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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하프엘프-54화 (55/77)

54화 - 도둑 잡기.

나는 수업 시간 동안 강서윤 선배의 몸에 잊을 수 없는 쾌락을 주입했다.

이렇게 수업을 빼먹어도 괜찮나 싶지만, 어차피 나는 아카데미를 나가야 하니까 괜찮다.

'게다가 지안 누나도 딱히 신경 쓰고 있지 않아 보이고··."

지금은 점심시간이다.

마침 얼굴에 걸린 변환 스킬도 새로 받아야 하니, 지안 누나를 보러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마나를 확인했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실리안

나이: 23세

성별: 남

종족: 하프 엘프

근력: 57

체력: 71

민첩: 67

마력: 83 ( 2↑)

정력: 99

스킬: 세계수의 가호, 통역, 페로몬, 절륜, 뛰어난 육체, 외모, 성욕 탐지, 하프 엘프의 저주, 집착 감지 (NEW!)

겨우 2밖에 오르지 않은 마나.

아니, 어쩌면 2만큼 오른 것일 수도 있다. A급 마나는 밀도가 굉장히 높아서 성장하기 어렵다고 들었으니까 말이다.

아카데미에서 겪은 나머지 일과는 비슷했다.

점심 시간 때는 지안 누나와 섹스를 하기 애매한 시간이므로 그녀를 잔뜩 애태우고 소혜를 보러 갔다.

쉬는 시간에는 섹스의 맛을 깨우친 소혜가 먼저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보지로 하는 섹스보다는 항문으로 하는 섹스를 더 좋아했다. 나 또한 소혜의 악마적인 구멍을 참지 못하였기에 둘 다 알차게 쑤셔줬다.

그렇게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모두 소혜의 구멍으로 즐겼다면, 수업 시간은 지안 누나의 보지로 즐겼다.

아카데미의 생활은 섹스로 보내면서 알차게 지냈지만, 나는 한 명의 얼굴이 계속 생각났다.

'레이븐 누나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어디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그녀를 안 본 지 꽤 된 것 같다.

'아공간으로 하는 섹스는 진짜 쫄깃했는데··.'

정말로 내가 그때 지안 누나와 오랫동안 몸을 섞어서 삐진 것이라도 한 걸까.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오랫동안 나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

나는 결국 하교 시간까지 오지 않은 레이븐 누나를 생각하면서 집으로 갔다.

어째 노을빛으로 물든 태양이 레이븐 누나의 머리카락을 생각나게 했다.

*

키에에에에에엑!

서걱ㅡ

날카로운 얼음으로 이루어진 검이 드레이크의 목을 깔끔하게 벴다.

잘려 나간 목에는 얼음이 솟아나면서 피가 나오는 것을 막았다.

"진소진 씨, 수고하셨습니다. 이야·· 그 빙결검은 언제봐도 여자의 마음을 자극하네요!"

"감사합니다."

소진은 자신의 곁에서 쫑알거리는 여자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귀찮았다.

자신을 귀찮게 하는 드레이크 떼거지도 그렇고 한 마리씩 목을 벨 때마다 옆에서 쫑알거리는 이 여자도 귀찮았다.

소진은 그저 묵묵하게 검을 휘두르면서 드레이크의 몸을 얼릴 뿐이다.

"지금이다! 드레이크를 목을 잘라!"

다리가 꽁꽁 언 것을 확인한 공대장이 방패를 들고 앞으로 전진했다.

드레이크는 짧은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방패를 내려찍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굳건한 의지!"

공대장이 스킬을 사용하자 몸이 단단해지며 방패를 잡은 손이 더 굳건해졌다. 게다가 파티원들의 민첩도 올라가면서 더 빠른 움직임을 보여줬다.

자신을 강화하면서 파티원에게 버프를 넣는 스킬이다.

발과 손이 묶인 드레이크는 최후의 수단으로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면서 점점 뜨거운 기운이 하나로 응집되더니, 커다란 불덩이가 생겼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온도만으로도 타들어 갈 것 같았다.

