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하프엘프-15화 (16/77)

15화 - 납치. (2)

"끄으.."

나는 몽롱한 의식을 붙잡으며 뒷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눈을 떴다.

그 통증에 난 누워있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상체만 일으켜 세우니 내 엉덩이에는 푹신한 침대가 있었다. 처음 보는 침대였다.

'침대가 참 푹신하구나..' 하며 침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점점 마음속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난생 처음 보는 침대는 내 방에 있는 침대가 아니었다. 그것을 깨닫고 주변을 둘러보자 아무것도 없이 휑한 방이 날 반겼다.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나는 뒷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한 손으로 누르면서 생각했다.

'나는 분명 집에서 나와 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았고.. 그 뒤로 못생긴 여자 3인방을 피하려고 으슥한 골목길에 숨었는데..'

'그 3인방들이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에 나는 정말로 갔는지 확인하다가..'

"아."

뒤에서 장난기 넘치는 여인의 목소리가 내 뒷목을 때렸다.

거기까지 생각하나 나는 내가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알 수 있었따.

"나.. 납치당한 건가..?"

처음 당해보는 납치는 기분이 무척이나 생소했다.

딱히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나를 죽일 생각이라면 내 뒷목을 때리는 게 아니라 칼을 들고 쑤셨을 것이다.

그리고 보통 납치를 하면 입을 천으로 막아 압박하고 팔, 다리는 발버둥치지 못하게 묶어두는 편인데 반대로 나를 보면..

'아주 푹신한 침대에 눕혀져 있고.. 팔, 다리를 묶은 흔적도 안 보이네.'

모든게 낯선 방이지만 나는 이상하게 흥분감을 느꼈다.

이런 방에 가둬놓고 하는 일이야 뭐가 있을까. 강간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옷도 안 벗겨 놨네.'

내 모습은 납치당하기 전과 똑같았다. 보통 강간을 하려고 기절시키면 옷부터 벗기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휑한 방 안에서 철로 만들어진 문이 보였다.

그 철로 된 문에는 긁힌 자국이 굉장히 많았다. 누군가가 도망가려고 하는 듯, 손톱으로 위에서 아래로 스크래치를 만든 것 같았다.

나는 그 긁힌 자국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는 방. 푹신한 침대. 모든 옷을 입혀둔 채로 자고 있었던 나. 마지막으로 긁힌 자국이 매우 많은 철문까지.

'혹시 강간이 아닌가..?'

터벅 - 터벅 -

나는 생각하는 것을 잠시 멈췄다. 철문 밖으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굉장히 가벼워 보이는 발소리가 여자인 것 같았다.

나는 침대에 앉은 채로 점점 크게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점점 심각함을 느꼈다.

강간인줄 알고 기대하면서 누워있었는데 방 상태를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나는 일단 일어나 있는 것보다는 누워서 자는 척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누워서 맨 처음 상태와 똑같이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끼이익 -

그러자 누군가가 철문을 열고 들어왔다.

스으으윽 - 스으으윽 -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데, 무언가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몹시 불안했다.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방 안으로 들어온 누군가는 가만히 멈춰 선 듯했다. 무언가를 끄는 소리도 안 들린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들어왔다고 생각하기 어렵게 방 안은 침묵만이 맴돌았다.

그렇게 계속 방 안이 조용했다. 대략 5분 정도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누군가가 들어온 게 맞는 건가?'

나는 너무 조용한 방 때문에 정말로 누군가가 들어왔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니면 무언가를 놓고 금방 이 방에서 떠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살짝, 아주 살짝 눈을 뜨기로 했다.

눈을 감아 검은색만 보였던 내 시야가 눈을 아주 살짝 떴다.

그런데 선글라스 때문인지 여전히 어두운 시야에 조금 더 크게 눈을 떴다.

"..."

"..."

그러자 나는 볼 수 있었다. 내 눈 바로 앞에는 또 다른 눈이 있었다.

금색의 눈동자. 내 시야에는 금색의 눈만이 보였다.

"히야야아아아악!!"

나는 그 눈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뒤로 크게 물러났다.

팔을 휘두르고 다리를 미친 듯이 밀어서 어떻게든 뒤로 가려고 했다.

그러자 내 눈앞에 있는 여성이 그런 내 팔, 다리를 잡았다.

"으아아아악! 하지마세요! 만지지 말아주세요!!"

"뭘 하지 말라는 거야.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내가 패닉에 빠져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소리치자 눈앞의 여성이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진정해. 진정. 나는 숙녀다운 사람이라고. 이거 안보여? 나는 너를 묶고 싶지 않아."

