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 헌터 아카데미.
나는 레이븐 덕분에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들고 있는 이 검은색 옷부터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다.
남자가 입기 쉽도록 전신 쫄쫄이 복이 아니라, 바지와 옷으로 나누어진 모습.
그 옷들을 보고 아무도 안 보이는 곳에 가서 라텍스 옷을 어떻게든 껴 입고 난 후에 내가 입고 있던 옷을 그 위에 덧 씌웠다.
그러자 완벽하게 가려진 검은색 옷.
'복면은.. 대충 쑤셔 넣자.'
내 중요 부위에 복면을 넓게 펼치고 최대한 티가 안 나게 넣었다.
'바지가 왜 볼록 튀어나왔냐고 하면 내 자지 때문이라고 하지 뭐.'
정신 나간 생각을 하며 설마 아직까지 소진과 소혜가 깨어있나 싶은 문을 살며시 열었다.
끼익..
"오빠, 왔네요?"
"시안. 어디 갔다 이제야 온 거야?"
조용히 현관문을 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하는 소진과 소혜.
나는 그 모습이 살짝 무서웠지만, 나도 똑같이 인사했다.
"어.. 다녀왔어. 혹시 지금이 몇 시지?"
어떻게든 최대한 무마시키려고 멋쩍게 웃었지만, 내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와 선글라스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말 피하지 말고. 지금 새벽이야. 알고 있어?"
내 질문에 대답하는 소혜는 굉장히 화가 난 듯, 말에 가시가 박혀있었다.
"미안.. 나도 밖의 풍경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나갔다 온 건데.."
나는 최대한 고개를 숙이며 변명했지만, 그녀한테는 통하지 않았다.
"안 되겠어. 너 오늘부터 통금 시간을 정해야겠어."
"저도 동감해요 언니. 시안 오빠 같은 남자는 밤에 돌아다니게 하면 안 돼요."
"어.. 그.."
내가 한 잘못이 있긴 하지만, 통금 시간까지 가는 게 맞나 싶었다.
"오빠, 누가 요즘 이런 밤 중에 남자 혼자 돌아다녀요? 요즘 빌런들도 많은데.."
"맞아 시안. 너도 잘못한 게 있으니까 이번 건 받아들이도록 해."
".. 알았어."
남녀역전 세계에서 실제로 밤 중에 남자 혼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어쩔 수 없나..'
나는 양보해야 할 점을 인정하며, 중요한 점을 질문했다.
"그럼, 통금 시간은 몇 시까지인데?"
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소혜와 소진은 서로 상담하기 시작했다.
"소혜야 너는 몇 시에 집에 들어와?"
"나 이제 아카데미 시험기간이라서 밤늦게 들어오는데.."
"음.. 나도 곤란하네. 길드장님이 나보고 이제 다시 헌터로서 복귀하라고 했거든."
"어? 언니 이제 길드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하게?"
"그렇지. 나도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드디어 내 통금 시간이 결정됐다.
"시안, 너는 그럼 저녁 6시까지 집에 들어와 있어. 알겠지?"
"6..6시?"
"대답은?"
"알았어.."
적어도 저녁 8시까지는 생각하고 있던 시안이었지만, 눈을 날카롭게 뜨며 내 대답을 강요하는 소진 때문에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휴대폰 좀 같이 가지고 나가. 이거 때문에 더 걱정했잖아."
한 손에 내 휴대폰을 들고 흔드는 소진. 지금은 오히려 놓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그럼 아침 점심은 어떻게 하게?"
"음.. 글쎄. 나도 아침부터 바빠서 감시는 못 하는데.."
무슨 당연하다시피 아침 점심 저녁을 다 감시하겠다는 그녀들.
밤에 늦게 들어온 걸로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싶다.
소혜가 고민하고 있는 소진을 보고 갑작스럽게 물었다.
"그럼 내가 오빠를 헌터 아카데미에 데리고 가면 안 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헌터 아카데미. 던전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대략 50년 동안 발전해 온 것이 바로 헌터 아카데미다.
헌터 아카데미 말고도 던전 협회 같은 곳도 있기도 하다.
이 둘의 차이점은 헌터 아카데미는 성장 중인 헌터들을 대상으로 성장시킨다는 점이고,
던전 협회는 이렇게 성장한 이들을 데리고 던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곳이다.