"진소진 씨! 부탁합니다!"

공대장이 다급하게 뒤를 돌면서 부탁해 왔다.

"하아··."

남의 말을 듣는 건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빨리 이 파티를 해산시키려면 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

소진은 드레이크가 하는 것처럼 허공에 냉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크기는 드레이크의 것에 비하면 볼품없었다.

겨우 야구공만 한 크기.

드레이크는 소진이 만든 것을 봤는지 눈동자가 위로 휘어졌다.

마치 귀엽고, 가소롭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주변 파티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소진이 냉기로 만든 공을 보내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

드레이크가 모은 불덩이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쏘아지려는 찰나ㅡ

"지금입니다!"

공대장이 소진을 향해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알고 있었다는 듯이 냉기로 이뤄진 공이 드레이크의 입속으로 날아갔다.

마치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키에엑?! 키에에에에에엑!

드레이크가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했다.

입에 모았던 불덩이가 소각되고 있었다. 겨우 야구공만 한 냉기에 말이다.

극도로 압축한 냉기는 땅은 물론이고, 드레이크의 얼굴 자체를 얼리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엑! 케에·· 키에에엑··.

드레이크가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눈 밑까지 차오르는 얼음을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와아·· 언제 봐도 경이로운 스킬이에요! 역시 진소진 씨가 있으면 드레이크 던전 따위야 용돈 벌이 밖에 안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헤헤, 진소진 씨 저희 나중에 끝나고 술이라도 한 잔··"

"죄송합니다. 약속이 있어서요."

"아앗·· 네. 그러면 다음에라도··"

"죄송합니다. 제가 미래에도 약속이 많아서 힘들 것 같네요."

"아·· 알겠습니다··."

자신에게 어떻게든 더 친해지려고 하는 여자를 봤다.

'분명 나에게 붙으면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받아먹으려는 거겠지.'

축 늘어진 채 뒤돌아 걷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안타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진은 과거에 보육원에서 만났던 친한 친구에게 큰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다.

빨간 머리를 가진 친구는 항상 혼자 있는 나에게 다가와서 같이 놀아줬다.

정말 친근한 사이까지 발전했기에, 가끔은 집에도 초대하면서 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 놀기도 했다.

하지만 소진은 그랬으면 안 됐다.

그 친구를 집에 초대했으면 안 됐다.

그때는 정말 갑작스러웠다.

분명 밤까지 같이 놀았던 친구가 사라진 것이다. 보통 아침밥까지 부모님이 차려주시기에 그 밥까지 먹고 나가는 친구였는데 이상했었다.

그리고 그 이상한 마음은 제대로 적중했다.

부모님이 주신 생일 선물.

소진에게 있어 제일 중요했던 선물이 사라진 것이다.

부모님 역시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주신 생일 선물이기에 평소에도 고이 간직하고 있었는데 사라졌다.

그것도 친구와 같이 말이다.

그때가 되면 의심할 수밖에 없다.

친구가 가져간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 말이다.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다며 집 안 곳곳을 샅샅이 뒤져 봤지만 나오는 건 먼지뿐이었다.

혹시나 싶어 찾아간 보육원에는 빨간 머리를 가진 소녀 따위 없었다.

소진은 보육원장에게 말했다.

"레이븐의 이름을 가진 빨간 머리 소녀. 어디 갔는지 아시나요?"

보육원장은 오늘 한 번도 못 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의심은 곧 확신이 됐다.

레이븐이라고 불린 친구가 내가 가장 소중히 아끼는 생일 선물을 가져갔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장 소중했던 친구는 가장 소중한 생일 선물을 가지고 도망쳤다.

소진은 그 뒤로 사람을 믿는 것이 어려워졌다.

안 그래도 차갑던 인상은 더 차갑게 변했으며, 성격 또한 더 날카롭게 벼려졌다.

그 날카로운 기세에 베어버릴 것 같은 사람들은 아무도 소진의 곁에 가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곁에는 동생만이 있었다.

