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 고백.
[상대방으로부터 대량의 경외심을 이끌어 냈습니다!]
[보상으로 저주의 힘이 떨어집니다.]
"후우.."
"헤응.. 그, 그마안.."
찌거억.. 찌거억..
이제 몇 번째 사정인지 모르겠다. 이지안의 체력은 소진보다 좋았고, 잠깐만 쉬면 바로 회복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거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 선생님, 이지안의 온몸은 백탁액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머리카락, 얼굴, 가슴, 그리고 보지까지 전부 내 색으로 채워넣었다. 특히 박을 때마다 꿀렁거리는 자궁은 완전히 내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충족감을 줬다.
그녀가 굶은 만큼, 내가 배 터지게 채워 넣었다. 나중엔 내 위에 올라타 자기가 스스로 허리를 흔들었다. 노처녀의 서러움이 얼마나 대단한지 몸으로 직접 보여줬다.
"흐응.. 하아앙.. 시안, 너무우.. 기분죠아요오... ♡"
찌걱 찌걱 -
내가 허리를 흔드는 거에 맞춰서 리듬을 맞춘다. 성장하는 그녀를 보고 기쁜 마음으로 더 열심히 허리를 튕겼다.
그랬더니 시간은 어느새 밤이 되었다. 어두워진 창밖. 달을 보면서 섹스를 하는 것도 꽤 낭만 있었다.
이지안은 이제 내 밑에서 거의 기절하다시피 누워있는 상태다.
그녀의 눈 밑으로 눈물자국이 찍혀있는게 꽤 매력적이었다. 계속 가버린다고 말해도 내가 허리를 흔드니까, 연속되는 절정에 머리가 녹아버린 것 같다.
그녀의 몸이 또 움찔거리며 절정에 다다른다. 자지를 더욱더 쪼이며 허리가 점점 들린다.
"헤으읏..!"
푸슛 -! 푸슈슛 -
다시 소파가 이지안의 애액으로 더럽혀진다. 다시 멍청한 소리를 내며 내게 몸을 맡긴다. 이제는 나랑 몸을 섞는 게 완전히 익숙해진 모양이다.
이런 그녀는 몇 번이나 나에게 대량의 경외심을 줬다. 내가 사정할 때마다, 그리고 그녀가 절정할 때마다 계속해서 말이다.
'상태창을 확인해 볼까..'
나는 이제 거의 기계가 되다시피 허리를 흔들면서 상태창을 켰다.
[상태창]
이름: 실리안
나이: 23세
성별: 남
종족: 하프 엘프
근력: 57
체력: 65 ( 2↑)
민첩: 67
마력: 52 ( 18↑)
정력: 99
스킬: 세계수의 가호, 통역, 페로몬, 절륜, 뛰어난 육체, 외모, 성욕 탐지, 하프 엘프의 저주
'18..!'
마나를 18이나 얻었다. 정말 쭉쭉 올라가는 마나의 성장 속도는 두렵기 그지없었다.
'체력도 2나 올랐나..'
마나와 같이 성장한 체력. 온종일 교장실에서 몸을 섞은 보람이 있다.
대부분의 정사에서 거의 내가 직접 움직였기에, 체력이 올라간 것이다.
이젠 마나가 D급의 경지에 올라갔다. 이대로 마나를 쭉쭉 성장시키고, 소진한테 신체 강화를 하는 법을..
'어? 생각해보니까, 소진이한테 물어볼 필요가 없잖아?'
나는 내 밑에서 거의 정신을 놓은 이지안을 봤다. 비록 지금은 암컷 타락 같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이래 봐도 영웅이라고 불리는 자다.
신체 강화에 대해서 분명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흔들던 허리를 깊게 쑤셔 넣으며 이지안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지안 누나, 저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가르쳐 줄 수 있나요?"
"헤으..어, 어느거어.."
눈을 감고 보지에서 자지가 나갔다 들어갔다 하는 감촉을 즐기고 있던 그녀가 물어봤다.
"마나로 신체 강화를 배우고 싶.."