또한 던전 협회는 길드에 못 들어간 헌터들을 대상으로 던전 처리를 맡긴다.
헌터 아카데미는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약점을 알려주거나, 실습을 한다.
아니면 검술을 직접 지도 받을 수 있고 담당 마법 교수한테서 이론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왜 내가 그런 곳에 가야하는 걸까?
"괜찮지 않아 언니? 시안 오빠도 생각보다 약한 편은 아니지만, 자기를 지킬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어야지."
"그렇긴 하다만.. 시안. 너 솔직히 말해서 헌터 등급이 어느 정도 돼?"
"어.. 신체 등급은 C인데 마력은 그 이하야."
내 말에 뛸 듯이 기뻐하는 소혜.
"들었지? 신체 등급은 헌터 아카데미에 들어가는데 지장이 없으니까 분명 들어갈 수 있을 거야."
소혜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소진은 다시 소혜한테 물어봤다.
"그럼.. 무슨 명목으로 데리고 갈 건데? 너도 알다시피 이미 입학 시기는 지나간 지 오래잖아."
"이런 케이스가 적은 것도 아니니까.. 그건 아카데미 교장 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아카데미 교장 선생님이라.."
소혜의 말에 소진이 중얼거리면서 고민한다.
"아니, 그럴 바에 차라리 내가 데리고 갈게. 그냥 내가 던전으로.."
"언니,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지? 언니가 가는 던전은 최소 B급 이상일 텐데?"
"..."
어떻게든 고민한 답이 바로 막히자, 소진은 강수를 뒀다.
"안 돼. 너랑 아카데미를 보낼 바에는 그냥 시안, 너 집에 콕 박혀있어."
"어, 언니?!"
갑자기 나를 지목하면서 나보고 콕 박혀있으라는 소진. 6시 통금이 24시간으로 변하기 직전이다.
나는 고개를 휙 하고 돌리며 삐진 듯한 소진을 보고 급하게 입을 열었다.
"소진아! 그냥 나 아카데미를 갈 테니까 응?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옆에 소혜도 있고.."
"맞아 언니! 시안 오빠도 자기 한 몸 지킬 정도는 돼야지. 응? 부탁할게.."
그런 우리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소진은 한숨을 푹 내셨다.
"하아.. 알았어. 단, 소혜야 네가 만약 아카데미를 데리고 간다면 시안이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할 거야."
"응! 물론이지. 히히"
그러자 세상을 다 가진 듯, 싱글벙글 웃는 소혜.
그 모습에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본다.
"하아.. 시안. 밥 해놨으니까 먹어. 아카데미에 대해선 나도 잘 모르니까 소혜한테 물어보고."
그 말을 끝으로 소진이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그런 소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소혜가 소진이 방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나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의외로 쉽게 허락해줬네요. 원래 언니가 한번 삐지면 고집불통 이거든요."
"어.. 그래?"
"네. 일단 밥부터 먹으면서 얘기해요."
소혜가 나를 식탁으로 안내해주며 소진이 해준 밥을 꺼내준다.
이미 시간이 오래 지난 듯, 뜨거웠던 밥들은 차가운 공기만을 내뿜을 뿐이다.
그 모습이 나를 좀 오래 기다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띠 - 띠 - 띠 -
전자레인지에 밥을 넣고 데운 후, 식탁에 놓아주는 소혜.
내 쪽에 밥을 놓아주고 내 맞은 편에 앉는다.
"그래서 소혜야. 내가 아카데미에 가야 한다는 게 무슨 소리야?"
"음.. 그러니까 제가 아침부터 점심시간까지 오빠를 감시한다는 거죠! 흐흠!"
기분이 많이 좋아진 듯, 앉은 자세에서 허리에 손을 올리고 우쭐한 표정을 짓는 소혜.
"장난은 거기까지 하고 진심은?"
"좀 더 오빠랑 같이 있고 싶었어요. 헤헤"
귀여운 이유를 대면서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저절로 웃게 된다.
"뭐, 그것도 있긴 하지만 솔직히 시안 오빠도 진짜 자기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줄 알아야 하니까요."
"그거에 대해선 나도 동의한다만.."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게 있어서 모든 스킬이 전부 여성을 유혹하는 스킬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게 가능할까?
"시안 오빠. 지금 마나가 대충 얼마나 있어요?"
"어.. 일반인도 못 되는 정도인데.."
