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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하프엘프-19화 (20/77)

19화 - 집으로.

[상대방으로부터 대량의 경외심을 이끌어 냈습니다!]

[보상으로 저주의 힘이 떨어집니다.]

시안은 다리를 쫙 벌리며 보지에서 정액을 콸콸 흘리고 있는 레이븐을 뒤로 하고 상태창을 켰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실리안

나이: 23세

성별: 남

종족: 하프 엘프

근력: 57

체력: 63

민첩: 67

마력: 25 ( 2↑)

정력: 99

스킬: 세계수의 가호, 통역, 페로몬, 절륜, 뛰어난 육체, 외모, 성욕 탐지, 하프 엘프의 저주(↓)

상태창을 확인하니, 이번에는 하프 엘프의 저주가 살짝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아, 들리시나요 실리안?]

'아, 오랜만입니다 세계수님.'

상태창을 키는 것과 동시에 들려오는 세계수의 목소리. 여전히 듣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나는 오랜만의 등장한 세계수를 보고 인사했다.

[네, 오랜만입니다. 실리안. 지금까지 모아온 경외심 덕분에 이번에는 오랫동안 대화할 수 있습니다.'

나는 세계수로부터 기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궁금한 것이 무척이나 많았다.

'저, 세계수님. 그럼.. 제가 엘라시움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제가 실리안님을 이쪽 세계로 부른 것처럼 똑같은 방식입니다.]

역시. 세계수는 나를 푸른색 게이트를 통하여 보낼 수 있다고 대답했다. 저번에 했던 추측이 맞은 것이다.

[실리안님. 사실.. 그것에 대해서 고백할 게 있습니다..]

'네? 그것이요?'

[저번에 제가 그.. 실리안님 보고 엘라시움을 구원해 달라고 했지 않았습니까?]

'네, 그렇죠. 그래서 이렇게 섹스를 하라고..'

[근데 실리안님 스킬에 보시면 아시다시피 전투 스킬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 그게...?'

전투 스킬이 없다. 그 말을 지금 뒤늦게 알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예면 무예, 마력이면 마력.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그런 재능충이었는데..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실리안에게 원래 있던 전투 스킬들은 제가 전부 바꿨습니다. 여성을 유혹하는데 매우 쉬운 스킬들로 말이죠.]

'네? 제가 가지고 있던 전투 스킬들을 싹 다 바꿔 버렸다고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때 가지고 있던 제 힘도 겨우 모았던 거니까요. 부족했던 힘을 당신의 스킬들로 마저 채웠습니다.]

나는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아니, 그러면 전투스킬 하나 없는 페로몬이나 뿜내고 있는 하프 엘프 하나가 엘프들을 구원해야 한다는 건가?

[실리안, 제가 가지고 있는 힘들은 점차 증가하게 된다면 실리안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데리고 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요?'

[네, 예를 들면 진소진 씨나, 진소혜 씨처럼 말이죠.]

'그들을 데리고 엘라시움으로 복귀하란 말씀이십니까?'

[정확히 말하면 그들뿐만 아니라 될 수 있으면 레이븐 씨처럼 잠재력에 대한 가능성이 높은 분들을 데리고 와주세요.]

[죄송합니다 실리안. 그때의 상황을 보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광산에서 일하시는 실리안 씨의 잠재력은 이미 저주 때문에 최하였습니다.]

[마나도 적어서 남들이 다 할 줄 아는 신체 강화마저도 못했으니까요.]

[그런 상태로 엘라시움을 구원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저는 강수를 뒀습니다.]

[실리안에게 있는 전투 스킬들을 여성을 유혹하는 스킬로 바꾸고, 실리안님이 유혹한 여성들을 이쪽 세계로 부르는 걸로 말이죠.]

[그쪽 세계에서 가장 잠재력이 높은 헌터 둘을 생각했습니다.]

[그게 바로, 진소진 씨와 진소혜 자매입니다.]

'...'

나는 충격적인 세계수의 말에 정신을 가다듬기 바빴다.