"어? 잠깐만. 잠깐만 말하지 말아줄래요?"
뽕 -
주르르륵..
"왜, 왜 그러세요?"
갑작스러운 태도다. 내가 무언가 잘못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아래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이 사라진다. 그러면서 안에 있던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갔다.
몸을 일으키고 내 입에 손을 댄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다.
그러고 이지안은 창밖을 조용히 바라봤다. 무언가를 노려보는 듯, 미간을 찌푸르면서 집중했다.
그녀의 행동은 굉장히 뜬금없었지만, 느껴지는 분위기에서 멋대로 행동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조금 전까지 머리가 녹았던 사람은 어디 가고, 지금은 영웅 이지안만 남아있었다.
그 뒤로 몇 초간 창 밖을 바라보더니, 무언가 기세가 느껴졌다. 굉장히 무겁고, 움직이기 힘든..
쩌저저저저적 -
쾅 -!!
순식간에 교장실의 창문이 얼음으로 물들고 굉장한 소음과 함께 창문이 깨져 나갔다.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오는 냉기. 그 냉기는 사방을 장악하고 있었다. 저절로 손 발이 덜덜 떨리며 고개를 숙이게 했다.
"흐읍..!"
이지안은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스킬을 썼다.
그녀가 스킬을 쓰자 내 눈에는 모든 환경이 달라졌다.
정액에서 나는 달콤한 냄새가 갑자기 사라졌으며, 우리의 옷은 맨 처음 만났던 때로 바뀌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가.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겨우 고개를 들어 창문이 깨진 곳을 바라본다.
구멍이 뻥 뚫린 창문으로 누군가가 달을 등지고 서 있었다.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한 체형이다. 짧은 단발에 나보다 약간 작은 키. 거기에 가만히 서 있어도 옆 가슴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다란 가슴.
'진.. 소진?'
몸에서 냉기를 풀풀 풍기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고, 쌍심지를 키고 주변을 둘러보는게 흡사 마왕 같았다.
그녀는 잠시 방 안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다가 이지안을 지그시 보더니..
그녀의 눈이 이지안에게 고정되면서 손에 냉기를 몰아세웠다. 보기만 해도 얼어버릴 것 같은 냉기다.
쩌저저적 -
"너냐? 너가 내 시안이를 유혹한 꽃뱀 새끼냐?"
"잠, 잠깐만 그게 무슨 말.."
"시발년이 시치미를 떼?"
소진이 순식간에 냉기를 몰아세우더니 손에 빙결검을 만들고 이지안의 목을 향해 칼을 내려쳤다.
쾅 -!
"크윽..!"
마나로 만든 벽이 빙결검을 막아냈다. 벽이 깊게 파이고 냉기가 서려 있는 게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런, 꽃뱀, 새끼가! 내, 시안이를!"
쾅쾅쾅쾅쾅 -!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칼을 무자비하게 내려친다. 그럴 때마다, 마나가 뭉텅이로 빠지며 벽이 허물려 졌다.
"크윽..! 잠,잠깐만 대화를!"
점점 깊게 파이는 벽. 그 벽은 곧 있으면 깨질 것 같았다.
나는 그 모습에 다급하게 말했다.
"소진아! 잠깐, 이게 무슨 짓..!"
짓이야. 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녀가 칼을 내리치던 손도 순식간에 멈추고 눈동자를 나에게 옮긴다. 생기가 없다. 공허한 두 눈.
그리고 그 두 눈에는 살기가 느껴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느껴본 살기다. 온몸이 나를 옥죄이고 압사시킬 것만 같았다.
'흡..'
숨도 쉬는 것을 까먹고 온몸이 벌벌 떨린다.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는 생각이 정신을 지배했다. 그녀가 나를 죽일 것 같았다.
그런 벌벌 떨리는 내 몸을 알아차린 것일까. 그녀가 잠시 내 몸을 보다가, 살기를 거두었다.