내 상태창으로 알 수 있는 마력 스탯은 25.
세계수의 말로는 30부터가 E급이라고 하니까 내 마력은 지금 일반인도 못 한 스탯이다.
'물론, 어느 정도 섹스를 해서 천천히 저주를 풀면 마나가 올라가겠지만..'
"네? 마나가 일반인도 못 된다고요?"
"어.. 사정이 있어서. 근데, 괜찮아. 지금은 마력 등급이 좀 낮지만 금방 성장할거야."
"음.. 알겠어요. 그럼 전투 스킬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아니.. 생각해보니까 전투 스킬이 없는데 어떻게 마나를 써?"
나는 모든 스킬에 마나가 필요 없다. 마나가 필요한 경우도 없었고.
'그럼 나에게 있어 마나는 뭐지?'
내 의문은 소혜가 해결해 줬다.
"전투 스킬이 없어도 마나를 쓸 수 있어요. 저도 마나는 굉장히 적은 편이지만 쓸 수 있거든요."
"어? 어떻게?"
"이렇게요."
그러자 소진의 팔에서 옅은 푸른색의 기운이 아주 잠깐 보였다가 사라졌다.
"음.. 제가 마나가 적어서 이 정도밖에 못 보여 드리지만, 마나를 통해서 신체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어요."
"신체 능력을 강화시킨다고?"
"네. 이 기술을 통해서 전투 스킬이 없어도 헌터가 될 수 있지만.. 전투 스킬을 가진 헌터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불리해요."
신체 능력을 강화 시킨 다라. 희소식이다. 나는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그러면 혹시.. 내가 원하는 부위에만 신체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어?"
"네. 방금도 저는 제 팔에만 신체 강화를 시킨 거예요. 오히려 전신에 마나를 두르는 건, 소진 언니같이 마나가 넘치는 사람들만 가능해요."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마나의 중요성을 깨우쳤다.
소진과 섹스를 할 때에는 내가 체력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그런 불리한 점을 마나로 내 신체를 강화시킨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원하는 신체 부위를 강화시킬 수 있다라..'
'그것'도 가능할까 궁금했다.
마나 능력치에 대한 것은 나중을 위한 기반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그럼.. 나는 아카데미에서 뭘 하면 되는 건데?"
"음.. 거기서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랑.. 시안 오빠에게 맞는 무기를 찾아야 하고.. 또 몬스터에 대한 것도 배우고.. 할 게 많아요."
그 소리를 듣고 정말 사심으로만 나를 데리고 갈려는 것이 아니라고 깨우쳤다.
잠깐 동안 소혜를 음란한 아이라고 생각한 내가 좀 미워졌다.
"알았어. 그러면 언제부터 아카데미에 가면 돼?"
"음.. 내일부터 가는 건 좀 그렇나요..?"
내일부터라.. 솔직히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어차피 집에서 할 일 없이 기다리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소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니, 어차피 나도 집에서 해야 할 일도 없으니까. 그래 내일부터 같이 가자."
"와! 진짜죠? 진짜 저희같이 아카데미로 가는 거 맞죠?"
내 말에 소혜는 자기가 말해 놓고서는 믿기지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만큼 나랑 같이 아카데미에 가는 게 기쁘다는 건가..'
나는 소혜의 모습을 보고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응. 그런데 거기 교장 선생님께서 날 받아주실까?"
"교장 선생님께서는 이런 일에 대해서 잘 받아주니까 괜찮으실 거예요. 시안 씨 같은 케이스가 적은 게 아니거든요."
아카데미에 대한 질문도 다했고, 이제 다시 내가 해야 할 상황에 대해 정리를 했다.
"그러면.. 내일부터 우리는 아카데미에 가서, 교장 선생님을 만나고 다녀도 되는지 허락을 받은 후, 수업에 참관하면 되는 거지?"
"네! 시안 오빠도 헌터 아카데미에 가면 현대에 대해 적응하기도 편하실 거예요."
그렇게 소혜와의 대화가 끝나고 대화 중간마다 먹은 밥을 다 비웠다.
"그럼 오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셔야 해요? 내일 봬요!"
해맑은 표정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소혜.
나는 다 먹은 밥그릇을 싱크대로 가져가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물을 틀어놓고 빡빡 닦고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혜와는 얘기 끝났어?"
소진이었다.
