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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하프엘프-60화 (61/77)

60화 - 네 여친 맛있더라. (2)

저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때의 나는 거적때기에 머리카락도 길고 수염도 길었으니까.

지금과는 완전 다른 생김새라는 거다.

"저희가 여기에 온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네. 세계수님의 명을 받고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 근방은 두 분이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장서서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저희만 믿고 오시죠."

카닐과 멜리나는 서로 착 달라붙어서 우리를 안내해 주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까. 소혜와 소진이 있는 지금은 조금 무리가 있을 거 같은데.'

만약 나 혼자라면 망설임도 없이 움직였을 테지만 일행이 있다.

소진은 어두운 곳을 중심으로 저번과 같은 몬스터가 없나 확인하고 있었고 소혜는 그저 신기한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주의해 주십시오. 주변으로부터 빛이 잘 안 들어와서 상당히 위험한 구역입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소진과 소혜는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당했는지 알고 있다.

죽을 뻔한 기억을 가지고 여기로 온 것 또한 그렇다.

하지만 누가 날 죽이려고 했는지 모르는 둘이다. 이 자식들이 그랬다 하면 어느 정도 인정해 주겠지.

벌써부터 저 여자의 보지를 부서질 때까지 범해 줄 생각에 흥분되고 있다.

나는 약간 물러서서 소진한테 딱 붙었다.

'소진아. 혹시 기억해? 내가 여기로 오기 전에 화살 맞고 죽을 뻔했다고 했잖아.'

'응? 기억나지.'

'사실 화살을 쏜 놈이 저 둘이거든. 그래서 복수를 조금 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어?'

나는 엘프 특유의 청각에 주의하며 말했다.

소진은 내 말에 조금 놀라워했다. 이런 기가 막힌 우연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곧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보냈다. 오히려 자그맣게 냉기를 피워 오르는 것이 나보다 더 적극적이다.

곧 소혜한테도 똑같이 말해줬다.

복수의 방식은 솔직히 말해주기가 껄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다.

말해줘야만 했다.

이 둘의 도움이 필요했다.

소진은 내 말에 인상부터 팍 썼지만 한숨을 가득 쉬더니 알겠다고 했다.

소혜는 끙끙 더리더니 내 귀에 가까이 댔다.

'저, 저도.. 해주세요. 솔직히 참기 힘들어서..'

그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성욕이 왕성한 건 자매 둘이 똑같았다.

그렇다면 소진 혼자 못하게 되는 건데..

아니지.

둘 모두 같이 하면 되지 않을까?

어쩌면 기회일 수도 있다. 소진은 죄책감 때문에 집착이 엄청나게 줄어든 상태다.

당장 지금 내가 하겠다는 복수도 수긍해 주는 걸 보면 가능할 것 같았다.

한 번 시도는 해 볼만 한 것.

바스락. 바스락.

발아래에 깔린 나뭇잎들이 밟히면서 소리를 냈다.

주변은 이미 어둡고 어두웠다.

나는 혹시나 하는 사태를 위해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들었다.

'세계수님. 들리십니까?'

[네. 무슨 일이신가요 실리안?]

'혹시 저희를 대신해서 주변을 둘러봐 주시는 것도 가능합니까?'

[제한이 있긴 하지만.. 가능은 합니다.]

좋았어.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그럼 주변을 둘러봐 달라고 부탁을 한 뒤 소진한테 갔다.

시작이었다.

*

카닐은 사실 저 하프 엘프를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다.

하얀색 머리를 가진 하프 엘프라곤 저 한 명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부러 모른 척했다.

'시발, 설마 그때 살아간 것이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그는 어느새 세계수의 선택을 받고 돌아왔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보다 더 높으신 존재라는 거다.

다행히 우리를 못 알아채서 그런지 아무 말도 없다.

'부디 이 상태로 끝나야 할 텐데..'

가장 깊은 곳은 지나갔다. 아직 주변은 어둑어둑 하지만 여기는 그나마 안전한 지역.

더욱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안내해 주고 있을 때였다.

쩌저저저저적ㅡ

"흐읍?!"

"꺄아악!"

순간적으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차가움에 쇼크가 왔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도 안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곧 침착하게 사태를 파악했다.

'파, 팔이 안 움직인다. 아니 다리도 또한.. 이건 얼었어? 혹시 냉기를 다루는 몬스터가 습격한 던가?'

기습을 한 것이라고 판단한 카닐은 일행에게 알리려고 고개를 돌렸다.

"기습! 기습 입.. 니다?"

뭐지?

나와 멜리나를 제외한 3명은 우리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하프 엘프는 조금 흥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멜리나는 말도 못 하겠는지 이를 딱딱거리며 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다.

카닐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이들이구나.'

상황 판단이 끝나자마자 바로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저희를 왜 공격한 거죠? 설마 실수라고는.."

"실수 아니야."

하프 엘프가 점점 다가왔다.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여자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어느새 지금은 세 명만 남아 있었다.

"이봐. 너 나 기억하냐? 예전이 하프 엘프 한 명이 여기서 탈출하려고 했었잖아."

"기, 기억나지 않습니다."

"흐음. 그래?"

이 남자의 말을 솔직하게 대답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위험하다.

하프 엘프의 눈동자나 입꼬리나.

위험하다는 경종이 계속 울려댔다.

"무슨 짓을 하실 생각입니까! 이 일에 대해선 세계수님에게 정식으로 항의를.."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흐읍.

하프 엘프의 눈이 희번뜩하게 떠졌다.

"내가 왜 너네들을 살려줄 거라고 생각하지? 그것부터가 잘못된 생각이네."

"저희를 죽이실 생각입니까?"