"시안,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정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기와 냉기를 풀풀 풍기는 목소리였는데, 어느새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느낌이다. 눈웃음도 살살 지으면서 오는 게 광기가 느껴졌다.
악마와 같이 화내고, 천사와 같이 웃는다.
쩌적 ..
이지안을 노리던 빙결검도 허공에서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러더니, 그녀가 나한테 천천히 다가왔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옮기는 그 두 다리는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앞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소진의 눈은.. 붉었다.
'적안..?'
원래 소진이가 적안이었나? 내가 알기론 평범한 검은색의 눈이었던 걸로 안다. 그런데 그림자 때문에 어두운 얼굴에 빛나는 두 눈은 붉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유독 새빨갛게 변한 적안이 나를 내려다본다.
"시안아? 뭐하고 있었냐니까?"
소진이 내 앞에 서서 쭈그려 앉아 다시 물어본다. 세상에 나만 보인다는 듯이 싱긋 웃는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당황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 시간에도 내 대답은 지연되고 있는 중이다.
나는 황급하게 머리를 굴려 대답을 생각해 냈다.
"그.. 이지안 교장 선생님께서 신체 강화를 하는 법을 알려주시고.."
"뭐? 고작 그딴 걸로 지금 통금 시간까지 어겼다는 거야?"
아. 통금 시간. 그런 걸 왜 나한테 붙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통금 시간의 존재를 까먹고 있었다.
다정했던 눈웃음이 순식간에 변한다.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보는 소진의 눈에는 적안이 점점 빨개지는 것처럼 보인다. 뭔가 터질 것만 같은 분위기다.
'지안 선생님은..?'
나는 도움이 필요해 흘깃 이지안을 봤지만, 그녀는 나와 했던 정사의 일로 다리를 후들거리며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했다.
'마나는..'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소진의 기세는 사방을 뚫어보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리면서 생각했다.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
아. 하나 생각이 났다.
"그딴 거라니.. 네가 기대한다고 말했었잖아."
"어? 그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그녀와 저번에 나눴던 대화를 상기했다. 그녀가 던전에 갔다 와서 힘들어 했던 날, 나는 내 체력을 키워서 직접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힘들다면 내가 직접 뒤에서 박아주겠다고 말이다.
"저번에 기억 안 나? 내가 체력을 키워서라도 직접 움직여 보겠다고, 내가 너를 위해서 힘내 본다고 했잖아."
"그게 지금 무슨.. 아."
"신체 강화를 통해서 체력을 키우려고 했지. 원래는 깜짝 선물로 나중에 보여주려고 했는데.. 소용없어졌네."
애처로운 눈빛으로 소진을 바라본다. 이럴 때만큼은 조신함을 보여주면서 동정심을 이끌어 낸다.
"이지안 교장 선생님이 너무 열심히 알려주다 보니까 통금 시간이 있는 것도 까먹었어. 미안.."
"..."
내가 사과하면서 머리를 숙이자, 더는 내게 뭐라고 하지 못했다. 주변을 얼리던 냉기가 점점 거둬지는 것을 느꼈다.
"하아.. 그런 거였어? 나는 또 이상한 생각을 했잖아.."
소진은 그런 말을 하면서 나한테 천천히 다가왔다. 점점 눈동자가 검은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 행동에 나는 살았다고 느꼈다. 무서운 기세를 풍기는 것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넘어간.. 건가.'
그녀는 내 볼에 손을 얹더니 지금까지 봤던 표정 중에서 가장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음.. 신체 강화는 내가 직접 알려 줄게. 어차피 밤에 진득하게 붙어 있어야 하니까.. 시간은 많을 거야."
눈웃음을 지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대화가 상당히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장 선생님? 제가 실례를 저질렀네요. 이 일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사과하겠습니다. 창문을 부수고 들어온 점.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녀는 잠시 내 볼에 손을 떼더니, 이지안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 아뇨.. 제가 바로 말씀드려야 했었는데..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원래 같았으면 무슨 무례라며 소리쳐야 정상이지만, 이렇게 넘어가 주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후우..'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내쉬어진다.