'그니까.. 상황을 정리하면 내가 존나 쓸모없는 상태라서 그냥 있었던 잠재력들을 다 없애고 여성을 유혹하는 스킬로 바꿨다 이런 건가?'

[네. 조금 마음 아픈 말이지만, 실리안의 스탯은 C등급에 가깝습니다. 마나를 포함한다면 더 떨어지겠죠.]

[스탯에 대한 정확한 지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9의 스탯은 성인 여성의 평균, 10~29 스탯은 운동을 한 사람, 30의 스탯부터는 각성자의 경지로 들어갑니다.]

[30~39의 스탯은 F급, 40~49의 스탯은 E급, 50~59의 스탯은 D급, 60~69 스탯은 C급, 70~ 79 스탯은 B급, 80~89 스탯은 A급]

[마지막으로 90 이상의 스탯을 가진 사람들은 S급으로 실리안님의 세계에서도 보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100의 스탯을 가진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스탯이죠.]

나는 머리에 박혀오는 정보에 잠깐만 눈을 감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해야 한다.

'세계수님이 말하는 스탯의 정보부터 보면.. 나는 C등급인가. 마나를 포함하면 더 떨어지고.'

나는 세계수한테 물어봤다.

'그러면, 가장 잠재력이 높은 진소진 씨와 진소혜 씨의 스탯을 알려 드릴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상태창]

이름: 진소진

나이: 23세

성별: 여

종족: 인간

근력: 78

체력: 83

민첩: 81

마력: 78

냉기:53

스킬: 혹한의 기운

[상태창]

이름: 진소혜

나이: 21세

성별: 여

종족: 인간

근력: 43

체력: 37

민첩: 39

마나: 34

성력: 64

스킬: 성녀의 씨앗(개화중), 대기만성

나는 소진과 소혜의 스탯을 보고 그들의 스탯을 평가했다.

'소진은 이미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는 상태지만.. 냉기라는 스탯이 신경쓰이네.'

'소혜는.. E급 헌터라고 힘들어하던데 대기만성형 사람이었구나.. 그것도 성녀? 허..'

'그리고 둘 다 스킬이 엄청 적구나.'

아마 스킬이 적은 것이 정상일 것이다.

'내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겠지. 그만큼 세계수가 힘을 써줬다는 것이겠고.'

[제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셨나요 실리안님?]

'네, 대강 이해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앞으로도 똑같이 그냥 섹스하면 된다는 거죠?'

[그것도 있지만, 진소진 씨와 진소혜 자매 둘을 잘 챙겨주세요.]

[특히 진소진 씨의 폭주를 막아줄 사람은 실리안 밖에 없습니다.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세계수는 내 말을 끝으로 조용해 졌다.

나는 차근차근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섹스를 하는데, 음.. 그냥 대충 쎌 것 같은 애들 위주로 섹스를 하면 된다는 거겠지.'

내가 직접 강해지는 게 아니라서 좀 아쉽다.

'내 두 손으로 엘프들의 멱을 따야 하는데..'

[실리안. 참고로 말하는데 저는 세계수입니다. 엘프들이 경외심을 보내줬던 세계수 말입니다.. 엘프들을 해치지 말아주세요.]

'억?! 아직 안 가셨습니까, 세계수님?!'

[하아.. 그들이 했던 행동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엘라시움으로 복귀하신다면 정식으로 사과드리죠.]

[그니까.. 그들에 대한 마음은 접어주세요. 부탁합니다.]

적어도 자기 자식이란 이건가.

불합리했다. 적어도 내가 당했던 일들을 복수할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내가 움직이는 이유가 텅 비어버리는 느낌이다.

[죄송합니다 실리안..]

'...'

나는 계속 사과하는 세계수의 마음을 받기 힘들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잠깐 한 발 뒤로 빼주는 게 맞다.

[그럼, 실리안님. 저는 이만 진짜로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또 때가 된다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 보십시오 세계수님.'

그 말을 끝으로 정말로 사라진 세계수를 봤다.

