 갈 정도야."
상관은 엘프로서 절대 하면 안 되는 말을 했지만 그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세계수에 대한 경의는 없어진 것이다.
"그럼 앞으로도 좀 수고해주게. 자네들 말고 다른 사람들 역시 고생하는 건 똑같으니까."
툭툭.
우리 들의 어깨를 치는 상관의 얼굴을 박살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쪽은 강간을 당한 거다. 게다가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는다면 죽인다는 협박도 받았다.
이쪽은 당장 미칠 지경인데 고생하는 건 똑같다니.
미간이 구겨지며 입가가 비틀렸다.
나는 억지로 웃으며 상관에게 대답했다.
"알, 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그래. 자네들도 고생하고."
뒷짐을 지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 뒤통수에 침이라도 뱉고 싶었다.
다시 카닐의 팔짱을 낀 다음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왜, 왜 그래? 무슨 급할 일이라도.."
"지금은 그냥 따라와 줘."
".. 알겠어."
내 상태가 안 좋다는 걸 알아서 일까.
카닐은 아무 말도 없이 따라와 줬다.
벌컥.
집에 도착하자마자 카닐을 침대에 눕혔다.
나는 카닐이 준 겉옷을 벗었다.
좌우로 찢긴 옷과 치유를 받아도 붉은색으로 변한 팔과 다리.
팔을 쓸어봤는데 고통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강간을..
으득!
아직도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카닐! 옷 벗어."
".. 너 괜찮겠어?"
"빨리."
내 몸을 씻겨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 하프 엘프로부터 씻겨줄 사람이.
*
"허억.. 허억.."
"..."
어째서 일까.
내 위에서 열심히 허리를 흔들고 있는 카닐이었지만 저번과 같은 쾌락은 없었다.
"어, 어때. 그 하프 엘프 놈보다 내가 더 좋지?"
분명 2달 전까지만 해도 그렇다고 대답했을 텐데.
우리가 몸을 섞는 건 두 달에 한 번 정도 섞는다.
카닐은 계속하고 싶다 말을 하지만 나는 딱히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섹스라는 것이 기분 좋은 지도 잘 모르겠고.
그저 자그마한 무언가가 내 보지 속을 왔다 갔다 하는 걸 느낄 뿐이다.
"으윽, 쌀.. 쌀게!"
"밖에다 싸."
"으, 응? 그놈도 안에.."
"밖에다 싸라고."
"아, 알았어.."
나간 건 지도 모를 무언가가 밖으로 나갔다.
찍.
"흐아.."
그리고 내 몸애 희끄무레한 액체가 한 방울 나왔다.
"기준 좋았어 멜리나. 역시 난 너밖에 없는 것 같아."
"나도."
보통 여기서 키스를 해주며 보답해 주지만 이상하게 오늘따라 대답해 주기가 싫었다.
멜리나는 카닐과 섹스를 하며 한 번도 '가봤다'라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게 무슨 느낌인지도 모르고.
질벽을 다 긁어주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다.
물렁물렁한 것이 긁어주는 데 느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오래 하는 것도 아니고 짧으면 30초, 길면 1분이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한 남자가 생각났다.
모든 것이 정 반대인 남자가.
'그렇데 크고 뜨겁고 또 단단하고.. 오랫동안 해줄 수가 있구나..'
멜리나는 거기서 처음으로 절정을 느꼈다.
허리가 붕 떠지며 머리가 새하 애지는 느낌이다.
만약 거기서 더 했으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보지만 쪼이는 암컷이 되어버렸겠지.
풀썩.
"멜리나. 오늘 일.. 정말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이제 그 일에 대해 그만 좀 말해."
"아, 미안.."
어라.
나를 걱정해 준 건데 조금 날카롭게 반응했다.
혹시 내가 예민한 건가?
아니.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거다.
당장 나를 쳐다보는 저 얼굴도..
'아니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자꾸만 내 머리가 이상하다.
한 번도 이런 적디 없었는데.
이럴 때는 잠을 자는 게 최고다.
모든 일을 잊고서 내일을 맞이하면 개운해지겠지.
당장 또 내일 하프 엘프를 봐야 한다는 게 지옥 같지만, 그건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거니까.
무엇보다도 카닐의 목숨이 달려있다.
내가 가지 않는다면 카닐이 죽을 테지.
결코 내가 원해서 가는 것이 아니다.
"..."
"코오.."
카닐은 좀 지쳐 있었는지 벌써 곯아떨어졌다.
나는 이렇게 그를 걱정해 주는 데 벌써 잠에 들 정도란 말인가?
조금 불쾌했다.
몸을 뒤척이며 카닐에게 등을 보였다.
눈을 꾹 감고 잠에 들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보지가 욱신거렸다.
왜인 걸까.
왜 무의식적으로 오늘 있었던 일이 기억나는 걸까.
화가 난다.
잠도 못 자게 만드는 강간범이라니. 최악이다.
"..."