나는 이지안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소진의 뒷모습을 봤다.
'이거 생각보다 심각하네..'
소진의 행동이 점점 과격해진다. 특히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태도가 휙휙 바뀌거나 감정 조절을 못 하는 것 같다.
그녀는 이대로 가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자, 그럼 집에 가자. 내가 특별히.. 진득하게 신체 강화에 대해서 알려줄 테니까.. 큭큭"
악마답게 웃는 소진의 눈에는 묘한 하트 문양이 떠올려져 있었다.
내 몸에 직접 신체 강화를 새길 생각 인 건가..? 솔직히 오늘은 조금.. 아니 많이 피곤하다. 누워있고 싶었다.
어쩌면 내가 내 무덤을 판 것일 수도 있겠다. 오늘 올라간 마나만 해도 18 이다. 싸지를 때로 싼 나에게 있어서 소진은 지금 너무 벅찼다.
지금 상태가 몸은 멀쩡하지만, 정신은 매우 피곤한 느낌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몸을 섞을 기회가 있을 때 섞어야 한다.
내가 소진의 품이 그립지 않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착정이 그리울 때가 더 많다.
너무 절륜한 내 정력은 가끔 보면 저주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아무리 싸도 다시 일어나며, 성욕이 끌어 넘친다.
그런 나를 제대로 캐어해 주는 사람이 소진이다.
'오늘도 소진의 폼에서 자겠구만..'
조금 전까지 지안 누나와 몸을 포갰지만 발정난 개처럼 또 성욕이 도진다.
소진이 나에게 손을 뻗으면서 일어나는 걸 돕는다. 나는 그 손을 잡고 이지안 선생님에게 말했다.
"교장 선생님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네.. 들어가 보세요."
소진이는 그렇게 내 손을 잡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냉기와 같이 등장하고 폭풍처럼 사라진다.
아카데미 본관에서 벗어나 어두운 길가를 걷는다. 가로등이 가끔 우리를 비춰준다.
나는 한참 그 어두운 길가를 걷다가 문득 내 손을 잡은 소진의 손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덜덜덜 -
내 손을 꽉 잡고 나가는 소진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그 여유롭고, 악마다운 표정을 짓던 여자가 떨고 있다.
'왜 덜덜 떨고 있는 거지? 혹시..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건가..?'
그녀가 무엇을 두려워한다는 것인가. 그녀는 덜덜 떨고 있는 손으로 빠르게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런 다급한 발걸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드는 생각이 있다.
벌벌 떠는 손과 나에게 보이는 집착과 광기. 이런 것은 보통 두려움에 빠져 구석에 몰려 있을 때 보이는 행동들이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내가 그녀의 곁을 떠날까 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충격이었다. 내가 그 정도로 소진이를 신경 못 써줬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줬던 행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애정을 갈구하는 듯한 행동에, 나에 대한 집착 그리고 남들에게 마음을 닫는 것까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내가 떠나는 것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 같다.
나보다 앞장서서 빠르게 집으로 향하는 소진의 손을 잠시 멈춰 세웠다.
소진이 갑자기 뚝 하고 멈춰선 나를 바라본다.
왜 멈추냐고 물어보는 듯한 그 시선에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어두운 밤, 위에 있는 가로등이 우리 둘을 비추고 있다. 스포트라이트같이 우리를 환하게 만드는 것이 세상에 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뜬금없는 말을 했다.
"소진아, 혹시 불안한 거야?"
"뭐?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딴 데로 가거나, 없어질까 봐 불안한 거냐고."
"어?"
혹시나 자기를 버릴까 봐, 나 말고 다른 여자에게 가버릴까 봐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물어봤다.
내가 하는 말이 충격적인 듯 벌벌 떨던 손도 멈추고 멍하니 나를 바라본다.
마치 자신도 자기 상태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안아줬다.
내가 하는 말이 틀린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안정을 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나는 너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믿음을.
어깨에 고개를 대고, 양손을 그녀의 등으로 옮겨 조용히 쓰다듬어 줬다. 마음의 안정을 느끼기 가장 좋은 자세다.