팔다리의 감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깨물어서 어떻게든 정신을 차렸다.

옆에 있는 멜리나의 상태를 잠깐 확인했다.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이를 덜덜 떠는 것이 추운 것보다 무서운 게 더 큰 것 같다.

멜리나를 위해서라도.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위해서라도.

내가 정신을 잃으면 안 됐다.

"만약 저희를 죽이신다면 엘프들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가만히 있든 말든 상관없고. 하나 게임을 하자."

"게, 게임?"

"그래. 룰은 간단해. 기한은 일주일로 할까. 아, 그전에 너희 둘 서로 연인 관계 맞지?"

"맞습니다만.."

무언가 불안했다. 굉장히 불안한 것이 내 마음속을 헤집었다.

"그러면 우정 테스트! 아니 여긴 연인 테스트인가? 어쨌든. 너의 사랑하는 연인이 일주일 동안 버틴다면 내 패배. 만약 버티지 못한다면 내 승리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무슨 개소리를..

이해가 전혀 안 되는 말을 지껄이고 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혹시라도 제 멜리나를 건들 생각이라면..!"

"음음. 남자의 리액션 좋고."

하프 엘프는 내 말도 무시한 채 멜리나에게 갔다.

멜리나는 하프 엘프가 다가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벌벌 떨고 있었다.

"멜리나! 멜리나! 정신 차려! 너 이 새끼, 멜리나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댄 다면..!"

어?

하프 엘프는 내 말을 무시했다.

무시했다.

무시하고 멜리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멜리나와 입을 맞췄다.

당황에 말이 안 나온다.

멜리나 또한 크게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키스는 잠깐이었다.

곧 남자는 입을 떼고 씩 웃었다.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인 걸로."

*

입술의 감촉은 차갑네.

부르르 떨고 있는 입술을 훔쳤다. 애처로워 보여서 해주고 싶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멜리나.

카닐은 옆에서 내 귀가 떨어지도록 소리 지르고 있었다.

손 발이 묶여있는 상황에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몸을 기울었지만 역부족이다.

소진의 냉기는 나조차도 뚫을 수 없으니까.

"자, 멜리나 씨? 제가 한 말을 들었나요?"

"아, 아.. 아뇨.."

여전히 추워하는 듯 덜덜 떨고 있었다.

나는 멜리나에게 다가가 몸을 덥혀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답은 간단했다.

몸을 달아오르게 하면 되지 뭐.

나는 멜리나의 볼을 잡고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내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했다. 멜리나의 머리카락 색과 똑같은 자수정 빛 눈동자다.

그녀 또한 내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을 헤 하고 벌렸다.

내가 한 외모 하지.

너의 남자 친구보다도 훨씬.

얼굴을 점점 기울여 입을 맞추려고 했다.

휙.

"하, 하지 마!"

하지만 곧 고개를 돌리며 입을 맞추는 걸 피했다.

아쉬운 대로 그녀의 볼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멜리나 씨. 못 들었다면 다시 말하겠습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당신을 괴롭힐 겁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그니까 너랑."

멜리나의 귀에 소곤거렸다.

"섹스할 거라고."

"히익!"

고양이처럼 놀라는 것이 조금 귀여웠다.

"연인 테스트죠. 나중에 물어볼 겁니다. 제가 좋은지, 아니면 저 카닐이라는 남자가 더 좋은 지 말이죠."

"당연히 너 까짓 하프 엘프보다 카닐이 더 좋지! 이런 짓 따위 의미 없으니까 지금 당장 그만둬!!"

기가 센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도 기가 좀 세다.

하지만 이런 것이 오히려 더 좋다.

순종적인 여자였다면 오히려 내가 싫었을 거다.

"게임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보상이 있어야겠죠? 음.. 그렇네요. 그러면 카닐의 목숨이 어떨까요."

"뭐, 뭐라고?"

"멜리나 씨한테 카닐의 목숨이 걸렸다는 겁니다."

그녀가 나와 섹스하는 거에 정당성을 부여해야 했다.

내가 이 남자와 몸을 섞는다는 것은.

당연히 카닐을 위해서.

카닐을 살리기 위해 섹스를 한다는 정당성 말이다.

"일주일입니다. 일주일 동안 끝까지 카닐이 더 좋다고 한다면 카닐은 살려드리겠습니다."

"멜리나! 안돼! 그냥 포기하겠다고 말해! 내 목숨 따위는 상관없으니까!"

멜리나는 잠깐 카닐을 보더니 곧 나를 다시 봤다.

결심에 찬 얼굴이다. 좋은 눈빛.

"그 말.. 진심이겠지?"

"물론입니다. 아,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멜리나 씨는 게임에서 패배하든 말든 살려드릴 테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멜리나! 하지 마! 나는 죽어도 되니까! 제발.."

멜리나는 카닐을 보고 있지 않았다.

"좋아. 네까짓 것이 뭘 해도 우리 둘의 사이는 가를 수 없어. 이미 결혼까지 맹세한 사이라고."

내게 조소를 날리며 하찮다는 듯이 보고 있다.

아아, 이거 너무 흥분된다.

이렇게 기가 센 여자가 타락한다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게다가 결혼까지 맹세했다니 생각보다 더 깊은 사이였다.

"멜리나 씨. 부탁입니다. 그 말, 끝까지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큭, 카닐! 나는 괜찮아. 너는 내가 지킬 테니까."

솔직히 일주일?

넉넉히 잡아서 한 3일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내겐 이길 수밖에 없는 카드인 페로몬 스킬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저 이들은 이미 내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는 거다.

이미 이 게임은 내 승리다.

그저 이 여자가 타락하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쇼 일뿐.

기대된다. 너무 기대된다.

우리의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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