정말로 최악이다.
다시 생각난다.
그 하프 엘프의 얼굴이.
내 얼굴보다 기다란 자지가.
무엇보다도 밤이 될 때 동안 두 여자를 쑤시는 미친 체력이 나를 압도했다.
이성을 잃은 채 소리 지르는 암컷 두 명이 기억난다.
무척이나 기분 좋아 보였지.
"흐응.."
앗.
내가 왜 이러지.
허벅지를 비비며 보지를 마찰시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보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젖, 젖었어?'
이럴 리가.
믿을 수 없었다.
카닐과 관계 도중에도 잘 안 나오는 애액인데 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애액이 나온다고?
"..."
찌걱..찌걱..
"흐응..흐아.."
이건 카닐이 나쁜 거다.
나를 애태우고 그대로 자버린 카닐이 나쁜 거다.
나를 만족시켜줬더라면 마음 편히 잤을 텐데.
'아니 애초에 그 남자가 이런 쾌감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아!
내가 무슨 망발을.
절대 그와 몸을 섞는 건 기분 좋지 않았다.
애액이 나오고 자궁이 떨렸지만 절대 기분 졸지 않았다.
찌걱..찌걱..
"흐앙.."
평소에 안 나오던 신음도 나왔다.
무의식적으로 그와 정사를 나누던 때가 생각났다.
정말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커다란 것이 내 질벽 곳곳을 긁어준다.
들어올 때는 아가방을 찌부시키며 들어왔다.
빠질 때는 내 주름을 그대로 끌고 갔다.
뜨겁고 단단한 것은 내 보지를 녹일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안에 사정했을 땐..
"흐으응..!"
추슛, 푸슈슈슛...!
마음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핫! 내, 내가 무슨 짓을.."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닐은 아직 자고 있었다. 깊게 잠든 모양이다.
이불이 젖어 있었다. 모두 내가 만든 흔적이었다.
"빨리 치워야.."
했다.
빨리 치워야 하는데.
조금 고민하고 말았다.
생애 첫 자위다.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지만 본능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 남자가 해준 쾌락과는 비교도 안됐지만 적어도 카닐과 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다시 하고 싶었다.
"... 그래도 그건 아니지."
카닐이란 남자가 있는데 그건 못된 짓이다.
멜리나는 빠르게 흔적을 지우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몸을 계속 뒤척이며 억지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잠에 들 수 없었다.
*
아침이 밝았다.
오랜만에 굉장히 푹 잤다.
양옆에서 나를 껴안고 있는 소혜와 소진.
소진은 아직 집착을 보이고 있었지만 굉장히 나아졌다.
커다란 가슴과 아담한 가슴이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이미 꼿꼿하게 서 있는 자지가 아침부터 여자를 찾고 있었다.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됐던가?'
나는 먼저 몸을 섞기 전에 일정부터 생각했다.
혹시라도 중요한 일이 있는데 섹스를 하고 있으면 안 되니까.
보통은 세계수에게 외곽 정찰을 알려주지만.
그녀와 몸을 섞으면서 하나 비밀을 알았다.
바로 세계수의 나뭇가지가 있는 곳에 그녀가 관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침대 바로 옆, 서랍 위에 있는 나뭇가지.
그것이 조용히 초록색 빛을 뿜고 있었다.
저 녹색 빛이 커져 있다는 건 나를 우리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당장 세계수를 보고 싶었지만, 뭐하러 거기까지 뛰어간담.
물컹.
"흐응.."
몰캉.
"하으.."
이미 내 양옆에는 꽃 한 송이씩 있는데 말이다.
나는 조금 세계수를 골려줄 생각으로 그녀들을 깨웠다.
조금 세계수가 괘씸했다.
서로 협력하는 관계에 이런 중요한 것을 숨기다니.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워 아직 자고 있는 소혜를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소진의 몸 위로 장착했다.
자기 언니의 어깨에 코 자고 있는 것이 귀여웠다.
"흐으응.."
소진이 보지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조금 미간을 찌푸렸다.
이대로 쑤신다면 분명 그녀들도 싫어할 거다.
적당히 보지를 빨아준다면 알아서 애액이 나온다.
나는 침대에 내려가 그녀들의 활짝 핀 두 보지 사이에 혓바닥을 넣었다.
길게 뻗은 혀가 곧 숨어있는 클리를 찾아 비비적거렸다.
"하아앙, 하앙..!"
"으응.. 아래에서 뭔가가..?"
소진이 먼저 잠에서 깼다.
아무래도 몸 위에 있는 소혜의 무게 때문인 것 같다.
"소, 소혜야?"
"하으..? 언니?"
일어나자마자 서로 인사를 했다.
혀로 적당히 애액도 뽑았고.
나는 일어서서 꼿꼿하게 솟은 자지를 보지 사이에 조준했다.
"다들 좋은 아침!"
찌거어억.
"흐아앙!"
"하응!"
섹스스러운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