'진짜 갔겠지..?'

세계수는 내 생각을 읽기 때문에, 이렇게 분노에 차서 감정조절이 안 될 때는 상대하기 힘들다.

'복수를.. 하지 말라고?'

웃기는 소리다.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15년은 그럼 대체 어디로 가는가?

사과 한 번으로 공중분해 되는 거라면 애초에 복수는 생각도 못 했다.

나는 힘이 약하다. 전투 스킬도 없다. 하지만 난 세계수의 말을 듣는 순간 복수할 방법이 떠올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잔인하고 처절하게 복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큭큭.. 세계수님 크게 실수하신 겁니다..'

나는 일단 내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정리부터 했다.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세계수가 말하는 소진과 소혜를 앞으로 잘 캐어할 생각이다. 지금도 잘해주고 있지만.

"레이븐, 레이븐 누나 일어나세요."

나는 눈을 감고 방실방실 웃는 레이븐을 향해 어깨를 흔들었다.

'어? 잠깐만. 나 레이븐에 대한 나이를 모르잖아?'

레이븐의 애기 같은 표정을 보고 갑자기 레이븐에 대한 나이가 생각났다.

"..."

'에이, 아니겠지. 저 외모로 나보다 연하일 리가..'

나는 불안함을 감추고 일단 레이븐부터 깨웠다.

"으음, 시안.. 더는 자궁구 안대에에.."

"괜찮으니까 일어나세요."

"머리 노가버려..."

계속 어깨를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는 레이븐. 내가 심각하게 하긴 했나 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레이븐의 귓가에 내 얼굴을 가까이했다.

"레이븐 누나.. 자꾸 안 일어나면 역 교배프레스 10시간 동안 해버립니다..?"

"히이이이익?!"

내 말에 기겁하면서 일어나는 레이븐.

흥분 속에서 몇 시간이나 지났는지는 몰라도, 정상위를 하던 자세는 잠깐이었다.

중간부터는 내 자지에 암컷타락 당해버린 레이븐을 보고 강제로 주도권을 가져갔으니까 말이다.

"그.. 그만! 더는 무리! 안 들어간다고!"

그 모습을 보고 장난치고 싶어졌다.

"진짜로 안 들어가요?"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레이븐.

나는 다시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하복부를 꾹 눌렀다.

꿀럭.. 꿀럭.. 꿀럭..

그러자 레이븐의 보지에서 열심히 나오는 내 아기씨들.

"이제 더 들어갈 거 같은데요..?"

그러자 경악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레이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장난이었지만 이 상황은 점점 다시 섹스를 부르게 했다.

'레이븐의 보지가 워낙 기분이 좋아야지..'

무자비한 연속 절정을 맛본 레이븐의 표정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 그 누구더라도 자지를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진짜로 돌아가야 했다.

세계수의 말대로 소진과 소혜를 챙기러 가야 한다. 지금이 만약 밤이라면 너무 늦게 돌아가는 것이다.

'몰래 나왔는데 말이지.'

나는 레이븐의 보지에서 나오는 정액들을 보고 하복부를 몇 번 통통 친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븐 누나, 저희 다음에도 또 볼 거죠?"

"어? 으응.. 그렇지 계속 봐야지. 히히."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약간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는 레이븐. 어느 정도 기대했나 보다.

"그러면 혹시 저희가 또 볼 수 있는 수단이 있나요?"

"아, 그거는.."

"안 돼."

그 순간 우리는 닫혀있던 철문이 살짝 열리면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 왜! 괜찮지 않아?"

그러더니, 내 옆 침대에 앉아있던 레이븐이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나더니, 철문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아.. 너 그거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너도 알고 있잖아."

"돈이야, 내가 주면 되지. 너한테 돈을 따로 더 줄 테니까, 응?"

"그러면 상관없는데.."

낯선 여성의 목소리와 레이븐이 서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철문 밖에 있는 여성의 모습이 궁금했다.

"저기.. 밖에 누구세요?"

"응? 아, 내가 따로 투자하는 사람."