나는 그녀의 뒷말을 듣자마자 몸이 뚝 멈췄다.

나는 묶는다는 소리에 천천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붉은색 머리카락은 웨이브를 그리며 허리에 닿아있었고, 눈 끝이 아래로 내려갔다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높은 코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아래로는 아주 약간 툭 튀어나와있는 작은 입술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는 금안은 어딘가 오싹함을 줬다. 특히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게 나를 잡아먹을 기세다.

전체적으로 그녀의 인상은 여우 같았다. 사람을 홀리는 여우.

나는 그런 그녀가 매우 예쁘다고 생각했다.

소진과 소혜에 비벼도 모자람이 없는 외모였으며 붉은색의 머리카락은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 냈다.

그녀의 몸은 또 어떠한가. 타이트하게 조이는 검은색 라텍스 옷을 입고 있어서 그녀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나올 때가 확실히 나오고 들어갈 때가 확실히 들어간 그런 몸매.

가슴은 눈대중으로 봤을 때 D컵 같았다. 아름다운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그녀를 보고도 나는 좋아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것 때문이었다.

그녀가 한 손에 들고 있는 건 기다란 밧줄이었다. 딱 봐도 끊기가 어려워 보였다.

아무래도 방 안에 들어올 때 저것을 끌면서 들어온 모양이다.

내가 그렇게 계속 밧줄을 보고 있자 그녀가 내 시선을 알아챈 듯, 눈웃음을 지으며 밧줄을 두 손으로 잡아당겼다.

꾸드득-

"히..히익.."

나는 팽팽하게 당겨지는 밧줄이 딱 봐도 두 손으로는 절대 못 끊어 낼 것 같았다.

나는 여기까지 오자 그녀의 성향을 알 것 같았다.

눈웃음을 지으며 밧줄을 들고 있고, 푹신한 침대가 있으며 철문에는 긁힌 자국이 많은 것을 보면..

'그녀는 SM플레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내가 밧줄로 온몸이 묶여 있고 그녀가 나를 발로 밟는 상상을 했다.

'시..시발 나는 SM이든 M이든 그런 취향이 아닌데..!'

나는 당황하면서 말했다.

"그..그만! 그만해주세요! 저는 맞는 거 싫어한단 말이에요!"

그녀가 내 반응을 보자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무언가 알아차린 듯 씨익 웃었다.

"아.. 너 그런 취향이니? 음.. 그래 그럼 내가 맞춰줄게."

"히익!"

그녀가 천천히 밧줄을 들고 나한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한 발자국씩 다가올 때마다 그에 맞춰 나도 침대에서 다리를 한 번씩 밀어 몸을 뒤로 뺐다.

그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하자 나는 내 등이 벽에 맞닿았음을 느꼈다.

"허...허억!"

"자.. 더 이상 뒤로 갈 곳이 없네..?"

"오..오지마!!"

나는 두 손을 그녀에게 쭉 뻗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

나는 내 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그녀가 이상해서 한쪽 눈을 살짝 떴다.

"크흡... 풉.. 푸하하하하!"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그녀는 입꼬리를 부들부들 떨다가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하아.. 와, 너 정말 웃기다.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준 남자는 처음이야."

"뭐라고요..?"

"장난이라고. 장난."

나는 어두운 방에서 그녀가 나한테 얼굴을 들이밀자 밝게 빛나는 그녀의 금안이 보였다.

"음 음. 반응 좋고. 몸 좋고. 얼굴은 아직 모르지만.. 잘생긴 거 같고?"

그녀가 나를 보고 몇 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좋아. 합격! 너는 내 커트라인에서 완벽하게 합격했어! 축하해!"

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보고 축하한다고 말을 전했다.

나는 그녀가 대체 무엇을 보고 축하하는지 몰라 물어봤다.

"어.. 대체 뭘 합격했다는 거죠?"

"나랑 섹스할 기회."

나는 입꼬리를 쭈욱 올리며 웃는 그녀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어라? 반응이 없네? 못 들었어? 지금부터 난 너를 강간한다니까?"

"어.."

"여기서는 보통 '뭐..뭐라고요?!' 라고 하거나 아니면 '누가 그런 것을 원했어요!'라고 하지 않아?'

'아. 여기 남녀역전 세계였지.'

그녀는 나를 보고 몸을 섞기에 적합한 것 같다고 생각한 다음 나에게 일반적으로 몸을 섞겠다고 말한 것이다.

"아하. 몸이 굳어버렸구나? 큭큭. 그래 이해가 잘 안 가지? 부잣집 동네에서 잘 살다가 갑자기 이런 사람한테 강간이나 당하고."