소진의 가슴이 내 가슴과 맞대어 기분 좋게 포개졌지만, 지금은 그런 감촉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가진 비밀을 슬슬 알려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더는 불안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말이다.
슬슬 세계수도 힘을 많이 모았을 테니, 이 정도면 말하기 적당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소진아. 이러고 잘 들어. 내가 딴 세상에서 왔다는 것은 알고 있지?"
"어.. 처음에 병원에서 말해줬었지."
"내가 거기에서 무슨 취급을 받았는지도 알고 있고?"
"당연하지 참으로 썩어 빠진 취급을 받았다고.. 이제 생각해보니 그 시, 아니. 그 녀석들 모두 다 죽여야.."
"사실 내가 거기로 다시 가야 해."
"뭐, 잠깐 뭐라고?"
내 어깨에 고개를 묻던 소진이 갑자기 고개를 들며 물어본다. 경악한 표정. 내가 거기로 간다고 해서 자기도 못 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니, 거길 왜 가.. 안돼, 너 못 가. 아니.. 나, 나랑 여기서.."
꼭 안은 몸이 점점 떨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나는 그 모습에 황급히 다시 말했다.
"소진아 진정해봐. 나 혼자 거기로 간다는 게 아니야."
"어..?"
"너도 같이 가는 거야. 너랑 나랑. 둘이서 말이야."
"아니, 잠깐 그.. 둘..이서?"
무슨 말이냐고, 말해보라는 듯 내 대답을 기다린다.
"응.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 줄게. 지금은 그것만 알아줘. 내가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갔을 때 내 곁을 지켜줄 사람이 필요해."
적어도, 내 몸을 엘프들로부터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다. 몬스터는 덤이다. 내가 하려는 행동들은 엘프들을 공격하는 행위가 될 것이니까.
세계수는 엘프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나를 부를 생각이지만.. 그래. 적어도 지켜주긴 할 거다. 그게 몇 명이 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적어도 다짐했던 복수들을 하고, 엘프들의 운명에 대해 생각한다. 지켜줄지, 말지를 말이다. 그들이 내게 보이는 태도에 따라 내 행동은 달라질 것이다.
"지켜줄 사람? 내, 내가..?"
"응. 혹시.. 싫어?"
만약 그녀가 싫다고 하면 곤란하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계획이 무산되는 건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아, 아니!! 당연히 좋지! 정, 정말 나랑 둘이서.. 그, 너가 살던 세계로 가는 거지..?"
마치 허락이라도 맡는 듯, 내 대답을 기다린다.
"당연하지. 나는 애초에 너밖에 생각하지 않았어. 혹시, 내가 부탁하는 건.. 내가 살던 세계에 가면 계속 내 곁에 있어줄 수 있어? 될 수 있으면 평생토록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어, 어어.."
소진이는 순간 내 말에 얼어붙었다. 혹시 내 말에 이상한 게 있는지 다시 생각해 봤지만, 딱히 이상할 것은 없다. 오히려 그녀가 좋아해야 할 텐데..
와락 -
"당, 당연하지! 나는 평생, 평생.. 죽을 때까지 곁에 있을 거야! 네가 싫다고 해도 평생 옆에 있을 거라고.. 흑.."
서러움을 터트리듯이 내 가슴에 고개를 묻고 펑펑 운다.
"네가 싫다고 해도 난 보내지 않을 거야. 다른 남자 곁으로 보내지도 않을 거라고."
내 등을 부서져라 꼭 껴안는 팔을, 나 역시 호응해 준다. 똑같이 그녀의 등을 꼭 껴안아 등을 토닥여 준다.
"흐윽.. 흐으으윽.."
정말로 얼마나 불안했기에 이런다는 말인가. 이렇게까지 의지해 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이런 그녀에게 불안함을 줬다는 거에.
계속 그녀를 안으며 달래주고 있을 때였다.
[어.. 슬슬 괜찮으신가요?]
아름다운 목소리가 내 귀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