"응. 내일부터 아카데미로 가기로 했어. 교장 선생님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
"하아.. 결국, 가기로 했구나."
내심 마음속으로는 내가 거절하기를 바랬나 보다.
나는 소진이 내가 아카데미를 가는 것을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잘 모르겠다.
"소진아, 혹시 내가 아카데미로 가는 게 싫은 거야?"
"음.. 솔직히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네. 시안아, 너 그 외모로 아카데미로 간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나는 그 말에 내가 간과하고 있던 것을 깨달았다.
내 외모와 몸은 가린다고 해서 가려지는 것이 아니다.
얼굴을 가려도 레이븐 누나한테 납치까지 당한 나인데.. 과연 아카데미에서는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진의 대답에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아.. 시안아 우리는 너의 얼굴을 집에서 곧잘 보니까 괜찮긴 하지만.. 여전히 너의 그 외모는 지금도 익숙하지 않아."
"매일 보는 우리도 익숙하지 않은데.. 처음 보는 애들이라고 다를까."
나는 소진이 나를 꽤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미안해 소진아. 하지만 정말 집에서 가만히 있는 건 싫었어. 미안.."
"..."
내 말에 잠시 고개를 숙이는 소진은 나에게 한 가지 부탁했다.
"그러면.. 아카데미에 가는 거 괜찮다고 할 테니까, 딱 하나만 들어줘."
"어.. 뭔데?"
"여자. 여자만 꼬이지 마."
눈을 부릅뜨고 내 얼굴에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시안. 이것만 지켜줘. 그럼 보내줄게."
"아.. 알겠어. 당연하지. 나한테는 네가 있는걸.."
'이미 한 명 꼬였는데..'
이미 레이븐이 꼬여버렸지만, 소진이 말하기 전에 꼬였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안심이긴 한데.."
내 대답에도 불안한지 계속 팔짱을 낀 채 나를 미심쩍은 듯 표정을 짓는 소진.
팔짱을 끼자 내 눈에는 훌륭한 맘마통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아.. 소혜가 잘 지켜주기를 바래야지. 하지만 그 외모를 가릴 수 있는 수단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일단 해봐."
"알겠어. 아마.. 그 아카데미 교장 선생님께 부탁해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거 좋은 생각이네. 확실히. 좋아 그렇게 한번 해봐. 아카데미 교장 선생님은 살아있는 전설이시니까 무슨 방법이라도 있으실 거야."
"살아있는 전설?"
나는 아카데미 교장 선생님이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소리에 그게 무슨 소리인지 다시 물었다.
"응. 살아있는 전설. 던전이 나오고 나서, 가장 많은 던전을 폐쇄했다고 일컫는 사람 중 하나야."
"허어.. 왜 그러신 분이 왜 아카데미 교장 같은 일을 하는 거야?"
"음.. 아마 지쳐서 그런 것이 아닐까. 아마 지금 나이가 30대 중반이신 걸로 아는데."
"30대? 가장 많은 던저을 폐쇄했다고 했는데 되게 젊네?"
나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젊은 교장 선생님의 나이에 깜짝 놀랐다.
"헌터 세계에서는 늙으면 마나의 질도 같이 떨어져. 솔직히 30대 중반까지 그 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더 신기할 정도지."
"아.. 그렇구나."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듣지 못했던 이야기다. 우리 엘프들에게 있어서는 장수한다는 건 기본이었으니까 말이다.
하프 엘프인 나 역시, 엘프보다는 장수하지 못하지만 150살 정도는 거뜬했다.
'아마 인간 종에 대한 페널티 아닐까..'
"대충 할 얘기도 다했고. 너도 이제 내일부터 아침 일찍 나가야 하니까 어서 자도록 해."
"알겠어. 그럼 잘 자 소진아."
궁금한 것은 모두 해결했는지 뒤를 돌아서 방으로 돌아가는 소진의 모습.
그 모습에 오늘은 섹스를 안 하는 건가 싶었다.
'나도 뭐.. 오늘 레이븐 덕분에 잔뜩 뺐으니까 괜찮지만..'
뭔가 저 풍만한 가슴 사이에 푹 들어가서 자고 싶었던 마음이 없지 않아 있긴 했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방 문을 열어서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씻은 뒤, 잠에 들었다.
그런 시안의 모습을 방 안에서 은밀하게 찍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