그녀는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천천히 들어오더니 두 팔로 내 팔을 꾹 눌렀다.

그 힘이 상당히 강력했다. 나는 못 빠져나간다고 직감했다.

"그래.. 기분이 어때? 절망스러워? 막 소리치고 싶지? 이 방에서 빨리 빠져나가고 싶지?"

그녀는 점점 내 팔을 세게 눌렀다.

그러더니 내 귀 쪽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안돼 ♡"

"흐..흐엑.."

귀가 민감한 나는 그녀가 내 귀에 간드러지게 말을 하자 몸을 작게 부르르 떨었다.

"흐응.. 느끼는 목소리도 참 좋아.. 그래 여기가 많이 민감한가 보구나..?"

그런 나의 반응을 확인한 그녀가 내 귀에 얼굴을 더더욱 들이밀었다.

할짝 -

"흐이이익?!"

순간 내 귀를 핥고 지나간 혀의 감촉이 느껴지자 나는 아까보다 더더욱 몸을 떨었다.

내 자지는 어느새 발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몰랐다.

그녀는 내 귀를 핥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츄르르릅.. 츄릅... 츄웁. 츄우웁.. 츄릅.."

"흐에..흐..흐이이익.."

한번 핥을 때마다 나는 신음소리를 작게 냈다.

"츄우우웁.."

"흐아아아앗!"

마지막으로 그녀가 내 귀를 쭈욱 핥으면서 내 귀 끝쪽까지 핥자 나는 꼴사나운 소리를 질렀다.

내 자지는 이제 팬티 속에서 쿠퍼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후후후... 너 귀가 좀 이상하게 길더니, 귀 끝쪽이 엄청나게 예민하구나? 큭큭."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는 내 모습은 굉장히 붉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내 얼굴에 있는 답답한 것들을 치워버리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나는 내 얼굴에 있는 것들을 치우려고 발버둥쳤지만, 그녀는 내 의견을 묵살하고 팔을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어허. 자꾸 발버둥 치지 마. 내가 이 밧줄을 왜 가져왔겠어? 자꾸 발버둥치는 친구들을 위해서라고."

나는 그 말을 듣고 힘으로 상대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그럼 제발 제 얼굴에 씌워진 것들 좀 치워주세요. 답답해 미치겠어요."

그녀는 내 말에 작게 고민하는 듯한 기색을 보였다.

"지뢰는 아니겠지..?"

작게 중얼거리는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야. 너 지금이라도 말해. 잘생겼어, 못생겼어."

나는 그 말에 의문을 가졌다. 왜 그런 질문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의 질문은 내가 자신 있어 하는 분야였다.

"어.. 잘생겼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냥 잘생긴 것도 아니고 세계에서 제일 잘생겼다. 내 시스템에 있는 스킬이 인정해줬다.

"너 아니기만 해봐. 분위기를 깬 벌을 받아야 할 거야."

나는 그녀가 작게 으르렁거리는 걸 보니 이런 일을 많이 당해본 것 같았다.

그니까 신분을 밝히기 어려워 얼굴을 가렸는데, 몸이 좋고 잘생겨 보여서 납치해 왔더니 막상 엄청 못생겼다던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므로 그냥 침묵했다.

"그럼 팔 움직이지 마."

그런 말을 하고 내 팔을 누르던 손을 천천히 떼서 내 얼굴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그녀가 천천히 내 선글라스를 벗겼다.

"오.. 너 눈이.. 굉장히 예쁘네? 눈만 보면서 해도 되겠는데?"

"그러지 마시고 빨리 나머지도 벗겨주세요.."

그녀는 내가 벗겨 달라고 말을 하자,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모자를 벗겼다.

"허어.. "

그녀가 내 머리카락을 보더니 작게 감탄했다.

"이런 머리카락.. 본 적도 없는데."

그녀는 한 손으로 내 흰 색깔의 머리카락을 쭈욱 당겨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돌려보기도 한다.

그렇게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어디서 왔어? 너 같은 남자라면 분명 내가 보자마자 납치했을 텐데."

".. 이틀 전에 여기로 이사 왔어요."

"흐응.. 그렇구나."

그녀는 이제 망설임 없이 내 귀에 걸려있는 마스크를 천천히 벗겼다.

사람에 따라 마스크를 쓰면 더 잘생겨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못생겨 보이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면 눈이 굉장히 예쁜데 코와 입, 턱선이 못생긴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마스크를 끼면 굉장히 잘생겨 보인다.