그런데 동생 역시, 다른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소진은 항상 집에 박혀있는 신세가 됐다.

그리고 가끔씩 도와주는 던전 사냥에서.

운명 같은 남자를 만났다.

*

소진은 항상 주머니에 넣어뒀던 사진을 꺼냈다.

이전에 찍었던 최애 사진이 바뀐 것.

지금 가지고 있는 사진은 자신과 시안의 모습이 나란히 찍혀 연인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이 사진이 전의 최애 사진보다 훨씬 나았지만 사라진 사진에 대해 분이 풀리지 않은 건 여전했다.

'최상급 아티팩트를 쓰고 들어온 년은 분명 밤에 시안의 창문에서 나왔었지··.'

도둑질을 목표로 들어온 건 아닌 것 같았다.

만약 도둑질을 할 거였으면 비싼 물건을 들고 갔겠지, 결코 사진을 가지고 가진 않을 것이다.

그것도 시안의 사진만 콕 박혀 있는 사진 말이다.

'어쩌면 다시 밤에 찾아올 수도 있겠어.'

소진은 그때를 위해 기다리도록 했다.

*

늦은 밤.

시안은 아직도 오지 않은 소진이 걱정됐다.

특히 그녀가 오늘 아침에 한 말 때문에 더 걱정이 됐다.

'오늘 나 좀 늦을 거니까, 밥은 먼저 먹어.'

'왜? 어디 가게?'

'아니. 나도 이제 여유를 부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길드장님에게 말해서 던전을 더 빡세게 돌 생각이야.'

'괜찮겠어?'

'으음·· 솔직히 괜찮지는 않아. 던전에 가는 건 괜찮은데 파티원들이 조금 싫어서··. 그래도 어쩌겠어. 다 나를 위한 일이니까 감수해야지.'

소진은 그 말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던전을 더 빡세게 돌 것이라는 말은 여기서 더 강해지겠다는 것과 같다.

아마 나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평소 그녀가 갑자기 돌변한다면 거의 나와 관련된 일이니까 말이다.

'세계수 때문인가? 집착을 엄청나게 보이던데··.'

소진이 내 등을 껴안을 때 느꼈던 기세와 눈동자에 보였던 눈은 질투와 집착이었다.

그녀에 대해 여러 가지 걱정을 할 때였다.

밖에서 소진 특유의 발소리가 들리며 현관문이 열렸다.

"어서와! 엄청 늦었네. 던전 일은 괜찮았어?"

"나쁘진 않았어. 그런데 조금 많이 힘드네··."

소진은 나를 보지 않고 주변을 휙휙 돌아보면서 말했다. 굉장히 날카롭게 뜬 눈이 누군가를 찌를 기세였다.

"시안, 미안해. 오늘 섹스는 좀 힘들 거 같아."

"응? 아, 괜찮아. 나도 네가 피곤한 건 아니까 무리해서 해달라고 하진 않아."

"··고마워."

소진의 표정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아랫입술을 조금 짓씹는 게 보였다.

"시안. 혹시나 말하는 데 오늘 밤 어디 나갈 생각이야?"

"어·· 딱히? 웬만해서는 안 나갈 것 같은데··."

"나가지 마. 오늘은 방 안에만 있어."

"아, 알았어."

내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면서 말했다.

'어째서 집착을 보이는 거지?'

소진의 눈이 빨갛게 변하면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오늘 한 일은 분명 소진의 질투를 할 만한 일이긴 했지만 그녀가 알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일단 조용히 방에 박혀 있어야겠어.'

이럴 때일수록 사리는 게 현명하다.

"그럼 시안, 내 말 잘 알아들었지? 꼭 방에만 있어야 한다?"

"알겠어. 그럼 잘자."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방 안으로 들어가서 잠에 들 준비를 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흘러서.

새벽이 됐을 때.

시안의 방에 있는 창문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왔구나, 도둑년 새끼가."

그리고 소진은 자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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