철문 밖에 있는 사람은 내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인사했다.

"반가워. 지금까지 봐왔던 거의 모든 남자들은 레이븐 앞에서 모두 허덕였는데.. 반대로 레이븐을 허덕이게 하는 남자는 처음 보네."

"아! 부끄럽게 그런 말 하지 말고.. 그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까 응?"

나는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자꾸 돈을 더 준다면서 무엇을 사고 싶어하는 레이븐.

"뭐.. 돈이야 더 준다면 나야 고맙지. 의외네 레이븐. 네가 돈을 더 준다는 말을 할 줄은 몰랐어."

"나도 쓸 때면 쓰는 여자라고. 큭큭"

"그럼 잠깐만 기다려줘."

그 말을 끝으로 누군가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븐보다 더 가벼운 발소리. 체구가 작은 여성인 것 같다.

나는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레이븐한테 물어봤다.

"레이븐 누나 대체 무슨 대화를 하는 거예요?'

"아, 우리가 좀 더 손쉽게 만나는 방법이 있어서 말이야."

"네?"

"생각해봐, 내가 수도권에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안 걸린 이유가 뭐겠어? 나한테 협력해 주는 사람이 있거든."

"협력이요..?"

아니 누가 이런 사람하고 협력해 주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음.. 투자라는 영역에 더 가깝긴 하지. 내 협력자의 스킬은 돈이 없으면 활동하기 어려워서 말이야."

나는 그 말을 듣고 레이븐이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졌다.

"레이븐 누나, 솔직히 돈.. 얼마나 가지고 있으세요..?"

"음.. 너 하나 먹여 살리는데 평생은 지장 없을 정도..?"

싱긋 웃으며 대답하는 레이븐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럼 그 협력자라는 분이 저한테 뭘 주시려는 거죠?"

"아, 그건 잠깐만 기다려봐. 나랑 똑같은 옷을 들고 와줄 거야."

검은색 라텍스 옷. 그 옷을 들고 온다고 한다.

'그 타이트하게 묶인 옷을 들고 온다고..?'

"시안. 내 스킬에 대해 대충 설명했지? 방 안으로 들어가면 내 모습이 안 보인다고."

"네, 그렇죠?"

"그 방 안으로 들어가면 밖의 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문제는 거기서 꼼짝없이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니까.. 방 안에 있으면 밖에서 이동을 못 한다는 거예요?"

"그렇지. 만약 내가 사라진 자리에서 자리를 잡고 있으면 나는 거기서 영원히 갇히게 되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그래서, 나를 도와주는 게 바로 이거."

레이븐이 손가락으로 검은색 라텍스 옷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게 있으면 인기척을 줄여줄 수 있어. 이거 말고도 복면도 있으면 완벽하게 인기척을 줄여주는 게 가능해."

"아니.. 그게 가능하다고요?"

"그게 그 녀석의 스킬이니까."

나는 레이븐의 말을 듣고 어지러웠다. 뭐가 그런 스킬이 있는 건가?

"뭐, 그만큼 돈을 빨아들이긴 하지만.. 너라면 괜찮아."

"너는.. 내 남자친구잖아 그치..? ♡"

그 말을 끝으로 나한테 윙크를 보내는 레이븐이 무척 예쁘다고 생각했다.

'내 눈에도 콩깍지가 씌워지는 건가..?'

아니 원래 레이븐이 예쁘긴 하다만..

잠시 후, 밖에서 의문의 여성이 레이븐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잠깐만 기다려봐."

그렇게 철문밖에서 잠깐 대화하는 소리가 나고, 레이븐이 다시 들어왔을 때는 레이븐의 몸과 비슷한 크기의 검은색 라텍스 옷과 머리를 감춰주는 복면을 함께 들고 왔다.

"이렇게 두 개가 세트. 한 개만 있어도 되지만.. 그럴 경우에는 눈치 채기가 매우 쉬워져."

내 손에 검은색 옷과 복면을 주는 레이븐.