아니면 그와 반대로 눈이 굉장히 못생겼는데 코와 입, 턱선이 매우 잘생겨서 마스크를 벗으면 더 잘생겨지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냥 잘생긴 사람은 마스크를 쓰든 말든 잘생겼다.

바로 시안이 그랬다.

내 마스크를 천천히 벗기던 그녀가 눈을 점점 크게 뜨며 경악했다.

"너... 너.. "

비단 같은 머리카락이 사르르 떨어진다.

나는 내 마스크를 벗긴 그녀를 향해 시선을 줬다.

내 눈은 살짝 올라가 있어 날카롭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 나를 그녀가 바라보더니 천천히 나와 거리를 벌렸다.

"야.. 너 한번 일어서봐."

나는 그 말을 듣고 침대에서 나와 일어섰다.

그러자 완벽한 비율을 가진 내 몸이 그녀의 앞에 섰다.

내 눈은 예민한 신경에 맞춰서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 얼굴은 마치 오만한 황태자 같았다.

그런 내 모습을 멍하니 보는 그녀는 홀린 듯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녀에게서 얼굴 하나로 주도권을 가져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이름도 모르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저기.. 누나, 이름이 뭐에요?"

나는 확실하게 주도권을 챙기기를 위해 필살기를 썼다.

누나. 내가 있었던 곳으로 치자면 세상에서 가장 예쁜 미소녀가 나를 보며 '오빠' 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뭐..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 "

"이름이 뭐에요?"

"아, 아니 그거 말고. 그 앞에.."

"이름부터 알려주셔야죠."

나는 그녀한테서 천천히 주도권을 가져갔다. 이제부터는 내가 갑이고 그녀가 을이 될 것이다.

"어, 어.. 내 이름은 레이븐이야. 알았지? 그니까 그 .."

나는 레이븐이라고 이름을 알려준 납치범을 바라보며 상을 내려줬다.

"레이븐 누나. 고마워요."

"흐으... ♡"

나는 더 확실하게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초석을 준비했다. 레이븐은 나보다 힘이 훨씬 세기 때문에 주도권을 한번 잃으면 되찾기가 힘들다.

나는 총총걸음으로 레이븐에게 다가갔다. 나는 레이븐의 바로 앞에 섰다. 그녀는 나보다 머리 하나 작은 키였다.

나는 허리를 약간 숙여 요망한 미소를 지으며 레이븐을 올려다봤다. 내 얼굴은 그녀의 가슴 바로 앞에 있었다.

"레이븐 누나."

나는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윽.. ♡"

그러자 레이븐은 붉은 홍조를 띄우며 몸을 움직이지 않고, 고개만 뒤로 뺀 채 나를 내려다 봤다.

나는 그런 레이븐이 귀여웠다.

"큭큭."

내가 소악마 같이 웃자 레이븐이 부끄러워 하면서 말했다.

"너.. 내가 무섭지 않아?"

"네?"

"난 너를 납치하고 여기에 가둔건데 왜 그렇게 여유로워?"

나는 레이븐이 주도권을 챙기기 위한 발악이라고 생각했다.

"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지금은.. 안 무서워요."

"왜..?"

"그게..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하나요? 그.. 가슴이 뛰는 것이 느껴져요."

"어..? 뭐..뭐라고?"

"누나를 보면, 심장이 두근거린 다고요.."

나는 레이븐의 금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금안 속에는 작지만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었다.

나는 레이븐이 도망가지 않도록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나는 레이븐의 어깨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레이븐은 혼란스러운 듯 눈동자가 제자리에 있지를 못했다.

나는 그런 레이븐을 잡은 다음, 천천히 침대로 같이 몸을 이끌어갔다.

"레이븐 누나.."

"어? 어, 너.. 진심이야?"

"왜요? 저 싫어요?"

"아니 그.. 그게 아니라."

나는 방금 전까지 나한테 섹스할 기회를 주겠다고 말한 레이븐이 이해가 안갔다.

나같은 남자가 대놓고 유혹하면서 섹스를 해주겠다는데 왜 거절한다는 것인가.

"레이븐 누나. 저한테 섹스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어, 아.. 내가 그렇게 말 하긴 했는데."

"그럼 왜요..?"

"그.."

레이븐이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나도 똑같이 고개를 숙여서 그녀와 이마를 맞췄다.

"그?"

"..한번도 ..스 .. 없.."

"네? 뭐라구요, 누나?"

"한번도.. 다고.."

"잘 안들려요, 누나. 크게 말..."

"나 한번도 섹스 한 적이 없다고!!!"

나는 그녀가 처녀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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