"이걸로 나중에 나를 찾으러 와. 아, 전화번호 좀 알려줄래?"

"전화.. 번호요?"

"어. 전화번호. 그래야지 나중에 연락할 수 있잖아."

나는 핸드폰을 가지고 있긴 하다. 그런데 받은 건 바로 어제.

어제 잠들기 전에 내가 핸드폰으로 한 것은 거의 뉴스나 보는 거였다.

'내가 있던 세계와는 정반대라서 재밌는 내용이 많았지.'

엘라시움에 있는 시안은 반대로 현대가 판타지인 셈이다.

그러니까, 전화번호는 뒷전. 외울 생각도 안 했다. 소진과 소혜의 전화번호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 누나 들어봐요? 제가 핸드폰을 사실 어제 새롭게 사서 말이죠..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했어요."

"아, 그래? 괜찮아. 그럼 내가 나중에 너희 집으로 찾아갈게."

"저희 집이요?"

"어. 네가 살고 있는 집의 위치는 알고 있으니까."

그게 당당하게 할 소리인가 생각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레이븐의 명품 보지는 무조건 평생 먹어야 한다. 내가 엘라시움에 갈 때도 무조건 데리고 갈 생각이다.

"알겠어요 누나. 그러면 나중에 저희 집으로 와주세요."

"그래. 그럼.. 화장실에서 씻고 있어. 씻고 나오면 옷 줄 테니까."

철문 밖으로 나갔더니,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 나를 화장실로 안내해주는 레이븐.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니, 어두운색으로 물든 땅이 보였다.

그것을 보니 알 수 있는 정보는 밖은 지금 밤이며, 여기가 1층이라는 것이다.

'1층에 지하.. 설마 단독주택인가?'

여기 강남인데..?

밖에서 레이븐과 대화를 나누던 또 다른 여성은 보이지 않았다.

'내 옷을 준비해 주는 건가?'

나는 의문을 뒤로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온몸에서 나는 달콤한 냄새를 어떻게든 빡빡 닦으며 몸을 씻었다.

특히 자지가 있는 부분은 피부가 빨간색으로 물들 정도로 닦았다.

'만약.. 집에 갔는데 나를 착정하려고 기다리는 소진이 있다면..'

생각만 해도 위험하다.

요즘 소진의 집착은 어딘가 무섭다.

그걸 아니까 세계수도 소진의 폭주를 막을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하는 거겠지.

잡생각을 하며 몸에서 나는 향기를 아예 없앤 뒤,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밖에서는 옷을 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레이븐이 보였다.

"이건 네가 오기 전에 입었던 옷. 그리고 이거는 내가 말했던 인기척을 없애주는 옷이야."

한 손에는 내가 입었던 옷과 한 손에는 검은색 라텍스 옷, 복면을 주면서 말했다.

나는 먼저 옷을 입은 뒤, 나머지 검은색 옷과 복면을 받았다.

"그럼.. 현관문은 저기 있으니까 배웅해 줄게."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레이븐.

밖으로 나가자, 어두운 밤과 조용히 우리를 비추는 달이 있었다.

정원을 나가 문밖에서 나를 배웅하는 레이븐의 표정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아쉬운 표정을 짓고 나한테 손을 살살 흔드는 레이븐을 보고 오늘 아침, 소진이 나에게 해줬던 것이 생각났다.

나는 손을 흔들고 있는 레이븐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볼에 쪽 소리 나게 뽀뽀를 해줬다.

쪽 -

애정이 담긴 볼 뽀뽀.

나는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나자 레이븐이 입을 벌리고 당황한 듯한 얼굴을 지었다.

"그럼.. 나중에 또 봐요. 레이븐 누나."

붉게 물든 레이븐의 얼굴을 보며 집으로 갔다.

아니, 가려고 했다.

"어.. 레이븐 누나. 여긴 어디죠..?"

"풋..."

나는 레이븐이 나를 직접 집까지 데려다 줬다.

집으로 데려다 주는 우리 둘의 얼굴은 어두운 사이에서도 붉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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